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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원제 : A Gentleman in Moscow(2016)|

에이모 토울스 저 | 서창렬 역 | 현대문학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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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8945 / 724쪽 13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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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빌 게이츠, 2019년 여름 추천 도서 선정
★★뉴욕타임스 59주 베스트셀러
★★전 세계 30개국 출판 계약, 전미 150만 부 판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추천 도서
★2016 아마존·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2017《타임스》,《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
★2018 더블린문학상 후보
★케네스 브래너 제작·주연 TV 드라마화

 

■ 빌 게이츠 추천 서평 번역 전문

『모스크바의 신사』에는 소설의 거의 모든 것이 골고루 담겨 있다

빌 게이츠(2019년 5월 20일)

멜린더와 나는 때때로 같은 책을 동시에 읽는다. 그것은 보통 무척 재미있는 일이지만, 둘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분량을 읽었을 경우에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우리 둘 다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어느 시점에선가 내 눈에 눈물이 글썽해졌다. 작중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다쳐서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멜린더의 진도는 나보다 몇 장 뒤처져 있었다. 내가 우는 것을 본 아내는 자신이 사랑하는 인물이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나는 아내의 독서를 조금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아내가 내 진도를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 한 장면은 제쳐두고, 『모스크바의 신사』는 재미있고 영리하며, 한 남자의 눈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놀랍도록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평생을 가택 연금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형에 처해진다. 때는 1922년, 볼셰비키가 새롭게 형성된 소비에트 연방의 권력을 막 장악한 시기이다. 소설은 이후 30년 동안 자신의 삶을 제약하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삶을 최대한 활용하는 백작의 뒤를 따라간다.

비록 이 작품은 허구이지만 메트로폴은 실재하는 호텔이다. 운 좋게도 나는 심지어 그곳에서 묵기까지 했다(대부분 토울스가 이 소설에서 묘사한 것과 똑같아 보였다). 그곳은 다른 시기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곳이다. 길을 사이에 두고 크렘린 맞은편에 위치한 이 호텔은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의 흥망성쇠를 용케 잘 견뎌내고 살아남았다. 하나의 건물치고는 아주 많은 역사가 담긴 호텔인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은 실제로는 일어난 적이 없지만(내가 아는 한 그렇다), 그러나 메트로폴 호텔의 역사를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기억할 만한 한 장(章)에서 볼셰비키 관리들은 와인 목록이 존재하는 것은 ‘혁명의 이상에 어긋난다’고 결정한다. 호텔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와인 저장고에 있는 10만 병이 넘는 와인 병에서 라벨을 떼어내야 하고, 그곳 식당에서는 모든 와인을 동일한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자신을 와인 전문가로 여기는 백작은 충격을 받는다.

로스토프 백작은 시간이 멈춰버린 관찰자로서 이 같은 변화가 오고가는 것을 지켜본다. 나에게 그는 작품 속의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시대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는 그 모든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는데, 그 이유는, 음, 그가 모든 것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온갖 책을 다 읽은 것 같고, 어떤 음악도 다 알아볼 수 있는 듯싶다. 호텔 식당에서 웨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위풍당당하게 그 일을 해낸다. 그는 누구보다도 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전혀 수줍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남들과 나눈다. 백작은 너무 잘난 탓에 참고 봐줄 수 없는 인물이어야 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모든 게 잘 굴러간다.

작가 토울스는 세부 사항을 기발하게 기술하는 재능이 있다. 이 작품의 전반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백작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 다음 평소 하던 대로 메뉴를 식사 순서의 역순으로 살펴보았다. 앙트레를 정하기 전에 애피타이저를 먼저 고르면 결과적으로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은 한 인물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말해준다. 책을 다 읽었을 무렵에는 백작이 나의 오랜 친구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을 즐기기 위해서 꼭 러시아를 좋아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러시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나는 20세기 초의 러시아 역사가 엄청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레닌과 스탈린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내게 주었다. 토울스는 백작에 초점을 맞추므로 대부분의 주요 역사적 사건(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들이 지나가는 언급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이 사건들이 여전히 메트로폴의 세계를 크고 작은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정치적 혼란이 그 혼란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감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모스크바의 신사』가 놀라운 이야기인 이유는 이 작품이 모든 것을 골고루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환상적인 로맨스와 정치, 스파이 활동, 부모가 된다는 것, 그리고 시(詩)가 있다.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역사 소설이지만, 스릴러나 러브 스토리라고 불러도 역시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러시아가 여러분의 ‘반드시 가봐야 할 곳’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해도, (이 책을 읽는) 이번 여름에는 모든 사람이 토울스의 모스크바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출판사 리뷰

2016·2017·2018년 가장 많은 미국 독자를 사로잡은 책

★뉴욕타임스 58주 베스트셀러
★전 세계 30개국 출판 계약, 전미 110만 부 판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추천 도서
★2016 아마존·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2017《타임스》,《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
★2018 더블린문학상 후보
★케네스 브래너 제작·주연 TV 드라마화

두 번의 혁명 이후 1920년대 러시아,
메트로폴 호텔에 종신 연금된 구시대 귀족
로스토프 백작의 우아한 생존기


뉴욕타임스 초장기 베스트셀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17년 추천 도서 『모스크바의 신사』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미국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고전 문학을 연상시키는 작풍과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 매력 있는 등장인물을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데뷔작 『우아한 연인Rules of Civility』에 이어 큰 성공을 이루었다. 토울스는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람에 대한 믿음, 이야기꾼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에이모 토울스는 암울한 시대를 재치 있게 풍자하고,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이라는 한 개인의 소중한 하루를 통해 시대의 숨은 낭만을 밖으로 꺼내놓는다. 역사와 철학, 문학과 예술에 정통한 백작답게 그의 하루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하루가 모여 만들어낸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서사가 지나치기 쉬운 시대의 아름다운 부분들을 발견해 세심하게 조명한다. 백작의 다락방 서가를 가득 채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디킨스의 책은 그의 우아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고급 와인과 요리, 발레와 영화 이야기는 시절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모스크바의 신사』에서는 호텔 안 평범한 소동이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고,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과 물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하나의 큰 이야기를 완성한다. 아름다운 묘사, 한 편의 미스터리를 읽는 것 같은 정교한 구성,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들의 향연이 독자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물한다.

사실과 허구로 만들어낸 정교한 세공품
백작의 특별한 일상은 내밀한 역사가 된다


작가는 2009년 출장차 방문했던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거대한 호텔에 갇힌 남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를 차르 시대의 러시아에서 실제 있었던 가택 연금의 역사와 연결해 소설을 스케치했다. 토울스가 그려낸 1920년대 메트로폴 호텔은 항상 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정중하고 예의를 갖춘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실제로 그 시대 메트로폴 호텔은 소비에트 러시아가 유럽 여러 나라와 교류하는 외교의 장소이자 체제의 건재함을 대외에 선전하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곳, 호화 요리와 고급 술, 손님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비밀경찰의 감시와 풍요로운 일상이 공존하는 곳, 역사 중심에 있지만 안과 바깥에 다른 시간이 흐르는 특별한 장소였다. 작가는 메트로폴 호텔이 가진 특수성에 혁명 이후 러시아에 대한 깊은 이해, 가상의 인물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의 매력을 더해 실제 역사보다 더 사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실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혹독함을 비껴간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스크바의 신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을 연상시킨다. 모두가 드나드는 공간이 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 을, 외부적으로는 주변 환경, 내면적으로는 고독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소설 『로빈슨 크루소』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상으로 혹은 이야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 명작처럼, 로스토프 백작을 둘러싼 이야기 또한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이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백작이 새롭고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이야기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살찌운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토울스는 백작을 통해 ‘반드시 나폴레옹처럼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사람만이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며, 예술이나 상업, 사고의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갈림길마다 매번 등장하는 평범한 남자와 여자야말로 특별한 존재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라벨을 떼어내도 맛과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와인처럼, 책을 불태워도 먼 미래까지 전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사람 또한 쉽게 꺼트릴 수 없는 ‘내면의 빛’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귀족의 허례허식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내려놓고, 주어진 환경에 우아하면서도 지혜롭게 적응하는 로스토프 백작은 현대 문학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르네상스적 전인(全人)이다.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애정으로 쓴 책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는 토울스의 당부처럼, 『모스크바의 신사』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출간 이듬해인 2017년에는 독자와 도서관 사서, 북클럽의 열렬한 지지로 그 열풍을 이어갔다. 그해 말에는 《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는 등 전작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11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뉴욕타임스》 58주 베스트셀러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한 30개국에 출판 계약되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배우 케네스 브래너 제작 및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자 소개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썼던 프로젝트 단편소설 「기쁨의 유혹The Temptations of the Pleasure」이 《파리 리뷰》 1989년 겨울호에 실렸으나, 그는 금융업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했으며, 여러 매체에 종종 글을 기고했다. 7년 동안 집필한 소설이 있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 봉인한 그는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한다. 40대 후반의 나이, 토울스는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Rules of Civility』(2011)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토울스의 데뷔작은 20개 나라에서 계약되고, 영상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2012년 토울스는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했고, 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 상황을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독자와 함께 향유하고,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낯선 러시아 역사와 작품, 인명과 지명이 등장함에도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현재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역자 소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사상사, 두산동아 등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토미노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여자의 선택』, 『제3의 바이러스』, 『암스테르담』, 『촘스키』, 『벡터』, 『쇼잉오프』, 『마틴과 존』,『저지대』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당신의 증언을 모두 고려해보면 우린 그 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썼던 명민한 영혼이 자기 계급의 부패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굴복했으며, 지금은 한때 자신이 지지했던 바로 그 이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소. 이를 근거로 한다면 우리로서는 당신을 이 방에서 내보내 수감하는 게 온당할 것이오. 하지만 당의 고위직 중에는 혁명 이전 단계 영웅의 범주에 당신을 넣는 사람들이 있소. 그래서 위원회의 의견은, 당신은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그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온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_본문 17쪽

“친애하는 친구들.” 백작이 말했다. “여러분은 당연히 오늘 일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나는 면담을 위해 크렘린으로 초대받았습니다. 거기서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현 정권의 당국자 몇 사람이 나는 귀족으로 태어난 죄로 여생을 한 장소에서 보내는 형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이 호텔입니다.”
세 손님의 환호에 응하여 백작은 그들과 한 명씩 악수하면서 그들의 우정에 감사를 표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들어와요, 들어와.” 백작이 말했다.
_본문 33쪽

테아트랄나야 광장 건너편 볼쇼이 극장은 현관 지붕에서 박공벽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다. 평소처럼 <라 보엠> 출연자들 같은 옷을 입은 볼셰비키들은 따뜻한 밤공기를 이용하려고 기둥 사이에 떼 지어 모여 있었다. 갑자기 로비의 불들이 깜박거렸다. 남자들이 담뱃불을 발로 짓이겨 끈 다음 함께 온 여자들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관람객이 문 안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택시 한 대가 갓돌 옆에 서더니 문이 홱 열렸고, 붉은색 옷을 입은 여자 한 명이 손으로 치맛단을 들어 올린 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던 니나가 오므린 두 손바닥으로 유리를 짚은 채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저기에 있고, 저 숙녀가 여기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백작이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인류에겐 적당한 정도의 슬픔이 있단다.
_본문 101쪽

“친구, 우린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바야흐로 강철시대가 시작된 거야. 우린 이제 발전소를 세우고, 마천루를 짓고, 비행기를 만들 능력을 가지게 되었어.”
미시카는 백작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슈홉스카야 방송탑 본 적 있어?”
백작은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야, 사샤. 160미터 높이의 원뿔형 강철 구조물이지. 우린 그걸 통해서 최신 뉴스와 지식을—그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다정다감한 선율도—160킬로미터 이내 거리에 있는 모든 시민들의 가정에 방송할 수 있어. 그리고 러시아의 도덕도 이 같은 개별적인 것들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 우리는 우리 시대에 무지의 종말, 압제의 종말, 인류애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거야.”
미시카는 멈춰 서서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렇다면 시는 어찌 되는가?’ ‘글은 어찌 되는가?’ 사람들은 그렇게 묻겠지. 흠, 그것 역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예전에는 글이 청동과 철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강철로 만들어지고 있지. 시는 이제 4행시니 강약약격이니 정교한 수사법이니 하는 것을 따지는 예술이 아니야. 우리의 시는 행동의 예술이 되었어. 우리의 시는 대륙을 가로질러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고 별들에게 음악을 전달할 거야!”
_본문 140쪽

“실은 우리가 먹어보지 못한 사과가 하나 있어요.”
여배우가 한쪽 눈썹을 치켰다. 요염해 보이는 눈썹이었다.
“어떤?”
“그 지방 설화에 따르면 숲속 어딘가 깊숙한 곳에 석탄처럼 까만 사과가 열리는 나무 한 그루가 숨겨져 있대요. 그런데 그 나무를 찾아서 열매를 먹으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작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 소소한 민담을 끄집어낸 것에 흡족해하며 몽라셰를 넉넉히 들이마셨다.
“그럼 당신은?” 여배우가 물었다.
“뭐 말입니까?”
“당신은 숲속에 숨겨진 사과를 찾으면 그걸 먹을 거예요?”
백작은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는 확실히 매력적인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집과 여동생과 학창 시절의 기억들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백작이 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 기억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안나 우르바노바가 냅킨을 접시에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치면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서 백작에게 다가가 백작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키스했다.
_본문 196쪽

벽돌로 된 아치형 입구와 서늘하고 어두운 실내 때문인지 메트로폴 호텔의 와인 저장고는 지하 묘지의 음울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성인들의 형상을 새긴 석관 대신에 와인 병들이 층층이 쌓인 여러 개의 선반들이 저장고의 저쪽 끝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카베르네와 샤르도네, 리슬링과 시라,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 와인 등이 수집되어 가득 쌓여 있었다. 이것들은 유럽 대륙을 건너온 세기의 와인들이었다.
전부 합하면 거의 만 병 정도 될 듯싶었다. 그런데 그 모든 와인 병에 라벨이 붙어 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백작이 놀란 목소리로 내뱉었다.
안드레이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인 목록이 존재하는 것은 혁명의 이상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식품부 인민위원 테오도로프 동무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것은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을 보여주는 표지 같은 것이라는 거죠.”
“말도 안 돼요.”
평소에는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안드레이가 한 시간 사이에 두 번째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회의를 열고, 투표를 실시하고,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보야르스키는 모든 와인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으로만 구분하여 단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겁니다.”
_본문 230~231쪽

“편리함이라는 게 뭔지 얘기해줄게요.” 잠시 후 그가 입을 뗐다. “정오까지 잠을 잔 다음에 누군가를 시켜 쟁반에 받친 아침 식사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 약속 시간 직전에 약속을 취소해버리는 것. 한 파티장의 문 앞에 마차를 대기시킴으로써 얘기만 하면 즉시 다른 파티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 젊었을 때 결혼을 피하고 아이 갖기를 미루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최고의 편리함이에요, 안나. 한때 난 그 모든 걸 누렸었죠. 그런데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불편함이었어요.”
_본문 555쪽

“돌이켜보면 역사의 모든 전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그 말이 역사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사람은 예술이나 상업, 또는 사고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갈림길마다 매번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들이야. 마치 ‘삶’이란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때때로 그들을 불러낸 것처럼 말이지. 소피야,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 이제까지 인생이 나로 하여금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장소에 있게 한 것은 딱 한 번뿐이었어. 바로 네 엄마가 너를 이 호텔 로비로 데려온 날이란다. 그 시간에 내가 이 호텔에 있었던 것 대신에 러시아 전체를 통치하는 차르 자리를 내게 준다 해도 난 절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_본문 656~657쪽

 

목차

1권
1922년
대사 · 21
해안으로 떠밀려 온 영국 국교도 · 36
예약 · 54
아는 사이 · 66
어쨌든…… · 81
여기저기 · 89
집회 · 106
고고학 · 125
크리스마스 시즌 · 143

2권
1923년
여배우, 유령, 벌통 · 175
뒷이야기 · 207

1924년
정체불명 · 211

1926년
안녕 · 236

1930년 · 275
아라크네의 기술 · 277
오후의 밀회 · 305
동맹 · 324
압생트 · 339
부록 · 361

1938년
도착 · 363
적응 · 374
상승, 하강 · 392
부록 · 432

1946년 · 433
소동, 응수, 사건 · 438
부록 · 496

4권
1950년
아다지오, 안단테,
알레그로 · 507

1952년
아메리카 · 532

1953년
사도와 변절자 · 536

5권
1954년
갈채와 환호 · 595
전장의 아킬레스 · 610
안녕 · 619
성년 · 629
발표 · 638
일화들 · 649
제휴 · 660
적들의 대결 (그리고 용서) · 665
절정 · 682

그 후
그 후…… · 701
때때로 · 714

옮긴이의 말 ·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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