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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어장 가는 길

최희철 저 | 앨피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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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430261 / 268쪽 225 x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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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남서대서양 섹터 3.1 공해 해역 89일간의 조업 기록 먼바다에서 그들이 끌어올린 그물에 담긴... 바다도 모르는 바닷사람, 바다일 이야기 트롤어선은 어떤 배일까? 공해와 배타적경제수역은 어떤 관계? 예망은 뭐고, 앙망은 또 뭐지? 뉴스와 다큐멘터리에 자주 나오지만 우리가 별다른 관심 없이 흘려듣는 단어들이 이 책에는 예사로 등장한다. 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7년간 항해사로 일한 뒤 육지를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간 초로의 사내가 수줍게 내미는 원양어선 조업 기록이다. 그의 직업은 ‘어업 옵서버’. 나라와 선사船社에서 반반씩 돈을 받고 원양어선에 승선하여 생물학적 자료를 조사하는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불법 어업 감시 및 과학적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국제기구나 국가의 권한을 대행받아 어선에 승선하는 사람.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먼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원양어선 선원이라면 그 엄청난 노동 강도와 각종 이해관계에 치여 엄두를 못 냈을 ‘기록’을 할 수 있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닌 바다에서 바다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나 하는 처량한 걱정과 사소한 즐거움, 오래도록 바다로 먹고살 궁리 등등이 바다와 바닷사람, 그들이 하는 조업과 어선 위 일상,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로 버무려져 2만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로 곧장 팔을 끌어당긴다. 그 멀리서 보내온 생선 한 점 책은 포클랜드 어장의 위치를 보여 주는 지도로 시작된다. 포클랜드가 대체 어디인가? 남대서양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아래에 붙어 있는 영국령 제도이다. 포클랜드 ‘어장’의 정식 명칭은 FAO(세계식량농업기구)-41해구 섹터 3.1해역의 공해 어장이다. 저자는 이 어장에서 조업할 899톤급 ‘77 오양호’를 타고 옵서버로서 각종 바다생물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그러나 77 오양호가 있는 포클랜드 어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2016년 3월 21일 인천공항을 떠나 프랑크푸르트-상파울루-몬테비데오-러시아 운반선-또 다른 운반선-다른 트롤선-또 다른 배를 타고 내리기를 거듭한 끝에야, 한국을 떠난 지 12일 만에 89일간 과학 조사를 벌일 77오양호에 오른다. 그렇게나 멀고, 가기 어렵고, 가는 사람이 없는 곳이 대서양 남서쪽 41해구 남위 41-48 서경 62-56, 섹터 3.1해역에 있는 포클랜드 공해 어장이다. 한국인 10명과 인도네시아인 18명, 필리핀인 16명 등 선원 45명과 1명의 옵서버는 2만 킬로미터 밖 그 바다 위 한 점에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석 달간 조업을 일삼았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오징어와 가오리, 각종 생선들은 그들이 그렇게 올려서 붓고 자르고 얼려서 보내온 것들이다. 바다도 걱정이고, 바닷사람도 걱정이고 바닷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먼바다에서 끌어올린 바다 생물들은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할까? 바다에서 뭘 먹고 샤워는 어떻게 하지? 잠은 어떻게 자고 쉬는 시간에는 뭘 할까? …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사소하지만 궁금했던 바다 위의 삶, 선원들의 일상을 꼬치꼬치 보여 주는 데 있다. 바다 생물들의 상태를 조사하여 기록하는 옵서버는 바닷속 쓰레기와 오염이 걱정이다. 이젠 다 시어빠진 중늙은이들만 남은 한국 원양어업도 걱정이고, 선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걱정이다. 그러나 모진 바람을 만나 거칠게 ‘롤링’하는 배 위에서 이런 걱정은 차라리 배부른 소리다. 망망대해 위에서도 매일같이 세 끼를 먹고 잠을 자고 샤워를 하며 속옷을 빨아야 한다. 바다에서도 USB에 담아 온 드라마와 영화, 각종 오락 프로그램을 봐야 이야기가 통하고, 급할 때는 이메일도 보내야 한다. 물고기만 잡으면 끝인가. 골라내고 분류하고 자르고 포장해서 얼리고, 청소하고 어구들도 손봐야 한다. 옵서버라고 예외는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조업과 잔업의 쳇바퀴 틈틈이 밀려오는 그리움은 어쩔 것인가. 결국 바다 걱정으로 시작된 여정은 바다 걱정에 바닷사람 걱정을 얹어서 끝이 난다. 지금도 거기서 꿈틀대고 있을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먼바다 생물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정작 그것들이 어떤 경로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잘 모른다. 일종의 ‘바다맹盲’이라고나 할까. 다른 직업에 비해 원양어업이나 그 선원들에 대한 관심도 적다. 저자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육지가 세상의 모든 바다와 연결되어 있듯, 육지의 삶과 바다의 삶도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육지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원양어업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저자는 이 고단한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모두 힘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먼바다에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 거기서 꿈틀대는 생명체들을 잊지 말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렇게 최희철 옵서버는 육지에서 몇 달간 어슬렁어슬렁 두 다리로 마음껏 걸어서 돌아다니다 출간 열흘 전 다시 칠레 푼타아레나스로 떠났다.

저자 소개

시인이고 항해사이며, 현재 ‘어업 옵서버’로 활동 중이다. 녹색과 잡종을 지향하는 비실체론자이며 ‘베르그송’과 ‘레이디가가’를 좋아하는 ‘베르그송-가가주의자’이다. 지금 ‘잡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사진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이광수 교수와 공저), 2014년 『북양어장 가는 길』, 2011년 시집 ‘영화처럼』을 발간하였다.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2005년 인터넷 문학상, 1982년 향파문학상 등을 받았다. 1983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고 약 7년 간 원양어선과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였다. 한국전쟁 때 함경남도 신흥군 하원천면에서 내려온 아버지 최운표 씨와 전라남도 고흥군 녹동읍에서 산업화 물결에 따라 흘러온 어머니 김추옥 씨가 만나 ‘1961년 부산시 남구 우암동 198번지’에서 태어났다.

책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거대한 구조 속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어떤 측면에서 ‘허무한 삶’이고, 허무함은 언제든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삶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에 무관심해서라기보다는,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리는 데 무관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 5쪽

원양어선에서 외국 선원의 비중이 높아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자본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양어선의 노동조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선원들이 원양어선 승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그 ‘열악함’이란 육지와의 먼 거리와 단절의 문제, 노동시간 및 강도의 문제, 바다의 위험성, 그리고 노동조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 등이다. 자본은 이런 문제에 직면하여 노동자들을 분리하여 관리함으로써 부족한 한국 선원 수급 문제와 임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44쪽

속옷이나 양말은 샤워를 마치고 샤워장에서 손빨래를 하기도 한다. 벌거숭이로 팬티나 양말을 바닥에 부비다 보면 약간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러다 심한 롤링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뚱이들이 빨래를 부여잡은 채 한쪽 구석으로 처박힐 때가 있는데, 그러면 어색하여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있다. ‘집에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줄 알고 있을까?’ -85쪽

목차

나는 옵서버다
81년의 선원수첩과 16년의 선원수첩
바다생태계의 타자他者, 취약해양생태계
따뜻한 러시아 선원들
트롤어선을 소개합니다
공해와 배타적경제수역
어선의 선원 구성
하루 네 끼 준비하는 다국적 식당부원들
인터넷만 마음껏 써도 좋으련만
고정! VHF 채널 16번
하드디스크 좀 빌립시다
그물도 렛고, 사람도 렛고
기계가 지배하는 트롤어업
투망, 예망, 양망
스페인망과 잡어망
앵커는 육지 사람들의 환상일 뿐
롤링, 그 끝없는 흔들림
벌거숭이로 빨래를 부여잡고
원양어업의 주인공들
그물 교체는 힘들어
물고기떼를 저격하라
‘보따리’를 끌어올려라
배 위에서 만난 죽마고우
바다도 육지가 있을 때 바다인걸
욕망을 비우는 ‘설사’
용기로도 못 피하는 위험
그물이 찢기거나 잃어버리거나
목숨을 노리는 육중함 feat 시간
문을 잠글 수 있었다면
뱃멀미보다 강한 육지멀미
사력을 다해 물고기를 밀어내라
손이 빠르다고 민족의 우수성?
처리실, 앎의 향연
부어 놓은 물고기 처리하기
물고기 배를 가르며
명란수당을 놓고 벌였던 채란전쟁
직선으로 가는 배는 없다
여유 있게 과하지는 않게
가지런히 나열하라
크기별로 일본판, 한국판, 오만판
하루에 45톤 굽기
얼려서 최대한 쌓기
남과 비슷해야 몸이 편하다
소음이 정보 다발로 변하는 기관실
배를 스타보드로 돌려라
도선사의 9가지 명령
선회창 돌아가는 소리
이제 중국 어선의 선장은 중국인
비악질 상어를 다시 풀어준대도
그들이 부둥켜안았던 선수루갑판
우리도 예전엔 저렇게 웃었는데
삶의 주름을 만드는 시간의 속도
바다에서 1마일이면 바로 옆
접선은 위험하다
상대의 적색등을 왼쪽으로 보며 피하라
비둘기바다제비, 검은눈썹알바트로스…
오징어와 로리고의 차이
세상에 완벽한 정보란 없다
바다 생물의 성별
문어의 소중한 장소
8자링 하나를 만들어 내기까지
그물에 걸려온 돌멩이 하나
뻘 반 오물 반, 가오리밭
고래 사체를 처리하며
육지가 바뀌어야 바닷속도 바뀐다
바다로 먹고사는 사람의 딜레마
온몸이 설레는 입항 준비
선물용 ‘개밥’
갑판부원들도 바쁘다 바뻐
긴 항해의 마침표, 입항
몬테비데오의 세뇨리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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