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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뒷모습

정찬주 저 | 한결미디어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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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160783 / 288쪽 220 x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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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법정스님의 숨겨진 일화들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 -고요한 자리가 그대로 선임을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 40여 컷 -법정스님의 가풍을 이어 받은 산중생활의 봄여름가을겨울 인적 없는 남도산중에 내려가 16년째 고독한 집필생활에 전념하고 있는 정찬주 작가가 산중일기처럼 담담히 써내려간 삶의 단상과 낭만과 추억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고 답하며 찾은 즉문즉답과 같은 사색의 언어들. 집착을 버리고 자유자재하게 사는 인생은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가야 행복의 길이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적어내려간 명상의 글들. 바람처럼 막힘없이, 구름처럼 자유롭게, 때로는 송곳같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단순명쾌한 식견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지친 이들에게,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것같이 혼란스러운 세상 앞에 정찬주 작가가 전하는 인생 응원가!

저자 소개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왔다. 법정 스님은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현재 전남 화순 쌍봉사 옆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 『이순신의 7년』 『천강에 비친 달』 『인연』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다산의 사랑』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다불』 『만행』 『대백제왕』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암자로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정찬주의 다인기행』 『뜰 앞의 잣나무』 『불국기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 등이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 2011년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했다.
경원대학교 조소과 졸업.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의 삽화를 그렸고, 그림동화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 동자』 등을 냈다. 현재 제주도 해녀를 소재로 한 그림동화를 작업 중이다. 

책 속에서

입적하신 스님이 그리울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한번은 스님께서 국수를 끓이시고 내가 설거지 당번을 맡았을 때다. 스님께서 삶은 국수를 불일암 우물가로 가져가 찬물에 헹구어 식히는 와중에, 꼬들꼬들해진 국수 몇 가닥이 우물 밖으로 넘쳐흐르는 물에 떨어졌다. 순간 스님께서 망설임 없이 국숫발을 주워 드시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신도가 수행 잘하라고 보내준 정재(淨財)인데.” 진정한 수행자란 상담이나 하는 카운슬러가 아니라 설명 없이 행동으로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_21-23쪽

 

“불교에 대한 박해가 말할 수 없이 심했던 조선왕조 때 심어서 가꾸어온 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뽑혀 나간 이 연꽃의 수난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대통령이 공무원을 보내 ‘연못에 다시 연꽃을 심도록 조치했다’고 전하면서, 스님을 청와대로 초청하려 했지만 사양했다고 말씀하셨다.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한 셈이었다. 권력자를 멀리하고 힘없는 자를 가까이하는 수행자이시기 때문이었다. [...] 부처님도, 주변의 무리가 향기롭지 않을 때는 함께하지 말고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셨다._34-36쪽

 

“선은 모방과 획일성을 배격한다. 저마다 업을 달리하면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데, 어째서 남의 흉내나 내면서 범속하게 살려 하는가.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일깨워 개척하지 않고 남이 닦아놓은 남의 길을 안일하게 가려는가. 선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한한 창조성에 몰입하여 끝없는 빛과 한없는 목숨을 드러내는 일인 것이다.” [...] 그러고 보면 조주선사나 스티브 잡스는 구름 위에 머물러 있던 고고한 선불교를 형이하학적인 세계로 끌어내린 선의 경영자가 아닐까 싶다._40쪽

 

『무소유』를 가지려는 소유의 광풍은 이제 잦아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긴 『무소유』가 소유의 대상이 되었으니까. 사람들은 왜 『무소유』를 소유하고 싶어 했던 것일까? 가지고 싶어 하는 것과 읽고 싶어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한 심리상태는 무엇일까? 스님은 현대인들의 소유지향적인 마음이 『무소유』에서 위안을 받았으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_59쪽

 

“스님, 직장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만두려는 마음이 얼마나 되지요?” “49퍼센트쯤 됩니다.” “그렇다면 더 다니시오.” [...] 이후 세월이 십여 년 흘렀다. 나는 또 예전처럼 번민에 빠졌다. [...] “스님, 이제는 정말 직장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51퍼센트,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49퍼센트입니다.” “그렇다면 그만두시오. 삶이 실패하더라도 1퍼센트가 극복의지가 될 것이오.”_66-68쪽

 

스님께서는 언행이 맑은 수행자들에 대해 가끔 이야기해주셨다. 해제 때 선객들이 벗어놓고 간 양말이나 러닝셔츠를 빨아 다리 밑에 사는 넝마주이들에게 갖다주는 스님, 못 자국 하나 없는 빈방에서 차를 마시는 스님, 드라이버를 지니고 다니면서 버스 안 기기들의 느슨해진 나사를 조여주는 스님, 신도들에게 신세지기 싫다고 도시락을 싸와 공원에서 식사하는 스님, 산길을 넓힌다고 함부로 나무를 베지 않는 스님 등을 좋아하셨다. 한마디로 수행자다운 수행자를 칭찬하고 가까이하셨다._78-79쪽

 

법정스님은 오입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입(寺入)’이라고 말씀하셨다. 사전에 없는 단어인 사입은 광신적으로 절에 다니는 것을 뜻한다. 제정신으로 살자는 것이 신앙생활의 기본인데, 가정생활을 다 팽개치고 절에 미쳐 다닌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스님은 절집 안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행태도 결코 방관하지 않으셨다. 특히 절 안에서 버젓이 벌이고 있는 상행위를 못마땅해하셨다. [...] 안내소나 종무소 앞에는 불단에 올릴 쌀은 얼마, 초는 얼마, 아직 짓지도 않은 전각의 대들보는 얼마, 기둥은 얼마, 서까래는 얼마, 기왓장은 얼마 하고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법정스님이 보았다면 어찌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씁쓸한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셨을 것이다._90-92쪽

 

‘아무 조건 없이 제가 대원각을 내놓겠으니 스님께서 받아주십시오. 다만 절이 잘 운용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감사 한 사람을 둘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감색 양복을 입은 남자는 감사 후보자임이 분명했다. 그때 스님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섰다. “우리나라에는 고승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보신 뒤에 믿음이 가는 분에게 시주하십시오.” 스님은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바로 나가버리셨다. 그때부터 여사는 2년 동안, 사람들이 고승이라고 존경하는 스님들을 찾아가 두루 만나보았다고 한다. 여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에다 여사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더 붙여 맡겠다는 스님들이 제법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사는 결국 다시 법정스님을 찾아와 “감사를 두겠다는 조건을 거두겠으니 받아주십시오”라고 하소연하며 당시 1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시주했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스님이지만 자신의 재산에 정작 무관심했던 스님이기 때문이었다. 여사가 생각하는 고승의 조건이란 그것이 전부였다. 자신의 재산을 받아줄 스님을 기어코 찾아낸 여사의 내공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_98-99쪽

 

“인사동을 지나다가 가야토기가 마음에 들어 사 왔습니다.” [...] “토기는 다 무덤에서 나온다던데?” “신분이 높은 사람의 무덤에서만 나온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고개를 저으며 한 말씀 하셨다.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나는 법이라며 토기도 무덤에 있어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고 충고하셨다. [...] 요즘 도회지 찻집을 가보면 문짝이 장식용으로 벽에 걸려 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요강이 천장에 붙어 있을 날이 올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하셨다. [...] 망자의 것이지 내 소유가 아니라는 자책이 들었다. 선물을 하고 후회해보기는 처음이었다._108-109쪽

 

법정스님 역시 상좌 받기를 꺼려했다. 불일암에 가서 “왜 상좌를 두지 않습니까?”라고 여쭈면 부처님도 55세 이전에는 시자를 두지 않았다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서 ‘내 손발이 상좌’라고 하셨다. [...] 법정스님은 1983년부터 덕(德) 자 돌림의 상좌를 받기 시작했다. 내가 “왜 덕 자 돌림으로 하셨습니까?” 하고 묻자, 스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답하셨다. “내가 덕이 없기 때문이오. 제자들만큼은 덕으로 둘레를 맑히며 살라고 덕 자를 붙여주었어요.”_124-127쪽

 

불가에서는 행운을 부르는 행동을 두고 발복(發福)한다고 한다. 행운이 꽃처럼 피어난다는 뜻이다. 반대로 복을 까먹는 행동을 두고 복감(福減)한다고 한다. 복을 더는 행동이니 불행을 자초하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발복과 복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입을 닫고 있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허튼 생각 하나만 해도 그것은 복감이다. 그러니 인생이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_148쪽

 

서울에서 방일했던 내가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든 것도 산중 농부들 덕분이리라. 17년 전 낙향했을 때였다. 나야말로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부들은 동창이 훤해질 무렵까지 잠자던 나와 달리 새벽부터 다랑논밭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리 밖에 있는 면소재지로 나가 호미 한 자루를 사와 방벽에 걸어두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하나’라며 스스로 묻곤 했는데, 그 무렵의 나를 항상 잊을 수가 없다._169쪽

목차

작가의 말 ― 법정스님의 마지막 선물

1부 뒷모습이 참모습이다
마지막 봄 말씀 | 스님, 고향이 어디세요? | 스님의 가정방문 | 파리에 대하여 | 대통령의 초대 | 스티브 잡스와 선 | 스님의 모국어 사랑 | 달라이 라마는 어떤 분입니까? | 뒷모습이 참모습이다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세상 | 입과 눈과 귀 | 49퍼센트와 51퍼센트 | 여러 사람에게 갈 행복 | 좋은 친구 찾기 | 혼밥과 혼차 | 세 권의 책 | 절은 절하는 곳이다 | 고승의 조건 | 너무나 인간적인 축사
후회스러운 선물 | 수행자인가, 수필가인가? | 사진 한 장을 받다 | 법정스님 찻잔 | 부처님의 바보 제자 | 우연은 없다 |

2부 법정스님처럼
이불재 겨울
연통과 소통 | 무소유 길 | 살얼음판 위에 선 인생 | 사립문과 고드름 | 산중의 바깥식구들 | 한 뿌리의 이파리들 | 낙향한 작가의 예의
이불재 봄
텃밭의 호된 가르침 | 소나무를 심은 뜻은 |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다리인가? | 씨앗은 진퇴를 안다 | 잡초와 약초 | 차를 마시면 흥하리
이불재 여름
고요한 아침식사 | 칡덩굴의 탐욕 | 1004달러 | 더울 때는 더위 속으로 | 길고양이의 보은 | 참된 공생이란 | 외로움이 힘이다 | 달을 구경하다
이불재 가을
도자기의 환골탈태 | 아버지 이순신 | 모든 생명의 가치는 같다 | 은목서 향기에 가을이 깊어가네 |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 카잔차키스를 찾아서 | 산방의 가을 손님들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3부 법정스님과 나
스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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