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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430590 / 304쪽 182 x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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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음식을 소재로 한 체호프의 단편 소설들 안톤 체호프는 그의 단편소설들과 희곡들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명하다. 끊임없이 번역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일 것이다. 이번에는 음식을 소재로한 단편 소설들을 묶었다.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음식’만큼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도 드물 것이다.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 음식에 대한 인간의 관계는 물론 불가분한 것이지만, 음식은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욕구 이상으로 다양하게 부풀려진 욕망 속에서 소비되고 있다. 사바랭은 자신이 쓴 『미식예찬』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음식은 보다 보편적인 인문학의 의제들과 만나면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코드이자 세상을 해석하는 문제의 틀이 될 수 있다. 문학에서도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음식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 인간관계와 신분관계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음식과 음식문화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누군가 선호하는 음식이나 먹는 방법은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포이어 바흐도 “인간이란 그가 무엇을 먹는가로 정의된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란 그가 먹는 음식에 의해 그 존재가 규정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욕망인 음식이 어떻게 인간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음식이 곧 그 사람이다 먹는 행위는 단지 생물학적인 기본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이상이다. 음식물 섭취는 문화적으로 틀이 잡히고 사회적으로 결정된 주요한 행위이다. 음식이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먹기에도 좋고 생각하기에도 좋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해석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 된다. 따라서 이제는 기호학자나 문화 이론가들도 음식문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들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기 시작했다. 문학작품들에서 음식묘사는 “화려한 향연을 그린 장면에서, 그리고 식탁을 둘러싼 자리를 지정 받는 것부터 손님들의 시중 받는 순서까지 모든 것이 계급과 성에 대한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엄격하게 반영하는” 격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문학텍스트가 아닌 다른 면에서 음식을 묘사하는 작가들도 많다. 톨스토이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서 금육을 주장하며 행동으로 실천한 작가로 유명하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비꼬는 데에 음식을 이용해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새뮤얼 존슨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서 그들이 말(馬)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산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이며, 자기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으면, 또는 자신이 먹는 음식과 같은 것을 먹지 않으면, 곧 그 사람은 적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했다. 실제로 어떤 문화권에서 ‘적’에 해당하는 낱말을 풀어보면 글자 그대로 ‘입맛이 다른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는 모임이고 모임에는 음식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사회화란 사람이 살면서 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내면화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인간의 사회화는 음식을 먹는 행위로부터 비롯된다. 즉 아기가 처음 젖을 빨 때 이미 ‘사회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년기 음식섭취의 경험은 삶의 원초적 토대가 되고, 어린 시절 음식과 관련된 갖가지 상황들은 평생 기억에 남는 법이다. 게다가 사람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그 자체가 당시 사회의 생태적 조건과 역사에 의해 선택되고 가공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때 친밀한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음식이다.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한 단계 밀착된 관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호프의 음식 묘사와 그것을 먹는 모습의 묘사에서 우리는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쿨레뱌카는 무조건 맛있죠. 우리는 그 마성의 맛에서 벗어나질 못하죠. 한 쪽 눈을 감고 이렇게 파이를 한 조각 떼어서 손가락으로 요렇게 살살 만지작거리면 행복해집니다. 그걸 입에 넣으면, 기름이……. 파이 속은 달걀과 고기의 내장과 양파가 잔뜩 들어 있고 육즙이 풍부하죠…….”
서기는 눈알을 굴리면서 입을 귀밑까지 일그러뜨렸다. 명예 치안 판사는 아마도 쿨레뱌카를 상상하고 있었던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지역 판사는 중얼거리면서 다른 창문 쪽으로 옮겨 갔다.
“두 조각을 먹고는 세 번째 조각은 야채 수프를 마실 때 먹으려고 남겨 두지요.” 서기는 열심히 말을 이어갔다. “쿨레뱌카를 다 먹고 나면 식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즉시 야채 수프를 달라고 하세요. 야채 수프는 아주 뜨거워야 해요. 소(小)러시아의 방식대로 햄과 소시지를 넣고 비트로 만든 보르시치 수프가 가장 좋지요. 거기에다 스메타나와 허브를 넣은 파슬리를 곁들이는 거죠. 내장과 신선한 간을 넣어 만든 라스솔리니크도 근사하죠. 만약 유럽식 수프를 좋아하신다면 수프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뿌리와 잎사귀를 같이 넣은 것이죠. 예를 들어서 당근, 아스파라거스, 콜리플라워 같은 법리학적으로 유사한 것들 말이예요.”
“참 근사한 음식이지…….” 의장이 종이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제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여보게, 제발 부탁이네! 이렇게 하다가 난 저녁때까지도 소수의견을 다 작성하지 못하겠네! 네 장째 버리고 있다구!”
79-80쪽
랴보프스키는 차를 마시면서 올가 이바노브나에게 그림 그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이 없고 재미없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화가도 아니며, 자기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보들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칼을 집어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의 가장 잘 된 스케치를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차를 마신 후 그는 우울하게 창가에 앉아서 볼가 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볼가 강은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았다. 흐릿하고 차갑게만 보였다. 모든 것이 황량하고 우울한 가을을 연상시켰다. 자연은 볼가의 강 연안에서 빛나는 현란한 초록색과 다이아몬드 같은 햇살과 푸른 하늘과 축제의 광채를 끌어모아 다음 해 봄까지 가슴에 묻어놓은 것 같았다. 강 위를 날아가는 까마귀 떼들이 올가를 놀렸다.
“알몸이네! 알몸이야!”
랴보프스키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은 완전히 지쳤으며 재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상대적이며 어리석어 보였다. 그는 이 여자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칸막이 뒤 침대 위에 앉아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한 황갈색의 머리칼을 빗질하며, 자기 집의 응접실과 침실과 남편의 서재를 떠올렸다.
183쪽
어리석은 프랑스인… …………………………………………7
이반 마트베이치… ………………………………………… 15
성주간 전날 밤 ……………………………………………… 27
생굴… ……………………………………………………… 37
삶의 권태로움 ……………………………………………… 45
사이렌 … …………………………………………………… 75
이오느이치 … ……………………………………………… 86
사랑에 대하여 ………………………………………………124
구즈베리 … …………………………………………………142
경박한 여자… ………………………………………………162
술안주 … ……………………………………………………211
아가피야 … …………………………………………………217
아리아드나… ………………………………………………236
작품해설:체호프의 문학에서 음식과 인간의 욕망 ……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