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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내력

시리즈 : 호밀밭 소설선 [2]

오선영 저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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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8937638 / 276쪽 205 x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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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위장된 삶의 허위의식 비판과 부유하는 삶에 대한 응시 소설가 오선영이 등단 5년 만에 첫 소설집

저자 소개

greenz45@naver.com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해바라기 벽>으로 등단하였다. 제9회 토지문학제에서 단편소설 <백과사전 만들기>로 평사리토지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머리말

"「모두의 내력」은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제목이면서도,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력이란 단어에는 ‘역사’가 주는 무거움과는 다른, 개인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삶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역사’가 승자의 기록, 남성의 일대기, 왕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의 이야기라면 문학, 그 중 소설은 패자와 여성, 아이, 장애인, 기득권이 되진 못했지만 기득권자보다 더 많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지만, 한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소설이 바로 이것이에요. 거대서사에서 말하지 않는, 말할 수 없었던,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내력’은 소설집 전체 제목으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 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있는 저도 말이죠.
음… 하지만 그 내력을 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까요? 발굴현장에서 나온 유물에 대해 우린 이런저런 추정과 판단을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 이들은 이미 지금 여기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우린 사물을 가지고, 그것의 쓰임과 역할에 대해 추정할 뿐이죠.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일이 이런 뜻이었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혹은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삶은 더 미지의 대상 같아요.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게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모른다고 내버려둘 순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물이나 사람,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요, 알지 못하지만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안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귀 기울이는 것.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애도와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희미한 희망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게 제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위로와 애도의 방법인 듯해요.“ - 소설가와의 만남, 261-263p


책 속에서


카메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유명 블로그에 오른 벽화 그림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검은색 도둑고양이와 노란머리의 어린왕자를 같은 앵글에 담을 수 있는 장소를 그들이 놓칠 리 없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 속에는 구역질나는 공중화장실이 없었다. - <해바라기 벽>, 14p

우리 집 벽과 담에 노란 해바라기가 수십 송이 피었다. 해바라기가 이글이글 뿜어내는 열기에 집안은 한증막처럼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할머니와 나는 해바라기 씨앗처럼 작고 까맣게 익어갔다. 우리는 해바라기 감옥에 갇혀 버렸다. - <해바라기 벽>, 22p

내 얼굴은 도굴꾼에게 금궤를 도난당한 인디아나 존스 같았다. 뭐라고 말해야 되나. 인디아나 존스와 라라크로프트는 내 영웅이자 롤 모델인데. 면접관은 그들을 한갓 유물파괴범, 죽은 사람의 물건이나 훔치는 잡도둑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 <모두의 내력>, 74p

김일성과 생일이 같은 아이는 나였다. 도시 아이들은 몰라도 강원도 최전방에 살았던 우리는 알았다. 우리는 도덕시간에도 반공교육을 받았다. 도시 아이들이 ‘후레시맨’과 ‘베르사유의 장미’를 볼 때, 우리는 정훈장교 아저씨가 틀어주는 ‘빨간 마후라’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봤다. - <백과사전 만들기>, 138p

이름부터 집이 아니라고 말하는 ‘원룸’ 조차도 이전의 웬만한 ‘집’값을 넘을 정도로 비쌌다. 여자는 자신이 이 사회를 위협할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병균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누구도 저를 집 안에, 방 안에 들이는 것을 꺼려했다. - <밤의 행진>, 163p

나를 괴롭히는 건 엄마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내가 그 아파트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돈을 모으는 동안, 나는 왜 돈을 모으지 못했는가였다. 나는 엄마보다 젊은 데, 공부도 더 많이 했는데, 더 건강한데. 나는 지금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 <부고들>, 199-200p

아기는 너무 작고 연약해서 조금의 힘만 줘도 바스러져 버릴 것 같았다. 내게 모든 것을 의탁하고, 의지하고 있는 저 힘없고 가여운 존재,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숨 쉬는 것뿐인, 본능 밖에 없는 미숙한 생명체, 아직 탯줄도 채 마르지 않은, 작디작은 인간. - <상자>, 234p

목차

해바라기 벽
로드킬
모두의 내력
칼
백과사전 만들기
밤의 행진
부고들
상자

소설가와 만나는 시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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