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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2783783 / 44쪽 220 x 31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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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953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 도서
[작품에 대하여]
한스 피셔의 그림은 꼭 그리다 만 것 같다. 쓱쓱 펜으로 휘갈긴 뒤에 척척 물감을 뒤바른 그림, 그것도 고루고루 묻지 않아 안 묻은 곳이 더 많고, 배경은 아예 텅 빈 페이지가 더 많다. 빈 곳, 난 곳 하나 없이 물감을 꼭꼭 밀어 넣고, 표정 하나, 동작 하나 놓칠세라 낱낱이, 샅샅이 그린 그림에 익숙한 눈에는 언뜻 엉성해 보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캐릭터들은 팔팔 뛰어다니는 듯하다.
피셔는 제네바의 에꼴 데 보자르에서 공부할 때에 스승인 화가 클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클레는 “나의 임무는 외관을 재생하는 데에 있지 않다. 그 일에는 나보다 사진이 훨씬 더 능숙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의 심장에 닿는 일이다.”라고 했으며, 이 말은 피셔의 그림에도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어린 시절, 몇 시간씩이나 밖에 죽치고 앉아 동물이며 식물을 관찰하던 작가의 습관 덕분인지, 세세한 묘사가 생략되어 있는 스케치 같은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움직임이며 표정 하나하나에,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고양이의 희망, 도전, 좌절, 극복이 온전히, 생생하게 드러난다.
동물이 득시글거리는 이 그림책의 단 하나뿐인 등장인물, 리제테 할머니는 코끼리 바바 시리즈에 나오는 귀부인처럼 동물들의 보호자 노릇을 한다. 리제테 할머니의 집은 고양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착하다는 수식이 따라붙고 표정이 밝기에 망정이지, 수위 노릇에 목수며 보디가드며 가정부 노릇까지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해 신데렐라로 오인 받기 십상인 강아지 벨로를 보면 이 집이 고양이 말고 다른 동물들에게도 천국인지는 미심쩍지만, 어쨌든 고양이들은, 뜨개질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야단을 맞길 하나, 집 안을 들쑤셔 놓는다고 지청구를 듣길 하나, 심지어는 한 마디 말없이 외박을 해도 몸만 성하면 그만이다.
이런 천국에서 피치가 꾸는 꿈은 어떤 ‘고양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수탉도, 오리도, 영양도, 토끼도, 제 눈에 뵈는 것은 무엇이든 되어 보고 싶어 하고, 그저 그러고 싶어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과감히 도전하는 배짱 좋은 고양이다. 태어나자마자 제 분수를 알고 고양이답게 실타래를 갖고 노는 순하디 순한 형제들과는 달리, 그냥 고양이기가 너무 시시해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는 제임스 딘 고양이, 하지만 이 용감한 고양이는 힘이 월등히 세지도 않고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없다. 조그맣고 약하고 보잘것없어서 오히려 길거리에 뒤채는 아이들을 그대로 닮아 있다. 꼬마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꿀 수 없는 피치의 꿈은 애당초 꺾일 수밖에 없지만, 팔자가 그렇게 타고났으니 아예 딴 게 될 생각도 않는 것과, 제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깨달음을 얻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이 고양이야말로 떡잎부터 알아 볼 만한 ‘될 성부른’ 고양이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