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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166038 / 208쪽 124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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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언어로 일상의 틈새와 여성의 욕망을
파고드는 작가 조애나 월시,
호텔을 매개로 비범한 언어 실험을 펼치며
결혼과 가족, 여성의 삶을 탐구하는 창조적 논픽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조애나 월시는 결혼 생활이 불행으로 치닫는 와중에 호텔 리뷰어로 일하면서 여러 호텔을 전전한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해 『호텔』이라는 책을 짓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호텔들을 소개하고 품평하는 책일까? 혹은 호텔들의 종류와 그 공간들의 기능과 감별하는 책?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언어로 일상의 틈새와 여성의 욕망을
파고드는 작가 조애나 월시,
호텔을 매개로 비범한 언어 실험을 펼치며
결혼과 가족, 여성의 삶을 탐구하는 창조적 논픽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조애나 월시는 결혼 생활이 불행으로 치닫는 와중에 호텔 리뷰어로 일하면서 여러 호텔을 전전한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해 『호텔』이라는 책을 짓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호텔들을 소개하고 품평하는 책일까? 혹은 호텔들의 종류와 그 공간들의 기능과 감별하는 책?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호텔에 관한 책이지만 동시에 호텔의 반대인 집과 가족에 관한 책이기도 하며, 또한 비상한 성찰과 언어 사용, 형식 실험으로 이 모든 소재를 낯설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손꼽힐 작가로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은 이 책에서 월시는 불안과 아픔, 유머를 뒤섞은 솜씨로 호텔-집이라는 공간을 매만진다. 그녀의 손길 아래 익숙했던 소재들이 문득 새로운 모습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결혼 생활, 집, 집일, 집일하며 기다리는 여자……
호텔을 출발점 삼아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지적이고도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헤치는 자전적 에세이
‘호텔’이라는 제목을 버젓이 달고 있지만 이 책은 결혼과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제도들에 속한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집일homework에 얽매여 있지 않은 여성이 얼마나 되겠으며 이들이 호텔 생활을 꿈꾸는 것은 또 얼마나 그럼직한 일인가.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도 집과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일의 다수가 당연히 그녀 몫이 되니, 이 일은 바깥일과 달리 언제나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집일은 닫힌 문 뒤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침대를 만들기 위해 판자를 자를 때와는 달리 이 일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침대를 정리할 때마다 시간은 도로 물린다. 집일(청소, 다림질, 빨래)은 도로 물리는 일이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집일도 하나의 기예고 보통 파트너 중 한 명이 이 기예를 좇게 되는데 그 사람은 대개 여자 쪽이다, 그에 따라 이이는 남편이 없을 때는 그를 기다리는 존재, 있을 때는 그에게 보이는 존재가 된다.
“오늘 당신은 퇴근하고 한잔하러 갔다. 난 이미 상당한 시간을 우리 아이들과 걔네 친구들을 돌보며 보내고 있던 참이다. 난 시계를 오 분 전에, 이 분 전에 확인했고, 이 분 후, 오 분 후, 십오 분 후, 삼십 분 후에 확인했다. 당신에게서 마침내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당신의 의사를 묵묵히 그리고 나부시 받아들였고, 더 늦게 놀다 오고 싶지는 않냐고 물었다. 결혼이란 이런 것일 테지, 서로를 위해 각기 공간을, 각자의 방을 마련해 주는 것. 그런데 내가 방에 그리고 집에 있는 지금, 당신은 그렇지 않다. 오늘밤 나는 결혼 생활을 경험하고 있으나 당신은 그렇지 않다. 당신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직장 동료들과 한잔하러 갔겠지만 나는 결혼이 아니었다면 이 방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이 와중에 당신은 당신 역할대로 저만치서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아이들을, 동물들을(당신과 내가 함께 우리 집에 채워 넣은 존재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이들은 물론 또 저들 나름의 판자로 만든 침대를, 그리고 그 침대의 계속적인 정리와 정리의 물림을 필요로 했다. 전자가 한 행위면 후자가 또 한 행위였다. 당신은 내가 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길 좋아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을 스스로에게 허용했다. 물론 최선의 의도에서 그랬겠지만, 내 일새를 흡족히 바라보기 위한 의도에서 그랬겠지만 말이다.……이렇듯 내 일은 바라봄의 대상이었던 반면에 나는 당신이 하는 일을 볼 수가 없었다. 텔레비전 화면이란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법이니. 당신은 외롭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는 언제나 지켜볼 상대가 있었으니까. 이런 걸 일컬어 보살핌이라고 한다.”
결혼과 더불어 보금자리로서의 우리 집을 꿈꾸던 그녀는(“우리 집이란 곧 희망에 있었다”) 더는 우리 집을 희망하지 않게 된다. 결혼 생활은 불안함과 수치심으로 가득한 경험으로 변모한다.
“당신이 집에 있으면서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불안할 것이다. 당신이 지켜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런 방식으로조차 집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날 불안하게 만들 터였다. 내겐 그 눈길이 필요했다. 당신이 보지 않으면 그건 일이 아니었다. 일이 아니라면 그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었다. 당신이 보지 않는 한 내 집일에는 갈피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이 여기에 없으므로 그때만큼 술을 마실 필요가 없다.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놔두고 당신 혼자서만 뭔가 하고 있으리란 생각으로 마음 졸이는 일도 없다. 설사 내가 여기서 혼자, 언제나처럼,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해도. 이는 허락된 일이다. 난 당신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불만이었다. 당신이 하는 무해한 일 하나하나가 나를 업신여기는 것만 같았다.”
결국 결혼은 파경에 이르고 월시는 호텔 리뷰어로 온갖 호텔을 오가게 된다. 동경의 대상이자 도피의 약속을 제공하는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그녀는 안식을 누렸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하기도 하다. 호텔에서는 숙박비를 치르는 한 뒤치다꺼리할 걱정 없이 마음껏 여유로이 지낼 수 있다(“호텔에 있는 동안 나는 규칙일랑 훌훌 까먹고 샴페인으로 욕조를 채울 수도 있고 텔레비전을 창밖에 내던질 수도 있다. 내 행동에 가타부타할 사람 하나 없는 곳이 호텔이다”). 그럼에도 호텔은 거주를 위한 공간이 아니며(“호텔은 머무르기 위한 곳이지만 여기서 가능한 머무름이란 그 반대를, 즉 떠남을 아우리는 머무름이다”), 여기서는 무엇도 시작할 수 없고(“우리는 우리가 그곳에 잠시 머무를 뿐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기에 그곳에서 우리의 미래를 짓고자 생각지 않는다”) 무엇도 끝낼 수 없다(“난 끝을 내려고 힘들여 나아가고 있다. 당신을 떠나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결말은 당도하고 있지 않다. 결말은 호텔이라는 곳에는 당도하지 않는다”). 그녀는 호텔을 떠난다. 이제 그는 어디로 가게 될까? 다시 집과 가족을 구하게 될까? 행복해질까 아니면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란 그녀가 불행과 욕망을 증상 삼아 살아가는 법을 앞으로도 계속 배우리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겪고도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증상들을 잃는다면 나 또한 사라질지 모른다.”
“나는 시중들고 시중받으리라는 희망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희망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이건 얼핏 들리는 것만큼 희망 없는 일이 아니다).”
“간접적인 것, 은유, 실언은 다른 그 무엇을 능가하는
직접성을 띨 수 있다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언어와 형식의 실험을 통해 경험의 근원에 다가가고
익숙한 서사에 읽기의 쾌감을 선사하는 매혹적인 글쓰기
『호텔』은 물론 호텔이라는 곳, 나름의 기능과 내부 공간과 규칙을 지닌 세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또한 온갖 언어유희와 뜻밖의 인용과 예민한 관찰력이 이 세계를 (그리고 물론 집과 가족이라는 반대편 세계도) 굴절시키고 해체하는 책이다. 소격 효과와 낯선 두려움이, 이로 인한 지적이고 감각적인 쾌감이 책 전체에 출렁이며 독자에게 거리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한층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의 ‘도라’ 사례 논문, 마르틴 하이데거, 메이 웨스트, 캐서린 맨스필드, 오스카 와일드, 막스 브러더스 등의 글과 말이 종잡을 수 없게 인용되지만
P.56 : 잠자리 정리를 거들어 줄 사람이 난 필요했다. 하루가 다 저물도록 집 방방이 침대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때가 왕왕 있었다. 아예 그대로 다시 밤을 맞는 침대도 있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니고서야 누가 정리해 준다? 저희 스스로 침대를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기에는 머리가 덜 컸고, 갓난아이에 불과했고, 엄마가 필요했고, 유모가 필요했고, 가사 도우미가 필요했다. 내가 그 역할을 맡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마침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나 말고 달리 있었던가?
P.57 : 당신과 나는 집 이외에도 각자의 기예를 지닌 사람이기에, 집의 기예를 추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어려운 일을 동시에 좇기란 대체로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파트너 중 한쪽이 집을 좇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통 이 사람은 여자다. 다른 한 사람은─보통 남자로─집이 꾸려지고 살림이 챙겨지는 모습을─단 그이 손에 의해서는 아니다─흐뭇이 바라볼 수 있다. 이게 집일이다.

1부 호텔 유랑
1 호텔 유령
2부 여행 가방에서 찾은 히스테리의 단편들
2 호텔 프로이트
3 결혼 엽서
4 홈텔
5 호텔 일기
6 『독일 하숙에서』
7 호텔 막스 (브러더스)
8 대화 요법
9 호텔 막스
10 호텔 스물여섯 곳에서 보낸 엽서
감사의 말
호텔 에세이_이예원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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