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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180752 / 176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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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오늘의 시선집 (서영) [32]
출판사 리뷰
정주이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정주이 시인은 1952년에 순천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 무용을 하며 꿈을 키웠고, 문예부로 활동하면서 시인의 길을 걷고 싶어 했다. 그녀는 복받치는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게 ‘낭만과 예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또 시를 창작하는 일이 자신의 사랑이고 자신의 전부라고 얘기한다. 시를 통해 힘과 위로를 받고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며 눈물을 흘린다는 정주이 시인. 필자가 운영하는 한실문예창작반에 정주이 시인이 우연히 들러 같이 담소를 나누었고, 시 창작과 시 교정에 대해 토론한 ... 정주이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정주이 시인은 1952년에 순천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 무용을 하며 꿈을 키웠고, 문예부로 활동하면서 시인의 길을 걷고 싶어 했다. 그녀는 복받치는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게 ‘낭만과 예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또 시를 창작하는 일이 자신의 사랑이고 자신의 전부라고 얘기한다. 시를 통해 힘과 위로를 받고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며 눈물을 흘린다는 정주이 시인. 필자가 운영하는 한실문예창작반에 정주이 시인이 우연히 들러 같이 담소를 나누었고, 시 창작과 시 교정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얼마간의 공백이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가는데, 정주이 시인이 길을 가고 있었다. 이름이 언뜻 떠오르지 않아 대뜸 ‘예말이요’라고 소리쳤다. 그때 그녀는 뒤돌아보며 반가운 미소를 띄워 주었다. 이게 인연이 되어, 그녀의 닉네임이 ‘예말이요’가 되었고, 같이 시 창작하는 동지가 되었다. 함께 재미나게 신나게 시 창작 활동을 하던 중, 또 다시 그녀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알고 보니, 친정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칩거 중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 따로 문학의 길을 가던 중, 어느 날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 창작 생활을 다시 재개하겠다고 했다. 반가웠다. 이후 그녀는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tv “낭만대통령의 문학 토크”에 거의 매일 한 편씩 창작 시를 보내오는 창작 열정을 선보였다. 정말 놀라운 그녀의 시 창작 열정, 끈기, 의지, 또 시 창작 표현 기법의 점진적 발전,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도전 정신 등이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다 월간지에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도전하여, 신인문학상으로 보란 듯이 문단 데뷔를 했고, 내친김에 시집까지 발간하기로 결심을 굳히기에 이르렀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방향 설정을 하지 않았나 싶다. 행복한 박수를 보낸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정주이 시인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 감상해 보기로 하자. 가을이 익어 가는 낙엽 사이로 함께했던 시간들이 하나둘 떨어진다 비 쏟아져 적시면 석양에 걸린 못다 한 사랑이 심한 갈증 토해낸다 허공에 걸린 붉디붉은 노을 한 자락이 고독의 언저리에 맴돌다 매듭 매듭 얽힌 추억들 쓸어낸다 손톱 밑에 핏물 어리도록 물컹해진 침묵 비틀어 짜서 기억마다 흉터 쓰다듬는다. - [어떤 사연]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가을의 낙엽 위에 서 있다. 거기서 함께했던 시간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비 쏟아지고 그친 날은 석양을 바라보며 서산마루에 걸친 못다 한 사랑이 심한 갈증을 토해내는 걸 시리게 지켜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허공에 걸린 노을 한 자락이 고독의 언저리에 맴돌다 얽힌 추억들을 쓸어내는 것도 지켜본다. 그럴 때마다 시적 화자는 손톱 밑에 핏물 어리도록 물컹해진 침묵을 비틀어 짜서 기억마다 흉터를 쓰다듬는 고통도 맛본다. 시어들의 배치 솜씨가 놀랍다. 이미지 구현 위에 펼쳐지는 적절한 시어 배치 능력이 뛰어나다. 가을이 익어 가는 낙엽, 석양에 걸린 못다 한 사랑, 매듭 매듭 얽힌 추억들, 물컹해진 침묵 비틀어 짜서 등등의 신선한 표현이 시상의 흐름과 시적 형상화의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는 낯설게 하기를 통한 새로운 해석, 신선한 표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듯 보여 주는 정주이 시인의 표현 기법에 먼저 눈길이 간다. 기다랗게 깔린 추억은 적요만 맴돌고 바람만 불어도 행여 님이신가 설렌다 마중 나간 그 님은 아니 오고 젖은 꽃잎만 저리 휘날린다 너울대는 그리움 지우려 해도 뜨겁게 내리는 단비에 뼛속 깊이 외로움만 자꾸 칭얼댄다 문풍지 사이로 밀려오는 초조함이 입술 깨물며 진종일 애태우고 갈매기 치마폭에 떠도는 물거품이 머물다 간 자리 안개 덮여 가슴 쓰리다. - [기다림.2]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추억을 기다랗게 깔아 놓고 있다. 거기에 적요가 맴돈다. 사방이 조용하다. 그때 자그만 바람만 불어도 행여 님이 아닌가 하여,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마중 나간 그 자리에 님은 오지 않고 젖은 꽃잎만 휘날린다.눈앞에 너울대는 그리움을 지우려 해도 쉽지가 않다. 뜨겁게 내리는 단비에 뼛속 깊이 외로움만 칭얼대고 있다. 초조함은 문풍지 사이로 밀려오고 있다. 입술 깨물어 보지만 소용없다. 진종일 애태우며 님을 기다리는 시적 화자, 그 내면이 안쓰럽다. 갈매기 치마폭에 떠도는 물거품이 머물다 간 자리는 안개가 덮는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쓰리다. 추상(추억, 그리움, 외로움, 초조함, 가슴 쓰리다)과 구상(기다랗게 깔린, 적요, 바람, 젖은 꽃잎, 너울대는, 단비, 뼛속 깊이, 문풍지, 밀려오는, 입술 깨물며, 갈매기 치마폭, 물거품, 안개)의 조화로움, 촉각 이미지(젖은 꽃잎, 입술 깨물며, 가슴 쓰리다)와 시각 이미지(기다랗게 깔린 추억, 저리 휘날린다, 너울대는 그리움, 문풍지 사이로 밀려오는, 갈매기 치마폭에 떠도는 물거품, 안개 덮여)의 디코럼 등이 빚어내는 시적 형상화가 맛깔스럽다. 역시 시는 이처럼 이미지들과 손잡을 때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얽히고설킨 매듭 허리에 두르고 검푸른 떨림으로 시간을 내려놓는다 헐떡이는 둥지는 초침 위로 뱉어내고 덕지 덕지 물든 하얀 고백은 허허로운 불씨만 갈증으로 다독인 채 아릿한 함성을 물그림자 위에 드리운다 가까스로 얻어온 시름도 길게 자란 추억도 덧문 닫힌 상흔도 가시처럼 박혀 시린 밤 달구고 있다. - [달 품은 어느 하루]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성가신 매듭을 허리에 두른 채 떨림으로 시간을 내려놓는다. 둥지는 뱉어내고, 고백은 불씨만 겨우 갈증으로 다독여 놓고, 함성을 물그림자 위에 드리운다.시름과 추억과 상흔은 가시처럼 박힌 채 시린 밤을 달구고 있다. 이 시에서 지각적 이미지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시각 이미지의 그릇에 검정(검푸른 떨림)과 하양(하얀 고백)을 배치해 놓고, 촉각 이미지(아릿한)와 청각 이미지(함성)의 결합, 구상(길게 자란)과 추상(추억)의 조화로움 등등이 빚어내는 이미지 구현이 아주 멋스럽다. 겨우내 움츠린 침묵은 깃발 흔들어대며 향기로 번져 간다 잔설 녹아든 해묵은 그리움 한 움큼 쥐고서 하얀 속살 파르르 떨구며 무언의 몸부림으로 허물 벗는다 가지에 맺힌 사연들을 쓸어안고 신비로이 꿈을 수놓는다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여유로움 흩뿌리다 혀끝으로 날아든 설렘 전율 되어 아릿한 순수 온몸에 두르고 백년을 하루같이 하늘빛 머금은 잎새들은 졸고 있는 추억의 여백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 [백목련]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던 침묵이 깃발 흔들어대며 향기로 번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잔설 녹아든 그리움 한 움큼 쥐고서 속살 파르르 떨구며 그저 몸부림으로 허물 벗고 있는 것도 내려다본다. 그러다 사연들을 쓸어안고 꿈을 수놓는다. 하루는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즐긴다. 그러다 혀끝으로 날아든 설렘 전율되어 흐르자, 순수를 온몸에 두른다. 바로 그때 하늘빛 머금은 잎새들이 졸고 있는 추억의 여백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보라, 시어의 현란한 배치, 그 노련한 표현 기법을! 잔설 녹아든 그리움을 한 움큼 쥐고, 무언의 몸부림이 허물 벗고,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여유로움 흩뿌리고, 혀끝으로 날아든 설렘 전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