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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241518 /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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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사소하고 생소한 시적 주제를 시적 질료로 삼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시인이란 존재는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주변의 풍경 속에 은폐된 진실 혹은 사실을 그 자신만의 시각과 눈썰미로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해내는 사람이며, 사물이나 세상 속에 은폐된 사실 혹은 진실을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가 시적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 정윤옥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거창한 시적 요리를 선보이기보다는 소박한 시적 밥상으로 우리... ■ 사소하고 생소한 시적 주제를 시적 질료로 삼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시인이란 존재는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주변의 풍경 속에 은폐된 진실 혹은 사실을 그 자신만의 시각과 눈썰미로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해내는 사람이며, 사물이나 세상 속에 은폐된 사실 혹은 진실을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가 시적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 정윤옥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거창한 시적 요리를 선보이기보다는 소박한 시적 밥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 자신의 생활현장 속에 흔히 체험한 일상현실을 다루되 상투성을 배제한 채 그만의 시각, 그만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 실린「수납기」,「검침」,「선풍기」,「스마트폰」,「매운탕을 끓이며」,「노안」등의 시편은 그동안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사소하고 생소한 시적 주제, 즉 그가 일상에서 맞닥뜨린 것들을 시적 질료로 삼아 우리가 지금껏 음미해보지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그런 의미에서 정윤옥은 ‘발견자’로서 시인의 의미를 잘 구현하고 있다. -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보편적 기억과 生의 궁극적 긍정 정윤옥 시인의 시는 직접적 체험과 기억이 묻혀 있는 사실적 공간에서 나를 통해 보는 개성적 균열이 없음에도 극점에 도달하는 자아가 면밀하게 공존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문장과 언어수단을 선택하고, 독자와 작가 두 주체를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연결할 고리를 찾아 고민한다. 창작은 모방이나 파생에 의한 것이 아닌 ‘독창성’과 ‘개성’을 중요시하므로 현실 이상의 진실성을 갖추어야 시로서 함축된 언어를 승화시킬 수 있는 가치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生을 적절한 시구를 통해 연결하고, 그 사고의 긍정적 의미를 독자와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의 구조에 대한 얼개를 짜고자 고민한 흔적이 각 시편마다 역력하다. 철학자 ‘퍼스’가 처음 만들어낸 실용주의에 기반 한 ‘기호실재론’의 지표指標에 대한 ‘방향’이나 ‘목적’ ‘기준’을 나타낼만한 구체적 반어적 시심詩心은 시인에게서 찾을 수 없으나, 대상체 사이의 인과적인 관계는 곳곳에 내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발이봉 정상 선들바람처럼 바람 씽씽 나오는 농협 골안지점 한쪽 귀퉁이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공과금 수납기 월말 가까워지면 목구멍이 꽉 찰 때까지 우주인 특별식 같은 난 숫자와 바코드가 찍힌 얇은 종잇조각 염탐하듯 삼키곤 번역한 언어의 답례표 한 장 달랑 내밀더니 허한 속 과식으로 탈 나 응급실 밥 먹듯 갔던 해당화 마을 보라 엄마같이 삼킨 난수표를 울컥울컥 다 토해내기도 한다 마시고 내뱉고 채우고 또 내보내며 수위조절 하는 일상이 누릇한 은유 한 가닥 잡아채보면 내 안에도 나만의 바코드를 읽어내는 수납기 하나 웅크리고 있다 - 「수납기」 전문 시중 어느 은행에 가더라도 이젠 보편적 사물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수납기, 그 수납기를 통해 시인은 독자와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시인은 현실의 구체성이라는 자신의 시적 시심을 근원적이고 원형적인 것에 대한 영역으로 현저하게 이월시킨다. “월말 가까워지면 / 목구멍이 꽉 찰 때까지 / 우주인 특별식 같은 난 숫자와 바코드가 찍힌”, 이 궁극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들에 대해 시인 자신의 경험으로 언어를 부활시키고 있다. 또한 시의 문맥으로만 보면 다른 상황의 기억, 보라 엄마를 통해 난수표를 의인화해가는 과정에서 시인의 직접적 체험과 기억이 묻혀 있는 사실적 공간이자 동시에 시인이 아스라이 넘어온 만만찮은 세월을 은유하는 상징적 공간이라 할 것이다. 달거리처럼 그는 매달 녹색 스쿠터를 타고 와 혈압 재듯 집의 내밀한 어둠의 사용량을 체크한다 문득, 절약이라는 단어를 책장 갈피에 넣어두고 펑펑 써 버린 수돗물과 전기 그리고 가스, 혹 내 맘도 얼마만큼이나 소비 했을지 와락! 붉은 계기판 바늘이 멈춘 고요가 궁금하다 때때로 안절부절 불안한 씨앗을 흩뿌려놓았던 가슴께 텃밭은 쇠비름 바랭이 풀까지 가득하여 도무지 내 심사의 사용량을 더듬을 수 없다 머릿속 산만하던 날 여직 사용되지 않은 숱한 욕망의 양을 꼼꼼히 검침해보는데 어쩌나 또 두어 눈금 올라 간 바늘의 지표 아, 비옥하지도 않은 이 욕망의 눈금을 언제쯤 다 소비하고 더디게 더디게 도는 계량기의 속도와 보폭을 맞출 것인가 - 「검침」 전문 이 작품에서 시인은 대상의 구체적 부재에 의해 생겨나는 결핍의 정서를 그 안의 대상에 대한 간절한 집착을 숨기고 있지만 절약이란 욕망과는 달리 이제 그 대상을 상대로 안도감을 담아내고 있다. 극적 그 자체로 생의 형식을 구성하고 대상에 대한 실제적인 만남을 욕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문득, / 절약이라는 단어를 책장 갈피에 넣어두고 / 펑펑 써 버린 수돗물과 전기”의 현실에 문득 다가서며 기다리는 대상이 현실적으로 나타날 것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 자체가 생의 불가피한 형식이라는 점을 노래하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언어를 충분히 가라앉히면서 자신의 내면과 실존을 향하는 구심력의 목소리를 정성스럽게 시의 언어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어쩌나 / 또 두어 눈금 올라 간 / 바늘의 지표 / 아, 비옥하지도 않은 이 욕망의 눈금 / 언제쯤 다 소비하고”, 삶과 사물을 파악하는 키워드로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세계에 깊은 침잠沈潛을 시도한다. 또한 시인의 시심은 직접적 체험과 사실적 공간이자 동시에 인생의 강가를 서성이고 있는 기억이 너무 멀어, 버리고 싶은 길을 두고 벽에 기대어 선 채 뭉개진 반쪽 생애를 부활하고 있다 할 것이다. 결국 시인의 인생론이 회한과 긍정을 다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의 상생을 통해 생의 궁극적 긍정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 적멸의 목소리는 시편 곳곳에 씨줄날줄로 풍경을 복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검침」의 작품은 충분히 시인의 시적 풍미를 더한다 할 것이다. 주먹만 한 씨감자, 씨눈을 보석 다루듯 부드러운 손길로 요리조리 잘나낸다 수십 명의 생개 회원들이 비닐 씌우고 오차 없는 눈대중으로 간격 맞추어 씨감자를 모셔놓는다 모종삽으로 씨감자에 흙을 덮는 중년 촌부들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보인다 농사가 주업인 아낙네들 손놀림은 달인 수준이다 한 생을 조목조목 펼쳐가며 평상 위에 앉아 달게 먹었던 분이 왁자한 찐 감자를 그려보다가 어젯밤 숨죽이고 읽어 내려가던 시 한 편을 막 떠올려 보는 찰라, 농협 부녀부장님 양손에 들고 오신 간식거리가 희미했던 시 구절을 환하게 밝힌다 씨감자가 피워내는 보랏빛 꽃대에 시 한 편 열리면 알알이 여문 땅 속 의문에 나는 그대로 시들고 만다 - 「시, 감자를 심던 날」 전문 적멸寂滅이라는 절대적 고요 앞에서 시인이 추스르는 것은 풍경의 몰입이 아니라 자연에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시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시인이 확연한 전경前景으로 삼고 있는 것은 ‘씨’라는 상징 공간을 통해 발견하는 시의 힘겨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득하게 피어나는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하는 것이다. “한 생을 조목조목 펼쳐가며 평상 위에 앉아 달게 먹었던 / 분이 왁자한 찐 감자를 그려보다가 / 어젯밤 숨죽이고 읽어 내려가던 시 한 편을 / 막 떠올려 보는 찰라, / 농협 부녀부장님 양손에 들고 오신
시도 잘 모르던 내가 시를 접하게 된 지 벌써 이십여 년이 흘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상의 소소한 가족 이야기를 매월 가족문집으로 엮었습니다. 지인들과 나누어 보면서 내 꿈도 조금씩 키웠습니다.
평교원 시창작교실로 시를 배우러 가는 날이면 영락없이 가슴이 설레고 발길은 구름 위를 걷듯 가뿐했습니다. 시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행복에 흠뻑 취하고 시의 행간마다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에 때론 절망하며 나 자신과 수없이 묻고 답하면서 시심을 키웠습니다.
문학모임의 문우님들과 동행해오고 있는 이 소중한 일상들이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나이 육십에 시와 늦은 열애로 낳은 작품들을 모아 첫 시집으로 엮어봅니다.
이번 첫 시집을 엮을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신 박희호 선생님, 너른고을문학 선후배님, 든든한 생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계신 고령의 아버지와 평온 속에서 시를 쓸 수 있도록 말없이 도와준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 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말 - 4
1부 - 시와 동행
청호동 골목 - 12
수납기 - 14
양파를 까며 - 16
DNA를 이식하고 있다 - 18
검침 - 20
까치의 건축학 - 22
귀휴歸休 - 24
어미 새 - 26
막국수 - 28
시, 감자를 심던 날 - 30
첫 월급의 기억 - 32
시와 동행 - 33
깔딱고개 - 34
가로등 - 36
낙엽에게 - 38
선풍기 - 40
오이지 - 41
메기 - 42
스마트폰 - 44
장미 - 46
폭우 - 48
2부 - 배꼽 인문학
내 몸의 길 - 52
매실주 - 54
동동주 - 56
젖지 않을 잎은 없다 - 58
배꼽 인문학 - 60
나도 파도의 모래톱이다 - 62
낙방도 자산이다 - 64
꽃집에서 꽃은 팔지 않는다 - 66
매운탕을 끓이며 - 68
그날도 잔칫날이었다 - 70
감전되다 - 72
고욤나무 - 75
한낮 - 76
그 시절엔 그랬지 - 78
호떡과 생生 - 80
김장김치 - 82
장롱면허 - 84
산행 - 86
어떤 실화 - 88
투표장 가는 길 - 90
소문이 돌다 - 92
참외 - 94
향기를 비비는 여자 - 96
나비 커플 - 98
국밥 - 100
3부 - 가족 음악회
류마티즘 - 104
장농을 바라보다 - 105
노안 - 106
시외버스 - 108
새벽기도 - 110
부부란 - 112
뼛속이 비어간다 - 114
몸살을 앓다 - 116
염색을 하며 - 118
시간을 닦다 - 120
추억의 냄새 - 122
엄마의 기제 날 - 124
가족 음악회 - 126
기도 - 128
사전 모의 - 130
순자 언니 - 132
여백의 미 - 134
고사告祀 - 136
해녀가 되고 싶다 - 138
삶이 거기 있었다 - 140
전쟁 중이다 - 142
바람 - 144
그림자 - 146
지천을 지나다 - 148
(발문) 보편적 기억과 生의 궁극적 긍정 (박희호) -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