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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1867 /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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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시 기획선 [34]
출판사 리뷰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가 출간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엮은 시집인 만큼 시인은 대상과의 소통을 간절히 열망한다. 나이트클럽 조명 아래에서 열정적인 디스코가 아니라 ‘흐느끼며 치렁치렁 (서로) 엉키며 블루스를 추는’(「블루스를 추고 싶다」) 시인은, 타자와의 관계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때문에 ‘육체’와 ‘영혼’이라는 시적 가치는 이번 시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몸 바깥을 떠돌다 횃대를 찾듯/ 내려온 내 영혼을”(「진주홍 부르카」), “영혼의 모든 답변은 육체이어야만 하지”(「콘택트」)와 같은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에게 영혼은 육체와 독립된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그윽하게 차 있는 암흑 물질’(「우리를 에워싸고 있는」)처럼 우리의 몸을 에워싸고 있는 광활한 우주인 것이다. 수많은 별자리에 살고 있는 영혼들과 함께 ‘블루스’를 추며 과거의 시간들을 견디고 늙어가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로 몇 번 법정에 섰다.
여전히 살아 있고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죄스럽다.
나는 줄곧 어떤 상태를 지향하고
한 마디의 말, 한 줄의 시가 영혼임을 안다.
조금은 외롭고
그러나, 사랑 외에 무엇으로 나를 집중시킬까.
2017. 6
함태숙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외 2편
한 시간을 눈보라 속에 있었다 차들은 눈을 감고 전속력으로 지나쳐 가고 세 시간을 나는 더 얼음 속에 있었다
몸을 녹이려 걸었다 겨울 속으로
죽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흰 재를 뒤집어쓴 채 하늘의 묘지가 한꺼번에 열렸다
지상에 머물기 위해 나는 발이 점점 얼어붙는가 지난 해 다 써버린 배터리엔 마지막 빛이
깜빡, 종료를 알린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는데
거리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얼음으로 도포한 별들의 성기 한 번 더 닿고 싶어 바람은 붉은 네온사인을 더듬고 빈병은 울음소리를 내며 언 땅을 구른다 한 시간을 정처 없다
기어이 나는 깨졌다
밤의 스커트를 내리니 파랗게 얼어붙은 새벽 새들이 일제히 부리를 박고 죽어 있는 파편 같은 유리창 밑
한 번 더 죽으려고 창천에 갔다
블루스를 추고 싶다
시간이란
이제 보니 촉각 같은 것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디스코를 출 만큼
청춘에 몰입하지도
블루스를 출 만큼
인생에 연민도 없던 시절
쾌속선 한 척 빠르게 지나 보낸
물과 같으리라 생각했지만
늙는다는 것은
하중을 싣는 곳만 모질어져
긴 쇳소리를 내는 철길
두 철로 사이
만져지지 못해 나의 중심은 비었다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머리 위 조명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전이었던
그 많은 나이트 나이트 들을
이제 보니 시간이란
오랜 키스 같은 것인데
영혼이 자신의 물질성을 이해할 때까지
조금만 더 천천히 더듬어 달라
전신을 휘감은 블루스처럼
치렁치렁 엉키며
흐느끼며
나의 모든 맛을 그대에게 주고 싶다
영업, 시간이 끝나도
우리가 한 몸으로 빙빙 돌 수 있게
어느 나이트에서건
어느 별자리에서건
회임
내 속의 가장 빛나는 영토를
가져가시고
물고기 한 마리를 내리소서
대지의 어머니가 기원하자
생살이 찢어지며
빗물이 내리쳐
젖은 채 타오르는 강이 생겼다
태양은 일천 개로 부서지고
눈이 멀 정도로 반짝이는 물비늘
대지의 어머니가
둥글게 몸을 말자
그 딸들도 모두 몸을 궁굴려
출렁이는 신의 영토.
여기, 물고기가 한 마리 놀고 있다.
경배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