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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춤을

로버트 J. 소여 저 | 김상훈 역 | 행복한책읽기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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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9571766 / 355쪽 135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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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도대체 공룡들은 왜 멸종했을까? 서기 2013년.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 인류는 고대 지구의 패자였던 공룡이 멸종한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두 명의 고생물학자를 중생대 백악기로 보낸다. 햄버거 모양을 한 소형 타임머신을 타고 6500만 년 전의 앨버타로 간 브랜디와 클릭스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지만, 얼마 전에 이혼한 브랜디의 아내가 하필이면 클릭스와 동거하기 시작한 탓에 서먹해진 사이였다. 그러나 브랜디는 사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공룡 멸종에 관한 최대의 수수께끼, 즉 ‘무엇이 공룡을 완전히 멸종시켰는가?’라는 의... 도대체 공룡들은 왜 멸종했을까? 서기 2013년.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 인류는 고대 지구의 패자였던 공룡이 멸종한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두 명의 고생물학자를 중생대 백악기로 보낸다. 햄버거 모양을 한 소형 타임머신을 타고 6500만 년 전의 앨버타로 간 브랜디와 클릭스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지만, 얼마 전에 이혼한 브랜디의 아내가 하필이면 클릭스와 동거하기 시작한 탓에 서먹해진 사이였다. 그러나 브랜디는 사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공룡 멸종에 관한 최대의 수수께끼, 즉 ‘무엇이 공룡을 완전히 멸종시켰는가?’라는 의문에 관한 논란을 확실하게 불식시키는 일에 전념하기로 마음먹는다. 1980년대에 알바레스가 주창한 거대 운석 충돌설은 그 간결함과 알기 쉬운 이미지로 일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초거대 화산 활동을 공룡 멸망의 이유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아직 많았다. 브랜디는 화산 폭발설을 지지했고, 클릭스는 정반대로 운석 충돌설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격론을 벌인 적이 있던 두 사람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직접 멸종의 이유를 확인하려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다. 타임머신이 황혼녘의 진흙평원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기며 착지한 후 그들은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를 목격하고 환희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 직후, 공룡은 글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보인다. 두 고생물학자는 태양계 외행성과 지구를 둘러싼 엄청난 진실에 직면하고, 인류와 공룡의 운명을 가름하는 결단을 강요받게 되는데…. 최신 이론을 구사해서 전개되는 엔터테인먼트 SF의 극점! 소여의 과학소설은 SF에서만 가능한, 과학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때로는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를 중심에 두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치열한 반성적 인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류의 공상과학소설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역작이 많은 소여의 장편들 중에서도 이 ‘반성적 인식’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한 작품이야말로 본서 『공룡과 춤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부에서는 ‘21세기 초 캐나다의 두 고생물학자가 6500만 년 전의 백악기 말기에 일어난 공룡 멸종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 햄버거형 저예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라는, SF팬이라면 슬며시 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B급 영화 같은 상황이 전개되지만, 두 주인공이 일단 백악기에 무사히 도착한 뒤에는 자연재해에 의한 대규모 멸종이라는 국지적 사상(事象)을 뛰어넘는 경천동지할 비밀이 밝혀지며, 인간과 생명의 양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태양계 외행성과 양자역학 이론을 넘나드는 지적, 육체적 모험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끝에서는 SF사에 길이 남을 스펙터클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책 속으로 추가] 클릭스도 싸움을 끝냈다. 이미 앉은 자세가 되어 구부린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다. 나도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입 안에 미지근한 젖은 솜 같은 것의 감촉을 느꼈다. 곧 내 입 안은 구역질날 정도로 달콤한 젤리로 가득 찼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크게 벌리자 입술 사이에서 그것이 흘러나왔다. 클릭스도 파란 젤리를 토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토한 물체는 눈 앞의 지면에서 둥글게 뭉쳤다. 어떤 이유에선가 갈색 흙은 그 표면에 묻지 않았다. 콱콱 밟아서 땅에 묻어버리고, 어떻게든 이 얼어 죽을 물건을 파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내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트로오돈 한 마리가 다가왔다. 공룡은 날씬한 몸을 수그렸다. 곧게 뻗은 꼬리가 자동차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한다. 젤리 덩어리 옆의 지면에 머리를 대고 거대한 눈을 감는다. 젤리는 새파란 아메바처럼 부들부들 맥동하면서 공룡 코끝으로 다가갔고, 파충류의 질긴 피부 안으로 스며들어 다시 그 머리 속으로 들어갔다. 클릭스 곁에서도 다른 트로오돈이 같은 식으로 젤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혐오감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 파란 물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생물이었다. -P. 83 고개를 들자 세 개의 조그만 구체가 마하 2 내지는 3의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비행기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나는 금세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우주선. “너희들 오해 밑에서 생각하고 있어.” 하늘의 굉음이 사라지자 마름모 점박이가 말했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온 것이 아냐.” 클릭스가 대경실색하는 것을 보고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어디서 왔어?” 내가 물었다. “우리―고향 세계에서. 네 기억에는 그 이름이 없었어. 그건―” “이 태양계에 있는 세계야?” 나는 물었다. “그래에.” “수성(Mercury)?” “수은(mercury)? 아냐.” “금성?” “아냐.” “지구는 아니겠고. 혹시 화성?” “화성―아, 화성! 태양에서 네 번째 행성. 그래에. 화성이 고향이야.” “화성인이라고!” 클릭스가 말했다. “빌어먹을 화성인이 진짜로 존재한다니. 그런 말을 도대체 누구더러 믿으라는 거야?” 마름모 점박이는 클릭스를 침착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나는 믿어.” 공룡은 완벽하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PP. 98-99

저자 소개

  • 저자 : 로버트 J. 소여
로버트 제임스 소여(Robert J. Sawyer)는 1960년에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토론토 라이어슨 대학의 라디오와 TV 예술학과(RTA)에서 대본과 프로덕션 기술 등을 전공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잡지에 컴퓨터, 천문학, 재무 관련의 잡다한 기사를 송고하거나 기업용 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리랜서로 활약하면서 간간이 SF를 썼고, 1986년에는 CBC 라디오에서 방송된 SF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맡기도 했다. SF 데뷔작은 아직 학생 시절인 1981년에 『빌리지 보이스』지에 게재된 유머러스한 엽편 「If I’m Here, Imagine Where They Sent My Luggage」이다. 1988년 『어메이징』지 9월호에 발표한 중편 「황금 양모(Golden Fleece)」가 호평을 얻자 소여는 이 중편의 장편화에 착수했고, 1990년에 같은 이름의 장편을 페이퍼백으로 출간함으로써 전업 SF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완벽하게 고립된 램제트 우주선 [아르고] 호 내부를 통제하는 인공지능이 범한 살인의 결말을 다룬 이 작품은 신화와 하드SF와 밀실살인과 감정을 가진 컴퓨터라는 요소를 교묘하게 결합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캐나다 SF & 판타지 협회가 수여하는 호머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
데뷔 장편의 성공에 힘을 얻은 소여는 지성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 종족이 중세를 방불케 하는 이세계(異世界)에서 과학 탐사에 나선다는 줄거리의 [퀸타글리오] 3부작 및 『공룡과 춤을』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독자와 평단 양쪽에서 절찬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고, 본국인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폭넓은 팬층을 획득했다. 네뷸러상 수상작인 『최종 실험(The Termainal Experiment)』은 메디컬 스릴러의 틀 안에서 죽음과 영혼의 문제를 직시한 하드 SF이며, 제1작이 휴고상을 수상한 [네안데르탈 패럴랙스] 3부작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평행세계를 무대로 한 대체역사 SF이다. 2005년에 출간된 캠벨 기념상 수상작 『마인드스캔(Mindscan)』에서는 현대 SF의 대표적인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정신의 디지털화를 다뤘으며, 최근작인 [WWW] 3부작은 전자의 연장선상에서 웹에 기반을 둔 ‘자아’와 인간의 진화를 탐구한 역작이다. 현재 소여는 온타리오 주 미시소거에 거주하면서 차기작의 출간을 준비중이다.
소여는 창작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회 활동으로 명망이 높으며, 1992년에 미국SF 및 판타지 협회(SFWA)의 캐나다 지부가 설립되었을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90년대 이래 소여는 보수적인 캐나다 SF계의 개혁에 진력하는 한편 북미 팬덤 내부에서 캐나다 SF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나갔으며, 지금도 방대한 작가 사이트(http://www.sfwriter.com)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팬들과 교류하고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상훈

필명 강수백. SF 및 판타지 평론가이자 번역가, 기획자.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와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 행복한책읽기의 ‘SF총서’, 현대문학 폴라북스의 ‘필립 K. 딕 걸작선’과 ‘미래의 문학’ 시리즈, 은행나무의 『조지 R. R. 마틴 걸작선: 꿈의 노래』를 기획하고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드림 마스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헤밍웨이 위조 사건』,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 버너 빈지의 『심연 위의 불길』, 필립 K. 딕의 『유빅』,『화성의 타임슬립』, 『작년을 기다리며』,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그렉 이건의 『쿼런틴』, 새뮤얼 R. 딜레이니의 『바벨-17』, 콜린 윌슨의 『정신기생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데이비드 웨버의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여왕 폐하의 해군』,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나는 고생물학자다. 공룡 연구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을 하며 받는 보수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오, 매년 두 번쯤은 신문에 이름이 오르거나, CBC의 〈뉴스월드〉에 5초쯤 출연해서 새로운 전시나 새로운 발견 따위에 관해 언급하기는 한다. 그러나 자극적인 부분은 그 정도였다. 적어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시간 여행.
이 두 단어를 타이프하니 멍청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내가 불쌍한 프레드를 보는 눈으로 나를 보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물론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신문 기사나 TV에서 방영한 준비 작업의 영상 따위를 통해 이번 실험에 관해 알고 있다. 그렇다. 시간 여행은 실제로 가능하다. 칭-메이 황이 이미 여러 번 시연해 보였듯이 말이다. 그녀는 2005년에 시간 여행의 기본 원리를 발견했고, 그로부터 불과 8년 뒤인 2013년에 실제로 작동하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는 믿기 힘든, 정말로 믿기 힘든 위업을 이룩했다. 어떻게 그렇게도 빨리 그럴 수 있었는지를 내게 묻지는 말아 달라. 전혀 모르니까 말이다. 사실 칭-메이 자신도 이 현상에 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 있었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실제로 작동한다.
-pp. 20-21

그때 느닷없이 공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을 향해서.
일곱 마리 중에서 가장 큰 놈이 단호한 동작으로 우리의 타임머신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고, 그 뒤를 다른 여섯 마리가 일렬종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공룡들은 보조를 맞춰 행진하고 있었다. 일곱 개의 거대한 왼발이 땅을 쿵하고 밟고, 일곱 개의 동체가 남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일곱 개의 오른 발이 앞으로 내밀어지면서 일곱 개의 둥그런 머리가 북쪽으로 기운다. 왼쪽, 오른쪽, 남쪽, 북쪽. 공룡들은 마치 대열을 짠 병사들처럼 움직였다. 이들이 소철과 양치류를 짓밟자, 풀숲에 숨어 있던 조그만 동물들-너무 어두워서 정확하게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이 황급히 여기저기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공룡이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다니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었다. 물론 화석 조사 결과 일부 공룡들 사이에서 복잡한 사회적 위계질서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군대처럼 보조를 맞춰 행진하다니 기괴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악몽이 행진하는 듯한 느낌.
-p. 40

도대체 이건 뭐지?
이 문장은 어디서 끼어든 거야?
살아있는 공룡?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공격을 받아……? 이건 누군가의 농담일까? 내 일기를 가지고 장난한 작자를 찾아낸다면 죽여 버리겠다. 나는 너무나도 꼭지가 돌아버린 탓에 변덕스러운 뇌우(雷雨)가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연히 멈췄다는 사실조차도 거의 깨닫지 못했다.
문서 꼭대기로 점프해 보았다. 내가 새로운 일기 파일을 만든 것은 6주쯤 전의 일이지만, 이 파일은 겨우 닷새 전에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글이 몇 십 쪽이나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 이웃인 프레드는 조지아 만에 별장을 하나 가지고 있다. 어느 주말에 프레드는 자기 집에 아내와 아이들과 얼룩무늬 고양이를 남겨두고 혼자서 별장에 간 일이 있었다. 그 멍청한 얼룩무늬는 내가 사는 연립주택 바로 앞을 지나가던 차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치였다. 물론 즉사였다.
나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 내 일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런 물건이 어떻게 해서 여기 끼어든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리고 테스와 클릭스가 어쩌고 하는 이 문장은 또 뭔가?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오 하느님……
-P. 65

클릭스도 싸움을 끝냈다. 이미 앉은 자세가 되어 구부린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다. 나도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입 안에 미지근한 젖은 솜 같은 것의 감촉을 느꼈다. 곧 내 입 안은 구역질날 정도로 달콤한 젤리로 가득 찼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크게 벌리자 입술 사이에서 그것이 흘러나왔다. 클릭스도 파란 젤리를 토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토한 물체는 눈 앞의 지면에서 둥글게 뭉쳤다. 어떤 이유에선가 갈색 흙은 그 표면에 묻지 않았다. 콱콱 밟아서 땅에 묻어버리고, 어떻게든 이 얼어 죽을 물건을 파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내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트로오돈 한 마리가 다가왔다. 공룡은 날씬한 몸을 수그렸다. 곧게 뻗은 꼬리가 자동차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한다. 젤리 덩어리 옆의 지면에 머리를 대고 거대한 눈을 감는다. 젤리는 새파란 아메바처럼 부들부들 맥동하면서 공룡 코끝으로 다가갔고, 파충류의 질긴 피부 안으로 스며들어 다시 그 머리 속으로 들어갔다. 클릭스 곁에서도 다른 트로오돈이 같은 식으로 젤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혐오감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 파란 물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생물이었다.
-P. 83

고개를 들자 세 개의 조그만 구체가 마하 2 내지는 3의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비행기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나는 금세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우주선.
“너희들 오해 밑에서 생각하고 있어.” 하늘의 굉음이 사라지자 마름모 점박이가 말했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온 것이 아냐.”
클릭스가 대경실색하는 것을 보고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어디서 왔어?” 내가 물었다.
“우리―고향 세계에서. 네 기억에는 그 이름이 없었어. 그건―”
“이 태양계에 있는 세계야?” 나는 물었다.
“그래에.”
“수성(Mercury)?”
“수은(mercury)? 아냐.”
“금성?”
“아냐.”
“지구는 아니겠고. 혹시 화성?”
“화성―아, 화성! 태양에서 네 번째 행성. 그래에. 화성이 고향이야.”
“화성인이라고!” 클릭스가 말했다. “빌어먹을 화성인이 진짜로 존재한다니. 그런 말을 도대체 누구더러 믿으라는 거야?”
마름모 점박이는 클릭스를 침착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나는 믿어.” 공룡은 완벽하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PP. 98-99

목차

프롤로그: 분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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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수렴344
해설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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