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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47649 / 112쪽 136 x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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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황금알 시인선 [118]
출판사 리뷰
집만 아니면 어디든 가겠어요
꽃이 말라가기 시작해요
밤마다 아빠는 저를 안아요
화분이 먼저 꽃을 버렸어요
엄마가 없어진 뒤로 죽 그래요
지금은 비가 아니라 구름이 필요해요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주 검은 걸로 한 조각만 빌려주세요
엄마 때문만도 아닌 것 같아요
나를 담을 그늘이 필요한 걸요
―「꽃의 결석계 ―지붕 없는 아이들 3」 부분
엄마의 남자가 엄마를 데리고 가버린 날
그 아저씨의 아줌마를 아빠가 데리고 왔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위표 가족이 되었다
그 집 오빠와 한집에 사는 게 싫어 나왔는데
그 오빠, 달빛도 버리고 간 내게
햄버거 사 주고 분홍 리본 달아 주며
우리가 남매라고
밤에만 찾아와 한사코 줄을 긋는다
―「오빠는 밤마다 나를 주우러 다닌다 ―지붕 없는 아이들 4」 부분
나를 두고 흘러간 강물을 거슬러 놓쳐버린 나를 찾아 나섰지요.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교회당 대리석 계단이 죄다 무릎을 꿇었네요. 종이 떠난 종탑은 이제는 울지 않아요. 기다리다 지친 해가 꼴깍 넘어갈 때까지 한 번도 울지 않은 여섯 살짜리가 아직도 종탑 아래 앉아 있네요.
흘러간 강물이 출렁이며 나를 데리러 돌아오는 날 종탑에도 한 그루 어린 종이 새로 태어나고, 여섯 살 나는, 잎사귀마다 아침 하늘을 열며 아득히 아득히 퍼져나가는 연둣빛 종소리로 부활하겠지요.
―「돌아온 종소리 ―지붕 없는 아이들 5」 부분
윤리적·도덕적 장막의 지붕이 걷히고 그 아래 맨살로 드러난 일그러지고 반인륜적인 막장의 욕망의 삶. 하지만 손영숙 시인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란 말조차 사치스러울, 부서지고 망가진 인성의 밑바닥 삶과 각자 두꺼운 방음벽에 고독하게 스스로를 유폐시켜 “지붕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이웃의 외침을 듣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콘크리트 삶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우리와 무관한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인식의 원반에 닿는 순간 이미 그것은 그대로 어떤 울림으로 우리의 가슴에 새겨지므로, 우리 사회의 한없이 낮고 그늘진 삶을 인화하는 손영숙 시인은 저들의 아픔과 눈물을 무연한 듯 애써 안으로 감춘 연민의 가슴으로 받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묻는다. 그러면서 마침내 그 연민은, “종이 떠난 종탑”에 “한 그루 어린 종이 새로 태어나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종탑 아래 앉아” 기다리며 “한 번도 울지 않은 여섯 살짜리” 내가 “잎사귀마다 아침 하늘을 열며 아득히 아득히 퍼져나가는 연둣빛 종소리로 부활”할 것임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을 확인하게 한다.
1부
다비茶毘의 문 앞에서·12
진홍빛 꽃물·14
커튼이 없어졌다·15
꽃의 결석계·17
오빠는 밤마다 나를 주우러 다닌다·19
돌아온 종소리·20
조선 민들레·22
즐거운 전쟁·24
이면지의 아침·25
광장·26
구조 조정·28
서울로 가는 바람·30
그녀의 기울기·32
앵무새를 위한 변명·34
2부
꽃 피는 고사목·38
미루나무 환상곡·40
밀양고을 꽃돌 상소문·42
뿌리·43
시인의 집·44
졍을션젼 권지·46
아름다운 실족·48
발바닥 기도·50
302호 메트로놈·52 블랙 마돈나·54
듣지 못한 소리·56
세한 산수유·58
꽃댕강나무·60
어미의 겨울·62
3부
서랍 속 편견·64
너럭바위 한쪽 어깨·65
북창일기·66
사라진 을숙도·67
개안 수술·68
수목장 계약서·70
디스크·71
당신의 시계는 몇 시입니까·72
무너지는 것들·74
스미다·75
바늘꽃·76
손등의 지도·77
이 친구·78
마지막 자리·80
4부
초록 팔뚝의 집·82
바람의 계절·83
우랄을 만나다·84
바뇌의 별·86
어미 두멍·88
맹盲학교 음악 시간·89
두루마리 한 폭·90
혈류·91
4월·92
바람난 바람·93
연꽃 안부·94
가을 산·95
누구십니까·96
못난 것들의 나라·98
■ 해설 | 이승주
부드러운 직선의 삶과 시·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