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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원제 : Lotte in Weimar
시리즈 : 창비 세계문학 [61]

토마스 만 저 | 임홍배 역 | 창비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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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64554 / 576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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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의 대표작 초역 불멸의 천재 괴테에 관한 가장 완벽한 문학적 기록 독일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마스 만이 망명 시절에 펴낸 대표작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가 창비세계문학 55번으로 국내 초역되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바로 그 여성이자 이제는 60대 노부인이 된 로테가 1816년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를 방문해 재회한 실화를 바탕으로, 괴테의 인간상과 문학세계를 깊이 파고든다. 20세기 초, 독일 문학의 전통을 잇고 되짚으며 다시금 세계문학의 지평으로 끌어올린 토...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의 대표작 초역 불멸의 천재 괴테에 관한 가장 완벽한 문학적 기록 독일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마스 만이 망명 시절에 펴낸 대표작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가 창비세계문학 55번으로 국내 초역되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바로 그 여성이자 이제는 60대 노부인이 된 로테가 1816년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를 방문해 재회한 실화를 바탕으로, 괴테의 인간상과 문학세계를 깊이 파고든다. 20세기 초, 독일 문학의 전통을 잇고 되짚으며 다시금 세계문학의 지평으로 끌어올린 토마스 만은 자신과 독일 문학사에 연원과도 같은 불멸의 기념비 괴테를 통해 예술과 예술가, 인간의 정신과 삶 같은 묵직한 주제들을 대가의 솜씨로 풀어낸다. 토마스 만은 괴테의 작품과 관련 사료 들을 촘촘하게 엮어넣으며 괴테를 탐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문학적 주제들을 성찰하고 전진시키는 대담하고 야심찬 시도를 달성해낸다. 괴테와 토마스 만이라는 두 거대한 작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 까닭에 그동안 쉽사리 번역되지 못하던 작품을 독문학자이자 괴테 연구자인 임홍배 서울대 교수가 면밀한 독해와 수준 높은 번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은 다시 나타나 입을 맞추지 언제나 젊은 모습으로 “심각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소설이 나왔으니까요. 저는 불멸의 연인이 되었고요. 그렇지만 단연코 제가 소설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니었어요. 여럿이 함께 춤추는 윤무니까요.”(151면) “새파랗게 젊었지만, 이미 예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랑과 인생과 인간을 배반할 용의가 있었어. 결국 일을 저질렀지.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내놓았지. 사랑하는 벗들이여, 격분한 이들이여, 나를 용서해주게.”(383면) 1816년 가을, 시성(詩聖)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에 한 노부인이 동생 부부를 방문하러 온다. 단출히 딸과 하녀를 대동한 노부인은 호텔 숙박부에 ‘샤를로테 케스트너, 결혼 전 성 부프’라고 적는다. 순식간에 온 도시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그 ‘로테’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퍼지며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방문객들이 하나둘 찾아와 대화를 청하기 시작한다. 로테는 괴테를 둘러싼 다양한 이들을 차례로 만나 “예술의 사제” “정신적인 존재”로 저 높이 군림하고 있는 괴테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는 당대 최고의 인기작이자 천재의 등장을 알린 출세작 『젊은 베르터의 고뇌』 이후 로테와 괴테, 두 사람이 44년 만에 재회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묘사한 대로 이들의 재회는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별다른 극적인 사건은 없었다. 그러나 토마스 만은 이 심상한 재회를, 그것도 괴테가 아닌 로테를 내세워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거대한 존재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작품은 모두 9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로테가 바이마르에 도착하고 호텔에서 방문객들을 차례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6장까지 이어진다. 7장에서 처음으로 괴테가 홀로 등장해서 내적 독백을 이어가는데, 토마스 만이 이 장을 집필하며 괴테의 내면과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합일”을 이루었다고 말한 바 있는 인상적인 서술이 펼쳐진다. 8장에 이르러 괴테가 로테 일행 및 앞서 등장했던 인물들을 초대해 점심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다. 이 자리에서 로테는 추종자들에 둘러싸여 신전의 석상처럼 추앙받는 괴테의 위상을 목격하며, “고독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절친한 벗도 없는 차가운 인생”, 혹은 위대함을 위해 다른 이들을 제물 삼는 “시인의 제왕”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야 로테는 괴테와 단둘이 곡진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교감을 나누며 마침내 화해의 이별에 이른다. 하지만 대화의 끝에 이는 괴테의 ‘환영’과의 대화였음이 드러나고, 괴테와 토마스 만, 그리고 로테의 목소리가 두 작품의 겹겹을 오가며 의미심장한 공명을 이루며 끝을 맺는다. 신의 이름은 수백개지만 결국 오직 하나 “사람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만, 결국 신이 제물이야. (…)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그대에게 말하건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곧 제물이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야. 한때 당신을 향해 불탔고, 지금도 언제나 당신을 향해 불타서 정신과 빛을 발하는 거야.”(535면) 이 작품은 괴테에게 사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로테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숱한 편력을 거친 노년의 괴테는 이제 “정신적으로 고양된 삶이기에 더 풍성한 사랑”을 한다. 이는 괴테의 사랑이 언제나 창작의 원체험으로서 한 개인이 아닌 더 높은 세계로 향하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누구보다 더 ‘위대함의 제물’이었던 로테를 통해 괴테의 삶과 예술을 여실하게 돌아볼 수도 있게 된다. 괴테의 세계를 관통하는 ‘구원의 여성성’이 이 소설에서는 로테를 통해 구현되며, 신의 자리에서 내려온 괴테의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를 만든다. 그리고 로테는 “제물이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인 괴테와 마침내 화해하며 ‘수많은 이름을 가졌으나 결국 하나의 유일자’로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괴테라는 신화, 작가라는 과업 “사상가들은 사유에 관해 사유하지. 그럴진대 작가가 작가에 관해 사유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작품이라는 것도 그런 사유의 결과물이고, 모든 작품은 결국 작가라는 현상에 대한 부질없는 천착이 아닐까?”(390면)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는 토마스 만이 히틀러 치하 독일을 떠나 망명하던 시절에 집필해서 망명지 미국에서 마무리했고, 독일 점령지를 피해 스웨덴에서 첫 출간을 해야 했다. 망명 시절 토마스 만의 작품들에는 나치즘에 맞서는 고투가 담겨 있는데,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 정권을 거치며 찬란한 독일민족의 상징으로 신화화되어버린 괴테를 다룬 것 역시 그 고투의 산물이었다. 괴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곧 독일정신과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과 투쟁이었고, 이 작품은 괴테라는 신화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당시 독일사회의 야만과 광기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담는다. 작가로서도 토마스 만은 일찍이 괴테를 ‘넘어설 수 없는 모범’으로 여겼기에, 괴테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자신의 작가적 정체성을 묻는 일이기도 했다. 스스로 “신비로운 합일”을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괴테의 내면과 작품세계에 대한 유례없는 비평과 탐구를 보여주며 괴테 이후의 독일 문학과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토마스 만은 괴테가 남긴 방대한 문학적 자산을 능수능란하게 씨줄 날줄로 엮으며 마치 음악작품처럼 정밀하게 구성하여 한편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는 토마스 만이 쓴 가장 실험적이고 밀도 높은 작품의 하나로, 거장의 솜씨로 “완벽한 작품”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소개

19세기에 창작 활동을 시작한 토마스 만은 그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시민적 작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비판적 리얼리스트로서, 동시대 사회의 위대한 교사였다. 또한 그 발전에 있어서 독일 낭만주의의 극복과 독일 휴머니즘의 부활을 추구해 20세기 문학에 큰 획을 그었다.
독일 고전주의의 괴테에 비견되는 20세기 독일문학의 대표주자인 토마스 만은 1875년 6월 독일 북부의 한자동맹 소속 도시 뤼베크의 부유한 집안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세계적인 작가 하인리히 만이 바로 그의 형이다), 1955년 8월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서 타계했다. 뤼베크의 참정의원을 지낸 아버지로부터는 냉철한 사고와 도덕적인 기질을 이어받았고, 독일인과 브라질인의 혼혈인 어머니로부터는 감각적이고 분방한 예술가 기질을 물려받았다. 이것이 바로 ‘시민성’과 ‘예술성’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이원성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가족은 뮌헨으로 이주했다. 토마스 만은 여기서 잠시 보험회사 견습사원으로 지내다가 뮌헨 대학에서 청강하면서 문학의 길을 준비하게 된다. 청년 시절 그의 사상 형성에 영향을 준 것은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였다. 
그리고 토마스 만이 문학 활동을 시작한 1890년대 중엽에 자연주의는 이미 위기에 빠졌고, 반합리주의적 문예사조인 신낭만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데카당스’라는 말로 집약되는 토마스 만 초기의 예술적 경향에는 예외 없이 삶과 죽음의 문제가 드러난다.  


 



1894년 3월 토마스 만의 학창 시절은 끝났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포기하고 가족이 있는 예술의 도시 뮌헨으로 이주하게 되며 ‘죽음’의 세계라고 표현한 바 있는 ‘문학’의 세계에 마침내 발을 들여놓게 된다(토마스 만은 그 후 40년 가까이 뮌헨에서 살았다). 토마스 만은 몇 년 뒤인 1901년 2월 13일 형 하인리히 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문학은 죽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작품 <토니오 크뢰거>에도 “문학은 결코 천직(天職)이 아니라 저주다”라는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그해 1894년 최초의 단편 <타락>을 <사회>지(誌)에 발표한다. 
1895년 7월 토마스 만은 당시 형 하인리히 만이 체류하던 이탈리아로 최초의 외국여행을 시도했다. 10월에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 뮌헨 공과대학에서 역사, 미술사, 문학사 등을 청강하며 1년 뒤인 1896년 말 <짐플리치시무스>지(誌)에 실린 단편 <행복에의 의지>를 탈고했다. 
1896년 10월 토마스 만은 다시 이탈리아로 떠났는데, 우선 베니스에 들른 후 로마를 거쳐 나폴리를 여행했고 마지막에 로마에서 형 하인리히와 재회했다. 이때 토마스 만은 베를린의 피셔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한 잡지에 단편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보냈다. 잡지사에서는 그 소설을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보관하고 있는 다른 소설들 모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토마스 만은 <환멸>, <어릿광대>, <토비아스 민더니켈> 등의 작품을 보내주었는데, 출판인 사무엘 피셔는 이 소설들에 무척 만족해했고 이제는 장편소설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토마스 만에게 권유했다. 그래서 토마스 만은 최초의 장편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쓰기 시작했다. 


 



1900년 토마스 만은 1년 만기 지원병으로 육군에 입대하지만 행군 도중에 발가락에 생긴 건초염으로 입대 3개월 만에 제대하게 된다. 이듬해 1901년 10월 ‘한 가문의 몰락’이라는 부제가 붙은 두 권짜리 장편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초판이 나왔다. 
1903년 토니오라는 한 혼혈아를 통해 시민사회의 아웃사이더로서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예술가의 숙명을 그린 단편 <토니오 크뢰거>를 발표하고, 비슷한 시기에 그 주제 역시 시민성과 예술성의 또 다른 변주에 불과한 <트리스탄>을 발표하는데,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의 아이러니 수법이 특히 잘 드러나 있는 대표적 단편이다. 
1905년 2월에 뮌헨 대학 수학 교수인 프링스하임의 딸 카티아 프링스하임과 결혼하고, 그해 11월에 장녀 에리카 만이 출생한다. 1909년에는 독일의 어느 소공국을 무대로 하는 중편 <대공전하>를 발표하여, 고독한 예술가적 존재를 사랑과 결혼에 의하여 삶의 세계와 손을 잡게 한다. 1911년 5월 휴양지에서 존경해 오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서거 소식을 접한 것을 경험으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쓰기 시작하여 이듬해 발표한다. 이것은 토마스 만의 초기 작품 중 가장 긴 단편소설로서 과거의 작품들과는 달리 피셔 출판사가 아니라 히페리온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1915년 보수적 견해를 피력하는 에세이적 논설문 <프리드리히와 대동맹>을 발표했고, 이어 ≪한 비정치인의 고찰≫의 집필에 들어가 이 작업에 꼬박 2년간 몰두했다. 600쪽이 넘는 대단한 분량의 저작이 1918년 10월에 완성되었다. 프랑스적 민주주의나 문명 개념을 독일의 문화 개념과 대립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방대한 저작 ≪한 비정치인의 고찰≫은 토마스 만의 사상의 한 전환점이자 작가 생활의 요약인 동시에 과거와의 작별이었다. 
1922년 소설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어린 시절의 책≫을 출간했고, 보수적 정치관을 지양하는 연설문 <독일 공화국에 대하여>라는 강연을 하면서 독일 청년층에 민주주의의 지지를 호소한다.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의 문화사절 자격으로 국외로 강연 여행을 다니는데, 이때 형 하인리히와의 형제 논쟁이 그 해결점을 찾게 된다. 1924년, 전쟁으로 집필이 중단되었던 대작 ≪마의 산≫이 출간된다. 


 



1926년에 이루어진 토마스 만의 두 번의 여행, 즉 프랑스 수도 파리와 고향 도시 뤼베크로의 여행은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있다. 프랑스 지식인 단체는 <인간성의 이념에 근거한 독일의 정신적 경향>에 대한 강연을 위해 토마스 만을 초청했고, 뤼베크에서는 한자동맹 도시의 항구 700주년 기념식에 연사로 그를 초청했던 것이다. 이후 2년 동안 성서적 연작소설에 침잠하면서 구약성서 중의 창세기에서 그 소재를 찾은 4부작 장편소설 ≪요제프과 그 형제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1929년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에 대해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지만, 토마스 만은 ≪마의 산≫이 없었으면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듬해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비판한 단편 <마리오와 마술사>를 출간하는데, 여기서는 이탈리아의 어느 해수욕장에서 일어난 어떤 우발적 살인사건이 그려진다. 
괴테 서거 100주년인 1932년에 즈음하여 토마스 만은 <시민시대의 대표자로서의 괴테>, <작가로서의 괴테>라는 강연을 하면서 인류애의 고귀함을 역설한다. 이듬해 1월 히틀러가 독일 수상이 되자, 뮌헨 대학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고뇌와 위대성>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후 국외로 강연 여행을 떠나 그대로 망명한다. 스위스 취리히 호반에 거처를 정한 후, 당분간 정치적 활동을 자제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다른 망명 문학가들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나치 정권에 대한 토마스 만의 첫 공개적 반박은 1935년 4월 니스에서 개최된 ‘지식인연합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유럽이여, 경계하라!>라는 제목으로 그 포문을 열었으며, 연이어 이듬해 6월에는 부다페스트에서 <인문학과 휴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자유의 살해자에 대한 비판과 강건한 민주주의의 필연성’, 즉 진보에 대한 능동적 옹호가 필연적인 이유를 강도 높게 피력했다. 


 



1933년 이후 4부작 연작소설 ≪요제프과 그 형제들≫의 1, 2, 3부가 각각 <야코프 이야기>, <청년 요제프>, <이집트에서의 요제프>라는 부제로 1∼2년 간격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에 대해 빈과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지의 신문 논평들은 매우 우호적이었지만, 독일의 언론계에서는 기사화하지 않았다. 토마스 만은 이제 마지막 4부를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다른 책을 너무 쓰고 싶어서 그 계획을 당분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4부는 1943년에 가서야 <부양자 요제프>라는 부제로 출간되었다. 이 4부작 ‘요제프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토마스 만이 순수 집필에 바친 시간은 1926년 12월부터 1943년 1월까지 13년이었다. 물론 괴테를 패러디한 ≪바이마르의 로테≫와 <뒤바뀐 머리>를 쓴 1936년 8월부터 1940년 8월까지가 제외된 기간이다. 
토마스 만의 세 개의 대표 소설−즉, 20대 후반에 쓴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50대에 쓴 ≪마의 산≫, 그리고 70대에 접어들면서 완성한 ≪요제프과 그 형제들≫−이 세 소설을 토마스 만은 스스로 평가하면서, 처음 것은 독일 소설이었고, 두 번째는 유럽 소설, 그리고 세 번째는 신화를 토대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인간에 관한 노래라고 말하며, 이것은 보다 풍요롭게 전개되어 간 정신의 성장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어느 한 편지에서 밝힌 바 있다. 


 



1940년에 발표된 <뒤바뀐 머리>는 인도 설화의 패러디로, 인도의 전설을 빌려 삶과 정신과의 조화적 종합이라고 하는 이상 실현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기에 토마스 만은 히틀러 타도를 위해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서 제안한 <독일 청취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4년 6개월 동안 매월 한 번 정도 방송을 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히틀러 정권의 비민주성과 비인간성을 호소한다.
1944년 토마스 만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선거의 참모 역할을 하게 되며 루스벨트는 그해 11월 대통령에 당선된다. 1945년과 1946년 사이에 토마스 만은 사방에서 요청해 오는 사회적 의무와 강연으로 완전히 지쳐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그는 아도르노와 토론 및 논의를 계속 진행했는데, 왜냐하면 당시 그는 소설 ≪파우스트 박사≫에서의 한 부분, 즉 순수 음악적인 성격의 장을 집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1947년 초 ≪파우스트 박사≫가 완성된다. 이 작품에서는 1587년의 민중본에서 출발한 파우스트 모티브의 수백 년 전통이 새롭게 파악되고 변형되며 해석된다. 소설은 자서전 형식이며, 독일의 작곡가 아드리안 레버퀸의 삶의 내용을 기록하는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작곡가의 삶을 서술함과 동시에 음악적 창조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음악에 관한 소설이지만, 20세기의 독일적 상황과의 연관하에서는 독일인들에 관한 소설이다. 


 



1948년 여름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다시 잡고 ≪파우스트 박사의 성립≫이라는 연대기를 쓰기 시작했다. ‘소설의 소설’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을 그는 단 3개월 만에 탈고했고, 이 연대기는 ≪파우스트 박사≫의 생성 과정 및 계획, 형상화에 대해 보고하는 일기다. 
1951년 발표된 ≪선택된 인간≫은 ‘착한 죄인’에 대한 설화의 아이러니적 해석이자 중세에 성립된 오이디푸스 동기의 기독교적 판본의 패러디, 즉 중세문학의 패러디다. 어딘지 모르게 동화의 경계에 있는 듯한 설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토마스 만은 “모든 의미에서 이 ≪선택된 인간≫이 나의 후기작품”이라고 칭한다. 


 



1953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기만당한 여인>에서 토마스 만은 다시 ‘삶’과 ‘죽음’ 사이의 복합관계에 대한 실마리를 끌어내었다. ≪선택된 인간≫의 발표 직후 토마스 만은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을 다시 집필하기 시작한다. 이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은 토마스 만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집필 기간이 무려 50년이라는 점과 자서전적인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토마스 만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은, 토마스 만의 다른 모든 작품이 주도면밀한 가공에 따라 완결되어 출간된 데 반해, 이 작품은 세 번이나 미완의 단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1922년 <어린 시절의 책>, 두 번째는 1937년 암스테르담에서 펴낸 확대판, 세 번째는 1954년 <회상의 제 1부>가 그것이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괴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일 명작의 이해』, 『황석영 문학의 세계』, 『살아 있는 김수영』 『김남주 시전집』(이상 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젊은 베르터의 고뇌』, 『어느 사랑의 실험』, 『파우스트 박사 1, 2』(공역), 『루카치 미학』(공역) 등이 있으며, 괴테와 독일 근.현대 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책 속에서

“바로 그때, 그녀 자신이 실제로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그것은 실제 현실보다 더 위대한 현실이었다.”(39~40면)

“심각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소설이 나왔으니까요. 저는 불멸의 연인이 되었고요. 그렇지만 단연코 제가 소설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니었어요. 여럿이 함께 춤추는 윤무니까요.”(151면)

“인생의 절정은 사랑이고, 사랑의 절정은 입맞춤이지. 입맞춤은 사랑의 시(詩)이자 뜨거운 열정의 봉인이며, 관능적이면서도 플라톤적이지. 정신으로 시작하여 육신으로 끝나는 성사(聖事)의 중심이야. (…)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안고 몸을 젖힌 채 눈썹 아래로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감기는 상대방의 눈길을 나의 눈길에 담아 입맞춤으로 그 눈길에 응답하는 것이지. 그대를 사랑한다고.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그대만을, 하느님이 점지해준 소중한 그대만을 사랑한다고.”(382면)

“나는 아직 맹랑한 풋내기였지만 재기가 넘쳤지. 벌써 예술에 대해서나 사랑에 대해서나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고, 사랑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 새파랗게 젊었지만, 이미 예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랑과 인생과 인간을 배반할 용의가 있었어. 결국 일을 저질렀지.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내놓았지. 사랑하는 벗들이여, 격분한 이들이여, 나를 용서해주게. 그럴 수만 있다면.”(383면)

“사상가들은 사유에 관해 사유하지. 그럴진대 작가가 작가에 관해 사유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작품이라는 것도 그런 사유의 결과물이고, 모든 작품은 결국 작가라는 현상에 대한 부질없는 천착이 아닐까?”(390면)

“정신적인 존재가 별과 특별한 호칭을 달고 계단에 예술품이 전시된 집에 살면서 눈매가 형형한 우아한 노인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그런 정신적 존재에 너무 쉽게 복종하는 것 같았다. 노인은 저기 있는 유피테르상처럼 머리를 섬세하게 길렀고, 신들의 음식처럼 감미로운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샤를로테는 정신적 존재란 가난하고 추하고 세속적 명예를 멀리해야 사람들이 과연 그를 존경하는지 제대로 시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493면)

“구름이 형성되면서 형태가 바뀐다 해도 결국 똑같은 구름이 아니던가? 신의 이름이 수백개지만 결국 오직 유일자를 가리키고, 신이 사랑하는 자식들, 그대들을 가리키잖아? 인생은 형태의 변화일 뿐이고, 수많은 존재들 속에서도 통일성이 유지되고,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것이지. 그런즉 당신과 그 여성, 그대들 모두는 나의 사랑 안에서는 유일자야. 내가 사랑 때문에 죄를 지었더라도 그건 변함없어.”(533면)

“사람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만, 결국 신이 제물이야. (…)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당신한테 말하건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곧 제물이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야. 한때 당신을 향해 불탔고, 지금도 언제나 당신을 향해 불타서 정신과 빛을 발하는 거야.”(535면)


‖ 작가의 말·추천사
“이 작품에서 나는 아름다운 천상에 떠오른 별 괴테와 신비적 합일을 이루었다.”
—토마스 만

“수년 동안 기다려온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이 소설을 통해 문학적 전기(傳記)는 최초로 완벽한 예술형식에 도달했다. 여기서 그려진 괴테의 초상은 후대에 유일무이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 옮긴이의 말
세계대전의 광기와 야만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독일의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괴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바로 그 여성이자 63세의 노부인이 된 로테가 1816년 바이마르를 방문하여 괴테와 재회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관련 기록들만 놓고 보면 그 야심찬 구상을 얼른 납득하기 어렵지만, 토마스 만은 로테 와 괴테의 재회를 씨줄로 삼아 괴테의 인간상과 문학세계를 한편의 소설로 엮어내며 장인적 면모를 보여준다. 괴테의 삶과 문학이라는 선행 텍스트를 정교하게 모자이크한 새로운 작품으로서, 마치 음악작품처럼 정밀한 구성으로 토마스 만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임홍배(서울대 독문학과 교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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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작품해설 / 토마스 만, 망명지에서 괴테 신화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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