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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픽 Polar Fix Project

김병호 저 | 스토리밥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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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047207 / 218쪽 / 260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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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있음직한 이야기’라는 소설의 정의를 그대로 따른다면, 『폴픽 Polar Fix Project』라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을 가진 이 이야기는 충실한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의 화자는 실제 일어난 일이며 일어날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의 일상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한 무명작가가 우연하게 30여 년 후 미래에 일어날 일을 눈으로 보게 된다. 누구도 믿지 않을 이 상황에 갈등하던 화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글로 옮기는 일뿐이라고 다잡으며 소설의 형식을 가진 이 글을 쓴다. 그렇다면 다시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김병호는 원래 시를 쓰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지만 문학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 1998년 『작가세계로』로 등단하였다. 이후 과학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독특한 문장미학으로 풀어내고 있는 그의 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간 출간한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와 『포이톨로기』에서 독특한 시적 형식과 새로운 내용, 그리고 낯선 미학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현대과학이 보여주는 깊은 내용들을 쉬운 문학적 비유와 푸근한 일상으로 풀어낸 과학 에세이 『과학인문학』을 읽어보며 다시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201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하면서 우리가 흔히 SF라고 부르는 과학소설을 내놓았다.
『폴픽 Polar Fix Project』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과학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보통 과학소설은 과학에 비중을 두면 문학이 약하고 문학을 그 시작으로 하면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이 빈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한국작가의 과학소설은 과학과 문학 모두를 탄탄한 기반으로 하면서 과학소설이라는 장르로 써낸 『죽음의 한 연구』라고 할 만한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탐욕을 버리지 못한 인간 군상과 그를 막으려는 일군의 사람들, 그리고 죽음에 직면한 지구와 세포 차원의 자살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죽음들이 등장한다. 또 이런 죽음들은 단순히 등장에 그치지 않고 모두 유기적으로 얽혀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속해있는 더 큰 세계와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형식 또한 일반적인 소설의 것이 아니고 이야기 또한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를 카펫처럼 깔아놓고 그 위에서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죽음을 통찰하고 있는 것이다. 통찰은 철학적이고 과학은 미학을 가지고 있으며 문학으로도 묵직하다. 소설로 들어가는 순간 읽는 이는 지구궤도에서 우주유영을 하며 지구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죽음과 눈 맞추고 있다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토리밥출판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을 모태로 한다. 협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로워진 2013년, 여러 분야에서 글을 써오던 작가 여섯이 손을 모았다. 각자의 일과 더불어 여럿이 함께해야 도모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머리를 모아 기획했고 발을 아끼지 않고 돌아다녔다. 수익사업도 일거리 중 하나였지만 공익을 위한 일도 큰 몫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통념과 다른 새로운 만족의 기준이다. 새로운 기준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선보이기 위해 닦는 작은 길이 스토리밥출판이다. 이익이 있는 곳보다는 마음이 가는 길 위에 스토리밥의 발자국을 찍으려 한다.

저자 소개

그는 회의적 개인주의자라는 틀에 스스로 불만 없는 얼치기 주당이다. 이런 주관적인 소개는 뭔가 덧붙일수록 망가지는 전례가 많기에 그가 걸어온 허투룬 역사로 넘어갈 밖에. 그가 60년대 후반 서울의 변두리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로 그가 가진 변두리 기질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그 스스로는 변두리 기질이야말로 우주가 가진 네 가지 힘이 인간을 통해 어떻게 현현하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나 불행이라면 그의 이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얼치기 개인주의적 주당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물리학을 마음에 담았고 막상 그 학문의 문턱에 이르자 희망 없는 연애처럼 문학의 꼬리를 따라다녔으며 본격적으로 문학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자 다시 과학의 쌉쌀함을 되새김질하기 시작했다. 가장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이자 과학이 가진 근원적 미학을 문학으로 풀어내려는 얼토당토않은 시도를 해온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알아먹기 어렵다는 욕을 먹어온 그의 시는 사실 과학에서 우러나는 웅숭깊은 관념을 미학적으로 풀어내보려는 노력이었다고 그는 강변하지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몇 개의 겨울을 맨발로 건너온 누군가는 결국 동사했다는 소문이 돈다. 하여간 그는 1998년에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후 이런 종류의 시를 써왔다. 주변의 싸늘한 분위기와 내부에서 들끓었을 갈등의 깊이는 안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어렵사리 두 권의 시집(『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을 냈고 한 권의 과학에세이집(『과학인문학』)을 내고는 빈둥빈둥 또 그는 변두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주로 변두리의 술집들이었지만 그런 그가 후욱, 어려운 이름을 가진 과학소설(이 책 『Polar Fix Project』)을 하나 썼다. 물론 흥미와 재미가 만발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는 한 소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 자신이 쓴 이 소설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라고 우기다가 잠들었다. 판단은 바람의 갈래만큼 많이 나뉠 것이지만 인생의 깊이가 발목에서 찰랑거릴 즈음 한번 읽어볼 일이다. 그렇게 읽다가 잠들 일이다. 

책 속에서

정체모를 파일이 인터넷 안에서 자신이 눌러앉을 장소를 정하자 먼저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정한 패턴으로 스스로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종의 생명체가 행하는 생장과 비슷한 형태의 증식이었으며 부족한 부분은 네트워크에서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맞게 자신을 정리하고 조용히 기다리는 자세를 취했다.
-10쪽


거대한 파랑, 거대한 생명, 지구와 서로 얼굴을 맞댈 때 가장 먼저 숨 막히게 덮치는 느낌이다. 온 영혼을 꽉 채운 파랑 위에 잠시 아침 안개에 숨어서 낮게 호흡하던 호수 하나가 오버랩 되었다가 사라진다. 스페이스셔틀을 벗어나 지구와 서로 알몸으로 마주서면 다음은 이겨낼 수 없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12쪽


아마도 나는 죽음과 화해했나봐. 문득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제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아. 바라보면 무섭지 않아. 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어. 그러면 분명 뭔가 대답해줄 것 같아. 죽음이 대답해준다면 모두가 진실이겠지? 삶과는 다르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은 죽음이 저기 앞에 펼쳐진 호수 같아. 다가가 발 담글 수 있는.
-105쪽


돌아오지 말라고 내 두발 가지런히 묶던 냉기 사이로
하나씩 하나씩 신경을 잘라내며 다가오는
저 맨발의 굽소리가 나를 겨눈 것이라면
죽음은 옳은 쪽에서 온다
-111쪽


눈의 궤적을 거꾸로 추적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다 채우지 못한 하늘, 그곳에는 오로라가 있었다. 연한 초록으로 발광하는 휘장이 하늘 한편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천국에 문이 있다면 반드시 저런 형상이어야 했다. 에우리디케가 뒤를 따르고 있는지 돌아봐서는 안 되는 오르페우스의 눈앞에도 저렇게 죽음에서 벗어나는 오로라의 문이 있었을 것이다.
-150쪽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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