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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547502 / 120쪽 / 153g / 12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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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황금알 시인선 [118]
출판사 리뷰
이종문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평범함’에서 강력한 자장을 뿜어내는 ‘비범함’을 포착해낸다. 그 과정에서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언제나 친화력과 호소력 넘치는 토착어이다. 문장은 해학으로 전개되고 그 속도는 민첩하다. 우리는 절로 웃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시는 바로 그 웃음의 눈꼬리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 토속 서정의 힘을 강렬하게 지니고 있다. 그는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인식의 발화에는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늘 보통사람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깨우침은 초탈이나 달관처럼 특별 난 게 아니다. “흰 구름 이불 속에 벌렁 드러누운 채로 두 팔을 베게 삼아 드렁드렁 코를 골며 한 사날 잠”을 푹 자고 “깨고 나니 의자 위”였다(「깨고 나니 의자 위데」). 여름엔 비 뿌리고 겨울엔 눈 휘날린다. 그에겐 그게 호시절이다. 당연히 호시절은 계속될 것이고 흐벅지고 깊은 서정은 더욱 짙어 갈 것이다.
수록된 시편들 모두가 수준 이상의 균질성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인용할 만한 작품을 찾기 위해 수고할 일도 없다. 시집의 첫머리에 수록된 '계엄군을 투입하라'는 작품을 예로 들어 보자.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총파업을 선언하여/ 이른 바 물류대란이 코앞에 다가오자/ 급해진 중앙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했다// 고료도 없는 시를 매일 써온 시인들도/ 드디어 총궐기 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당분간 시 짓는 일을 일체 작파키로 했다// 뭐라고? 그래 봤자 눈도 깜짝 않는다고?/ 천만에, 그럴 리가? 다급해진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한다며 으름장을 놓겠지 흥,// 이 놀라운 사태 앞에 경악한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라며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말로 계엄군들을 투입하게 될지 몰라// 그래 부디 그 계엄군 투입하라, 투입하라/ 시인들이 작파를 해도 공권력을 투입하는/ 기차고 신명 난 세상, 그게 꿈이니까 얼쑤!
- '계엄군을 투입하라' 전문
생뚱맞게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시작된 시는 엉뚱하게도 전대미문의 ‘시인들의 총파업’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이 놀라운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즉각 “계엄군을 투입”하는 “기차고 신명난 세상”을 만들어달고 대통령에게 강력 요청한다. 비약에 비약이 뒤따르지만, 이처럼 의표를 찌르는 의외성이 시의 자력을 강하게 뻗치게 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신문 사회면에서나 등장할 법한 “화물연대‘, ‘총파업’, ‘물류대란’, ‘공권력’, ‘총궐기’, ‘국가적 위기’, ‘계엄군’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어휘들은 의외성을 촉발시키는 동시에 시적 표현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시는 우습기도 하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이종문은 시인이 시인으로서 ‘긍정적인 밥’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게 된 오늘날의 현실적 상황에 대하여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시집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 호병탁(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