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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김연경의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 2005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십여 년 만이다. 작가는 그 공백을 가득 메우기라도 하듯 이번 소설집을 ‘소설’이라는 삶의 ‘이야기’로 꽉 채우고 있다. 소설집?이지만 구성이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 있는 네 편의 소설은 2012년 이후로 쓰인 것이고, 2부의 네 편은 2010년 이전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소설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시간과 문체의 차이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김연경은 이번 작품집에서 등단 20년 작가의 공력을 마음껏 펼친다. 어쩌면 그는 소설이야말로 인생의 ... 김연경의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 2005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십여 년 만이다. 작가는 그 공백을 가득 메우기라도 하듯 이번 소설집을 ‘소설’이라는 삶의 ‘이야기’로 꽉 채우고 있다. 소설집이지만 구성이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 있는 네 편의 소설은 2012년 이후로 쓰인 것이고, 2부의 네 편은 2010년 이전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소설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시간과 문체의 차이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김연경은 이번 작품집에서 등단 20년 작가의 공력을 마음껏 펼친다. 어쩌면 그는 소설이야말로 인생의 아픔, 아쉬움, 회한, 고독과 슬픔을 절절하게 담아내는 일에 맞춤하도록 진화된 형식임을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닐까. 그는 지나간 일에 대한 회한을 풀어내는 도중에 삶의 교훈을 길어내기도 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린 후 이를 오묘한 웃음과 쾌감을 주는 이야기로 전화(轉化)시키기도 한다. 실로 놀라운 이야기의 마술이다. 김연경의 소설은 그렇게 인생의 본질과 소설(쓰기)의 진실을 연결시키면서 스스로 이야기의 몸을 빚어나간다. 그의 소설들은 일찍이 말할 수도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것이 인생 속에 ‘그냥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로 하여금 감지하게 한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자아라는 한계에 갇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인생의 진면목을 깨닫게 하는 축도이자 동시에 단 한 번으로 그치고 말 유한한 삶을 반복해서 경험하도록 만드는 실존의 상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김연경 소설의 요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범속한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인간 정신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에 자리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진부함과 낯섦 그리고 속물성과 고귀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은 소소하지만 눈물겨운 사연들을 통해 사부작거리며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우리는 표제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에서 자신이 처한 난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패한 인물의 대표적인 사례를 목격하게 된다. “인생이란 우리에게 지독히 하찮거나 평범한 행복을 줄 따름이면서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가.”(11쪽) 철학과 시간 강사인 최승휴가 남긴 유서는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인생의 비참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최승휴에 대한 연민과 함께 그마저도 놓친 미량의 진실에 초점을 모은다. “다들 죽겠다고 하면서도 대략 살고 있는데 그는 진짜로 죽어버렸다.”(13쪽) 한편 소설은 최승휴의 상대편에 동료 강사 박철진을 등장시킨다. 최승휴처럼 그 역시 교수직에 도전하여 여러 번 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마침내 살아남아 교수가 되는 데 성공한다. 그런 그의 눈앞에 예전에 죽은 최승휴의 유령이 나타난다. 최승휴와 박철진의 차이는 비참하고 더러운 한국 대학의 현실을 한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받아들였다는 정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에게 이런 의문을 던진다. 최승휴와 박철진 가운데 누가 ‘파우스트 박사’이며 치명적인 오류에 빠진 사람은 누구인가? 어쩌면 타인의 죽음에 인간적인 연민을 갖지 못하고 범속한 현실에 매몰되어버린 박철진과 동료 교수들이 오히려 오류투성이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김연경의 소설은 인간을 억압하는 왜소한 일상 그 자체보다 엄혹한 현실에 짓눌려 살아가는 동료 인간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깊은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연민 어린 시선이야말로 비참한 삶을 한 편의 소극으로, 황량한 세계를 삶이 지속되는 보금자리로 만드는 힘이다. 나아가 이는 현실에서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을 길어 올리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인간 존재란 정말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환경에 굴복하고 어이없는 계기로 목숨을 잃기도 하며 권력과 몇 푼의 이득 때문에 존엄함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김연경의 소설은 우리 삶의 비참이 비극적 영웅의 몰락과는 거리가 먼, 지질하고 못난 인간들이 벌이는 희극에 가깝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 범속함과 저열함으로 인해 결국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의 소설에서는 아이디얼리스트에서 리얼리스트의 세계로 슬그머니 시선을 옮기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김연경의 소설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신의 몫으로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그의 소설은 삶에 들어오는 이물감, 낯선 사건, 황당스러운 재난을 꾸준히 받아들여 삶의 재료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게 한다. 「‘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에서 주인공은 가난과 외로움에 힘들어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견뎌낼 수 있게 도와준 마을 사람들에 대해 술회한다. 언제나 먹을 것을 푸짐하게 내어주던 복덕방 집 부부의 후한 인심이 자신의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렸던가 찬찬히 술회하고 있다. 덕분에 이들은 삭막한 현실을 내면에서 소화해서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방법을 하나씩 익혀나간다. 먹는다는 것, 소화한다는 것, 이 모든 낯선 현실을 인간화해서 삶의 부분으로 만들어간다는 것, 김연경의 소설이 들려주는 삶의 원리는 이런 적응과 동화(同化)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김연경의 소설에는 짙게 배어 있는 삶의 페이소스와 더불어 어렵사리 추출해낸 유머와 익살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다.
그는 자신과 친구의 운명을 시소에 올려보았다. 그가 교수가 됐다는 사실과 최승휴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인과 관계는커녕 순접이나 역접 관계도 전혀 없다. 그가 교수가 된 것이 신의 섭리요 굳건한 자연법칙의 발현인 것처럼 최승휴의 자살 역시 몸의 흐름이든, 세계의 기의 흐름이든 하여간 우연과 필연이 빚어낸 운명이었다. 지나친 자기 과신, 거기서 비롯된 지나친 자기 연민과 지나친 자기 경멸, 그것에 함몰된 것은 어쨌거나 최승휴 자신의 오류였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박철진은 저녁 식사 때부터 더부룩했던 속이 개운해졌다.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59~60쪽)
“애들 안 보고 뭐해, 정말!”
희뿌연 증기가 의식의 흐름처럼 자욱이 드리워진 가운데,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칠순의 촌부와 초로의 영문학도와 유칼립투스를 갈아타는 코알라와 커피콩을 고르는 남자는 온데간데없다. 알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둥 마는 둥 얼른 건우를 안아 올린다. 마루에는 장남감과 주방 도구와 걸레통과 옷가지가 한껏 널브러져 있다. 계속 졸다가 이제 막 눈을 번쩍 뜬 남편은 아직도 마누라의 호통이 잘 접수되지 않는 눈치다. 누적된 피로와 수면 부족 때문에 시뻘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 문자 몇 개가 제멋대로 찍힌다. “여기가 묵시록이다.” 혹은 “Welcome to the real world.”
-「우연론과 인과론」(131쪽)
나도 모르게 눈물마저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이쯤 되면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민망해졌다. 하지만 눈물은 멎기는커녕 그 정도의 권리는 충분히 있다며 뻔뻔스럽게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구토 때문에 온몸이 너무 아파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있는 스물일곱의 나. 참 추악하지만 참 정직하기도 한 이 실존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구토, 혹은 실존의 기록」(204~205쪽)
우리는 종결된 동생의 삶과 진행 중인 우리의 삶을 동시에 애도했다. 죽음에 대한 갖은 이야기들이 난무하지만, 숭고한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기에는 죽음의 양상이 너무 웃겼고 희극의 기쁨을 맛보기에는 그 삶이 너무 애처로웠다. 숨이 꼴까닥 넘어간 우리의 깍두기 막내, 영면하라!
-「깍두기」(303쪽)
목차
Ⅰ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섬
우연론과 인과론
소설학 개론
Ⅱ
구토 혹은 청춘의 기록
‘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
아지랑이
깍두기
작품 해설 굿모닝, 코미디언 - 이소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