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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8.5 승효상 짓다

시리즈 : 바이오그래피 매거진(BIOGRAPHY MAGAZINE) [9]

승효상, 스리체어스 편집부 저 | 스리체어스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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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984048 / 212쪽 14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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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바이오그래피 ISSUE8.5 승효상 - 짓다

돌아보면 공간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곳이 변했거나 내가 변한 까닭입니다. 등 뒤로 해진 소매를 숨기게 했던 전학생의 이층 양옥집은 편의점과 커피숍이 되었고, 적갈색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리스인을 닮았던 옛 서울역은 퇴락한 귀족이 되었습니다. 변해 버린 공간 속에는 기억만이 남습니다.

한 호에 한 인물만을 다루는 휴먼 다큐멘터리 매거진 《biography》 8.5호에서는 건축가 승효상을 만났습니다. 긴 대화와 함께 절판된 그의 첫 저서 《빈자의 미학》을 실었습니다. 승효상에 따르면 건축은 공간으로 구축되지만 시간으로 완성됩니다. 건축가는 공간을 만들고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공간은 시간을 만나 비로소 장소가 됩니다. 결국 우리는 매일 건축합니다.

저자 소개

1952년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빈 공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5년간의 김수근 문하를 거쳐 1989년 이로재履露齋를 개설한 그는, 한국 건축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4·3그룹’의 일원이었으며, 새로운 건축 교육을 모색하고자 ‘서울건축학교’ 설립에 참가하기도 했다. 1998년 북런던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고,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했다. 지은 책으로 《빈자의 미학》(1996), 《지혜의 도시 | 지혜의 건축》(1999), 《건축, 사유의 기호》(2004), 《지문》(2009),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2010),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2012) 등이 있다.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건축의 중심에 두고 작업하면서 김수근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다.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로서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지휘하던 그에게 미국건축가협회는 명예펠로십Honorary Fellowship을 수여했으며,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2002)에 선정되어 ‘건축가 승효상전’을 가졌다. 미국·일본·유럽·중국 각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지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의 건축 작업은 현재 중국 내의 왕성한 활동을 포함하여 아시아와 미국, 유럽에 걸쳐 있다. 한국 정부는 그의 문화예술에 대한 공헌을 기려 2007년 대한민국예술문화상을 수여했다.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활약한 그는 2016년 9월 2년간의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직무를 마쳤다. 

I had three chairs in my house; one for solitude, two for friendship, three for society.
- Henry David Thoreau 《Walden》


2014년 7월 언론인, 광고인, 국회 보좌진이 모여 설립한 ㈜스리체어스는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스리체어스가 만들어 갈 가치란 ①당신과(one for solitude), ②당신의 친구와(two for friendship), ③당신이 속한 사회를(three for society)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가치를 뜻합니다.


스리체어스는 격월간 와 발행은 물론 인문사회 서적 출간, 인물 브랜딩, 각종 문화 행사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기억의 공간
건축가에게 유년의 집은 공간 감각의 원형이다. 6·25 전쟁 때 피란한 여덟 가구가 모여 살던 부산 집부터 UFO를 봤던 집, 누님이 시집간 집, 1971년 상경해 얻은 휘경동 하숙집까지 승효상의 스케치북에 담긴 유년의 공간들을 살펴본다.
바이오그래피
대학가는 장마철 터지기 직전의 제방처럼 뒤숭숭했다. 1972년 유신 체제를 전후해 반정부 시위가 줄을 이었다. 휴교와 휴업으로 학교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승효상은 부산에서 상경해 휘경동에서 하숙했다. 주변에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거리끼지 않고 시위에 가담했다. 여러 번 잡혔다가 얻어맞고 풀려났다. - 25p

승효상은 김수근 선생의 카리스마가 싫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선생의 카리스마를 대입했다. 시대를 등진 승효상에게 김수근은 유일한 세계였고, 극복할 대상이었다. 삼백예순날 선생에게 도전했다. 김수근이 스케치를 한 장 그리라 하면 두 장을 그리고, 열 장을 그리라 하면 스무 장을 그렸다. 김수근에게 “네가 옳다”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악착같이 그렸다.
- 30p

건축가들 사이에 오래된 농담이 있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매춘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손님을 받아야 일이 이루어지고 주로 밤에 일을 하며 종이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생전에 김수근 선생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건축주에게 웃음은 팔더라도 정조는 팔지 마라.” - 40p

1992년 12월 12일 4·3그룹은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이라는 화두를 내고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를 개최한다. 그 자리에서 승효상은 자신의 건축 철학으로 ‘빈자貧者의 미학’을 선언한다. 작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함께 나누어 쓰는 ‘가난할 줄 아는 이들의 미학’이란 뜻이다. - 46p

승효상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빈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 정주할 이들의 모든 활동을 예측해서 마스터플랜을 짜겠다는 오만은 버렸다. 빈공간은 끝까지 비어 있지 않는다. 그곳을 점유하는 사람의 의지로 바뀌거나 채워진다. 이것이 승효상이 바라는 삶의 풍경이고 리얼리티다. 승효상에게 건축은 비어 있음이다. - 54p

1000만 인구가 사는 세계의 메가시티 25개 중에서 산과 강을 품은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 산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나가는 풍경이 서울의 고유한 모습이며, 서울의 정체성이다 .지난 시절 서양 도시를 답습해 인공의 랜드마크를 세워 자연과 역사와 부조화한 풍경을 만들었지만, 회복할 원점인 산과 강이 있기에 서울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승효상은 믿는다. - 59p

승효상의 말

(우리나라 건축 수준) “건축은 건축가가 만들지만 좋은 건축가는 좋은 건축주가 만듭니다. 좋은 건축주는 일반 국민에서 나오니까 우리 건축 수준도 건축 선진국에 비해 동등하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서울만 하더라도 1만 명 이상이 건축사 라이선스를 받아서 건축을 하는데, 그중 일반적인 개념의 건축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어요. 심지어 남의 설계를 뺏어서 자기가 감리하겠다고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자고 하는데, 대다수 건축하는 사람들이 찬동하고 있거든요. 이건 도둑질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건축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어요.” - 83p

(스승 김수근) “1974년 5월이었어요. 학과 애들이 김수근 선생님을 만나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공간’에 갔어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아킬레스건을 다쳤다고 다리 한쪽을 책상에 올리고 시건방지게 얘기하는데, 저 사람은 나하고 절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그래서 문하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그해 12월에 대학 은사께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 96p

(빈자의 미학)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고, 가난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미학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을 짓는 건 사회 복지의 차원이죠. 그건 사회 정책의 과제예요. 건축가의 과제는 돈이 많든 적든 건축 설계를 부탁하는 사람을 위해 설계를 하는 거니까, 그럴 때 건축가가 어떤 자세로 건축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겁니다. 건축주의 말만 들어서 되겠느냐, 건축은 공공재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검박하고 절제하는 삶,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데, 그런 삶을 배워서 가난할 줄 알며 살자는 게 ‘빈자의 미학’입니다.” - 116p

(좋은 도시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 독일 출신의 문예 평론가이자 사상가은 ‘좋은 도시는 도시의 어느 곳에 떨어져도 일부만으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도시’라 했어요. 여기에는 주거 지역, 상업 지역, 공업 지역 같은 계급적 구분이 없어요. 부분이 전체와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회, 개인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죽음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한 생명이 우주만큼 귀하게 취급받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고 좋은 도시라고 해석할 수 있죠. 우리 주변에도 이런 곳이 있어요. 바로 달동네예요.” - 131p

(지문地文) “우리는 누구나 지문을 바꾸고 있어요. 자기가 사는 일생이 어제와 다르다면 지문을 바꾸는 거죠. 일상이 땅에 무늬를 새기는 작업이니까 누구나 자신의 지문을 새기고 있는 거예요.” - 138p

(아파트) “도시의 도로가 오다가 아파트 단지를 만나면 들어가지를 못해요. 휠 수밖에 없어서 단지가 결국 섬처럼 남게 됩니다. 도시 속 공동체가 아니라 도시와 불화하는 섬이죠. 갈등과 대립이 여기서 기인해요. 이런 섬들이 도시 곳곳에 있어요. 우리 사회가 조화되지 못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개념부터 해체할 필요가 있어요.” - 142p

(건축이란) “우리 존재 자체가 건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이데거가 그랬죠. 우리는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우리 존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지속시키고 안정시키는 유일무이한 매체가 건축이라 할 수 있어요. 인간은 건축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어요. 건축을 통해서 우리 삶이 지속될 수 있고, 건축을 통해서 우리 삶이 안정될 수 있어요. 그러니 건축은 자기의 지속과 안정을 위해서,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공동체가 지속되고 안정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고 하는 겁니다. 결국 건축은 거주하는 사람의 존재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50p

빈자의 미학

빈자의 미학. 여기에선,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 180p

도시가 다양한 삶의 집합체라면, 건축 역시 그 삶의 한 공동체이다. 그 삶이 단속적이지 않은 것 같이 건축 역시 도시에 대해 닫혀 있지 않아야 한다. 도시와 건축이 서로 열려 있을 때 그 삶의 매트릭스는 끊기지 않으며, 가장 작은 유니트에서 거대한 우주의 넓이까지에로의 확장된 삶을 가질 수 있다. - 185p

딱히 쓸모없어 이름 짓기조차 어려운 그런 공간은 건축의 생명력을 길게 하며, 정해진 규율로 제시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만든다. 그러한 공간이 많을수록 더욱 다양한 삶이 그 안에 담기게 되고, 그 다양함이 어떤 시스템에 의해 엮어지면 그 공간은 시퀀스를 가지고 삶의 드라마를 만든다. -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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