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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운명

원제 : Sorstalanság
시리즈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8]

임레 케르테스 저 | 유진일 역 | 민음사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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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63402 / 316쪽 13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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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매일매일 죽음을 일상으로 살아야만 했던 한 소년이 발견한 삶의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진실 부다페스트의 중산층 유대인 부모 아래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순진한 유년을 보내던 열네 살 소년 죄르지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노란색 별을 가슴에 붙이게 되고, 생필품 배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아버지는 어느 날 노동 봉사라는 명목으로 죄르지 곁을 영영 떠난다. 한편 유대인 소년들에게 할당된 공장 노동에 징집된 죄르지는 공장을 향하던 버스에서 끌려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잔혹한 운명에 조우한다. 갑작스러운 연행과 물 한 모금 주어지지 않는 비좁은 수용소행 기차, 죄르지가 도착한 곳은 지금까지 그가 알던 세상의 대척점에 위치한 땅, 바로 아우슈비츠였다. 아우슈비츠에서 부헨발트, 차이츠까지 악명 높은 강제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소년은 매일 도처에 도사린 죽음과 마주한다. 그러나 가스실의 비참과 잔혹한 노동, 인간 이하의 생존 조건 가운데에서 그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담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견뎌 내는 법을 체득한다. 즉 죽음에서 일상을 찾아낸 것이다. 줄은 나를 포함해 똑같이 줄을 맞춰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 목욕탕이 있었는데 이를 보자 다시 힘이 생겼다. 하지만 그 전에 모두 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들이 말을 해 주기도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업무 때문에 하는 일종의 징병 검사나 업무 적합도 검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잠깐 쉴 수 있었다. 내 옆과 앞과 뒤에서 소년들이 서로 부르며 잘 있다고 손을 흔들었다. (중략) 역은 꽤 멋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이게 바로 말린 쐐기풀 수프야.” 그가 설명했다. (중략) 그가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군인에게 있어 첫 번째 법칙은 오늘 주는 것을 다 먹으라는 거야. 내일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지.” 실제로 그는 자기 수프를 침착하고 태연하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다 먹었다. ― 본문 중에서 부족한 식량을 절도 있게 섭취하고, 주어진 노동을 묵묵히 수행하고, 그곳을 지배하는 폭력적인 규칙에 순응하면서 계속해서 삶을 살아 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죄르지. 소년은 1944년 수용소에 들어가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해방되어 부다페스트 거리로 다시 돌아오지만 이미 단 일 년의 시간 동안 노인처럼 변해 버렸다. 그를 알던 거리의 이웃들과 그가 겪은 이야기를 세상에 발표하고 싶어 하는 저널리스트는 죄르지가 지구상 최악의 장소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세상에 대한 분노에 차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죄르지는 그런 그들에게 자신은 그곳에서 어쩌면 행복까지도 느꼈음을 피력한다.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내뱉는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그런데 만약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라는 죄르지의 역설은 실제로 죄르지의 나이에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차이츠를 경험한 작가 임레 케르테스가 홀로코스트 이후의 인류에게 전하는, 인간성에 대한 준엄하고도 근원적인, 강렬한 깨달음이다. ■ 2016년 타계한 작가의 ‘운명 4부작’을 대표하는 작품 2016년 3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아우슈비츠의 고발자 임레 케르테스가 타계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독특한 주제에 천착해 온 거장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부다페스트의 목재상 부부에게서 태어난 임레 케르테스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뚜렷이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생애를 변화시킬 만한 사건에 맞닥뜨린다. 소설 속 주인공 죄르지와 마찬가지로 불과 열네 살의 나이에 부모님과 살던 정든 거리에서 지상의 지옥이라는 별명이 붙은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것이다. 그는 이후에 부헨발트와 차이츠에 각각 수용되었다가 종전 이래 다시 부다페스트에 돌아온다. 이때 겪은 강렬한 체험은 고발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변하여 이후 작가의 삶을 지배하면서 그의 문학 세계를 이루는 주요한 토대가 된다. 일간지 편집인, 공장 노동자, 프리랜서 작가, 번역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전쟁 이후의 삶을 영위하던 임레 케르테스는 결국 13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의 집필 끝에 그의 운명을 바꾼 역작 『운명』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다. 이 작품의 원제는 ‘Sorstalansag’로, 본래는 ‘운명 없음’이라는 뜻이다. 즉 죄르지가 소설 말미에 사람들을 향하여 부르짖는 “운명은 없다.”라는 한마디를 소설의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주어진 하나의 운명을 버텨 냈다. 그것은 나의 운명이 아니었지만 나는 끝까지 살아 냈다. 그들이 왜 내가 지금 그것을 품고 출발해 어딘가로 끼러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착오이고 우연이고 일종의 탈선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그들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내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말하는 음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객관적인 목소리로 과거를 술회하는 죄르지의 입술을 빌어 임레 케르테스는 어쩌면 운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곧 운명이라고 주장하며, 아우슈비츠를 사회적 폭력과 억압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현대 사회까지 확장하여 그 안에서 ‘살아갈 의지’를 가질 것을 피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타계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음성을 들을 수는 없게 되었으나, 이 현대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 작가는 여전히 깨어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생생한 목소리로, 아우슈비츠가 특정 지역과 특정 시기에 속한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폭력적인 사회 안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진행형의 사건임을 고발하면서 “나치는 언제나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 소개

192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케르테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부헨발트와 짜이츠 수용소를 전전하다 1945년 종전과 해방을 맞았다. 그는 종전 뒤 부다페스트 일간지 '빌라고사그'의 기자로 2년여 동안 근무하다가 신문사의 국유화로 해고당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케르테스는 몇 년 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콘라드 죄르지와 함께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작가다. 그가 10여 년간의 퇴고 끝에 내놓은 처녀작 '운명(원제: 운명없음·Sorstalnsag)'은 1975년에 발간됐다. 
지은 책으로 <길을 발견한 사람>,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 등이 있다. 브란덴부르크 문학상, 라이프치히 서적상, 200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대학교(ELTE)에서 헝가리 『뉴거트』 3세대 작가인 로너이 죄르지(Ronay Gyorgy)의 아들인 로너이 라슬로(Ronay Laszlo) 교수 밑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 대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발칸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헝가리어과에서 강의한다. 
주요 논문으로는 『헝가리 신화의 아시아적 모티프』, 『헝가리 정형시 율격의 구조와 특징』, 『좌우 정권 교체에 나타난 중부유럽의 정치문화 갈등』, 『케르테스 임레 소설의 구조적 특징: 순환·반복구조와 단절구조』, 『턴도리 대죄의 탈전통시 시도 네오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저·역서로는 『Kagylohejak』, 『Atigris s a nyl-Koreai meseks trtnetek』, 『책으로 읽는 21세기』(공저), 『동유럽 영화 이야기』(공저),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공역) 등 다수가 있다. 

목차

운명 7
작품 해설 287
작가 연보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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