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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5720210 / 380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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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드디어 막이 오른, 한 사내의 이야기 소설 《거기. 그가. 있다.》는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권영준이 2007년 발표한 희곡 《립(笠), 명(鳴)!》을 무대화하는 과정과 그 실황을 머릿속에 그린 가상의 기록물이다. ‘상상 다큐멘터리’라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소설 기법은 극 안팎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내 ‘그’는 극장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본다. 자신이 직접 쓴 희곡이며, 공연 연습 초반에 연출자로 참여했으나 예기치 못한 일로 ... 드디어 막이 오른, 한 사내의 이야기 소설 《거기. 그가. 있다.》는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권영준이 2007년 발표한 희곡 《립(笠), 명(鳴)!》을 무대화하는 과정과 그 실황을 머릿속에 그린 가상의 기록물이다. ‘상상 다큐멘터리’라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소설 기법은 극 안팎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내 ‘그’는 극장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본다. 자신이 직접 쓴 희곡이며, 공연 연습 초반에 연출자로 참여했으나 예기치 못한 일로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 심혈을 기울인 이야기가 바로 소설 《거기. 그가. 있다.》이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세 가지 이야기를 보여 준다. 하나는 전설적인 시인 김병연(김삿갓)에 대한 이야기다.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플롯으로, 오랜 방랑의 여정 끝자락 즈음. 십여 년 만에 개성 땅을 다시 밟은 김병연은 한때 ‘개성제일화(開城第一花)’라 불렸던 기녀 가련과 기생 아진의 기방(妓房)에서 세 사내를 만난다. 그들은 각각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노회한 승려와 풍수지리에 밝은 헛똑똑이 지관, 그리고 그럴듯해 보이는 명문가의 자제쯤으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역성혁명(易姓革命)을 꿈꾸는 무리들이었다. 우두머리 되는 자는 수십 년 전 ‘홍경래의 난’ 때 반군(叛軍)에게 투항치 않고 끝까지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던 가산(嘉山) 군수의 후손으로, 젊었을 적 김병연이 백일장에서 만고의 충신이라고 칭송해 마지않았던 정시(鄭蓍)라는 인물의 손자였다. 그리고 세 사내들 역시 앞에 있는 만만찮은 유식쟁이 비렁뱅이 떠돌이가 홍경래 측에 투항하여 반군 편에서 격문을 썼던 선천(宣川) 부사(府使) 김익순(金益淳)의 피붙이 김삿갓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썩어빠진 왕조에 대한 환멸과 적대감 그리고 백성에 대한 사랑과 혁명에 대한 의지로 불꽃 튀기는 논쟁을 벌인다. 다른 하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그’의 - 혼자 희곡을 쓸 때 고민했던 창작과정과 배우나 스태프와 작업하며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흥미로웠던 역학관계를 회상하는 - 이야기다. 이렇게 ‘그’가 눈앞에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며 과거를 회상해 보는 이야기가 끝나자, 소설 《거기. 그가. 있다.》는 현재의 ‘그’에 대하여 놀랄 만한 세 번째 이야기를 새로이 펼쳐 놓게 된다. “뼛속까지 연극적 인간”으로 불리는 작가 권영준은 늘 새롭게 궁리하고 고심하며 뚝심 있는 시도로 평단을 매료시켜 왔다. 그리고 이제 막 세상에 내놓은 《거기. 그가. 있다.》야말로 그가 버텨 온 지난 시간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마저 읽는 순간, 우린 가슴이 뛸 것이다. 한 예술가의 머릿속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힘이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되길 바란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는 결단코 극장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겨우내 진행된 공연작업 초반에 연출자로 참여했었던 그로서는, 객석에 앉아 있는 내내 몸뚱이를 배배 꼬고 엉덩이까지 비틀어대다가, 기껏해야 왼고개나 절레절레 저어가며 못마땅한 한숨을 연거푸 “푸우~ 푸~” 내어 쉴 게 뻔할 공연이라는 섣부른 단정에 발목이 잡힌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뻔뻔스런 이기심과 부끄러운 자존심에 은근히 속되 먹은 허영심마저 알게 모르게 가미된 두려움 탓으로, 자신이 그 끔찍스러울 연극의 뿌리랄 수 있는 엉성한 희곡을 쓴 한심스런 삼류작가라는 관객들의 쓰라릴 - 제 입장에서 보면 적잖이 억울할 수도 있을 - 손가락질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_ p.7
긴 여운을 주도록 무대는 가능한 천천히 어두워져야 할 것이다. 전체 공연의 프롤로그(prologue)인 - 맛보기면서도 고갱이라고도 할 만한 -
전주(前奏)가 끝난 것이다. 전주가 실연(實演)되는 내내 숨죽이고 몰두했던 관객들도 긴장이 풀어졌는지, 숨을 “후우~”내뱉으면서 무대를 향해 쏠려있던 몸을 뒤로 빼며 의자에 기대어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북소리로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가는 가운데, 음향과 조명을 섞어서 아예 하나의 독립적인 장면을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_ p.34
삿갓 쓴 사내 그러니까 김병연이 제법 멀끔해 보이는 두루마기 차림에 걸망? 바랑? 여하튼 기다란 자루를 등에 지고 무대에 들어섰는데, 사립문 앞에서 잠깐 동안 망설거려대는 것만 같은 태도와 행색을 훑어보고서, 그는 비록 변변찮은 폐포파립(弊袍破笠)일망정 누더기마냥 지저분하게 깁고 덧댄 비렁뱅이 차림새가 아닌 것이 고마웠고, 매끈한 죽장(竹杖) 끝에 호리병을 매달아두지 않아서 감사했으며, 무엇보다 청국장에 까르보나라(carbonara) 처말아먹는 퓨전 스타일(fusion style)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_ pp.70~71
희뿌연 달빛과 흐릿한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 산 벚나무는 소리와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 그러나 미세하고 미묘한 명도(明度)와 채도(彩度)의 변화에 의해 - 꽃잎과 잎사귀들이 서로서로 몸을 비벼대고 일렁이고 있는 듯이 보여서, 곧 어떤 일이 일어날 전조前兆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는 연출가가 발랄이 지랄이 될 정도까지 잦은 재주를 부려서 만든 ‘정신 사나운 공연’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변화 없이 지나치게 단조롭게 흐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기에, 초보 연출가였지만 평론가 류리가 나름 적절한 타이밍에 꽤나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대를 내려다보며, ‘화사한 산 벚나무 아래께 평상과 김병연이 앉아 있는 본채 큰 마루 그리고 사립문 문설주에 매달려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초롱불’ 이렇게 세 군데의 거점이, 아득한 운무(雲霧)에 휩싸인 아스라한 산봉우리나 어스레한 해무海霧에 잠긴 외딴 섬처럼 구도를 잡아주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습 초반의 그림을 떠올려보았다. _ p.133
맨 꼭대기 객석에서 웅크리듯이 의자에 몸을 파묻고 앉아 있는 그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공연과 자신이 희곡을 썼던 그 당시 머릿속에다가 혼자 그렸었던 장면들, 그리고 저만 아는 인물들과 연습하면서 만들고 싶었던 장면을 생각나는 대로 비교해보면서 - 극중 캐릭터에 소소하게 투영된 아무도 모를 저 자신의 모습을 찾아 즐겨보고, 혹은 캐릭터의 모델이 되었던 주변 인물들과 배우들이 구현해내는 캐릭터들을 비교해보면서 - 때론 흡족해하면서 미소 짓고 때론 불만족스러워 찡그리고 있는 것이다. _ p.174
목차
프롤로그 _ 5
거기. 그가. 있다 _ 7
에필로그 _ 3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