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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삶, 죽음, 망각에 관한 이야기

랄프 스쿠반 저 | 정범구 역 | 삼인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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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361122 / 228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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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스쿠반 씨, 그거 아세요? 제가 남편을 이대로 집에 놔두면 안 되겠다고, 요양원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게 언제인지요?” 나는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였어요. 남편이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정히 웃으면서 말하는 거예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부인. 그런데 누구신지요?’” (……) 회플러 부인은 이제 50대 초반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보다 아주 젊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편을 더 이상 직접 돌볼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은 이제 그녀가 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스쿠반 씨, 그거 아세요? 제가 남편을 이대로 집에 놔두면 안 되겠다고, 요양원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게 언제인지요?” 나는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였어요. 남편이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정히 웃으면서 말하는 거예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부인. 그런데 누구신지요?’” (……) 회플러 부인은 이제 50대 초반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보다 아주 젊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편을 더 이상 직접 돌볼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은 이제 그녀가 알고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옛날 몸통에 들어 있는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 본문 16∽17쪽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실재’ 이야기 사람은 모두 늙고, 병들고, 죽는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기에 대해 분명한 ‘상’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대체로는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멀고먼 일로 제쳐두고는 한다. 그러다가도 불쑥, 자기 자신 혹은 가족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이 노년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잔잔하고도 현실적인 에세이다. 이 책을 쓴 랄프 스쿠반은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일의 한 요양원을 이끌어왔다. 그가 일했던 요양원에는 다양한 증세를 보이는 치매 환자들과 알코올중독자들, 죽음이 머지않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은이는 이들과 있었던 여러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는 한편,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며 겪은 심적 고통과 갈등을 철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요양 업무’를 대하는 독일 정부의 맨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 국가로서 국민 복지에 최선을 다한다고 알려진 독일이 이 책에서는 조금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엄청난 양의 행정 업무를 지시해 관계자들을 괴롭게 하거나, 요양원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를 강행해 요양업계의 불만을 산다. 저자는 일하는 동안 정부의 ‘비이성적’인 행태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또 이 같은 조치들이 현장의 상황을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날카롭게 폭로한다. 치매, 당신 앞에 놓여 있을지도 모를 긴 터널 이 책의 미덕은 과장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노년에 닥쳐올 질병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낀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질병은 개중 가장 무서운 것으로 손꼽힌다. 저자는 사람들의 공포를 조장하지도, 그렇다고 억지로 가라앉히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요양원에서 돌보던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며 그들의 삶을 묘사한다. 예컨대 회플러 부인의 남편은 점잖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으나 치매가 점점 깊어지면서 결국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게 됐다. 회플러 부인은 남편을 요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직장 문제도 있었지만, 저자의 말처럼 “간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 부모든 배우자든,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간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간병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선을 긋는다. 시간이 흘러 치매가 더욱 심해진 남편은 벌거벗은 채 여자들의 꽁무니를 신나게, 거리낌 없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회플러 부인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전하며 “치매가 깊을수록 당사자는 즐겁고 신난다. 그러나 가까운 이가 정신적으로 점점 죽어간다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로서는 끔찍한 일”이라고 말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만큼 환자의 가족을 돌보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저자는 환자의 가족들과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통을 나누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가족들의 굽었던 어깨가 점차 펴지고, 눈물이 미소로 바뀌어가는 것을 볼 때 자기 자신도 행복했노라 술회한다. 저자는 치매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정신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첫 번째 차원의 정신은 사고력과 이성,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이며 두 번째 차원은 감정과 느낌이다. 세 번째 차원의 정신은 자아自我, 즉 “나답다”라는 개념이다. 치매에 빠지면 첫 번째 차원과 두 번째 차원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역할, 내 직업, 내 재산 따위의 “내 것”이라는 개념이 무너져버라는 것이다. 저자는 치매 환자들에게 이것이 오히려 축복일지 모른다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치매를 “터널”에 비유한다. 치매 환자들이 가장 힘든 시기는 터널의 어두컴컴한 중간 지점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때다. 이때 환자들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정신을 인식하며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터널의 끝, 즉 가장 심한 치매 상태에 도달하면 이러한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해방된다. 터널의 끝을 비추는 빛을 쬐며 비로소 행복감을 얻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상태를 “존재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물론 치매보다 맑은 정신을 가진 것이 좋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치매가 환자를 반드시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저자는 그래프와 지표로 환자의 상태를 규명하는 의학을 넘어 신비로운 영적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치매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철학을 담은 글로 후기를 대신한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모두들 이 사실을 알지만 마지막을 미리 준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을 반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노년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럴 때,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며 삶의 철학을 깎고 다듬어온 저자의 고찰이 담긴 이 책을 권한다. 과장 없이 현실을 그려내고 죽음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책이다.

저자 소개


1965년에 독일에서 태어났다. 정치학 박사[뮌헨 정치대(Hochschule für Politic in München)]이며 여러 책을 저술했다. 20여 년 이상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시설을 이끌어왔다. 늙음과 질병, 인간의 파괴되어가는 정신과 죽음, 이런 것들과의 빈번한 대면은 그를 동양의 신비로운 가르침들에 빠지게 했다. 현재 영적 철학에 대한 책들을 쓰고 관련된 강연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뮌헨 근처에 살고 있다. 

역자 소개

독일 마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90년 귀국한 그는 충남대, 한남대, 경희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을 지냈다. 
1994년부터 CBS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을 맡아 6년 가까이 진행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대통령 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제16대,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저서로는『정범구의 세상 읽기』(1998),『내 방의 불을 꺼야 세상이 보인다』(2008),『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2011)이 있고, 번역서로는 『해방 1945-1950』(1988)이 있다.


 

책 속에서

치매가 깊을수록 당사자는 즐겁고 신난다. 그러나 가까운 이가 정신적으로 점점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로서는 끔찍한 일이다. 나는 환자의 가족들과 긴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삶과 죽음, 영성 또는 삶의 의미와 목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의 슬픈 어깨가 가벼워지고 눈물이 점차 미소로 바뀌어가는 것을, 이들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가느다란 빛을 찾아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이런 순간을 목격할 때 참 좋았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불빛일지라도 내가 그 불빛을 밝히는 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가냘픈 빛줄기라도 캄캄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19~20쪽)
케르테스 씨는 요도에 소변줄을 끼우고 있었다. 고무로 된 소변줄은 음경 속을 관통하고 있었다. 하느님 맙소사, 왜 소변줄을 복부로 끼우지 않았던 걸까! 1980년대 말에는 의술이 거기까지 발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소변줄이 요도에 늘 삽관되어 있는 상태에서 케르테스 씨는 끊임없이 고통받고 신경이 곤두섰을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요도 입구에 누렇고 끈적이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걸 닦아내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때마다 케르테스 씨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 케르테스 씨에게 음식을 먹일 때, 가끔 그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영원히 감겨버린 눈이긴 하지만 그 눈을 지그시 감고 말하는 것이었다. “좋아요, 랄프 씨. 베리 굿!” (22~25쪽)

나는 차라리 죽음이라는 껍질을 벗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육체의 생명과 함께 삶도 끝난다는 것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이 나의 육체적 탄생과 함께 시작돼 내 물리적 죽음의 순간에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연계의 모든 것이 삶은 끝없이 순환한다고 말한다. 밤이 지나 낮이 오고, 시든 꽃무더기 속에서 다시 꽃들이 피어나고, 겨울은 봄에 자리를 내주며 물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30~31쪽)

나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는 떠오르는 모든 것을 적기 시작했다. 신체적 특징, 성격적 특성, 인간관계, 재산 상태, 생각, 느낌 따위들. 내 사상과 특성들,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나라는 존재는 여기 쓰인 모든 것의 총합이기 때문에 나인가? 그렇다면 여기 쓰인 것들이 내 인생에 생겨나기 전의 나는 누구였으며 어디에 있었는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나는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나라는 존재이기를 끝내게 되는가? (42~43쪽)

내가 아직-인간이라는, 보통은 쓰지 않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너무 높은 정의가 오늘의 나는 아직 인간이도록 놔두지만, 만약 내가 내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거나 치매에 걸리면 당장 나를 비-인간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나치게 “높은 요구를 담은” 인류학(그 본질에 있어서는 잘못된 인류학일 수 있는)은 모든 이를 상대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우리를 육체적・정신적 상태에 종속적인 존재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상태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말하자면 그때그때 적용되는 사고 형태에 따른 “시한부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딘가 멍청한 짓 아닌가? (197쪽)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분명히 말하겠다. 경계 위의 인간들—다른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로!—은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하며 존엄을 잃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원칙적으로 광범위하게 실현되고 있다. 비록 보건 의료 분야와 요양 분야에서의 지원이 불만스럽다고는 해도 우리 모두는 적어도 약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하고 또 도움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것이 사회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지만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는 모두 의견 일치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이외의 자연적 존재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두려움과 고통 없이 살아가고, 자신을 마음껏 전개할 수 있는 고유의 정당한 권리를 인간이 어떤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211~212쪽)

목차

목차
이 책에 대해서
결정적 계기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부인이시여!
첫 만남
환영
코마
급사
나쁜 소식
정신, 치매, 그리고 행복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빈곤
영생의 들판
언제 집으로 갈 수 있죠?
고양이 꼬리
두 개의 경계를 넘다
터널
슈피글러트 부인의 아들은 매일 새로 죽는다
설교자
종말 처리장
단 한마디로
성역
착취
빈곤의 그림자
부조리한 나라에서의 돌봄
두려움과 빛
죽음: 들숨과 날숨, 그사이
인간이란 무엇인가??후기를 대신해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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