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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야기의 틈새를 채우며 읽는 고전 강의
《논어》 속 ‘주연 같은 조연’ 12제자,
각자의 ‘길道’을 찾아가다
성인의 어록을 넘어, ‘나를 찾는’ 고전 읽기의 출발점으로
인간 공자의 그 제자들의 ‘관계’로 재구성하는 논어 읽기
‘이 이야기는 어떤 상황에서 나왔을까?’를 상상하면서 읽는 《논어》
우리는 다양한 얼굴의 《논어》를 만나왔다. 동양 고전으로서, 유교의 경전으로서, 나아가 처세의 지혜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의 원형으로서. 《논어》는 누구의 시선으로 읽어 전달되느냐에 따라 빛깔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존재다. 동양철학을 인간의 생동하는 삶과 연결해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바쳐온 저자 김시천은 《논어》를 공자의 ‘제자들’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옛날 논어가 최초로 편집되던 시기의 관점을 복구해 보고, 나아가 ‘사람’이라는 존재를 읽는 텍스트로서 재조명하려 한다.
‘성인 공자’의 어록이라는 관점으로만 《논어》를 읽는 것은 고전의 수많은 틈새를 똑같은 재료로 메워버리는 것과 같다. 저자는 《논어》 속 문장들의 약 55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채로운 등장인물 중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열두 제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시대 ‘공자학단’을 형성한 ‘개인’들의 철학을 재발견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고전을 현실에 맞게 읽는 적절한 독법 가운데 하나다.
“자로가 있었기에 《논어》가 조금은 재미난 책이 되었고,
안회가 있었기에 공자가 조금은 덜 외로웠으며,
자공은 공자가 역사 속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논어》, 사람을 읽다 ― ‘개인’의 발견
《논어》는 공자 사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이다. 따라서 《논어》는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1천 2백 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이루어진 《논어》의 편찬은, 우리가 오늘날 읽는 책과는 무척이나 다른 공정을 거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비용과 여러 가지 조건을 토대로 일어난 ‘획기적 사건’이었다. 책을 만들고 그 책에 내용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논어》의 텍스트는, 오늘날의 우리가 읽기에는 꽤 불친절하다. 이른바 ‘대화’라고 보기에는 문맥이 뚝뚝 끊기고, 문장의 뜻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건넨 말인지를 명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논어》 주해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의 저자 김시천은 이 책에서 통상 《논어》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주연 같은 조연’ 또는 이른바 ‘씬 스틸러’로 재조명되는 과정이 이 책의 몸통이라 할 수 있다. 논어에서 ‘선생님/공 선생님이 말했다’로 시작하는 문장은 전체의 약 45퍼센트로, 나머지 55퍼센트는 공자의 제자들 또는 다른 역사적 인물들이 하는 말이다. (‘논어’에는 제자만 해도 29명, 공자나 그 제자가 아닌 사람들이 125명 등장한다.)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꿔 나간다. 그 결과, 그 시대 ‘공자학단’을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기존의 방식으로 《논어》를 읽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길들을 보여준다. 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각각의 길로 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들이 은밀하게 드러난다.
나는 《논어》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옛날 옷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옛날에 입었던 옷이 오늘날 다르게 변한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처럼, 《논어》가 현재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옷을 다시 입으려면 수선을 해야 합니다. 《논어》 읽기에서도 바로 그 수선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출발점이 전통사회에서 갖는 《논어》의 지위나 의미가 현대사회에서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_ 프롤로그 ‘《논어》, 사람을 읽다’ 중에서
십인십색 《논어》 읽기 ― 제자들은 공자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책은 《논어》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1부의 문을 연다. 저자는 몇 가지 통계를 통해 기존의 시각과 다른 읽기 전략을 펼친다.
이어서 2부에서는 공자의 벗이자 제자였던 ‘자로子路’와 수제자로 알려진 ‘안회顔回’ 이야기를 다룬다. 《논어》를 읽는 사람이라면 가장 많이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 뒤에 숨겨진 삶을 조금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무인 출신이고 나이도 많았던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지만, 그의 개성과 소신은 변하지 않으며 《논어》의 이야기에 생생함과 재미를 불어넣어준다. 이와 달리 안회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공자의 제자가 되어 그 가르침을 철저히 익히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묵묵히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한다. 이 길은 뜻밖에도 향후 《장자》로 이어지게 된다.
3부에서는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인 ‘자공子貢’이 등장한다. ‘공자학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공자 사후 ‘유가’를 확립하는 흐름의 한가운데 선 인물 자공.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추앙하는 위대한 성인 공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점에 특히 중점을 두어 3부 3장 전체를 할애해 자공을 다루었다.
4부에서는 세 인물을 다룬다. 유가 전통에서 배반자 취급을 받았으나, 합리적 사유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사조의 개척자로 보이는 ‘재아宰我’, 공자학단에서 공부했지만 공자의 바람과 다른 길을 찾아간 현실적인 인물 ‘염구?求’, 그리고 공자의 제자들 중 후대의 영향력으로 볼 때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받는 ‘증삼曾參’이다. 저자는 《논어》 독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할 이 세 인물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관점을 뒤집어볼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5부에서는 공자 사후 유가 내부의 분화分化와 개성을 잘 보여준다. 여러 나라로 흩어져 유학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 자하의 ‘경학經學’과 자장의 ‘유술儒術’ 등을 다루는 한편, 마지막 장에서는 ‘사적인 삶을 향유하려는 독특한 인생관’의 맹아를 보여주는 민자건閔子騫·중궁仲弓·원헌原憲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여기서 《논어》에서 《장자莊子》로 이어지는 색다른 전통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자子(선생님)’라는 호칭이 붙은 공자의 제자들 중 하나인 유약有若을 통해 사상과 종교로서의 유교, 집단이자 학파로서의 유가가 어떻게 형성되어갔는지를 보여준다.
이 모든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상 《논어》는 공자에 대해 가장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책이 되며, 더 나아가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을 보여주고 삶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 《논어》를 읽는가?
처세를 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찾아라
‘제자’에서 ‘주인공’으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 공자의 제자들
:자로:운명을 바꾼 만남과 의로운 죽음
:안회:침묵하는 지식인의 현실과 고뇌
:자공:유가의 진정한 설계자
:재아: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
:염구:비틀거리며 도를 따라가다
:증삼: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
:자하:텍스트의 제국, 경학의 탄생
:자장:논쟁의 시작, 유학과 유술
:민자건·중궁·원헌:새로운 삶으로 가는 길
:유약:공자를 대신할 뻔한 제자
그런데 현대 중국과 한국의 많은 학자들은 《논어》가 증삼과 그의 문하생들이 편찬했다는 걸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증삼은 이 책에 몇 번 출현했을까요? 〈학이〉편에 2번, 〈이인〉편에 1번, 〈태백〉편에 5번, 〈선진先進〉편에 1번, 〈헌문〉편에 1번, 〈자장〉편에 4번으로, 총 6편밖에 출현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증삼이 5번이나 출현하는 〈태백〉편의 경우에 다른 제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증삼과 그의 제자들이 편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논어》 전체가 아니라, 〈태백〉편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논어》에 접근하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선진〉편에는 독특하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공자의 제자 29명 가운데 2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달리 말하면 〈선진〉편은 ‘공자의 제자 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선진〉편만 읽어도 공자의 여러 제자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으니까요. _ 1장 ‘철학’에서 ‘삶’으로 | 《논어》, 인간의 발견 중
우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몇 가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선 자로가 공자학단 내에서 이른바 재야在野와 연결하는 모종의 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자로가 야인 출신인 점은 특기할 만합니다. 이와 함께 공자학단은 야인의 삶을 부정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공자학단에 속했지만 야인의 세계로 넘어가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죠. 학단 내부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안회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안회가 침묵하는 이유가 그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4장 자로에서 안회로 | 공자와 또 다른 세계
마지막으로, 재아가 가장 재아답게 드러나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재아의 가정법을 가장 명쾌하게 볼 수 있는 구절입니다.
재아가 물었다. “3년상은 1년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공직을 맡고 있는] 군자가 3년 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는 분명히 망가질 것입니다. [또 군자가] 3년 동안 음악樂을 하지 않으면 음악은 분명히 사라질 것입니다. 옛 곡식이 없어지고 햇곡식이 올라오는 것과 [계절마다 바꾸어 사용하는] 불씨 얻을 나무를 바꾸는 데도 1년으로 충분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편안하냐?”
[선생님의 반응이 예상외로 공격적인 말로 돌아오자 재아는 결심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편안합니다.”
[물러설 줄 알았던 재아가 다시 도발적으로 대답하자 선생님도 계속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 군자는 [부모의] 거상 중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음악을 들어도 즐거운 줄 모르고, 집에 있어도 편안하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너는 편하다고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해라.”
재아가 나가자 선생님이 [주위의 제자들을 둘러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재여는 어질지 못하구나不仁. 자식이 태어나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난다. 3년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다. 재여는 자기 부모에게 3년 동안 사랑을 받기는 했을까?”
여기서 재아는 “생명은 1년을 주기로 순환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켜야 할 ‘상’이라는 예의 기간도 자연법칙에 따라 1년으로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라고 공자에게 물은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너는 부모가 돌아갔는데도 맛있는 게 입에 들어가느냐?”며 쏘아붙입니다. 한마디로 공자가 반칙을 한 겁니다. 거기다 재아의 뒷담화까지 합니다. 만약 공자가 재아의 질문에 바로 “사람이 태어나고 부모 품을 벗어나는 데 3년이 걸린다면, 부모와 헤어지는 것도 3년이 걸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대답했다면, 둘 사이의 이야기는 합리적인 토론이 됐을 겁니다.
_ 9장 재아 | 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
《논어》는 공자가 어떤 완벽한 가르침을 남겼는데, 그보다 떨어지는 인간들이 덜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제자들 각각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 가르침을 각자의 삶 속에 적용하거나 때때로 거부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만들어나갔죠.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가는지가 새로운 《논어》 읽기의 출발이자 완성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논어》에서 찾아야 하는 진면목은 공자라는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고, 삶의 이야기는 늘 다른 사람과 포개어지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는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아닐까요. _ 에필로그: 십인십색 《논어》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