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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농장

시리즈 : b판 시선 [23]

하종오 저 | 도서출판B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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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706996 / 167쪽 124 x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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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도서출판 b에서 하종오 시인의 스물아홉 번째 신작 시집 이 출간되었다. 초로에 접어든 하종오 시인의 시적 생산력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이번 시집은 농촌과 농업과 농업 이주노동자를 생각하는 시집이다. 하종오 시인은 이전에 (2007)을 펴낸 바 있다. 산업 현장의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촌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자신의 창작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 놓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우리의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 도서출판 b에서 하종오 시인의 스물아홉 번째 신작 시집 이 출간되었다. 초로에 접어든 하종오 시인의 시적 생산력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이번 시집은 농촌과 농업과 농업 이주노동자를 생각하는 시집이다. 하종오 시인은 이전에 (2007)을 펴낸 바 있다. 산업 현장의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촌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자신의 창작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 놓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우리의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은 각박하기만 하다. 각박하다는 것은 그들의 희생이 전재되어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1990년대 산업 구조조정 무렵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기피하는 3D업종에서 힘겨운 노동을 수행해왔다. 또 2000년대 이후에는 FTA무역협정 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농촌 현장의 노동력 부족 사태를 이주노동자들이 메워오기도 하였다. 그런 그들이 2005년 이주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10년 만인 올해 이주노동조합이 겨우 합법화가 되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문학적 조명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종오 시인의 시적 관심이 유일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부분들은 서로 다른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1부에 수록된 시편들은 제목에 붙은 ‘국경 없는 농장’이라는 수식이 말해주듯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업노동의 관계를 다루고, 2부에 수록된 시편들은 ‘비닐하우스 숙소’라는 수식이 말해주듯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촌생활의 관계를 다룬다. 3부에서는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업 자체의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4부는 시인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와 농업 이주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1부에서 4부로 갈수록 노동현장에서 생활공간으로, 생활공간에서 특정 이주노동자의 내면에 대한 상상으로, 이주노동자의 내면에서 시인의 분신인 ‘나’의 내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외부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나’의 내면으로 도달하는 과정은 농업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렇게 농촌, 농업, 농업 이주노동자라는 문제에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하종오식 방식은 그것들에 대한 해법의 제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형식을 띄고 있다. 그 시적 물음들은 전 지구적 사회가 실현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자신의 삶과 타자의 삶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넓은 이해를 가능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신예평론가 김재현은 시집 해설의 말미에서 “오늘날의 시가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질문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인식을 넓혀보려는 몸부림이다. 삶의 모습이 변하면 질문의 형식도 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든 과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치열함이다. 농업 이주노동자 문제를 묻지 않고는 한국 농촌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듯이, 새로운 질문의 가능성을 묻지 않고는 한국시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저자 소개

1954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시편』, 『님』, 『님 시집』,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이 있다.

머리말



시골에 와 살면서 가장 놀랐던 때는 사람들이 나를 ‘사장님’으로 부를 때였다. 시인한테 ‘사장님’이라니, 황당해 하다가 내가 시인인 줄 알 리 없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으려니 하다가 한참 후에 이해했다. 돈을 잘 벌어야 능력자로 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대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 ‘사장님’으로 부르는 것이 농촌에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웃농부들을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관계가 형성되고 말았다.
가족끼리 농사짓던 농촌, 품앗이나 두레로 이어지던 농촌에서 자식들이 도시로 나가고, 기계화를 이루고 나니 노령화가 되었고, 그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서 근대적인 임노동제가 도입되었다. 이제 한국 농촌에는 가족농이 없어지고 기업농이 경쟁적으로 농업을 이어갈 것이고,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 농업노동자로 농민들을 대신할 것이다.
한국시가 외면한 2010년대 중반의 농촌과 농업과 농업노동자를 내 시는 바라보고 있고 상상하고 있다.

책 속에서

비닐하우스 숙소의 눈보라 치는 날



눈보라 치는 날이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메콩 강가 마을에서 논농사 짓다가 온
캄보디아 처녀 다라 씨는
메콩 강물에 머리를 감던 때를 떠올렸고
에베레스트 산 아래 마을에서 밭농사 짓다가 온
네팔 처녀 디파 씨는
에베레스트 산봉우리를 쳐다보던 때를 떠올렸다

선잠이 들면
메콩 강물이 일렁거리며 흘러와서
캄보디아 처녀 다라 씨를 휘감고
깊숙이 흘러갔고
에베레스트 산봉우리가 흔들거리며 다가와서
네팔 처녀 디파 씨를 싸안고
높다라니 떠다녔다

몇 년 동안 함께 일한 베트남 처녀 하잉 씨가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면서
농장을 떠나 공장으로 들어간 뒤
일거리 없는 겨울에 봉급도 받지 못한
캄보디아 처녀 다라 씨와 네팔 처녀 디파 씨는
눈보라 치는 날
차가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오직 고향을 추억하며 견디었다


* * *


신 가노(新 家奴)



오늘 고랑에서 풀을 매라는 상노인과
이 밭에 데려다준 농장 사장이 닮았다고
응우윈 씨는 속생각했다

어제 과수에 농약을 치라던 중년여자도
그 과수원에 데려다준 농장 사장과 닮았다고
베트남인 응우윈 씨는 속생각했다

오이농장을 하는 사장은
오이를 출하한 뒤
응우윈 씨가 겨우 짬이 나 쉬려는 이튿날이면
어김없이 트럭의 조수석에 태워서
부모형제 집으로 데려가 농사일 하게 했다

베트남에서 살았던 응우윈 씨는
친척집 논일을 자진해서 도와주기도 하고
친척집 아들은 자기 집 논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농장 사장과는 계약을 맺은 관계,
계약서에 적힌 농장에서만 근무해야 하는데
제 집안끼리 돌려가며 부려먹는다는 걸 알았다

응우윈 씨는 서툰 한국말로 항의를 했지만
농장 사장은 모두 자기 농장이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 * *


가족농



들에 나갔다가 노인과 마주쳤다
“논둑에서 뭐 하세요?”
“콩을 심을 거요.”
“왜 농사를 줄이지 않으세요?”
“해마다 하던 만큼 해야 맘이 편해요.
자식들은 도와주러 오지 않지만요.”
노인은 말동무가 생겼다고 여기는지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식들은 값이 오른 땅을 처분해서
돈을 더 가지려고 싸울 게 빤하다고 걱정하며
들판 이쪽 끝머리 외딴집 아들들은 장가를 못 가서
베트남 여자들을 데려왔는데
농사일을 잘한다며 부러워하고,
들판 저쪽 끝머리 축산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청년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그간 모은 봉급으로 부모님에게
새 집을 지어 드린다고 했다면서 부러워했다
“이제 농업을 할 젊은 한국인은 점점 없어지겠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노인과 헤어져서
외딴집 앞으로 걸어갔다가 축산농장 앞으로 걸어갔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5
제1부
국경 없는 농장의 계약서 12
국경 없는 농장에서 돈 벌기 14
국경 없는 농장과 농부의 자식16
국경 없는 농장의 여자들18
국경 없는 농장과 노인 20
국경 없는 농장의 남자들22
국경? 없는 농장의 나날 24
국경 없는 농장과 단속 26
국경 없는 농장에서 몇 달28
국경 없는 농장의 존칭 30
국경 없는 농장과 이웃 32
국경 없는 농장과 산봉우리 34
국경 없는 농장과 스마트폰36
국경 없는 농장의 도망자들 38
국경 없는 농장의 폐농 40
제2부
비닐하우스 숙소 한 채 44
비닐하우스 숙소의 한 지붕 46
비닐하우스 숙소의 호미48
비닐하우스 숙소의 송별회 50
비닐하우스 숙소와 봄나물52
비닐하우스 숙소와 벌통54
비닐하우스 숙소의 비 오는 밤56
비닐하우스 숙소의 정원58
비닐하우스 숙소의 여름밤60
비닐하우스 숙소와 한국어교실62
비닐하우스 숙소와 찬거리64
비닐하우스 숙소의 눈보라 치는 날66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월동68
비닐하우스 숙소의 모닥불70
제3부
산수유 술74
참꽃76
4월은 비를 기다리는 달78
휴가일80
길을 묻는 한국인82
욕할 때84
개 사육장86
신 가노 88
대여90
이동 작업92
야반도주94
전업96
농지98
제4부
근로기준법 제63조102
한국어 능력 시험104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시간106
문맹자108
봄날 해 질 녘 110
욕객112
욕객 두 사람114
욕객 한 사람116
새로운 욕객 118
새로운 욕객 두 청년120
몰살122
의심124
진짜 현실126
농장과 공장 128
가족농130
해설ㅣ김재현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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