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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저 | 한겨레출판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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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 죽음에 관한 치열한 기록인 동시에 극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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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318984 / 432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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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朴範信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까지 소외된 계층의 현실을 다룬 글을 발표하며 문단의 문제 작가로 주목받았다. 1979년 발표한 『죽음보다 깊은 잠』과 『풀잎처럼 눕다』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70~80년대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소설가 중 한 명이 되었다. 


 


1993년, 그는 돌연히 절필을 선언하고 자기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1996년 연작소설『흰 소가 끄는 수레』발표를 시작으로 문단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를 여러 차례 다녀왔고 이는 『비우니 향기롭다』『촐라체』 등 그의 작품 세계에 반영되기도 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덫』,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장편소설 『불의나라』, 『물의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떼』,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에세이 『카일라스 가는 길』,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 『산다는 것은』, 시집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등이 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2001년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밖에도 만해문학상(2003), 한무숙문학상(2005), 대산문학상(2009) 등을 수상했다.


 


2011년, 작가는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이사해 ‘영원한 청년 작가’로서 새로운 문학의 출발을 예고하였다.


 


 

책 속에서

그러나 삶이란 끝이 없다. 삶이 계속되는 한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뒷덜미를 사정없이 잡아채어 수렁 속으로 내던지고 마는, 악마의 손길 같은 삶의 어두운 변수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는 것이다. 왜 그때는 그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평생 동안 배운 대로, 혹은 윗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융통성 하나 없이, 오로지 근면 성실하게, 조심조심 살아온 내 삶의 보편적 관성으로 보건대, 내가 장년의 연대에 만났던 의미심장하고 잔인하고 재빠른 변화는 나 스스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나는 그때, 뭔가에 씌어 일생을 통해 일관되게 둘러치고 살았던 나의 방어벽을 자청하다시피 허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48∼49p)

확실히 예감하진 못했으나, 그때 이미 나는 내 앞에 은밀히 놓인 덫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삶이란 때로 그렇다, 평온하고 안정된 삶일수록 은밀히 매설된 덫을 그 누구든 한순간 밟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생의 심연이 지닌 본질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일는지도 모르겠다. 생이라고 이름 붙인 여정에서 길은 그러므로 두 가지다. 멸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권태롭거나. (103p)

어떤 이는 숙명이라고 부른다. 그 당장엔 우연처럼 일어나 우리들을 끝없이 번민시키고 또 분열하게 하는 것, 그렇지만 종국엔 아퀴가 딱 맞춰진 듯 옴짝달싹할 수도 없게, 우리가 거기 좌초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껴지도록 하는 것, 합리주의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으나 이렇게 저렇게 오감 열고 느끼면 제 몫몫, 원인과 결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짝을 채워 제자리 찾아 앉는 것, 인생을 나는 보다 모던한 말로 예비된 프로그램이라 부르고 싶다. 살다 보면 누구나 두 갈림길에 놓이게 마련이라고 어떤 시인은 읊었거니와, 그것이 두 갈림길이 아니라 세 갈림길, 또는 열 갈림길, 백 갈림길이라 할지라도 그 길의 초입에서 느끼는 혼란과 분열일 뿐, 결국 그 길을 다 통과해 지나오고 나서 돌아보면, 그렇고 말고, 그 모든 길은 다만 하나로 이어진 어떤 불가항력적 프로그램 속에 입력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이름의 미로 게임이다. (236∼237p)

무엇이 남는 게 있어 죽이고, 또 떠날 것인가. 그녀가 죽음에의 북진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다음 내가 서늘하게 확인한 것 중 하나는, 누구든 생의 중심이라 할, 죽음에의 북진을 언제나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떠났지만 나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떠나온 것만 다를 뿐이었다. 오래된 와이셔츠의 단추가 올이 풀려 늘어져 나오듯, 청춘, 혹은 신생의 젊은 땅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조차,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이 사멸의 북행길로 우리를 몰고 와 마침내 북극해 밑 5000여 미터, 절대 고독의 그 심연으로 우리를 밀어 넣고 만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나 또한 그 대열에서 한 번도 이탈하지 않은 인생이었다. (259p)

그랬었던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만약 일상적 삶에 따르는 달콤한 부식을 거부하고, 그 반역으로 얻어내는 긴장감이 우리를 진실로 살아 있게 만든다고 한다면 그녀의 말은 옳았다. 그래요. 나는 대답했다. 어딜 가든, 또 언제든지, 어쩌면 죽은 뒤라도 오크니를 잊지는 못할 거예요.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여로의 끝에서 비로소 얻었던 내 실존적인 자유를. (354p)

당신,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그녀가 상반신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당신한테 미안한 것은, 당신을 사랑했다……라고, 끝까지 말할 수 없다는 거야. 당신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사실이야. 당신처럼 나를 대해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어. 당신은 대단한 사랑을 가졌어. 그래서 더 떠나라는 거야. (373p)

당신이 유랑의 끝에서 뭘 얻는지 보고 싶어. 선생님은 뭘 얻었는데요? 아직. 유랑이 끝나지 않았어. 아니, 유랑이 아니라 반역이야. 당신을 살아서 또 만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순종하진 않을 거야, 죽음에게. 설령 신이 있다고 해도 그래. 무릎 꿇지 않고, 차라리 비참하게 죽고 싶어. 그게 나하고 당신하고 다른 점이 될 거라고 봐. 당신은, 나보다 자유로워졌는걸. 나보다 앞서 가, 저만큼. 좋아 보여. (383p)

우리가 생이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이 어떤 형상의 집 속에 갇혀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집은 지금도 침묵의 은유로서 우리에게 별빛 같은 예시를 보내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 별빛 같은 예시를 좇아 깊고 고요한 생의 우물 밑을 들여다보기엔 아직 나는 너무 젊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노트에 남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여기 옮겨놓고 이 이야기에서 떠나려고 한다. 천예린의 최후 모습과 캄차카에 있을 때의 아버지 심경을 묘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다운 피리어드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생애를 통해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아버지가 그리워한 알 수 없는 그 무엇의 심연까지, 생의 끝까지, 자유의 중심까지, 나 또한 계속 걸어가보려 한다. (410p)

목차

목차
폭설
새날들의 시작
검은 보랏빛 바다의 중심
아버지
세기말
정체성
블랙홀
여름의 끝
소유와 유랑으로부터의 자유
반역
빈 중심
개정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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