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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8388631 / 256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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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일 년의 삶이 아니라, 하루의 삶에 대한 해결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였다
웃천막 사람들은 웃천막이 형성되던 때부터 시작해서 철거 때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웃천막은 피난민 동네였고, 가난한 동네였다. 사람들은 산동네로 강제로 옮겨졌고, 제 몸 하나 누일 곳을 찾던 사람들은 산으로 몰려들었다. 아침이면 산에서 내려왔고, 저녁이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어떻게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살아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일 년의 삶이 아니라, 하루의 삶에 대한 해결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였다. 마치 먹을 것을 찾아 쫓아다니는 들개처럼 보였다. 땅거미가 질 무렵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연기가 온 동네를 휘감을 때에야 비로소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웃천막 사람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과 같이 살았지만, 산동네 사람들이기에 겪었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피난, 강제이주, 고단함, 생명, 싸움, 미움, 감동, 눈물, 생존, 자존심으로 엮인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우리에게 삶과 사랑과 정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해준다. 삶이 팍팍하다고 말하는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메말라 있던 우리 감정을 회복시킬 것이다.
● 생존이라는 말이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웃천막에도 사랑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직장이나 직업을 제대로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었다. 힘으로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해야만 했다. 남자들은 부두에서 짐을 날랐고, 더러는 역전이나 시장에서 지게를 졌으며, 여자들은 자갈치 시장이나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했으며, 보따리 행상을 하기도 하였고, 젊은 아낙네들은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밭농사 일을 하며 품을 팔기도 하였다. 신발공장이나, 고무공장, 풍선공장,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당시 직장으로서는 꽤 안정적인 직장에 속했고, 그곳에 다니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큰 수입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루 벌어서 하루 끼니를 때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보리쌀 한 봉지와 새끼줄에 매단 연탄 한두 장이 마치 굴비를 꿴 것처럼 들려 있었다. 그것도 일이 있는 날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일이 없어서 쉬는 날에는 온 식구가 온종일 굶어야만 했다.
가난은 그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고, 슬픔과 눈물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존이라는 말이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웃천막에도 사랑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동네잔치가 있는 날이면 모두가 모였고, 모두가 같이 나누었다. 삶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하루 일을 마치고 동구 밖 길을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의 노래는 심금을 울렸다.
대포 한잔에 목을 축이고 부르는 그들의 노래 소리는 때로는 한탄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희망의 간절함을 안고 웃천막의 밤하늘에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팔이 점점 아려왔다. 밤에 잠을 자면서도 팔이 아파서 잠을 깰 때가 많았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 보면 아침에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래도 내색을 못 했다. 아내와 나란히 누워 자는 아이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엿판 위에 놓아둔 가위를 다시 잡으려고 손을 내밀 때였다. 누군가가 가위를 붙잡으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 중령님 아니십니까?”
놀란 눈을 하며 고개를 들고 보니 웬 사내가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 중령님, 접니다. 저, 오 상삽니다. 오 상사.”
“누구…… 오 상사…….”
“예, 오 상삽니다. 저 아시겠어요?”
“오 상사…….”
아저씨의 입에서 오 상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아저씨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저씨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김 중령님…….”
사내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울음소리를 삼키려 했지만 끝내 소리는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긋 힐긋 쳐다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엿장수 아저씨는 명문 대학까지 나오고, 6.25 때에는 많은 전공을 세웠고, 여러 부하들을 데리고 있었던 장교 출신이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직장을 찾으러 여러 곳으로 다녔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였다. 부두에 가서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허사였다. 그러다가 결국 엿장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벌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재수가 좋은 날은 구리를 고물로 줍게 되어 수입이 제법 좋은 날도 있지. 그렇지만 반대로 엿도 안 팔리고 공치는 날도 많아. 군대에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사회생활이 힘든 줄은 미처 몰랐어.”
-본문 중에서
작가의 말 - 4
웃천막 - 11
생명 - 17
지게에 피는 꽃 - 23
양어머니 - 30
약장수 - 35
새댁 아주머니 - 41
미움을 벗고 사랑으로 - 48
엄마 엄마, 우리 엄마 - 56
인왕(仁王) - 63
가난한 돈 - 68
바람아, 바람아 - 74
화차(貨車) - 79
세숫대야에 담긴 밥 - 85
새 식구 - 91
수상한 아주머니 - 97
똥장군 - 101
부활한 병아리 - 108
최 상사 아저씨 - 115
재첩국 사이소 - 121
황구 - 127
부끄러움 없는 삶 - 132
돈 이야기 - 138
사랑으로 지은 옷 - 144
나는 만화방이 좋더라 - 149
두레박 - 155
아빠 나라 엄마 나라 - 162
바른생활 - 168
벌거숭이 - 174
어른이 되고 싶어요 - 179
예비역(豫備役) - 185
오월(五月)의 아이들 - 191
김 씨 아저씨 - 196
야반도주(夜半逃走) - 203
부선(艀船)마을 - 208
엄마의 행상 - 214
사금쟁이 아저씨와 딱쇠 형들 - 220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226
어기여차 - 231
만삭(滿朔) - 237
마지막 봄 - 244
이주(移駐), 다시 먼 곳으로 - 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