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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의 탄생

권영민 저 | 태학사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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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666508 / 368쪽 223 x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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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오감도>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자의 주문이자 기도이다! <오감도>가 발표된 지 80년. 그리고 한국 문단에 늘 숙제처럼 남아 있던 미완의 <오감도>는 더 이상 한 편의 시가 아니다. 인습과 제도와 가치에 대항하?는 시인 이상의 저항이자 창조적 도전이다. <오감도>, 그 완성의 길 한국 현대시에서 가장 난해한 시로 꼽히는 『오감도』. 『오감도』는 기존의 시적 정서나 진술 방식을 뒤엎고 사물에 대한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그 결과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기술 문명의 정체를 포착하며 기괴하고도 거대한 하나의 상상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물리학과 기하학과 같은 현대 과학과 맞물려 자신만의 시적 공간을 창조했다. 이상의 삶과 세계가 『오감도』에 모두 담겨 있다. 1934년 7월부터 <조선중앙일보>에 연재가 시작된 『오감도』는 띄어쓰기를 거부한 특이한 언어 표현과 난해한 시구의 배열, 시각적 기호와 도형의 대담한 삽입 등으로 문단의 화제작이 되었다. 그러나 그 실험적인 구상과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오감도』는 문단과 독자에게 외면당한다. 결국 『오감도』는 연재가 중단되었고, 이상은 이 과정에서 큰 상실감과 좌절을 느꼈다고 한다. 이상은 오감도를 발표하기 전에 『조감도』와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세 편의 연작시를 일본 건축지 『조선과건축(朝鮮と建築)』지에 일본어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세 편의 연작시 형식은 『오감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상 시의 형식적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 셈이라 말할 수 있다. 『오감도』에서는 수학이나 물리학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작품에 그대로 활용하였으며, 근대 과학에서의 기하학의 발전이나 상대성이론의 등장에 관한 특이한 상념을 상상력에 기초하여 새로이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의 작품들은 대개 수학적 도식이나 물리학적 개념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태양과 광선, 과학과 시간 등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동원하여 인간의 존재에 관한 다양한 상념을 해체시켜 기표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학적 재능 외에 기하학, 원자론, 상대성이론 등에서 끌어온 다양한 시적 모티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수이다. 이상의 이러한 시적 상상력과 언어 능력은 개인적 실험으로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의 특이한 기법적 고안과 방향, 그리고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여러 시에서 보이는 다양한 패러디 방식에 의한 구성, 몽타주 기법에 의한 시상의 전개, 비약과 생략에 의한 시상의 변주, 띄어쓰기의 의도적 무시 등 당대 시단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시적 실험을 실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오감도』에서는 ‘보는 시’라는 새로운 공간적 형태를 실험하기 위해 언어와 문자의 모든 가능성을 동원하고 있다. 이상은 ‘타이포그래피’의 다양한 기법을 시 구성에 활용함으로써 신문 인쇄에서 볼 수 있는 일관된 활자의 크기와 그 규칙적 배열의 틀을 깨뜨린다. 그는 시에 동원되는 활자의 크기와 모양을 자기방식대로 바꾸고 그 배열에 띄어쓰기를 무시함으로써 특유의 시각성을 부여하고 있다. 1936년 2월 『가톨닉청년』지에 발표한 연작시 『역단』과,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위독』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두 연작시의 제목은 다르지만 그 형식과 주제, 언어 표현과 기법 등이 모두 『오감도』와 그대로 일치한다. 이러한 특징은 『역단』이 『오감도』를 완결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두 작품의 발표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즉 1934년에 발표한 미완의 연작시 『오감도』는 1936년 『역단』과 『위독』을 통해 그 연작의 완성에 도달한 셈이다.

저자 소개

1948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4년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덕성여자대학, 단국대학교 교수를 거쳐 1981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로 부임했다. 재직 당시 인문대학장과 한국현대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버클리대학, 일본의 도쿄대학 등에서 한국문학 초빙 교수를 지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 출판부에서 간행한 ‘한국문학 시리즈’의 책임자로서 한국문학의 본격적인 해외 소개를 주도해 왔다. 순문예지 ≪문학사상≫의 편집 주간을 1987년부터 맡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1971년 대학 재학 시절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오노마토포이아의 문학적 한계성>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 현대문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개화 계몽 시대에는 전근대적 봉건주의의 청산,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식민지 극복과 민족국가의 회복, 그리고 광복 이후에는 분단 극복을 통한 통일 국가의 건설을 설정하고, 각 시기의 다양한 문학 활동이 이념적이고 미적인 측면에서 이 과제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데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가를 문제 삼는다. 이러한 문학 연구와 비평 태도는 <한국 근대문학론의 쟁점>(1983), <해방 40년의 문학>(1985), <카프의 조직과 해체>(1988), <정지용 시의 해석 문제>(2003), <이상을 다시 묻다>(2008) 등의 기획 평론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의 연구 활동은 통합주의적 해석 태도를 근거로 하여 개화 계몽 시대의 신소설 연구를 비롯하여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계급문학 운동과 모더니즘 운동을 그리고 광복 이후에는 북한 문학 전반을 포괄해 내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총체적인 한국 현대문학사 서술의 길을 개척했다. 
한국 근대문학의 사적 체계화를 위해 발간한 저서로는 ≪한국 근대문학과 시대정신≫(1983), ≪해방 직후의 민족문학 운동 연구≫(1987), ≪한국 민족문학론 연구≫(1988), ≪한국 계급문학 운동사≫(1998), ≪서사 양식과 담론의 근대성≫(1999) ≪국문 글쓰기의 재탄생≫(2006) 등이 있으며, 이러한 연구와 비평 활동을 집대성한 ≪한국현대문학사 1·2≫(2003)를 발간했다. 


이와 함께 문학사의 기술을 위한 실증적인 자료 정리를 위해 ≪한국 현대 문학비평사≫(전 6권, 1981), ≪한국 현대문학사 연표≫(1985), ≪한국 근.현대 문인 대사전≫(1991) ≪한국 현대문학 대사전≫(2004) 등을 발간했으며, 한국 현대문학의 작품사적인 체계화를 위해 ≪해방 40년의 문학≫(전 4권, 1985)과 ≪한국 현대문학 대계≫(전 9권, 1994) 등의 앤솔러지를 편집했고, ≪염상섭 전집≫(전 13권, 1987), ≪김동인 전집≫(전 17권, 1987)을 책임편집한 후 ≪김소월 시전집≫(2007), ≪이상 전집≫(전 4권, 2009)과 ≪한용운 문학전집≫(전 6권, 2011) 등을 펴냈다. 


저서로는 텍스트의 미시적 분석과 통합적 해석을 목표로 하는 실천 작업으로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2004), ≪이상 텍스트 연구≫(2009), ≪이상 문학의 비밀 13≫(2012) 등이 있으며, 평론집 ≪소설의 시대를 위하여≫(1983), ≪소설과 운명의 언어≫(1992), ≪문학사와 문학비평≫(2009), ≪문학, 시대를 말하다≫(2012) 등이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제7회 두계학술상(진단학회, 1988), 제5회 서울문화예술평론상(서울신문사, 1988), 제35회 현대문학평론상(현대문학사, 1990), 제4회 김환태평론문학상(문학사상사, 1992), 불교문학평론상(조계종, 2004), 보령문화예술상(보령시, 2005), 만해대상 학술부문상(조계종, 2006), 시와시학 평론상(시와시학사, 2009),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서울대, 2009), 우호 인문학 저술상(우호문화재단, 2013) 등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그는 『오감도』를 통해 공중에 떠 있는 까마귀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본 풍경을 상상한다. 이 특이한 발상은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예비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까마귀가 되어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는 것은 높이 날고 있는 까마귀의 눈(또는 시선)에 모든 사물이 집중되어 있음을 뜻한다. 까마귀의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시선의 높이와 각도로 인하여 지상의 모든 사물의 새로운 형태와 그 지형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위치와 거리가 감지된다. 결국 이것은 사물의 감각적 인지를 전체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시선과 각도를 가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사물의 세계를 그보다 높은 시각에서 장악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p.24)

“왜 미쳤다고들 그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보아야 아니 하느냐. 여남은 개쯤 써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2천 점에서 30점을 고르는 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떡 꺼내어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커녕 쥐 꼬랑지도 못 달고 그만두니 서운하다.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이태준, 박태원 두 형이 끔찍이도 편을 들어준 데는 절한다. 철(鐵) —이것은 내 새 길의 암시오 앞으로 제 아무에게도 굴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가 없는 무인지경은딱하다. 다시는 이런,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고 우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딴은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p.260)

이상이 『오감도』 연작의 완결을 통해 꿈꾼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간명하다. 이상은 『오감도』 연작을 매듭지으면서 자신의 문학적 삶의 ‘종생’을 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상은 『 위독』의 연재를 마치고 『오감도』를 완결한 후 동경으로 떠난다. 경험적 삶의 영역에서 스스로 이탈한 이상을 동경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가 꿈꾼 새로운 예술도 아니요, 문명의 세계도 아니다. ‘죽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동경행은 삶의 길이 아니라 종생의 길이었던 것이다. 동경으로의 탈출이 결국에는 그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아이러니이다. (p.294)

『오감도』는 이러한 한국적 모더니즘 운동의 중심축에 자리 잡고 있다. 『오감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더니티의 시적 추구 작업이다. 언어적 감각과 파격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자의식의 시적 탐구, 이미지의 공간 구성에 의한 일상적 경험의 동시적 구현, 도시적 문명과 모더니티의 추구 등을 드러내는 모더니즘적 시의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상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시적 창작을 통해 그가 추구했던 모더니티의 초극으로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그는 현대과학 문명의 비인간화 경향에 반발하면서 인간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한 시적 추구 작업에 몰두하기도 하였고, 개인적 주체의 붕괴에 도전하여 인간의 생명 의지를 시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오감도』는 그 표층에 그려진 경험적 자아의 병과 고통, 가족과의 갈등을 인간의 존재와 삶, 생명과 죽음의 문제, 고독과 의지와 같은 본질적인 주제로 심화시켜 시적 형상성을 획득하고 있다. (p.158)

이상의 『오감도』 연작은 시인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시 속에 직접적으로 투영하는 자기 반영 방식으로 시적 주체의 객관적 인식에 도달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 속에 시적 대상으로서 자기 주체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형식 자체는 전통적인 의미의 서정적 진술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별도의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오감도』 연작에서 드러나는 자기 몰입이라는 정신적 경향은 병의 고통을 통해 인간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시적 인식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요한다. 이상은 살아 있는 육체가 병으로 훼손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구함으로써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p.326)

목차

머리말

1장 『오감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연작시 『오감도』 11
2. 이상과 『오감도』 15
3. 『오감도』의 의미

2장. 『오감도』를 위한 전주(前奏)
1. 『조선과건축』의 일본어 시 29
2. 기하학적 상상력과 현대 문명의 인식 33
3. 연작시 『조감도』 41
4. 연작시 『삼차각설계도』 69
5.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 101
6. 일본어 시 뒤집어보기 134

3장. 연작시 『오감도』 다시 보기
1. 시제1호 139
2. 시제2호 147
3. 시제3호
4. 시제4호 161
5. 시제5호 173
6. 시제6호 184
7. 시제7호 195
8. 시제8호 해부 203
9. 시제9호 총구 208
10. 시제10호 나비 212
11. 시제11호 217
12. 시제12호 221
13. 시제13호 225
14. 시제14호 228
15. 시제15호 232

4장. 『오감도』, 그 완성의 길
1. 『오감도』 혹은 이상의 운명 245
2. 이상과 구인회 시대 255
3. 연작시 『역단』 260
4. 연작시 『위독』 271
5. 『오감도』 연작의 완성, 혹은 새로운 과제

5장. 『오감도』의 문학적 성격
1. 이상 문학과 한국적 모더니즘 297
2. 『오감도』와 연작으로서의 형식 303
3. ‘보는 시(visual poetry)’의 발견 309
4. 텍스트의 물질성 혹은 타이포그래피적 상상력 314
5. 메타언어와 패러디의 시학 319
6. 주체의 인식과 시 정신의 전환

부록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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