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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410072 / 495쪽 129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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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7월의 마지막 날, 밤 10시 35분, 희선은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나 있었던 것은 고작 2년뿐이었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직원이 그녀의 여권사진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군말 없이 스탬프를 쾅 찍어주었다. 희선은 후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에 하나 직원의 입에서 “혹시 스타…… 셰프?”라는 말이 나올까 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아니, 그보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10년짜리 여권을 만드는 바람에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여권사진을 보고 입국이 거부될까 봐 가슴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젠장. 살이 빠지니까 별걸 다 걱정해야 하잖아.’
희선은 굽이 족히 12센티는 되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또각거리며 수화물을 찾으러 갔다. 2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신발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리에서 거금을 주고 구입한 딱 붙는 하이웨이스트 진은 희선의 납작한 배를 돋보이게 했다. 2년 전 눈물을 훔치며 고디바 초콜릿을 손에 든 채 공항을 떠나던 희선에게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아이템이었다.
‘역시 착륙 전에 갈아입길 잘했어. 그나저나 선글라스를 쓰는 건 좀 오버인가?’
안 그래도 큰 키에 하이힐까지 신은 탓에 희선은 적어도 지금 공항 내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키가 제일 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희선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길을 걸어가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을 뿐,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했다.
“어머, 저 여자 좀 봐. 남자야 여자야? 아니, 사람이야 코끼리야?”
“이야, 진짜 뭘 먹으면 저렇게 되냐? 진짜 궁금하다.”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평생 결혼도 못할 거 아냐? 쯧쯧. 야, 쳐다본다. 뚱뚱한 게 성격까지 더러운가 봐.”
“저거 손에 든 거 뭐야? 오 마이 갓, 저 몸을 하고도 식욕이 당기다니……. 말세다, 말세.”
옛 생각이 나면서 약간 서글퍼지려는 순간, 멀리서 희선의 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줄지어 밀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희선이 30kg짜리 수트케이스들을 낑낑거리며 내리고 있을 때, 아까부터 그녀를 흘끔거리던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이리 주세요.”
미끄덩하게 생긴 남자가 희선을 보며 바보같이 웃더니 그녀의 수트케이스들을 카트에 직접 담기 시작했다.
‘뭐야, 이 남자.’
“아…… 감사합니다. 혹시 여기서 일하세요?”
“네? 하하. 아뇨, 미인을 보고 안 도와주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
“근데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요. 하하하, 혹시 연예인? TV에서 본 건가?”
‘아, 젠장. 젠장!’
희선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손에 힘을 주어 카트를 밀었다. 희선에게 들이대는 남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 로비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대놓고 그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녀는 황급히 입국장을 나가면서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찾아 썼다. 지금이 밤 11시든 자정이든 상관없었다. 공항 리무진 쪽 출구를 찾으려고 휙휙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눈에 때마침 커다란 전광판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스타셰프! 결승전! 2년 전의 감동이 드디어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토요일 밤 11시. 채널 고정. 과연 한국 최고의 셰프는 누가?!
자극적인 폰트의 자막들이 화면을 꽉 채웠다가 사라지고, 편집된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희선은 선글라스를 쓴 채 이를 악물고 전광판을 노려보았다. 마지막 화면에는 어김없이 재작년 ‘스타셰프’의 결승전 장면이 나오리라. 그래, 나왔구나. 사골국물 우려먹듯이 우려먹는 저 장면!
심사대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자 셰프. 조명은 그녀 둘 다를 향해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극도로 달랐다. 그녀들을 극명하게 갈라놓은 것은 비단 그녀들의 엄청난 몸집 차이만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희선의 옆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민정. 스타셰프의 이름이 호명되자 입을 막고 놀라다가 환하게 웃는 이민정. 그녀에게 은색 별이 조각된 명찰을 내미는 심사위원. 웃는 얼굴로 소감을 말하는 그녀 옆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터뜨리는 희선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더니 뒤이어 이민정과 포옹하는 심사위원 강수영의 얼굴이 교차 편집되며 또 다른 자막이 화면을 채웠다.
각본 없는 드라마! 제2의 이민정, 김희선은 탄생할 것인가?! 정답은 토요일 11시, 방송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지랄! 놀고 앉아들 있네!”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에필로그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