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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룡과 골목길 친구들 조선 후기 천재 여항인들의 초상

설흔 저 | 한국고정번역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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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28402274 / 296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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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교양소설로 거듭난
시정 여항인들의 전기


『조희룡과 골목길 친구들』은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고뇌를 되살려내는 탁월한 이야기꾼 설흔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우리고전이다. 이 작품은 19세기에 그림으로, 글씨로 이름났던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1789-1866)의 여항인 전기집인 『호산외기』에 기록된 인물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구성한 소설이다. 『호산외기』 원전을 각 장의 서두에 제시하고, 이를 동시대 다른 기록을 풍부하게 참조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그 시대 인물상과 그들의 고뇌를 재현하였다. 조희룡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항인들의 삶을 전기집으로 엮어내 훗날의 정당한 평가를 기다린 데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설흔 작가는 『호산외기』 속 인물들의 내면의 진심을 읽어내 보여 준다. 남다른 행적 뒤에 감춰진 고뇌와 좌절, 포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피고 풀어냄으로써, 그들의 고민을 지금 독자가 함께 공감하고, 나의 문제로 돌이켜 볼 수 있도록 이끈다.
『호산외기』에서는 42인의 인물을 기록하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가운데 1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 말미에 더해진 조희룡 전집 번역에 참여한 이현우 박사의 해설은, 우리고전 『호산외기』의 가치뿐 아니라 이 작품의 배경이 된 19세기 여항인들의 위상과 시대적 의미 등을 찬찬히 짚어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계에 갇히지 않은 사람들의
당당한 삶


이 소설 속 주인공 ‘그’는 지난날 자신의 그림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들었던 때를 떠올린다. 다름 아닌 그의 스승 김정희의 평가였다. 스승과는 분명 다른 예술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어떤 항변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여항인인 이상 어떤 실력을 겸비해도 김정희를 넘어설 수는 없는, 그림쟁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 그가 기대한 것이라곤,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화가 전기田琦가 당당히 김정희를 뛰어넘어 주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기는 요절하고, ‘그’는 이전에 끝낸 여항인의 전기인 『호산외기』에 이제 전기의 전을 덧붙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때 문득 ‘그’에게 ‘벗’이 찾아와 함께 『호산외기』 읽기를 청하면서, 그가 『호산외기』를 쓴 여정과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루 동안 벗과 인물 한 명 한 명의 행적과 그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기록에 미처 담지 못한 행간 읽기를 하는 것이다.
제 눈을 스스로 찔러버린 화가 최북, 바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종귀, 연못에 쌀뜨물을 붓고 달을 감상한 임희지, 시에 목숨을 걸었던 김양원, 필법만큼 인품도 높았던 김홍도, 나라 밖까지 소문난 역관 시인 이언진, 천재적인 재능을 펴지 못한 채 요절한 전기 등등 남다른 재주와 행적을 남긴 이들의 삶을 되짚는다. 이들은 모두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쓸어 버리고 엎어 버리고, 던져 버렸다’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이들은 외적인 제약에 갇히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의 길을 갔다.
시대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역사는 그들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빛나는 성취마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때로는 모자란 사람처럼 행동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속내를 작가는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그들의 행적 뒤에 감춰진 진심을 읽고자 한다. 이것은 그들에 대한 또 하나의 전기이자, 한편으로는 그들과 같이 여항인의 삶을 살았던 조희룡의 전기이기도 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첫째가는 제자였으나
인정은 받지 못했던 사람


조희룡은 조선 후기에 활동한 화가이자 비평가였다. 시, 글씨, 그림, 비평에 모두 뛰어났으며, 당시 여항인들의 대표적인 시사 모임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의 생애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헌종의 총애를 받았다는 것과 추사 김정희의 첫째가는 제자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희룡의 그림은 유독 화려하고 기교가 넘쳤으나, 김정희는 그런 조희룡의 그림을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 즉 고아한 맛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하였다. 조희룡은 이념미를 중시한 김정희와 달리 감각적 표현미를 중시했지만, 19세기 예술계는 바야흐로 김정희의 시대였으므로 조희룡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희룡은 거장 스승을 무조건 뒤쫓지 않고, 자기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정립하였다. 그림뿐 아니라 격조 높은 산문도 많이 남겼는데, 그 중에 하나가 여항인의 전기집인 『호산외기』이다.
최초의 여항인 전기집, 생동감 넘치는 인물열전
『호산외기』

“호산壺山은 그가 쓰는 호 중의 하나이며 외기外記는 정사가 아님을 뜻하는 것이니, 호산외기는 결국 그가 쓴 야사野史라는 뜻이다. 그러나 야사라고는 해도 잡스러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접했거나 들었던 여항인들의 이야기이니 실은 외전外傳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호산외기』는 조선 후기 여항인 42인의 전기집이다. 각각의 인물의 행적을 기록하고, 편마다 호산외사, 즉 조희룡이 짤막한 논평을 덧붙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여항閭巷은 원래 꼬불꼬불한 골목이란 뜻으로, 조선 후기 문헌에 의하면 서울의 비양반 계층의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이곳에 살았던 여항인들은 신분제 사회에서 능력이 있어도 높은 관직에는 오를 수 없었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문학과 예술 방면에 힘을 쏟았고, 그것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펼치고, 자아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조희룡 역시 여항인이었고, 그런 그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호산외기』이다. 당시의 역사 기록은 출세한 벼슬아치나 양반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여항인의 전기를 쓴다는 것은 대단히 선진적인 일이었다.
최초의 여항인 전기집인 『호산외기』로 인해 『이향견문록』(1862), 『희조일사』(1866), 『일사유사』(1918) 등이 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여항의 문인, 예술가의 삶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예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정사가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 역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저자 소개

고전을 공부하는 소설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지루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박지원의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뒤로 우리 고전에 관한 책들을 읽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사상을 들여다보고, 상상력을 보태어 생생한 인물 묘사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매일 밥 먹듯, 잠을 자듯 자연스럽게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꿈꾼다. 언젠가는 전 세계의 야구장을 돌아본 뒤 책으로 쓰려는 야심 찬 목표도 갖고 있다. 


 2010년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한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고전을 바탕으로 발군의 상상력과 빼어난 글솜씨를 발휘하여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려냈다.


지은 책으로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소년, 아란타로 가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우정 지속의 법칙》《내 아버지 김홍도》 등이 있다.

책 속에서

그 비참하고 쓸쓸한 최북 식의 죽음을 맞이하기 전 최북의 모습을 그린 시 하나가 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 시를 소리 내어 읊었다.

최북은 서울에서 그림을 파는 화가
살림살이는 벽만 덩그렇게 선 초가가 전부라네.
문 닫고 자리에 앉아 온종일 산수를 그리는데
유리 안경을 끼고 나무 필통 하나만을 가졌다.
아침에 한 폭 팔아 아침밥을 먹고
저녁에 한 폭 팔아 저녁밥을 먹는다.
추운 날 찾아온 손님을 낡은 담요 위에 앉히니
문 앞 작은 다리엔 눈이 세 치나 쌓였다.

벗은 한숨 대신 낄낄 웃더니 그가 쓴 마지막 문장을 소리 높여 읽으며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최북의 풍모는 매섭고도 매섭다. 왕공 귀족의 노리갯감이 되지 않으면 그만이지, 어찌하여 스스로를 이처럼 괴롭히기까지 한단 말인가?’ 나는 이 문장의 의미를 잘 모르겠네. 이 문장의 진의는 과연 무엇인가? 전적으로 칠칠이의 편을 드는 것인가, 아니면 칠칠이의 행동이 조금은 지나쳤다고 하는 것인가? 둘 중 과연 무엇이 자네 진의인가?”
_「내 눈이 나를 저버리는구나」 중에서

‘두렵겠지만 어느 순간 잘못 두는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젊은 너도 그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김한흥이 김종귀의 말에 숨어 있는 그 의도를 알아차렸을까? 김한흥이 대꾸했다는 기록이 없으니 후대의 사람인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날의 대국 이후 김한흥은 달라졌다.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패기 넘치게 바둑돌을 놓아 가던 모습이 사라졌다. 혼자 중얼거리던 버릇도, 얼굴을 찡그리던 버릇도 사라졌다. 김한흥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상대가 시간을 오래 끌어도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상대가 무르자고 해도 기꺼이 받아 주었다. 내기 없이 그냥 바둑만 두자는 사람이 있어도 응해 주었으며, 주위에서 훈수를 두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다. 김한흥이 ‘바둑판 위의 군자’란 말을 듣게 된 연유이다. 다시 말하지만 김한흥이 김종귀의 숨은 의도를 알아차렸으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김한흥의 이후 모습에서 김종귀의 영향을 분명히 보았다. 김종귀의 영향?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_「잘못 두었을 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중에서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은 동대문 밖에 살았다네. 언문으로 쓴 숙향전, 심청전 같은 전기소설들을 입으로 줄줄 외웠다네. 초하루에는 청계천 제일교 아래에서, 초이틀에는 제이교 아래에서, 초사흘에는 이현에서, 초나흘에는 교동 입구에서, 초닷새에는 대사동 입구에서, 초엿새에는 종루 앞에 앉아서 외웠다네. 초이레부터는 거꾸로 내려왔다네.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가고,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전기소설들을 외우고 또 외웠다네.”
“흥미롭군. 자네 생각엔 조수삼이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이었다는 뜻인가?”
벗의 질문을 일부러 외면한 그는 또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이야기 주머니인 김옹金翁은 옛날이야기를 참 잘했다네. 듣는 사람이 누구건 배꼽을 잡게 만들었지. 핵심을 찌르고 말도 잘하는 것이 꼭 귀신이 도와주는 것만 같았다네. 그러므로 가히 재담꾼 중 으뜸이라 할 만했지.”
“자네 생각엔 조수삼이 재담꾼이었다는 뜻인가?”
그는 대답하는 목소리에 은근슬쩍 힘을 주는 벗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하지는 않았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과 재담꾼이 수박 파는 늙은이, 뱁새, 미친 선비, 나무 파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나?”
“뱁새와 미친 선비는 조수삼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 것이라네.”
“그렇다면 수박 파는 늙은이와 나무 파는 사람은?”
“그건 내가 가져다 붙인 것이지. 그 의미를 자네는 짐작하겠는가?”
벗의 역공이었다. 벗이 수박 파는 늙은이와 나무 파는 사람을 고른 의미를 처음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주고받고 『추재기이』를 생각할 만큼 생각한 지금은 벗의 선택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수박 파는 늙은이와 나무 파는 사람의 공통점은 그들이 기로에 선 인물이라는 데 있다.
_「열 가지 재능을 가지고 하늘에서 귀양 온 사람」 중에서

이언진은 세상을 떠났다. 무심한 복사꽃이 만발하던 삼월 어느 날, 이 세상, 그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던 조선에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세상을 떠났다. ‘시인’으로 살고 싶었으나 그저 ‘여항시인’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을 지배한 것이 과연 그러한 절망뿐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결국 이언진은 ‘여항시인’이 아니라 ‘시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언진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 무엇으로? 그가 쓴 시로.

바보도 썩고 수재도 썩지
흙은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를 안 가리니까.
나의 책 몇 권만이 내가 나를 천년 후에 증명하는 것.

_「하늘은 어찌하여 그의 나이를 연장해 주지 않았는가」 중에서

목차

1장 책, 그림, 벼루
2장 내 눈이 나를 저버리는구나 ...... 최북
3장 손으로 바둑돌을 흩어 버리고 ...... 김수팽
4장 잘못 두었을 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 김종귀
5장 달이 어찌 물을 가려 비추겠는가 ...... 임희지
6장 유유한 한세상에 글로써 벗을 모은 사람 ...... 천수경
7장 허물어진 집 두어 칸이면 그만일 뿐 ...... 장혼
8장 하루라도 시가 없으면 문득 성을 낸 사람 ...... 김양원
9장 시어가 사람을 감탄시키지 못하면 죽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 이단전
10장 열 가지 재능을 가지고 하늘에서 귀양 온 사람 ...... 조수삼
11장 가슴과 소매에 가득한 책으로 신선이 되다 ...... 조신선
12장 인품이 높아야 필법 또한 높다 ...... 김홍도
13장 하늘은 어찌하여 그의 나이를 연장해 주지 않았는가 ...... 이언진
14장 봄바람에 풀이 돋아나면 그 마음 또한 함께 푸르리라 ...... 권효자
15장 썩지 말아야 할 열 개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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