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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751297 / 36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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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로열 더치 셸의 아프리카 니제르 삼각주 석유채굴과 관련된 현지의 분쟁과 환경피해, 인도 보팔의 유니온 카바이드 공장에서 일어난 유독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인명살상, 파키스탄의 나이키 축구공 제조공장을 비롯한 제3세계 저개발국의 아동고용과 노동착취…. 20세기 후반에 기업 활동의 지구화와 다국적화가 크게 진전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게 된 기업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더디고 미흡했다.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 상충과 기업계의 반대 로비가 국제사회의 논의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인권’ 의제를 둘러싼 이런 국제사회 논의의 교착상태는 21세기에 들어서도 계속됐다. 기업들 스스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경영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됐지만, 기업의 인권침해 방지를 이런 자발적 노력에만 의존할 수 없음은 분명했다. 유엔은 21세기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유엔-기업 간 협약인 ‘글로벌콤팩트’를 출범시켰고, 보다 강제력 있는 ‘기업 인권규범’을 제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글로벌콤팩트는 애초부터 자발주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고, 기업 인권규범은 유엔 인권위원회(인권이사회의 전신)에서 채택되지 못하여 사실상 폐기됐다.
2005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이 책의 지은이인 존 러기 하버드대학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 교수에게 이런 교착상태를 깨뜨리고 기업과 인권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통로를 열어줄 것을 부탁했다. 러기는 이 제안을 수락하고 아난 사무총장의 ‘특별대표’가 되어 해법 모색에 나선다. 러기는 그로부터 6년 간에 걸쳐 기업과 인권 의제의 틀과 관련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프레임워크(보호, 존중, 구제: 기업과 인권에 관한 프레임워크)’와 그 실행지침인 ‘이행원칙(기업과 인권에 관한 지도원칙: 유엔 ‘보호, 존중, 구제’ 프레임워크의 이행)’이라는 두 개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 두 문건은 각각 2008년과 2011년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승인·채택됐다.
러기는 이 책에서 그 과정을 회고하며, 아난 사무총장의 특별대표로서 자신이 맡은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여 처음에 기대됐던 수준을 뛰어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과정은 수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다. 기업과 인권 의제에 대한 사고와 논의의 틀과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했고, 기업계와 시민사회의 상반된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으며, 보편적 인권의 가치와 개별 국가의 주권이 충돌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이 책에는 러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이런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가 서술돼있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인권보호 의무(Protect)’,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Respect)’, ‘인권침해 구제에의 접근(Remedy)’이라는 3대 개념과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라는 실천도구로 정리된 ‘러기 규칙(Ruggie Rules)’에 이르는 과정은 기업과 인권 분야 지적 도전의 첨단이며, 기업활동 지구화 시대의 인권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주는 이정표다.
러기 규칙은 다국적기업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틀과 개념은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로컬 기업을 포함한 기업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인권보호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옮긴이는 우리나라에서 2012년 1월 밀양 주민 이치우(74) 씨의 분신 사망을 계기로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된 밀양 송전선 분쟁에 대한 분석을 역자서문에서 시도한다. 러기 규칙을 적용하고 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틀림없는 인권침해 기업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이 국민 다수를 위한 합법적인 공사라는 한전의 주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인권 후진국’임을 자인하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과 똑같다고 옮긴이는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