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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아시아 1

시리즈 : 아시아 클래식 [4]

김남일, 방현석 저 | 아시아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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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4006666 / 382쪽 147 x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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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백 개의 이야기, 백 개의 아시아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초의 책 21세기 새로운 상상력의 보고(寶庫)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세상에 《그리스 로마 신화》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 《일리아스》 《오디세이》만 있는 게 아니다. 잠자던 우리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할 광대한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 놀랍도록 황홀한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이정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뮬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왜 아시아의 서사(敍事)에 눈길을 돌렸는가. 이제 아시아... 백 개의 이야기, 백 개의 아시아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초의 책 21세기 새로운 상상력의 보고(寶庫)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세상에 《그리스 로마 신화》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 《일리아스》 《오디세이》만 있는 게 아니다. 잠자던 우리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할 광대한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 놀랍도록 황홀한 아시아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이정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뮬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왜 아시아의 서사(敍事)에 눈길을 돌렸는가. 이제 아시아 이야기 인문학에 주목하라! 이제까지 아시아의 백 개의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작업. 아시아 서사의 백과사전을 펴내기 위해 내딛는 의미 있는 첫걸음. 1994년 베트남에 첫 발을 디딘지 20년, 아시아에 미친 두 작가가 20년에 걸쳐 아시아 전역에서 모은 최고의 이야기 백 개 『백 개의 아시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야기 백 개를 모은 최초의 책이다. 모든 이야기를 뛰어넘는 이야기 중의 이야기라고 일컫는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샤 나메》, 《길가메시》, 《게 세르》, 《마나스》, 그리고 우리의 《바리공주》까지, 아시아의 매력적인 서사들을 한데 모았다. 『백 개의 아시아』는 이미 낡은 상상력이 되어버린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서양의 옛이야기에 지친 우리 독자들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할 광대한 이야기의 세계를 보여준다. 『백 개의 아시아』는 인문학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이야기의 숲을 산책하며 상상의 날개를 최대한 넓게 펼치도록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백 개의 아시아』는 ‘방글라데시의 우유배달부’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에도 이야기에 미친 방글라데시의 우유배달부는 “입만 열면 저절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주체하지 못한다. 백 개의 아시아, 백 개의 이야기는 바로 이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해대는 “미친” 우유배달부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의 바리공주 이야기이며, 다시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렇게 아흔아홉 개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마침내 백 번째 이야기는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란 것은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백 번째 이야기는 이에 대해 답한다. 무서운 돌림병으로 정신을 잃고 저승에 간 소년이 염라대왕에게서 가져가고 싶은 단 한 가지 보물, 그것이 바로 ‘이야기’였다. 이렇게 『백 개의 아시아』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열네 개의 주제와 네 편의 서사시, 세상의 모든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 『백 개의 아시아』는 스물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었다. 이야기의 시작과 이야기의 끝, 네 번의 이어지는 이야기, 두 번씩 나누어 이야기 한 《영웅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를 제외하면 모두 열여덟 개의 주제를 다룬다. 그중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서사시로 손꼽힐 만한 《마하바라타》, 《샤 나메》, 《라마야나》, 《길가메시》가 각각 한 장씩을 차지한다. 그밖에도 《트릭스터 이야기》, 《현자 이야기》, 《책 속의 책》, 《영웅 이야기》, 《사랑 이야기》, 《변신과 괴물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 《신궁 이야기》, 《기원 설화》, 《거인과 천하장사 이야기》, 《무대에서 만나는 이야기》, 《창세?건국 이야기》, 《동물우화》, 《새로운 영웅 이야기》 등 열네 개의 주제로 이야기가 나뉜다. 이 주제들 속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라마다 다른 버전으로 재창조되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같은 주제를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하여 예를 들어 독자들은 이를 통해 아시아에 참으로 많은 《콩쥐팥쥐》와 《봉이 김선달》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백 개의 아시아』에는 이렇듯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자연과 동물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낯익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백 개의 아시아』는 이제껏 우리가 안 보고 못 보고 잘못 본 아시아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보게 해주는 최초의 시도이며, 동시에 서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아주 드문 이정표이다.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옛날이야기 김남일, 방현석이 그려낸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서는 또다시 이야기가 생겨난다. 소설가 김남일, 방현석이 1994년 베트남에 첫 발을 디딘 후 20년간 두 작가가 아시아 전역에서 모아낸 백 개의 이야기는 20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낸 시간의 이야기이이다. 또한 『백 개의 아시아』는 우리 시대의 두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다. 아시아의 옛이야기들 속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작고 가난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탄의 이야기가 있고, 전쟁의 참화를 벗어던지지 못한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꾼들은 아시아의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페스트』를 쓴 카뮈와 “우리 머리 위 우주를 지배하는” 수천 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펴는 순간 끝없이 이어지는 황홀한 이야기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소수자와 경계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백 개의 아시아』는 우리가 못 본 것, 안 본 것, 잘못 본 것을 제대로 보게 한다.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우승열패, 적자생존의 신화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백 개의 아시아』는 GDP나 올림픽 메달수로 한 나라의 국력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오히려 인류사의 새로운 가치와 전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통해 보여준다. 주류에서 외면당한 소수자로서 바리공주가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방글라데시에서도 소수자인 산탈족은 자신들의 고유한 창조신화를 통해 협력과 상생의 아름다운 가치를 우리에게 새삼 일깨워준다. 아울러 안과 밖, 중심과 주변, 동과 서,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얼핏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알다르 호자나 필란독 같은 트릭스터들은 지배적이고 위압적인 질서에 대해 창조적 균열을 시도한다. 『백 개의 아시아』를 출간하기까지 _지은이의 말 「아시아의 원시림을 그리며」 전문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자! 우리가 베트남에 처음 다녀와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만든 지 어느새 이십 년 세월이 흘렀다. 베트남에서 만난 작가들과 예술가들은 우리와 다른 타자에 대한 많은 영감을 안겨주었다. 우리의 관심이 베트남에서 아시아 전체로 넓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자”는 기치를 내걸고 계간 문예지 《ASIA》를 만들어온 지도 팔 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시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미궁이었다. 아시아적 가치를 지향했던 우리는 ‘아시아적 가치’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하는 자문을 수없이 던져야 했다. 우리는 지리적 범주 이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도 아시아를 하나로 범주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차츰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우리는 그동안 아시아라는 하나의 단위로 공통성을 도출해보려 했던 시도를 접게 되었다. 오히려 아시아는 어떻게 서로 다른가를 살펴보게 되었다. 아시아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와 민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저자 소개

1957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하고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에 단편소설 「배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 『국경』, 청소년소설 『모래도시의 비밀』, 장편동화 『골목이여, 안녕』 『떠돌이꽃의 여행』, 고전이야기 『전우치전』 등이 있다.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2012년 권정생 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아시아문화네트워크’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장편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십년간』, 『당신의 왼편』, 산문집 『아름다운 저항』, 『하노이에 별이 뜨다』와 영화와 소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서인 『소설의 길 영화의 길』, 서사 창작방법론을 다룬 『서사 패턴 959』 등을 출간했다. 35mm 단편영화 〈무단횡단〉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신동엽창작기금(1991), 오영수문학상(2003), 황순원문학상(2003)을 받았다. 


 

책 속에서

방글라데시의 우유 배달부-첫 번째 이야기 (제1권 19~22쪽)
이야기는 힘이 세다. 어느 정도냐 하면,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그 가공할 위력이 공인된 이른바 ‘아내의 강짜’마저 쉽게 무장해제 시킬 만큼 힘이 센 것이다.
우리가 인도라고 부르는 땅덩어리는 거의 하나의 대륙에 육박할 만큼 넓어서 흔히 아대륙(亞大陸)이라고도 한다. 그 인도아대륙 동쪽 한 귀퉁이 마을에는 이야기에 미친 우유 배달부가 있었다.

1 그는 주위 사람들이 제발 좀 그만하라고 비웃고 조롱해도 도무지 자제하지 못했다. 입만 열면 저절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하루는, 해바라기 꼭대기에 있는 벌집 위에 앉아있는데 벌들이 그 벌집을 들고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갔노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어땠는지 알아? 그렇게 날아서 붉은 가루 산들을 넘어 일곱 개 강의 강변까지 갔더니, 거기서 어떤 아름다운 공주님이 개똥벌레로 목걸이를 만들고 있지 않겠어?”
눈앞이 번쩍번쩍…… 그래도 ‘성실한’ 가장인 그는 온갖 유혹을 다 뿌리치고 공주의 목걸이에서 딱 개똥벌레 한 마리만 훔쳐 가지고 해지기 전 재빨리 집으로 달려왔노라 했다.
“이 땀 좀 봐. 나도 할 만큼 한 거라고. 그러니 제발 좀 봐주시게.”
그러나 그의 아내는 화를 거두지도 못하고 거둘 생각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퍼붓는 조롱을 정면으로 받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정색하고 남편에게 그런 한심한 이야기들은 숲에 가져다버리라고 요구했다.
“뱀이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다 챙겨서 보따리째 숲 속에 갖다버린다고 약속하세요.”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염치가 있지, 내다버릴게. 암, 까짓것, 내다버리고 말고!”
“뱀이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요?”
“아무렴, 뱀이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튿날 아침, 우유 배달부는 여느 날처럼 밥과 우유로 아침을 잘 먹은 후 집을 나섰다. 하루 종일 아내는 남편의 귀가를 애타게 기다렸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보고 그녀는 맨발로 달려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는 그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물었다. 그는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누구 어명이시라고!”
아내의 입가에 활짝 미소가 번지려는데, 그가 슬쩍 덧붙였다.
“그런데 글쎄, 그게 말이야, 내가 이야기보따리를 다 비우기도 전에 웬 호랑이 한 마리가 나를 쫓아오기 시작하잖아. 그러니 어떡해?
죽어라고 바나나 나무를 타고 올라갔지. 그런데 놈도 내 뒤를 따라 올라오는 게 아니겠어? 에구, 어떡해. 난 나무 위에서 계속 뛰었지. 그렇게 내가 구름을 향해 죽어라 내빼는데 갑자기 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쿵 하고 쓰러져버렸어. 아, 운이 좋았지. 그 바람에 호랑이도 쿵 떨어져버렸으니까. 나는 마침 당신 동생네 집 지붕을 뚫고 떨어졌어. 처남댁은 떡을 하고 있었지. 날 보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출출할 테니 먹으면서 가시라고 몇 개 주대. 날 못 믿겠어? 그럼 당신이 남은 떡 하나를 직접 맛보라고!”
이쯤에서는 화가 났던 그의 아내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당신 참 대단하네요. 숲 속에 그 알량한 이야기를 갖다버리라 보냈더니 보따리 한가득 새 이야기만 넣어 왔으니…….”

천하에 어리석은 짓이 이야기의 국적을 따지는 일이겠다. 그래도 굳이 어리석은 짓을 하자면 이 이야기는, 인구 일억육천여 만 명이 넘는 방글라데시가 ‘소유권’을 인정받을 확률이 가장 크다. 사실 방글라데시의 일인당 GDP는 고작 기백 달러이며 21세기에도 경제개발 예산의 팔십 퍼센트 이상을 여전히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단 다섯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고, 메달은 한 개도 따지 못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인류 문명사에 꾸준히 의미 있는 메달을 보태고 있다.
자밀 아흐메드는 방글라데시의 설화 전통이 이 우유 배달부처럼 도무지 어떤 규범이나 제도로 가두어 버릴 수 없는 창조적 탈영토화의 욕망으로 그득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카스트나 종교, 관습, 심지어 정치적 억압 같은 것도 ‘이야기’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들려주고 또 듣는 것은 이미 현생인류의 제2의 본능처럼 정착되어 왔다. 이야기가 단순히 하나의 문화적 ‘장르’로서 특정한 이익이나 목적에 봉사하는 것만은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는 인류 문명사에서 중심과 주변의 상호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당당한 발화(發話)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중심과 주변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때로는 주변이 오히려 중심을 구원하기도 한다.

마지막 이야기-백 번째 이야기 (제2권 261~263쪽)
몽골 초원에서는 무서운 재앙을 일러 ‘조드’라 한다. 겨울이면 수시로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가는 빙원에서 수천 마리 가축이 떼로 죽는일이 빈번하다. 그럴 때 그들은 하얀 눈벌판에 닥친 재앙이라는 뜻에서 차강조드라 말한다. 하얀 재앙. 예를 들어 2009년에는 몽골 전체가축 수의 무려 오 분의 일에 해당하는 팔백이십만 두의 소와 양, 염소가 몰사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언젠가 그에 못지않은 조드가 사람들마저 덮쳤다.

100 아주 오래 전 무서운 돌림병 하르 체체그가 돌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손쓸 겨를도 없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가운데 열다섯 살 난 소호르 타르와라는 사내아이가 혼자 버려져 정신을 잃고 저승에 갔다. 그 아이는 염라대왕 앞에 섰다. 염라대왕은 소년이 완전히 죽을 때를 기다리지 않고 저승으로 온 데 감동을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때 염라대왕은 소년에게 무엇이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가라 말했다. 소년은 단 하나 ‘이야기’를 택했다.
세상에 돌아온 소년은 자기 몸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까마귀가 파먹어 두 눈이 없었다. 소호르는 할 수 없이 두 눈이 없는 제 몸뚱어리로 들어갔다.
그 후 몽골 초원에는 앞을 못 보는 한 사내가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 또 가르침도 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눈이 없어도 앞날을 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참혹한 조드를 견디고도 살아남아 다시 희망을 갖는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새삼 이야기꾼이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들판의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의 말을 알아듣고, 땅을 기어 다니는 조그만 동물들의 흔적과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의 조그만 빛점들을 읽어 내지요. 저는 사방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실바람의 윙윙대는 소리,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제게는 이 모든 것이 말이고 징표니까요.

이야기꾼이 지닌 지혜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
이제까지 우리는 아시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나름대로 간단히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문제가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이야기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더 크게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매일 아침, 아니 거의 매순간,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수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렇지만 백 년 전에 이미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우리가 정작 진귀한 이야기에는 빈곤을 겪는 까닭은 “우리들이 알게 되는 일들이란 모두 하나의 예외 없이 이미 설명이 붙여져서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한 이야기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소진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정보와 달리 이야기는 자신을 기나긴, 어쩌면 무한한 시간의 지평선 위에 배치함으로써 결코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옛날 옛날 한 옛날”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순간이 아니라 모호해서 오히려 영원한 시간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어느 깊은 산속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공간 역시 아홉 시 뉴스의 특정 발화 지점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곳은 어디에도 없고 동시에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를 향해 열려 있다.”


목차

목차
지은이의 말
이야기의 시작
트릭스터 이야기
현자 이야기
책 속의 책
영웅 이야기 1
사랑 이야기 1
변신과 괴물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
마하바라타
신궁 이야기
기원 설화
거인과 천하장사 이야기?
이어지는 이야기
무대에서 만나는 이야기
제1권 주석
제1권 참고자료
제1권 그림사진 찾기와 출처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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