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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8742171 / 328쪽 153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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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원형의 기억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는 월정사에 관련된 기억의 주름을 펼쳐, 그에 담긴 기억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수천 년 전 하늘에서 천신이 내려오고 산신이 자리하다가 부처와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가람을 짓고 사람을 불러 그들을 부처로 만든 내력을 풀어내고 있다. - 머리글 중에서 -
이야기는 모든 것을 담는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사실과 객관적으로 증명된 지식뿐 아니라 신화, 전설, 상징에 깃든 깊은 의미까지, 시대의 벽을 뛰어넘어 현대와 먼 과거를 소통시킨다.
수천년전 천신과 산신이 자리하다가 부처와 어우러져 하나가 된 뒤, 신라시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동안 개산조 자장 율사에서부터 근대의 한암, 탄허 스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뛰어난 선지식들을 배출해낸 곳 월정사.
이 책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는 약 1400년의 깊은 역사를 가진 월정사에 대한 원형의 기억을 서서히 풀어내어 현재에 닿도록 전달해 준다.
스물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으며, 사실과 사실의 틈 사이에는 상상력을 통한 소설적인 재미가 추가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설명과 함께 소설적 재미가 풍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연결을 상상하도록 돕는다. 또한 풍부한 사진자료와 증언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오대산신과 부처님은 어떻게 하나가 되었을까?
월정사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법보신문》에 10대 불교학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의 저자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가 맛깔스러운 문체로 재미있게 풀어쓴 이 책은, 자장 율사가 터를 고른 일, 구정 선사가 솥을 아홉 번이나 바꾸어 걸은 끝에 도통한 일, 문수보살이 나투어 세조의 등을 밀어준 이야기, 국군에 맞서서 정좌한 채로 절을 지켜낸 한암 스님에 대한 이야기 등, 월정사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쉽고 흥미로운 형태로 들려준다.
제1장-오대산 월정사, 화엄의 으뜸도량
제2장-월정사를 장엄하신 조사들
제3장-월정사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
제1장, <오대산 월정사, 화엄의 으뜸 도량>에서는 자장 율사가 가람의 터를 고른 일에서 시작하여 문수보살이 나투신 것에 이르기까지 화엄의 으뜸 도량이라는 공간에서 부처와 사람이 어우러져 빚어낸 기억을 사실과 설화를 결합하여 풀어낸다.
제2장, <월정사를 장엄하신 조사들>에서는 남다른 신심과 도력(道力)으로 월정사에 빛을 더한 조사들의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펼치고 있다. 사명 대사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받아 월정사의 중창에 매진하며, 탄허 스님은 20대에 삼교에 통달한 실력으로 수많은 강백과 탁월한 학승을 길러내며 경전을 번역한다.
유정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자비심이 깊었다. 놀이를 하는 것도 예사 어린이와 달랐다. 냇가에서 모래장난을 할 때면 모래를 둥글게 뭉쳐서 탑을 만들고 돌 장난을 할라 치면 돌을 세워 부처라 하였다. 그에서 그치지 않고 탑과 부처 앞에 들꽃을 꺾고 바치기도 하고, 가을이면 밤을 주어 공양을 올렸다. 하루는 어떤 어른이 지나가는데, 그의 오른 손에는 냇가에서 잡은 자라가 새끼 줄 사이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유정은 어른에게 간청하였다.
“저, 어르신! 이 밤이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부디 이 밤을 받으시고 자라를 놓아주세요.”
어른은 처음엔 거절하였지만, 집요하게 따라오며 간청하는 바람에 결국 자라를 밤과 바꾸고는 내주고 말았다. 유정은 자라를 받자마자 냇물로 달려가서 놓아주었다. - 138p -
제3장인 <월정사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에서는 오대산에서 시작하여 상원사 동종에 이르기까지, 월정사와 연기관계를 맺고서 이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월정사의 각 공간에 당도한 여행객의 시점에서 동선에 따라 주변의 풍경을 기술하는 가운데, 그 풍경에 깃든 기억들을 풀어내고 주관적 감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월정사, 그리고 한국불교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월정사의 역사를 통해 한국에 스며든 불교문화의 깊이를 이해하고, 한국불교에 대한 전체의식을 시대의 벽을 넘어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대산은 주름이 깊은 산이다. 들어갈수록 골과 숲이 깊고, 펼칠수록 숱한 사람들이 빚어낸 기억들이 샘솟는다. 공간은 텅 비어 있는 자리나 빈곳이 아니라 상징과 의미로 가득한 곳이다. 마당은 공시적으로, 통시적으로 무한히 열려있는 원형이자 무한히 채워지는 중심이다. 거기 월정사가 자리하면서 기억의 주름은 깊이를 더하고, 중심은 더 넓게 열리고 채워졌다.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는 월정사에 관련된 기억의 주름을 펼쳐, 그에 담긴 기억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수천 년 전 하늘에서 천신이 이곳에 내려오고 산신이 자리하다가 부처와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가람을 짓고 사람을 불러 그들을 부처로 만든 내력을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3장, 총 스물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하였다. 철저히 역사적 사실과 관련 기록에 기초하면서 사실과 사실 사이의 틈은 상상을 허용하여 소설적 재미를 추가하였다. 이야기 중에 삽입된 한시나 게송은 모두 3.4조의 우리 시가의 율격에 맞게 번역하였다.
세상을 빚어내는 주인으로서 인간 주체의 마음과 의지의 힘을 믿는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그 너머에서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연기와 업의 원리에 새삼 놀란다. 그저 산이 좋아 찾았던 우매한 학궁이 인연을 쌓다보니 산이 감추고 있던 금강석 같은 가치들을 비로소 접하게 되었다. 오현 스님의 너르신 품에서 인연을 더하면서 도반인 석길암, 문무왕 교수의 배려로 이 성스런 일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곳 월정사에서 현기 스님, 태경 스님, 최경애 전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 박재현 종무실장 등 고운 이들과 재회하면서 그 글에 정감을 덧칠할 수 있었다. 만화 스님의 제자 가운데 한 분인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또 한 분 제자인 민족사 윤창화 사장은 책 만드는 일 전반을 주관하셨다. 평생 가슴 깊이 남는 도반인 고 고광영 사장의 부인인 사기순 주간이 이 책을 곱게 다듬어 주셨다.
이리도 이 책에 깃든 인연이 깊고도 또 깊다. 이 자리를 빌려, 이 모든 분들과 필자보다 앞서서 연구를 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다만, 필자의 학식과 문재(文才)가 많이 부족하여 그 분들의 정성과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질책을 바라며, 그로 더 좋아질 수 있는 희망으로 붓을 놓는다.
관악의 와실에서
이도흠 합장
자장 율사는 그 게(偈)를 암송하고 또 암송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능선 위로 해가 떠서 태화지에 금빛 물을 출렁이게 하던 때 홀연히 노스님 한 분이 붉은 비단에 황금색의 점을 수놓은 가사 한 벌과 부처의 바리때 한 벌, 부처님 두개골 한 쪽을 가지고 자장 율사의 곁에 와서 물었다. - 29p -
마을로 지나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고 갔다. 장난기가 동하여 깃으로 눈을 가리고 사람을 보았다. 이것이 웬 일인가. 사람들이 돼지와 소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을을 지나 산기슭으로 접어드니 토끼 한 마리가 뛰어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깃으로 눈을 가리고 보니, 사람 한 명이 뛰어가고 있었다. 들었던 활을 놓았다. 이제 사냥을 할 수 없을 듯싶었다. - 45p -
왜 절집 앞에 성황당이 있는 것일까. 이곳만이 아니다. 신라 때 지어진 사찰을 보면, 대웅전 옆에 산신을 모신 산신각, 산신과 함께 칠성신과 독성신을 모신 삼성각이 자리한다. 왜, 어떻게 신라인은 부처님과 산신을 함께 섬기게 되었을까? - 51p -
신라인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우주와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신라의 고유 신앙을 풍류도라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자연 속에서 달을 텔레비전처럼 바라본 신라인들은 달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인간의 삶 또한 순환한다고 생각하였다. 신의 아들이 왕이 되고 왕이 죽으면 다시 신이 된다는 생각은 무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52p -
그는 당대 최고의 미인인 수로 부인을 대동하였다. ‘수로’란 말에는 ‘태양’과 ‘미(美)’의 뜻이 담겨있으니, 수로 부인은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난 미인이요, 태양처럼 눈부시고 높은 존재이다.
순정공은 아름다운 부인과 시종과 함께 동해변 따라 길을 청했다. 새악시 하이얀 종아리 슬쩍 훔치는 진초록빛 바닷물에 넋을 빼고 혼을 앗기다가 시장기를 느꼈는데, 좌우로는 천길 석벽이 까마득하고, 앞으로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렸다. 그 새로 금빛 모래사장이 초승달처럼 멋들어지게 꺾어져선 햇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 80p -
하늘의 별이 몹시도 아름답게 반짝이던 날,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매 한 마리가 하늘 저 멀리서 정씨(鄭氏) 부인을 향하여 오더니 그녀의 가슴에 앉았다. 부리로 그녀의 머리를 쪼아대더니 알 하나를 품에 떨어뜨리고는 푸덕푸덕 다시 날갯짓을 하며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 사라졌다. - 115p -
“죽음을 알지 못하면서 어찌 삶을 안다고 하는가?”
스님의 일갈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다! 죽음을 모른다면 삶도 모르는 것이며,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생을 이어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죽음의 의미, 생사의 문제, 무상의 의미를 찾고자 나옹 화상은 출가를 결심한다. - 118p -
어느 날 저녁 사명당의 어머니 서씨 부인은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슬몃 잠이 들었다. 노란 수건을 쓴 금인(金人, 부처)이 나타나 흰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 위에 높은 누대가 있어 그 위로 올라갔다. 누대에는 늙은 신선이 머물고 있었다. 금인은 그에게 절을 하였다. 그러자 그 신선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138p -
“참선법은 불성을 명백하게 요달해서 다시는 업에 구애받지 않음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화두를 들 때에는 온갖 생각을 허락지 아니합니다. 다만 화두에 대한 의심만 일여(一如)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말이 번다하면 도리어 공부에 방해가 되기에 이만 그칩니다.” 「1949년 1월 12일 한암 스님 편지에서」 - 180p -
탄허 스님은 불도유 삼교의 공통 핵심 사항인 동양인의 심성, 즉 마음자리를 탐구하는데 진력하였다. 탄허 스님은 불교는 ‘마음을 밝게 하여 성품을 뚫어보고’(明心見性), 도교는 ‘마음을 닦아 내어 성품을 단련하며’(修心練性)을 말하며, 유교는 ‘마음을 품어 두어 본성을 길러낸다’(存心養性)고 파악했다. 여기서 불교는 ‘밝혀서 뚫어본다’(明見)고 하고, 도교는 ‘닦아서 단련한다’(修鍊)고 하고, 유교는 ‘품어서 길러낸다’(存養)고 하여 각기 표현은 다르나 지향은 다르지 않았다. 불교의 ‘발근(拔根)’과 도교의 ‘배근(培根)’과 유교의 ‘식근(植根)’은 각기 다가가는 길이나 파고드는 깊이가 달랐을 뿐이다. - 206p -
탁발하러 나선 석가모니를 보자 자야는 부모님이 보시하는 모습을 흉내 내어 흙을 부처님의 발우에 넣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보릿가루입니다.”
자야는 잠시 석가모니를 바라보더니 합장을 하고 발원하였다.
“이 보시의 착한 공덕으로 한 천하와 한 산개(傘蓋)의 왕이 되어, 이생에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석가모니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제자 아난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무 이유 없이는 빙그레 웃으시지 않나이다.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웃으시나이까?” - 263p -
다른 음악들이 약동하는 박자로 가슴을 두드리고 감미로운 리듬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또 때로는 둘을 잘 짜 맞추어 영혼에 호소할 때, 그는 리듬도 박자도 없이 소리 하나로 여래장까지 뒤흔들어 전생의 삶마저 돌아보게 한다. 하여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저 땅 밑까지 환각에 취하여 있는 모든 중생을 깨우는, 거룩함을, 더 거룩함을 향하여 진동하면서도 서 있는 이곳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진리의 둥그런 소리, 바로 그것이 흔히 에밀레 종이라 불리는 봉덕사의 종소리(정식 명칭은 성덕대왕신종)다. - 314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