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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함순례 시집

시리즈 : 삶창시선 [13]

함순례 저 | 삶창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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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0333 / 120쪽 124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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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생의 보이지 않는 주름들을 두루 살피는 대모 같은 시편 함순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혹시나』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뜨거운 발』에서 ‘구체적 서사가 압축되고 풀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출되는 깊은 서정성’을 보여주었던 함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과연 어떤 빛깔로 빛이 날까. 함 시인은 시를 쓰는 동시에 한국작가회의, 리얼리스트100 등의 문인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오기도 했다. 발문을 쓴 최은숙 시인에 의하면 함 시인에게는 “후배들을 아우르는 늠름함이랄까, 한 살만 어려도 확실한 아우를 삼는 형님 포스”가... 생의 보이지 않는 주름들을 두루 살피는 대모 같은 시편 함순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혹시나』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뜨거운 발』에서 ‘구체적 서사가 압축되고 풀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출되는 깊은 서정성’을 보여주었던 함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과연 어떤 빛깔로 빛이 날까. 함 시인은 시를 쓰는 동시에 한국작가회의, 리얼리스트100 등의 문인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오기도 했다. 발문을 쓴 최은숙 시인에 의하면 함 시인에게는 “후배들을 아우르는 늠름함이랄까, 한 살만 어려도 확실한 아우를 삼는 형님 포스”가 있다고 한다. 때문일까.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두고 ‘대모 같은 품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품성은 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혹시나』는 시종일관 너그럽게 모든 것을 품고 쓰다듬는 ‘대모’의 시선으로 ‘우리’들을 둘러싼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주시한다. 웃고 울고 놀라는 다양한 감정의 결들 속에서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생의 주름’들을 포착해낸다. 함 시인의 시편은 강하게 주장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입을 다물고 있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어수선하거나 적요에 몸을 숨기는 것도 아니다. 『혹시나』에는 둥글게 둥글게,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자연에게 건네는 담백한 이야기와 고백들로 가득하다. 슬픈 낙타 발굽 소리와 모래바람의 숨통을 여는, 어떤 순례의 기록 이름이 그 사람의 생을 따라가기도 한다던가. ‘순례’라는 이름처럼 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난에, 삶에,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 눌려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생을 어루만지며 은근슬쩍 위로를 건넨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매서운 바람에 맞서 걷는 나포길 강바람은 한 차례씩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철새들이 떠난 얼음강 강바닥 깊은 곳에서 쩌엉 쩡― 강물이 우는 소리 들려왔다 (중략)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 견딘다는 거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시베리아 사람들처럼 바짝 어깨 겯고 온기를 나눈다는 거 우리가 그랬다 사대강 사업으로 뒤틀린 금강 자락 차고 높은 나포길에서 우린 사이좋게 장딴지에 힘주고 칼바람을 밀고 나갔다 -「금강하구언, 차고 높은 -금강2」 부분 『혹시나』는 곳곳을 순례하며 묵묵히 그곳의, 그곳 사람들의 소리를 받아 적는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나포길, 사라진 통장에 놀라는 노모, 함 시인이 차려주던 밥상을 잊지 못하는 동창들, 사춘기 아들 녀석, 심야버스, 카불에 이르기까지. 시집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포근히 감싸는 ‘순한’ 함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다. 하지만 마냥 ‘순하다’는 말은 그녀에게 결코 작지 않은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것이 사람을 겨냥한 것이든, 시를 겨냥한 것이든. 때때로 아무것도 아닌 당신과 내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부드럽고 찰진 사람의 낯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내 이름에 달라붙은 순할 順 이 무구한 업을 시시하다 여기며 독하게 몸을 달궈온 날들이 차마 쓸쓸해졌다 -「맛의 처소」 부분 네 詩는 너무 착해 기차가 달리고, ‘너무’라는 말은 거꾸로 거꾸로 속도를 낸다 귀를 기울이면 마음의 불 삭이지 못한 채 너무도 빠르게 달려간 아버지의 숨결이 들려온다 그 어두운 바닥, 레일과 레일 사이 부수어지고 깨진 자갈이 길을 만들듯 착하지 않은 돌멩이의 버둥거림 -「역방향」 부분 ‘순할 順’ 자가 함 시인에게는 업보였을까. 그녀는 몇몇 시들을 통해 독하게 달궈온 자신을 드러낸다. 그게 끝은 아니다. 독하게 달궈졌기에 가질 수 있는 온기를 함 시인은 오히려 세상의 사람과 자연에게, 곳곳에 숨겨진 주름들에 베푼다. 배고픈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차려주고, 슬픔에 빠진 친구를 기다리고, 열병을 앓는 아들에게 콩나물 황태국 한 그릇 끓여 먹이는 일. 최은숙 시인의 말처럼 “삶의 보이지 않는 주름들을 두루 살펴온 시간”은 함 시인의 시에 대모의 품격을 완성시켜준다. “혹시나, 는 둥근 그늘이며 내생의 환(幻)들이다.” 「시인의 말」에서 이미 말하고 있듯 이 시집 제목이기도 한 ‘혹시나’라는 단어에는 시인이 차려놓은 둥근 그늘이 있다. 그 둥근 품 안에서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은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일지 모른다고 함 시인은 넌지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난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혹시나」부분 『혹시나』를 읽는다는 것은 그러므로, “낙타 발굽 소리와 모래바람의 숨통을 여는”(「순례기」) 어떤 순례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거대한 어미의 품속에 혹시나, 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운 몸이” 이제는 우주 너머에 있는 잃어버린 ‘나’에게 가자고 신호를 보낸다. 삶은 바로 그 순례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듯. 추천사 가을 강을 날아가는 백로의 흰 배가 물낯을 끌고 간다. 강함만리풍(江含萬里風)의 발생지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 둥지에 닿는다. 백로 그림자가 조약돌이 된다. 시다. 함순례의 시를 읽는 것은 희고 둥근 조약돌을 만지는 일이다. 조약돌을 꺼내어 물기를 닦는다. 이끼가 막 돋아나고 있다. 볼과 눈두덩에 다슬기가 옮겨온다. 목덜미로 가슴팍으로 마침표가 돌아다니는 것 같다. 시인은 온몸을 펄떡여서 조약돌을 낳는다. 하늘의 새털구름과 백로의 깃털과 가을 물낯이 한통속으로 반짝인다. 시의 물너울이 조약돌이 된다. 흉터 없는 문장이 어디 있으랴. 물속 조약돌의 눈으로 백로를 올려다보면 지병으로 누운 병상의 시트 같다. 백로의 눈으로 조약돌을 굽어보면 마지막 알약 같다. 백로는 밤에도 검어지지 않는다. 깃에 흰 잉크를 찍어 물낯처럼 떨리는 가슴에 쓴다. 삶이라는 절창의 조약돌을 품고 함, 순례해보시라. 당신도 흰 그늘로 짝이 되리라. -이정록(시인)

저자 소개

196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해 시집 《뜨거운 발》을 냈으며 한국작가회의와 리얼리스트100 회원,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 《뜨거운 발》, 《혹시나》

책 속에서

마흔 지나자 손님이 찾아왔다
위아래 나란히 혹이 생겼다
본래 악한 녀석들은 아니라 하니
잘 모시고 잘 사귀어보기로 했다
손님도 때때로 기침 큼큼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유방 한쪽이 찌르르―
예리한 날에 찔린 듯 아파온다거나
종종 허리가 시큰거리고 아랫배가 묵직해지곤 했다
내 안에 무언가 돋아나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幻)들이다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새끼 치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온 몸이
이제 나를 부리고 가겠다는 신호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난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혹시나」 전문

 

올백머리에 일생 한복을 입은 첫 남자, 자수성가의 표상이었다 지극히 부지런하고 흙과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 전업은 농부였으나 토정비결과 책력 보는 법을 알았다 그러나 실패라든가 휘어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한 해 농사 홍수에 쓸려나가자 그의 정신은 맥없이 무너졌다 알코올중독자가 되어갔다 세상에 대한 의심 키우며 자신을 학대했다 어느 신새벽 뜰팡에 쭈그려 앉아 그 징글징글한 의심의 아가리에 농약을 들이부었다 생전 다져놓은 마당이 가뿐하게 그의 몸을 받아주었다

열넷에 학업을 작파한 두 번째 남자, 스물한 살에 가장이 되자 우사 늘리고 소를 사들였다 산밭 가득 뽕나무 심었다 소값 파동이 불어닥쳤고 뽕밭은 풀섶이 되어갔다 덤프트럭 운전을 했고 화원을 차렸다 거칠기 짝이 없는 그가 풍란을 다루는 솜씨만은 예술이었지만 근면의 밑끝은 짧디짧았다 사업이 자릴 잡기 시작하면 으레 사람을 부렸다 손대는 족족 말아 드셨다 누구는 매사 운이 따르지 않은 탓이라 안타까워했고 누구는 게으름은 하나님도 구원하지 못한다는 말로 치부했다 인간의 숲에서는 무얼 해도 춥고 배고팠던 그는 풍란 캐러 산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낯선 하늘의 행불자를 선택했다

세 번째 남자, 돈키호테였다 허우대 멀쩡하고 언변이 좋았다 유년에 벌써 총명한 머리 인정받아 밝은 미래를 점쳤으나 노력이 받쳐주질 않아 그냥저냥 살았다 매사 습득이 빠르고 의협심 강했으나 그의 적은 여자였다 한때 반짝 노력하여 얻은 경찰공무원 시절, 첫사랑에 홀려 야반도주했다 거창하게 사표까지 냈다 민중을 구하지도 여자를 구하지도 못한 채 한세월을 회복불가로 살았다 사이, 여전히 얼굴은 반반하나 그뿐인 여자들이 그를 스쳐갔다 기이한 일은 그의 재기가 여자로부터 온 것, 얼굴 이쁘고 착하기도 한 여자가 신의 선물처럼 왔다 이제 그는 생의 반구비를 돌아 세상을 다시 읽고 있다
-「세 남자의 독법」 전문

 

그러니까, 술래라 불린 적 있다 기일게 수울래 부르면 달빛 강변에서 강강수울래 춤추는 듯, 좀 짧게 부르면 술래야 술래야 머리카락 보일라 숨은 동무들 찾느라 해거름 길어졌다 해례야 달례야 부르는 벗들도 있다 벗들에게 빛 같은 존재가 되라는 의미겠는데 온몸 붉어지는 호명이다 수레라고도, 순네라고도, 첩첩 산골 가시내가 되었다 미소가 둥글어졌다 글 냄새 물씬 나는 필명도 잠깐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태아 적 이름으로 돌아와 있다 들판을 한없이 걸어야 하는 순례에 서 있다 보은 회인 용촌리 백삼십육 번지 일천구백육십육 년 일월 스무여드레 그 하늘에 다시 예를 갖춰야겠다 삼보일배, 슬픈 낙타 발굽 소리와 모래바람의 숨통을 열어봐야겠다
-「순례기」 전문

목차

목차
제1부
궁극
맛의 처소
저쪽 사원
담양
세 남자의 독법
감포
엄마와 열흘
배추밭 역사
금성공원 약수터
면도 세배
벽 안에 사람이 산다
장수풍뎅이
검은무당벌레
혹시나
술국
제2부
문조가 두고 간 세상
만 원, 봄봄
카불에서 온 편지
진이부작
역방향
웃는 시
숨
아직도 고백 중
밥 한번 먹자
첫눈, 이라는 사내
맞선
궁합
서해바다 노을 저편
소심
제3부
첫눈
배꽃 송가
문병 가자
오 여사 수지 입성기
꽃춤
목숨값
까마귀 울 때
추석 무렵
빗
대추나무 기저귀
사라진 통장
겨울 배추
우수, 관음보살
이끼
제4부
순례기
봄, 뜬봉샘에 닿아
금강하구언, 차고 높은
공산성
천내 습지
맨발
화암사 도롱뇽
배낭
몽염
바깥이 불편하다
봄날, 라 보떼가 델 아르떼
무석사
발문_ 생의 주름에 소심한 대모의 시_ 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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