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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799798 / 37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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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한국이 낳은 천재 언어학자 최석규
그의 흔적을 아로새기다
‘한국이 낳은 천재 언어학자’ 故 최석규 선생의 글과 그를 회고하는 글을 함께 모았다. 1부는 최석규 선생이 여러 매체에 발표한 번역 작품, 비평, 논설 등 그의 학문 세계와 연구 성과가 잘 드러나는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미발표된 글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부는 최석규 선생을 아는 많은 사람의 회고록과 함께 그가 어머니와 아내에게 썼던 사랑이 담긴 편지를 모아서 ‘학자 최석규’가 아닌 ‘인간 최석규’의 모습도 알 수 있게 한다.
출판사 리뷰
학문과 교육의 양심 잣대, 완벽주의를 추구한 천생 학자
그는 천생 학자였다. 삶의 모든 것이 그에게는 탐구하고 싶은 과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글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언어학 이론을 갈고닦고, 더 나아가 프랑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까지 공부한 데에다 문학과 음악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기에 그의 글에서는 아주 다양한 세계가 펼쳐진다. 희곡 작품을 번역하거나 어떤 작품에 대한 평론을 쓰는가 하면 개인에 대한 성찰, 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을 펼치고 우리 사회의 문제와 국제 정세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하는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탐구했음이 보인다. 하지만 그 지식이 얕은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하든 ‘완벽하게’ 하는 것이 그의 삶의 자세였던 만큼 그 깊이 역시 매우 깊다. 어떤 글을 쓸 때는 한 번에 쓰는 법이 없이 매우 신중을 기하여 표현을 고르기 때문에 남겨둔 글이 많지 않았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프랑스어 발음 하나하나까지 정확을 기하여 제자들을 가르칠 정도였으니, 그가 얼마나 올곧은 자세로 학문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를 가르쳐도 알 때까지, 정해진 진도를 나가지 못하면 보충 수업을 해서라도 가르치려고 했던 그는 사실 올바른 교육자이자 학자의 표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이렇게 ‘학자 최석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글이 담겨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 특히 언어학에서 더 빛났던 천부적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권위 있는 프랑스 언어학자 앙드레 마르띠네를 지도 교수로 하여, 한국인 최초 언어학 국가박사 과정을 마친 언어학계의 큰 별 최석규 선생의 학문적, 정신적 궤적을 되짚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다정함
최석규 선생의 주위에는 그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아마 드높은 학문의 경지를 보여준 것에 더해 마음속에 다정한 기운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문 앞에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그의 모습을 볼 때 어떤 이는 매우 깐깐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최석규 선생이 평생을 힘써 온 학문, 특히 언어학에서 도달한 높은 경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이 다소 엄격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학문을 대할 때의 모습이고 사람을 마주함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다. 완벽주의자로만 알고 있던 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체취가 넘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를 학문과 정신의 스승으로 동시에 삼은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의 이런 점은 회고록에서 잘 드러난다. 최석규 선생과 맺은 인연은 제각각이지만 학문의 스승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공통되어 있다.
그의 다정함은 특히 반평생을 함께한 아내와 어머니에게 크게 표출된다. 젊은 시절 어머니와 아내(연애 시절)에게 쓴 편지에는 상대에 대한 애틋함과 다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쓴 ‘어머님 전 상서’에는 먹먹한 심경과 함께 매우 사랑했던 어머니께 보내는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들어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 책은 앙드레 마르띠네의 제자이면서 그를 뛰어넘는 이론을 정립하며 ‘세계적인 언어학자’로 입지를 다졌던 최석규 선생의 학문 세계를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글이 발표된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깨우침을 주는 문장이 가득하다. 또한 ‘학자 최석규’에 가려져 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4·19는 당장에 나타나는 정치적인 결과보다도, 어디까지나 그 정신적인 새 자세에 참다운 뜻이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민권의 존엄성을 드높이 외치며, 행동으로써 압제자를 몰아내기에 성공했다는 것은, 예부터 우리 민족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훤히 트인 새 전망을 열어 준 것과도 같고, 수백 년 고였던 연못에 사상의 돌을 던져 잠들었던 모든 생명을 일깨워 놓은 것과도 같다. 그들이 정권에 무심했던 것은 결코 4·19를 무력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순수성과 정신성을 결정적으로 부각시킨 사실이다. 따라서 4·19는 그것이 혁명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것까지도, 일체를 국민과 앞날의 역사에 맡기고 있다는 데에 중요한 뜻이 있다. 단순히 정권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정변政變이라면 일시에 그 성패와 성격이 결정될 수도 있지만, 4·19는 사회의 병든 생리를 뜯어고치는 싸움의 시작인만큼, 오랜 세월과 모진 파란을 거쳐야 할 역사적인 투쟁이요, 그런 뜻에서 어디까지나 하나의 혁명이다.
PP. 111~112
현대로 가기 위해 동양을 버릴 것인가? 동양을 찾기 위해 현대를 버릴 것인가? 이러한 양자택일의 두 길 사이에 거의 발 딛을 곳도 없는 듯 우리의 마음은 괴로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한 딜레마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서양에도 고대와 현대가 있고 동양에도 고대와 현대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예술은 언제나 거센 대립 속에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해왔다. 이집트가 그리스에 준 영향, 그리스가 르네상스 이탈리아에 준 영향, 르네상스 이탈리아가 근대 프랑스 미술에 준 영향―그 어느 경우에도 묵은 것과 새것의 대립, 남의 것과 내 것의 대립은 이들의 예술을 죽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놀라운 창조를 자극하였다. 그러면 우리의 딜레마란 무엇이냐?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 낳은 유령과도 같은 것―다시 말하면 우리의 현대를 살지 못하는 주체성 없는 의식의 자기표현일 뿐이다.
P. 239
남편이 외출 시에는 그가 꼭 챙기는 것이 있었는데 담배, 라이터, 휴지 그리고 펜이나 연필과 한두 장의 백지와 들고 다니면서 읽을 만한 조그만 책이었다. 학문적인 새 이론이 생각나면 적기 위해서였다. 머릿속에 자기가 쓰고 싶은 언어학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했으며 다른 부면에 대해서도 글로 많이 써낼 수 있는 실력이 있었는데도 그에겐 글 쓰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어 글로 써내지 못하고 가신 것이 너무나 아깝고 안타깝다. 그는 항상 말하길, 글은 읽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끔 필요 없는 말은 집어넣지 않고 명확하게 써야 된다고 했고 그래서 접속사 하나에도 신경을 무척 썼으며 글을 하나 써내게 되면 그 글을 거의 외워서 말할 정도였다. 내가 그이보다 1년 전 미국 유학을 떠났을 때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던 편지가 차차 늦어져 나중에는 몇 개월에 한 번 정도 보내왔다. 그 후 연대 음대 황병덕 교수님에게서 들은 말인데 강의 끝나고 오후에 다방에서 최 선생을 만나게 되면 항상 편지만 쓰고 있었다고 했다.
PP. 266~2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