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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22134 / 595쪽 138 x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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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그간의 전쟁문학을 잊어라, 그로테스크한 충격이 온다! 파시스트 장교이자 기자, 뛰어난 예술가였던 논란의 인물 말라파르테 이차대전 동유럽 학살을 최초로 전한 이탈리아 문학의 걸작 말라파르테?의 대표작 『망가진 세계』 국내 초역 출간! 파시스트당에선 반정부 요시찰 인물로, 외부에선 파시스트의 문화 대변자로 낙인찍혔던 저주받은 작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뒤집은 이름, 나쁜 편이란 뜻의 말라파르테! 『망가진 세계』는, 1940년 이차대전 때 징집돼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종군기자로 전선에 배치된 작가가 유고슬... 그간의 전쟁문학을 잊어라, 그로테스크한 충격이 온다! 파시스트 장교이자 기자, 뛰어난 예술가였던 논란의 인물 말라파르테 이차대전 동유럽 학살을 최초로 전한 이탈리아 문학의 걸작 말라파르테의 대표작 『망가진 세계』 국내 초역 출간! 파시스트당에선 반정부 요시찰 인물로, 외부에선 파시스트의 문화 대변자로 낙인찍혔던 저주받은 작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뒤집은 이름, 나쁜 편이란 뜻의 말라파르테! 『망가진 세계』는, 1940년 이차대전 때 징집돼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종군기자로 전선에 배치된 작가가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핀란드로 동부전선을 취재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해방기의 이탈리아에서 발표한 소설이다. ‘말’ ‘쥐’ ‘개’ ‘새’ ‘순록’ ‘파리’의 6부로 구성된 『망가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부서진 세계, 짐승만도 못한 인간 군상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실존인물과 허구를 절묘하게 교직해 독소전쟁, 핀란드의 대소련 겨울전쟁, 폴란드 게토의 참상과 루마니아 야시의 유대인 학살, 나치 지도부의 허위와 기만, 동맹국 간 정치적 암투 등 세계사적 사건들을 때론 우스꽝스럽게 때론 비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문학동네의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숨은 작가, 낯선 작가, 바깥의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시리즈다.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뼈만 남은 이론적 논의를 넘어 문학이 인문학의 원천이며 가상은 구체성에 힘입어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만난다. 어떤 이론가도 문학적 감수성과 소양 없이는 설득력 있게 자기주장을 펼칠 수 없다. 캄캄한 관념의 갱도에서 빛나는 생각의 맥을 찾고, 기존 분류에 갇히길 거부하면서 무한의 세계를 그리고, 제도의 경직된 표면을 뚫고 탐스런 지혜의 싹을 밀어올린 꿋꿋한 그 창조력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문학동네는 그간 이 시리즈를 통해 몇몇 새로운 작가 선집을 소개한 바 있다. 서구 자본주의와 시민사회가 태동하는 풍경을 형성화한 독일의 ‘빌헬름 라베 선집’과, 현대 소비사회의 인간 조건과 개인의 내면을 탐구한 프랑스의 실험문학 작가 ‘조르주 페렉 선집’, 그리고 시적이고 간결한 문체로 사회적인 이슈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 등이 그것이다.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에서 이번에 ‘말라파르테 선집’ 중 첫째 권으로 그의 대표작 『망가진 세계』를 출간한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작가지만 『망가진 세계』는 파시스트 장교가 쓴 놀라운 이야기라는 찬사 속에 이미 20세기 중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누렸던 걸작이다. 이 책은 이차대전에 끝나기도 전인 1944년 출간돼, 전쟁의 참상에 대한 여실한 보고이자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문학작품으로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면서 1960년대까지 서구와 미국에서 수백 만부가 팔리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그때마다 작가의 파시스트당 경력을 문제삼고 실재와 허구를 넘나드는 소설 속 사건들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는 등 구설도 많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차대전의 초점이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이 책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그간 이차대전은 서부전선이 주를 이루었지 동부전선을 형상화한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소전쟁과 유대인 학살 등 굵직한 사건이 입체적으로 묘사된 『망가진 세계』는, 나치 독일과 동맹국의 내부사정, 전쟁의 최전선과 주변부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증례이자, 인간의 심연을 포착한 빼어난 작품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향후 ‘말라파르테 선집’으로, 『망가진 세계』 와 함께 양대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가죽』,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조롱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정치에세이 『쿠데타의 기술』 등이 계속될 예정이다. 【작가 및 작품 세평】 “어떤 고약한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다 할 수 있는 카멜레온.” ― 안토니오 그람시 “단언컨대 그는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 이언 부루마 “말라파르테는 평생 많은 책을 썼고, 그 작품들 모두 지적이고 탁월하다. 특히 『망가진 세계』는 그가 쓴 가장 중요한 책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롭고 그만의 형식을 찾아낸 책이다.” ― 밀란 쿤데라 “슬프고 놀랍고 끔찍하면서도 서정적인 책이다. 이데올로기적 광신주의와 인종주의, 뒤틀린 가치관과 증오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거릿 애트우드 “말라파르테는 엄청난 결함과 위대한 미덕을 갖춘 완전히 모순적인 존재였다. 그는 우리 각자에게 존재하는 비굴함을 용기로, 위선조차도 미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 체사레 파베세 “재치와 교양으로 똘똘 뭉친 예술가이자 세련된 수다쟁이.” ― 에우제니오 몬탈레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이 막히는 놀라운 작품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성의 심연을 발견한다.” ? 더 뉴욕타임스 “『망가진 세계』는 미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충격 그 자체다.”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자전적 체험과 허구를 기막히게 버무려 역사의 심연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 월스트리트 저널 “그가 전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들은 부조리한 전쟁의 참상에 대한 적나라한 증언이다.” ― 더 타임스 ---------------------------------------------------------------- 【작품 소개】 주인공은 바로 ‘망가진 세계’라는 유쾌하고 섬뜩한 괴물 말라파르테의『망가진 세계』는 작가가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 기록한 르포르타주의 성격을 띤 소설이다. 이차대전 발발해 종군기자로 전쟁의 한복판에 섰을 때, 그는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중견 작가이자 다양한 활동으로 이탈리아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나름의 명성을 누리던 문화계 인사였다. 기자로 잔뼈가 굵은 민감성을 지닌 인물인 터라 이차대전의 진행과 경과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각국 정세를 세밀하게 꿰뚫어볼 줄도 알았다. 수많은 작품을 발표해 명성을 확보한 작가, 추축국 이탈리아군의 장교, 게다가 종군기자라는 공식 직함 덕에, 갈 수 있는 곳, 볼 수 있는 것은 넘쳐났다. 1940년부터 1944년까지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 전쟁 주도국의 내부사정을 그만큼 쉽게 살필 수 있는 이도 없었다. 이 장점을 십분 발휘해 전쟁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짬짬이 『코리에레 델라 세라』지에 보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을 모아 1943년 『볼가 강은 유럽에서 발원한다』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그리고 이듬해 발표한 『망가진 세계』는 논픽션으론 전하지 못할 충격을 선사한 작품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독소불가침 조약을 깨고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상황에서,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의 극한을 맛보며 최악의 전쟁을 은밀히 형상화했다. 그러나 「원고의 시련에 대하여」에서 밝힌 대로, 그가 쓰려 한 것은 전쟁 이야기가 다가 아니었다. “전쟁은 중요성 면에서 부차적이다. ……따라서 『망가진 세계』에서 전쟁은 운명이다. 전쟁은 그렇게 등장할 수밖에 없다. 전쟁은 주인공이라기보다 관객이다. 풍경을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전쟁은 이 책의 현실적 배경이다. 주인공은 바로 ‘망가진 세계’라는 유쾌
이 험악하고 묘한 독일어 Kaputt(『망가진 세계』의 원제)만큼 폐허와 같은 지금의 유럽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카푸트는 글자 그대로 하면 “망가진, 결딴난, 완전히 부서진, 폐허가 된”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 지금 유럽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망가진 유럽이 어제의 유럽이나 이삼십 년 전의 유럽보다 좋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모든 것을 달리 어떻게 바꿔볼 수 없는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보다 좋다.
‘원고의 시련에 관하여’(10쪽)
햇빛은 주철 같은 호수 표면을 망치로 두드리듯 내리쪼였다. 물비늘이 금속성으로 떨리면서 호수 가장자리로 번져나갔다. 마치 바이올린 소리가 연주자의 팔을 타고 떨리면서 번져나가는 것 같았다. 길가는 물론이고 옥수수밭 여기저기에도 뒤집힌 차량이며 불에 탄 트럭들, 속이 다 드러난 장갑차, 버려진 대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나같이 폭발로 일그러지고 뒤틀린 상태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사람 시체 하나, 동물 사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수십수백 킬로미터를 둘러봐도 죽은 쇳덩어리뿐이었다. 기계의 시체들, 수없이 많은 처참한 쇳덩어리의 시체들……
2장 ‘말들의 고향’(54쪽)
모슬리 경은 내가 쓴『쿠데타의 기술』영어판(1932)을 가지고 와서 속표지에 저자의 말 같은 것을 써달라고 했다. 화려한 헌사를 기대했을 게 뻔하다. 나는 그를 골리면서 실망을 안겨줄 요량으로 내 책에 나오는 문장 두 개 만을 썼다. “모든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히틀러는 여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독재란 최고 형태의 질투다.” 문장을 읽는 모슬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럼 카이사르도 선생 견해로는 여자에 불과했나요?” 니컬슨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내게 눈짓을 했다. “그는 여자보다 더 나빴지요.” 내가 대꾸했다. “ 카이사르는 신사가 아니었으니까요.”
6장 ‘야시의 쥐들’(149쪽)
파리떼가 요란하게 웅웅거렸다. 죽은 자들은 철로변 둑을 따라 널브러져 있었다. 대략 이천 구였다. 태양 아래 드러누운 이천 구의 시체는 정말 많았다. 너무 많았다. 엄마 무릎에 끼어 있던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의식은 없지만 아직 숨쉬고 있었다. 한쪽 팔은 부러진 채로. 엄마는 아이의 입을 문설주 틈에 붙인 채로 꼬박 사흘을 버텼다. 아기가 죽어가는 무리들에게 떠밀려 압사하지 않도록 처절한 사투를 벌인 것이다. 엄마는 무자비한 무게와 압력에 짓눌려 죽고 말았다. 그러나 아기는 죽은 엄마 밑으로 떨어져 양 무릎 사이에 끼는 바람에 그 틈으로 희미하게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 “살아 있다.” 사르토리의 목소리가 좀 이상했다.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그러는 사르토리를 보면서 나는 감동했다. 저 뚱뚱하고 차분한 나폴리 사람이 마침내 예의 덤덤함을 내던진 것이다. 그것도 그 수많은 죽은 이들 때문이 아니라 살아 있는 아이 때문에, 아직 살아 있는 단 한 명의 아이 때문에.
7장 ‘폴란드에서 페어플레이를’(228쪽)
“지금 몇 시야?” 장교가 물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장교는 소년 앞을 왔다갔다하며 말채찍으로 자기 부츠를 탁탁 쳤다. 말은 고삐를 채면서 콧김을 뿜고 머리를 흔들었다. 마침내 장교가 소년 앞에 서더니 한참을 말없이 들여다보고는 피곤한 목소리로 느리게 말했다. 지겨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얘야, 난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넌 꼬마야. 그리고 난 애들을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넌 우리 대원들을 쐈어. 하지만 난 애들을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리버 고트!—나 원 참! 난 전쟁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야.” 장교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상할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잘 들어라. 난 한쪽 눈이 유리 눈이야. 어느 게 진짜인지 구별하긴 어렵지. 생각하지 말고 바로 얘기해봐. 어느 쪽이 유리 눈인지. 맞히면 널 풀어주마.”
“왼쪽이요.” 소년이 바로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지?”
“그래도 인간적인 표정 같은 게 느껴져서요.”
12장 ‘유리 눈’(244~345쪽)
“저 불쌍한 소로카 아가씨들은 창녀가 아니야. 자유의지로 몸을 파는 게 아니라고. 어쩔 수 없이 창녀 노릇을 하고 있는 거지. 다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야. 전쟁포로를 당신들이 야비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있는 거지. 저 불쌍한 아가씨들 수입에서 사령부로 얼마나 들어가나?”
“아가씨들이랑 연애하는 건 공짜예요. 무료 서비스죠.”
“강제노동이란 얘기네.”
“에이, 무료 서비스라니깐. 어쨌든 돈은 줄 필요 없어요.”
“돈을 줄 필요가 없다? 왜?”
군무원은 지금 있는 아가씨들 순번이 끝나면 두 주일쯤 뒤에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팀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중략)
“이틀 후 그 아가씨들이 끌려갔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독일군은 이십 일마다 아가씨들을 바꿨죠. 창녀촌을 떠난 아가씨들은 등 떠밀려 트럭에 태워진 다음 강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나중에 솅크가 그러더군요. 그렇게 불쌍해할 필요 없다고. 그들은 더이상 아무 일에도 맞지 않았어요. 넝마로 전락한 거죠. 게다가 유대인이었으니까.”
“그들이 총살당할 거란 걸 알고 있었나요?” 일제가 물었다.
“알고 있었지. 그들은 두려움에 떨었어. 당연히 알고 있었지! 소로카에서는 다들 알고 있었어.”
15장 ‘소로카의 아가씨들’(403~412쪽)
연어의 그런 거센 공격에 폰 호이너트 장군은 독일인 특유의 완강함으로 맞섰다. 프로이센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제복의 명예가 걸린 싸움이란 생각이 절실했다. 그는 가끔씩 쉰 목소리로 “아흐퉁!” 하고 소리쳤다. 그러다 어깨 너머로 베안다슈와 슈프링엔슈미트를 건너다보며 몇 마디 소리를 질렀다. 콸콸 좔좔 곡조를 바꿔가며 부르는 강물의 노랫소리 위로 그의 말이 들려왔다.
(중략)
연어와 싸운 지가 어느덧 세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물고기 한 마리한테 끌려다닌다는 것은 독일 장군의 위엄에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 그는 이러다 지면 어쩌나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혼자만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가 보고 있었고, 라플란드 사람들이 야릇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고, 강기슭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호위병들도 보고 있었다. 소련군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난감한 일이었다. 여기서 끝을 내야 했다. 자신의 품위가, 한 독일 장군의, 모든 독일 장군들의, 독일군 전체의 품위가 훼손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7장 ‘지크프리트와 연어’(469~470쪽)
말없는 한 무리 사람들이 다시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산타루치아 거리에서 피조팔코네와 몬테 디 디오로 올라가는 좁다란 길들과 층층대에서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유령과 괴물로 구성된 듯한 불가사의 한 무리였다. 그들은 폐허나 저택의 안뜰, 나폴리에서도 ‘팔로네토의 미로’라고 하는 수백 개 어두컴컴한 골목이 밀집한 동네 반지하층에 숨어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떼지어 내게로 다가왔다. 마치 요새화된 성을 공격하려는 군대 같았다. 그들은 천천히, 말없이 걸었다. 그들의 고독한 침묵은 첫 폭탄이 떨어지며 굉음을 내기 직전의 그 침묵이었다. 그들은 끔찍한 기형이었지만 그 침묵에는 어떤 거룩함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불구였다. 절름발이, 몸이 뒤틀린 사람, 꼽추, 팔 없는 사람, 다리 없는 사람…… 그 ‘괴물들’은 토리노에서는 성인(聖人) 코톨렝고의 자비로운 고독에 갇혀 세인들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은밀한 집 가장 깊은 곳에 종교적으로 격리됐던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내쫓은 것이다.
19장 ‘피’(535쪽)
“맞아요, 요놈의 빌어먹을 파리들!” 남자가 신문지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빌어먹을 파리들!”
“왜 나폴리에서는 파리랑 싸우지 않습니까? 우리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도 그렇고, 토리노, 피렌체, 심지어 로마에서도 시청이 파리와 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파리는 하나도 없어요.”
“밀라노에 파리가 한 마리도 안 남았다고요?”
“네, 한 마리도 없어요. 우리가 다 죽여버렸거든요. 그게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방책이지요.”
“나폴리에서도 파리와 싸웠지. 그야말로 파리와의 전쟁을 했어요. 삼 년 동안 파리들과 싸웠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나폴리에 파리가 이렇게 많나요?”
“그게, 보시다시피, 파리가 승리했거든!”
19장 ‘피’(554쪽)
목차
원고의 시련에 대하여
1부 말
1장 게르망트 쪽
2장 말들의 고향
3장 얼음 말들
2부 쥐
4장 신이여, 왕의 수염을 깎으소서!
5장 금단의 도시들
6장 야시의 쥐들
7장 폴란드에서 페어플레이를
3부 개
8장 겨울밤
9장 빨간 개들
10장 여름밤
11장 미쳐버린 총소리
4부 새
12장 유리 눈
13장 굴 바구니
14장 달콤한 죽음에 관하여
15장 소로카의 아가씨들
5부 순록
16장 벌거벗은 인간들
17장 장군과 연어
6부 파리
18장 골프클럽
19장 피
작품 해설
크루초 말라파르테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