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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180325 / 192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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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실 문예창작은 1989년 1월에 생겨났다.
대학교에서 문학개론을 강의하고 있을 때, 강의실 맨 뒷자리에 중년 여성과 신사 몇 분이 앉아 청강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학창 시절 문학에 대한 꿈을 가진 이래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지내온 분들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 따로 문학 수업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그게 바로 한실 문예창작의 산실이 되었다.
2013년 올해로 25년째가 되어 가는 한실 문예창작, 지금까지 260여 명의 작가가 배출된 작가의 산실이 되었고, 여러 문학회를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한실 문예창작으로 인하여 생겨난 문학회가 참 많다. 무등 문학회, 생활 문학회, 풀꽃 문학회, 한강아 문학회, 매운향 문학회, 나비섬 문학회, 이화벌 문학회, 강나루 문학회, 죽향골 문학회, 해돋이 문학회, 서라벌 문학회, 울타리 문학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지도 교수가 직접 지도하고 있는 문학회로 향그런 문학회, 부드런 문학회, 둥그런 문학회, 싱그런 문학회, 포시런 문학회가 있다. 여기에 인터넷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로 문학회가 있다. 지역만도 서울을 비롯해 광주, 나주, 순창, 한때는 대구까지 뻗어 나갔다.
이들 문학회에 소속된 시인들과 문우들이 써낸 시들이 과연 지금까지 몇 편이나 될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아름다운 열매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펴낸 작품집만도 현재 30여 권이 넘는다. 이들이 언젠가는 한국 문학사에 큰 역할을 해내리라 믿는다.
한실 문예창작 문우들은 문학의 특질을 잘 구비한 작품들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를 쓰되, 최대한 이미지를 살리고, 낯설게 하기를 하고, 상징의 고리를 잘 이어가고, 되도록 신선한 표현을 하도록 하고, 시의 표현 기법도 다채롭게 활용하고, 또 가능하면 쉬운 시어들을 배치하여, 인생의
의미와 깊이에 접근하여 감동을 주는 시를 쓰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알찬 열매, 알찬 시집을 차곡차곡 챙겨 가리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누가 알아 주든 말든, 우리는 끄덕끄덕 그 길로 나아갈 것이다. 문학의 특질을 잘 구비한 작품을 쓰며,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한국 문학사가 우리를 알아줄 날이 오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번 동인지는 기존 동인지와는 달리 새롭게 단장했다. 문우들의 시는 두 편으로 제한하고, 각 시마다 지도 교수가 직접 그린 그림을 살포시 배치해 놓았다. 정성을 알뜰히 쏟아 놓았으니, 아름다운 시집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열심히 시 창작을 해온 한실 문예창작 문우들의 귀한 손길, 그림을 그려준 지도 교수의 낭만, 창조적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시인들의 마음에 이 시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온갖봄꽃이흐드러지게피어눈부시도록아름답고행복한날아침에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수필가, 동화작가, 사진작가, 화가)
삶
-남정이
딸랑 김치 하나
때늦은 점심
괜스레 서러워
거울을 본다
어차피 인생은
식은밥 한 덩이
쓱쓱 비벼
자분자분 씹어 삼키죠.
수국 위의 달팽이
-이남옥
바람이
가슴 통증을 흔들어 깨울 때마다
온몸에 꽃가루 찍으며 올라간다
쨍하게 달려들다 지친 보고픔이
사선으로 그어질 때마다
느릿한 고백 껴안고 올라간다
그늘 밑에 숨겨두었다 꺼낸
투명한 얘기 위에 동그란 추억 얹고서
더듬거리며 올라간다
떠나지 않고 맴도는 두근거림으로
시간의 길을 좁다랗게 내며
천천히 올라간다.
기다림
-이후남
기약 없는 시간만
애타게 쪼아대다
응어리
풀지 못한 채
체념한 듯
돌아서는
향기 잃은
발자욱.
꽃만 봐도 서러운 그날
-장헌권
봄빛 가득찬 길가에
하늘의 쌀밥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오월 꽃잎들은
속잎 겉잎 섞어
꽃무덤으로 엎드려 있습니다
하늘 닮은 영혼들이
주먹밥 얼싸안고
춤을 춥니다
하얀 가슴들이
눈 시리도록 쏟아지는
싱그러움으로
새벽길 열어둡니다.
눈물이 난다
-전금희
찬바람은 골목을 훑고 지나가지만
낯익은 목소리 흐르는 인사동 찻집에서
꽃불 받쳐 든 저녁을 만나서
술은 가슴을 치고 어깨 들썩여 놓지만
바람개비 돌리듯 오만傲慢한 중심을
함께 돌릴 수 있어서
희미한 발자취 뒤밟는 굼뜬 것들이
누운 추억을 들추어 세우다가
한 모금의 국화차에
눈물과 웃음을 섞어서
누구라도 한 번쯤
꿈결같이 아름다운 너와 나로
그리움과 간절함으로 걸었을 이 길을
나는 나의 어디쯤에 와 발 딛고 있어서
자욱이 피어오르는 안개 같은 이야기가
휘적휘적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입속이 환하도록 중얼거리며
서로를 달뜨게 해서
미련으로 띠 두른 보름달이
손가락마다 움켜쥔 아련한 달빛 뿌려 가며
알 수 없는 마지막의 밤하늘
머리에 이고 있어서
깔려 가는 세월에 뒹구는
미처 내놓지 못한 말 포개어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되새김질하면서
미어지는 인파 속으로 차츰 묻혀 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