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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마흔 번의 순례, 마흔 개의 노래

김영래 저 | 토담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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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430807 / 160쪽 12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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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소설과 시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문학 세계를 보여주는 김영래의 신간 시집으로 사순절과 부활절에 부치는 아주 특별한 헌시로 이루어져 있다. 릴케의 『기도시집』 이후 처음으로 출간되는 영성(靈性)의 시집. 신·영혼·죽음·거듭남·생명의 순환에 대한 물음이 하나의 악보 속에 용해되어 분출되는 아름답고도 웅렬한 장엄 미사곡의 세계. 저자의 말 그는 지혜가 거주할 자리와 함께 슬픔이 거주할 자리도 항상 마련해두고 있었다.” 이 말은 파블로 네루다가 폴 엘뤼아르를 가리켜 한 말이다. 지혜가 거주할 자리와 함께 하는 슬픔의 거주지.... 소설과 시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문학 세계를 보여주는 김영래의 신간 시집으로 사순절과 부활절에 부치는 아주 특별한 헌시로 이루어져 있다. 릴케의 『기도시집』 이후 처음으로 출간되는 영성(靈性)의 시집. 신·영혼·죽음·거듭남·생명의 순환에 대한 물음이 하나의 악보 속에 용해되어 분출되는 아름답고도 웅렬한 장엄 미사곡의 세계. 저자의 말 그는 지혜가 거주할 자리와 함께 슬픔이 거주할 자리도 항상 마련해두고 있었다.” 이 말은 파블로 네루다가 폴 엘뤼아르를 가리켜 한 말이다. 지혜가 거주할 자리와 함께 하는 슬픔의 거주지. 네루다는 어느 인터뷰에서 슬픔에 관해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말을 남기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어느 수필에서, 시는 슬픔을 유일한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뜻으로 ‘슬픔이 시와 더불어 홀로 있게 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지난 칠 년이 그러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정신의, 자기 사유의, 또한 자기 초극의 히말라야를 오를 때, 나는 내 슬픔의 해구(海溝)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산소가 희박한 설산이 아니라 11,034미터 깊이의 해연(海淵)이 나를 불렀던 것이다.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문제보다 얼마나 깊은 곳까지 하강할 수 있느냐가 나의 관건이었다. 여기, 내가 그 언저리를 더듬어 보았던 마리아나 해구가 있다. 대지의 가장 깊은 곳, 영혼의 가장 낮은 곳에서 방황했던 날들의 노래들이다. 화산이 분출하는 해연의 암흑 속에서 내가 허만 멜빌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은 것은 착란이었을까? “그의 이름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려면 그 이름을 무거운 돌에 새겨 깊은 바다 속에 빠뜨려야 한다. 바다 속의 심연이 저 높은 정상보다 오래간다.” 하지만. 돌보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항상 돌보다 더 무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슬픔에는 이름이 없으며, 만약 슬픔에 어떤 영원성이 있다면 그것은 슬픔이 언제나 생명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슬픔은 같은 눈높이로 서로를 마주 본다.

저자 소개

시인이자 소설가. 
1963년 부산 출생. 1997년 『동서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 장편소설 『숲의 왕』으로 제5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하늘이 담긴 손』, 『두 별 사이에서 노래함』이 있으며, 장편소설 『씨앗』, 『떠나기 좋은 시간이야, 페르귄트』, 『오아후오오』가 있다. 또한 중편소설집 『푸른 수염의 성』과, 나무와 숲에 관한 신화 에세이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를 출간했다.

책 속에서

그 나무의 이름은 잊었네.
우물가 빨래터 위로 싱그러운 그늘을 드리워주던 나무.
염소가죽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은 서늘했지.
발끝이 가려운 실뿌리 맛과
이끼 낀 사암(砂巖)의 향기가 나던 물.
땅 속으로 스미었다 하늘 아래 다시 눈뜨기까지
오래 사행(蛇行)했던 물의 유연한 비늘이 느껴졌지.
더위에 지쳐 찾은 그늘에서
한 동이 물이 목을 휘감던 느낌이란……
두레박의 줄은 나무에 매여 있었고
밤이면 나무 아래에 양초 한 자루가 밝혀졌지.
등껍질이 두꺼운 암청색 파충류처럼
뿌리가 땅 속으로 스며드는 곳, 바로 그 곁에
얇은 자리를 깔고 보낸 이틀 동안의 밤.
촛농을 남기고 스러져간 두 밤의 꿈.
하나는 촛불과 밤에 관한 꿈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물을 들이마시면서 가득 채워 넣는
뿌리에 관한 꿈이었지.
물과 뿌리는 그렇게 몸을 비비고 서로를 얽으면서
영겁의 밤이 깃들인 탄층과
비늘줄기로 싸인 빛의 운모(雲母) 사이에서
때론 직류하고 때론 역류하면서
꽃과 새들의 산달을 점지하고 있었네.
두 꿈속에서 두레박은 언제나
빛과 어둠 사이에, 우물과 나무 사이에 놓여 있었지.
둘 사이에 놓인 두레박에 실려
하늘 위로 내 몸이 떠올려지며
하얗게 땅 속으로 잦아들던 꿈.
그 나무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네.
그곳을 떠날 때, 내가 베고 자던 돌을 뿌리 곁에 세워놓고
물 한 동이 부어주고 왔지.
장닭이 홰를 치는 여명,
우주의 물동이가 그루터기처럼 불음켜를 불려 가는
광야의 빛 속에서.
   ― 「오래된 우물과 신성한 돌」 전문

목차

목차
오래된 우물과 신성한 돌 - 사순절 1
그 마구간의 짚 향기 - 사순절 2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사순절 3
길갈의 봄 - 사순절 4
사라예보의 장미 - 사순절 5
힌놈의 골짜기 그 끄트머리에서 - 사순절 6
밤의 경전 - 사순절 7
예레미야의 애가 - 사순절 8
천로역정 - 사순절 9
새벽이 오기 전에 걸어온 사람 - 사순절 10
킬링필드 - 사순절 11
바르샤바에서 온 생존자 - 사순절 12
어머니, 죽은 자들을 위한 산자들의 - 사순절 13
카인의 동쪽 - 사순절 14
세 개의 노래 - 사순절 15
순례 - 사순절 16
나는 어떻게 작은 갈색 당나귀를 만나게 되었는가 - 사순절 17
어느 소읍에서 온 꽃소식 - 사순절 18
도그펜스 - 사순절 19
바그다드의 당나귀 - 사순절 20
라듐 소녀 - 사순절 21
잠들지 않는 자장가 - 사순절 22
샘 위에 드리워진 한낮의 그늘 - 사순절 23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 사순절 24
소금이 오다 - 사순절 25
그믐의 그림자 - 사순절 26
나의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두려움이니 - 사순절 27
불의 도끼 - 사순절 28
개기일식 - 사순절 29
선 댄스 - 사순절 30
마지막 여행 - 사순절 31
망종(亡終) - 사순절 32
스타바트마테르 - 사순절 33
숨결 - 사순절 34
재의 수요일 - 사순절 35
성 금요일의 물고기 - 사순절 36
파스토랄 - 사순절 37
문 앞의 나무, 길 끝의 나무 - 사순절 38
거름꽃 농원의 봄 - 사순절 39
기도 - 사순절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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