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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047486 /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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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소설가 이호철이 등단 초기인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발표한 작품들만 모아서 한 권의 작품집으로 묶어냈다. 당시 <사상계>, <문학예술>, <지성>, <현대문학> 등의 잡지에 발표한 단편들로, 표제작인 <무궤도 제 2장 >을 비롯해 <권태 >, <파열구 >, <백서 >, <여울 >, <무료 >, <짙은 노을 >, <새옹득실 >, <탈각 >, <나상裸相 >, <진노 >, <세월 >, <여분의 인간들 >, <부동하는 군상 >, <용암류 >, <먼지 속 서정 >, <백지풍경 > 등 총 17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단편에서 작가는 산문으로서는 도저히 포착하기 어려운 감정과 의식의 미분화 상태를 즐겨 다루면서, 조현일 교수의 해설처럼 ‘눈물과 감정 그 자체의 윤리적 의미’와 ‘권태와 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을 하고 있다.
주시하다시피 이호철의 50년대 소설은 전근대적 농촌공동체로 상징되는 고향과 결별하고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탈향 과정이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적 인간이 되는 과정을, 즉 다양한 감정적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물론 아예 눈물과 감정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이다. <무궤도 제 2장 >의 청년, <나상裸相 >의 남자와 여자, <백지풍경 >의 인걸이와 간난이, <부동하는 군상 >의 인민군소대장 완호, <탈각 >에서 필구, 동연, 형석, <세월 >에서 상걸과 나, <파열구 >의 석후와 계영 등 대부분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눈물을 흘리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거나 작품의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LST를 타고 단독 월남하여 부산으로 오게 된 이호철의 전쟁 체험은 전후 작가들의 근원에 놓여 있는 전형적인 대재난의 체험이라 할 수 있다. 대재난의 체험은 최소한의 휴머니티의 관념, 시민성 개념의 붕괴, 문명 붕괴라는 감각을 낳을 수밖에 없는데, 이호철은 벌거벗은 인간이 갖고 있는 최후의 지점으로서 ‘감정’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윤리학을 초기 작품에서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50년대 거의 모든 작품에서 드러나는데 작가는 그 감정의 세계를 ‘이역’이라 칭하면서 “호젓하고 가볍고 쓸쓸하고 적당히 구슬프면서도 좋다”(중간동물)라고 표현하며 근본적인 감정의 세계에 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철은 눈물과 감정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이를 통해 무너진 휴머니티를 재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의 눈물과 웃음을 통해 표현되는 감정은 직접적인 감정과 복합적인 감정을 아우르며, 눈물과 웃음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전후라는 상황에서 인간이 가지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제시하고 있다.
?무궤도 제2장 >과 <나상裸相 >의 인물들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저마다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무궤도 제2장 >의 청년은 스무 살 나이에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던져져 아주머니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울음부터 터뜨린다. <나상裸相 >의 남자 역시 일사 후퇴 때 월남하여 ‘짙은 체념’에 사로잡힌 인물이며 여자는 ‘사변 바람에 폭삭 무너지고 홀몸’이 되어 창녀로 전락한 상태이다. 그 둘은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린다. 이들의 눈물은 단순히 감정 표현의 기능을 넘어서 동감, 감정의 교류를 더욱 강화시키고 서로 위로받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눈물을 통해 감정적으로 소통하고, 상호 동감의 기쁨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백지풍경 >, <부동하는 군상 >, <탈각 >, <세월 > 등의 작품에서 결정적 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반면에 4·19를 다룬 <여울 > <진노 > <용암류 > 등의 작품은 개인의 감상에 머물러 있던 이호철의 작품이 사회로의 전환으로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작품이다. 4·19공간의 첫 작품 <여울 >은 권태로운 자, 그리고 그에게 4·19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최초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울 > 발표 한 달 후에 쓰여진 <진노 >는 상이군인이면서도 진보당원이었던 성현이라는 인물의 4·19 참여기를 그린 작품으로 작가 이호철 고유의 정치적 관점이 직접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또한 <용암류 >는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4·19에 참여하는 결단의 과정을 그림 작품이다. <여울 >이 권태에, <진노 >가 정치적 정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용암류 >는 양자를 통합하여 권태로부터 정치적 결단에 이르는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4·19 공간에 발표한 이 작품들은 이호철이 전후소설로부터 60년대의 리얼리즘 소설로 넘어가는 거멀못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집은 50년대 이호철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감정과 눈물’이 그동안 값싼 감상성으로 표현되고, 부정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온 것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길을 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60년대에 접어들면서 울분, 억울, 복수심 같은 반감적 감정을 통해 정의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이호철 작품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심에서 오는 수치심을 표현하는 등 남한의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접근하면서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값지다.
무궤도 제2장
권태 倦怠
파열구 破裂口
백서 白書
여울
무료 無聊
짙은 노을
새옹득실
탈각 脫殼
나상 裸相
진노 震怒
세월
여분의 인간들
부동하는 군상
용암류
먼지 속 서정
백지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