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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703031 / 336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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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뒤바뀐 신분’이라는 숱한 드라마의 원조 소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얼마 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과 쌍둥이처럼 닮은 광대 하선이 왕의 대역을 연기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던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도 마찬가지로 세종과 천민이 서로의 삶을 대신 살면서 겪는 소동을 그렸다. 이처럼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높은 신분과 천한 신분의 닮은꼴이 서로의 행세를 한다는 설정을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티프가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왕자와 거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실제로 두 영화는 조선판 『왕자와 거지』를 표방했을 정도다. 하지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모티프를 제공한 원작이 어린 독자들만을 위한 동화로 여겨져 성인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다는 사실은 무척 아쉽다. 그래서 성인 및 청소년을 위한 본격 고전 시리즈인 '클래식 보물창고'에서 열네 번째 작품으로 『왕자와 거지』를 선택했다는 점은 성인 독자들에게 매우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881년 첫 출간된 이 작품은 1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에드워드 왕세자와 빈민가에 사는 톰 캔티가 서로 신분이 뒤바뀌면서 겪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왕궁에 갇혀 지내는 것이 따분한 에드워드 왕자와 구걸을 일삼던 톰은 같은 날에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쌍둥이처럼 똑같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옷을 바꿔 입게 되면서 자신들이 바라던 신분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일 뿐, 에드워드와 톰은 자신들이 꿈꾸고 상상하던 거지와 왕자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다. 물론 뒤바뀐 신분으로 살면서, 원래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갖은 소동들을 겪는다. 거지가 된 에드워드는 충직한 신하 마일스 헨든의 보호를 받으며 가난과 무자비한 법으로 고통 받는 백성들의 아픔을 직접 목격한다. 왕자가 된 톰 역시 왕궁의 사치와 허례허식을 체험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왕자와 거지』 속 두 주인공이 좌충우돌하며 겪는 사건들은 고단하고 각박한 일상에 지친 성인 독자들에게 짜릿한 일탈과 모험을 ‘대리 체험’하게 해 준다. 또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하여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이 1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치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지금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긍정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완역본으로 만끽하는 『왕자와 거지』의 다채로운 매력
『왕자와 거지』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뒤바뀐 신분’이라는 기발한 모티프에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것을 이 작품의 모든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많은 영화.드라마.연극.만화를 통해 이 모티프가 익숙해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왕자와 거지』가 축약본으로 널리 읽히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축약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의 다양한 매력이 생략되거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의 집필을 위해 엄청난 양의 역사서를 읽으며 자료를 수집했는데, 폭군 헨리 8세와 영국 절대주의의 전성기를 이룬 ‘처녀 왕’ 엘리자베스 1세처럼 다양한 실존 인물이 등장하고 실제 역사적 사건이 등장해 역사소설로써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 실제 기록을 인용한 궁정 행사의 묘사가 압권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분이 뒤바뀐 두 소년의 모험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통쾌한 풍자를 녹여 냈다. 마크 트웨인은 자신이 살았던 1900년대 전후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과 여성 차별을 반대했으며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고자 노력했다. 『왕자와 거지』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바람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16세기 영국 사회의 빈부 격차와 허례허식과 절대 권력의 부작용을 때로는 적나라하게, 때로는 익살스런 풍자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해학도 빼놓을 수 없다. 왕자가 된 톰이 손 씻을 물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장면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에드워드가 한숨 돌릴 때 천사라고 고백하는 정신 이상자를 만나 망연자실하는 모습, 옥쇄처럼 중요한 물건을 고작 호두를 까는 데 사용하거나 엉터리 외국어로 죄명을 지어 경관을 협박하는 장면들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하여 요즘의 대중문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설정들이다. 이런 감각이 무려 13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왕자와 거지』는 신분이 뒤바뀌는 흥미로운 설정과 더불어 유머와 풍자, 비판과 교훈, 역사적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 예스러운 문체와 묘사 등 참으로 다양한 매력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무분별한 축약으로 인해 팔색조와 같은 다채로운 매력을 오롯이 뽐내지 못했으니 참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완역본 『왕자와 거지』가 남녀노소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