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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티에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리즈 : 작가가 사랑한 도시 [13]

테오필 고티에 저 | 심재중 역 | 그린비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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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6821522 / 112쪽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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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눈과 얼음의 도시, 탐미주의자를 매혹시키다!

은빛 지평선 위의 금빛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은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다. 유용한 것들은 모두 추하다”(『모팽 양』 서문 중에서)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던 예술지상주의자 테오필 고티에, 그가 1858년 어느 날 네바 강 하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항구에 발을 딛는다. 이미 스페인, 알제리,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을 두루 둘러본 그였지만, 이 북유럽의 도시가 품고 있는 차가운 대기와 순백의 풍경은 퍽 낯설고도 매혹적인 것이었나 보다. “저녁이 여명처럼 흰색인 그곳, 은빛 지평선 위로 보이는 그 금빛의 도시보다 찬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십 줄을 바라보는 이 원숙한 작가는 도시의 풍경들을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잠시 물었던 담배 끝에 얼음이 맺힐 정도의 추위, 그 추위 속에서도 멋을 부리는 데 여념이 없는 여인들, 러시아 특유의 마차인 드로즈키의 구조, 중심가인 네프스키 대로의 활기, 얼어붙은 네바 강 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경마 시합, 겨울궁전에서 벌어지는 귀족들의 화려한 무도회 등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물이 그야말로 눈앞에 보일 듯 생생하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화에 대한 열망과 러시아 전통의 정신이 결합하여 독특한 매력을 뿜는 한 도시를, 그리고 그 도시를 서술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한 작가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여행을 갈구했던 유미주의자
보들레르가 시집 『악의 꽃』을 헌정하며 “완전무결한 시인, 프랑스 문학의 완벽한 마술사”라고 극찬한 작가, 엄격한 예술적 형식을 통해 극한의 아름다움에 가닿고자 했던 작가답게 고티에의 문장은 이 여행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허투루 사용되는 수식구도 없고 모호한 채 넘어가는 법도 없는, 그러면서도 유머와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그의 담백한 서술은 왜 그에게 ‘유미주의자’라는 타이틀이 붙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모팽 양』과 소수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고티에의 작품 대부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그의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시적 정서를 짧은 분량이나마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고티에는 20대 후반 스페인에 다녀온 후의 변화를 두고 후일 이렇게 썼다. “이제 내게는 돈을 좀 모아서 어딘가로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 병적일 정도로 강렬한 여행에 대한 열정이 내 안에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여행이 그저 단순한 일탈은 아니었던 듯하다. ‘유용한 것들’만이 넘쳐나는 일상의 ‘추한’ 속물성으로부터 벗어나 절대적이고 순수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다가가기 위해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연, 혹은 그의 문학과 상상력에 공급되는 링거액이 아니었을까. 백색으로 반짝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는 어쩌면 그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였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작가가 밟아 나간 여행의 흔적은 세계를 꿈꾸는 그의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열광과 흥취, 시적 감수성과 인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들이 여행에서 느낀 행복을 독자들에게 여과 없이 전하면서 삶과 행복에 대한 열정을 일깨운다. 뒤마의 말대로, “여행한다는 것은 완전히 말 뜻 그대로 ‘사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는 어떠한 감각으로 여행을 할 것인가, 나아가 어떤 삶을 꿈꾸는가? ‘작가가 사랑한 도시’에 포함된 특별한 여행기들은 넘쳐 나는 오늘날의 여행 정보들만으로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 주고 또 그것을 음미하게 한다.

저자 소개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는 1811년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지역에 위치한 타르브에서 출생했고, 여동생이 둘 있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 1814년 가족이 모두 파리로 이사했다. 샤를마뉴 중학교에 다녔는데, 이 학교에서 제라르 드 네르발과 만나게 된다. 고티에는 네르발이 1855년 죽을 때까지 친구로서 그리고 문학적인 동지로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새로운 문학을 주창하는 젊은이들의 수장으로 인정받고 있던 빅토르 위고에게 고티에를 소개한 사람도 네르발이었다. 낭만주의 운동의 중요한 사건이었던 1830년 2월 25일 <에르나니> 공연 때 고티에는 특이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 스캔들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었던 당시에 빨강 조끼에 노란 장갑을 끼고, 긴 머리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나타난 것이다. 고티에가 이렇게 독특한 복장을 하고 연극 공연을 보러 온 것은 부르주아들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었으며, 고전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움직임, 즉 낭만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에르나니> 공연은 낭만주의의 승리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문학사에 남게 된다.
고티에는 그림과 시에 모두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1829년 7월 첫 번째 시집을 내지만 7월 혁명의 혼란 속에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파산으로 집안이 어려워져 생계를 위해 신문기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저널리즘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평생 동안 계속하게 된다. 그는 여러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며 문학계의 많은 인물들과 교류하게 된다. ≪라 프레스≫ 지에는 1837년부터 1855년까지 매주 연극 비평을 썼다. 
1831년 그의 첫 번째 환상 단편 <커피포트 아가씨>를 발표했고, 1835년 발표한 소설 ≪마드무아젤 모팽≫의 서문을 통해서 예술지상주의를 표명했다. 1852년 발표한 시집 ≪나전칠보≫는 예술을 위한 예술, 유미주의를 주장하는 고답파의 대표적 작품이 된다. 보들레르는 1857년 발표한 ≪악의 꽃≫ 서문에서 고티에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1861년부터 1863년까지 신문에 발표했던 소설 ≪대장 프라카스≫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고티에는 평생 동안 많은 여행을 했다. 신문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떠나는 여행들도 있었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신문에 게재하거나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1836년 벨기에 여행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알제리, 이탈리아, 터키, 러시아, 이집트 등을 여행했다. 
고티에가 사랑했던 많은 여성들 중에서 가장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대상은 그리지 자매다. 그는 연극 비평을 하다가 1840년 무용가 카를로타 그리지를 만나게 되고,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다. 1841년 그녀를 위해 <지젤> 대본을 써 주기도 했다. 그러나 1844년에 만난 그녀의 언니, 성악가 에르네스타와 살았고, 두 명의 딸을 낳는다. 20여 년 가까이 지속된 에르네스타와의 관계는 고티에가 평생 동경했던 카를로타에게 돌아가면서 끝나게 된다. 고티에는 1865년 그의 마지막 환상소설인 <스피리트>를 제네바에 살고 있던 카를로타의 집에 머물면서 완성했고 말년을 그녀와 보냈다.  
1855년 오랫동안 일했던 ≪라 프레스≫ 지를 나온 고티에는 훨씬 보수가 좋았던 정부 신문에 들어가서 계속 일했는데, 그의 이러한 행동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테오필 고티에는 1872년 10월 23일 뇌이(Neuilly)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영원회귀의 신화』, 장 벨맹-노엘의 『문학 텍스트의 정신분석』(공역), 알프레드 그로세르의 『현대인의 정체성』, 엘렌 달메다 토포르의 『아프리카: 열일곱 개의 편견』(공역)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책 속에서

오래 꿈꾸어 오던 미지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외출하여 이리저리 거리를 거니는 것은 여행자가 맛볼 수 있는 가장 생생한 즐거움들 중의 하나이고, 여행자에게 여정의 피로에 대한 대가를 갑절로 치러 주는 일이다. 밤의 신비와 환상적인 부풀림, 불빛이 뒤섞인 어둠 덕분에, 그런 즐거움이 밤에 훨씬 더 커진다고 말하면, 지나치게 멋 부린 표현이 될까? 눈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상상력이 채워 넣는다. 현실의 윤곽선은 아직 그다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화가가 나중에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은 그림처럼 풍경의 초벌 그림이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_ 21쪽

 

“뭐예요!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맞아, 이런 날씨에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바깥으로 끌고 다니다니! 사람들 귀와 코를 얼게 만들려고 작정이라도 했소?” “우리는 여러분께 ‘러시아의 겨울’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약속 드렸고, 그 약속을 지키는 중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기온이 영하 7~8도도 안 되니, 거의 봄 날씨지요. 네바 강에서 야영하던 사모예드들도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 걱정은 잡아 매시고 용감하게 우리를 따라오세요. 트로이카의 말들이 문 앞에서 발을 굴러 가며 조바심을 내고 있잖아요.” _ 67쪽

 

빛 조각들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들을 만들어 내는 만화경, 또는 확장과 수축이 반복되면서 화포(畫布)가 꽃이 되고, 꽃잎이 왕관으로 바뀌고, 이윽고 루비에서 에메랄드로, 토파즈에서 자수정으로 변하며 다이아몬드 주위를 태양처럼 선회하는 회전 채광판에나 비유할 수 있을까. 무도회장은 마치 황금과 보석과 꽃들이 어우러진 이동식 꽃밭처럼, 끊임없이 요동치며 변화무쌍한 빛의 아라베스크 무늬들을 만들어 냈다 _ 85쪽


 

목차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네프스키 대로의 지도 _ 06

상트페테르부르크 _ 13
겨울 _ 45
네바 강의 경마 _ 67
겨울궁전의 무도회 _ 81

옮긴이 해제 _ 95
테오필 고티에 연보 _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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