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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1932070 / 272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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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유럽 문화 정체성의 기원과 이해를 위한 이탈리아 20개 주 이야기\" 이탈리아나 로마를 소개하는 책은 의외로 많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문화, 관광 위주로 이탈리아를 소개하고 있는 문화서들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라보다는 주(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단위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지역에 기반 하여 이탈리아의 문화 정체성을 다룬다. 문화 정체성이라는 용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 \"유럽 문화 정체성의 기원과 이해를 위한 이탈리아 20개 주 이야기\" 이탈리아나 로마를 소개하는 책은 의외로 많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문화, 관광 위주로 이탈리아를 소개하고 있는 문화서들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라보다는 주(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단위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지역에 기반 하여 이탈리아의 문화 정체성을 다룬다. 문화 정체성이라는 용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 문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유럽 문화의 기원과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이탈리아의 당면 문제를 정치사회적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문화서들이 대부분 역사유적과 관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책은 정치사회적인 성격을 띤다. 넷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남유럽 나라로서의 이탈리아 문화서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7년 동안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 온 저자의 경험과 학문적 과정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을 문화서라고 간주하기는 어색할지도 모른다. 문화서라고 하기에는 정치, 사회, 노동 등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 들어 있고, 그 기술 또한 상당히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이탈리아에 대해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게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전달한다. 유서 깊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아수라 백작의 이미지를 가진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듣고 보아온 내용들과는 너무나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다름’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인상을 중심으로 현대 이탈리아의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지역과 도시들에 대해 서술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혼란스러운 이탈리아의 국가적 정체성, 그리고 각기 독특한 역사와 문화, 집단의식을 가진 이탈리아 20개 주의 통일과 분리, 긍정과 부정, 사랑과 증오의 생 얼굴을 만나게 된다. 책을 펴내기까지 문화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지은이가 어떤 사람인가, 또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어떤 색깔을 입히냐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나온다. 가벼운 에세이 같은 책도 있고, 조금은 무거운 인생살이에 대한 내용도 있으며, 세상을 돌아다니며 보고들은 것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도 있다. 그런 이유로 문화서는 독자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내용을 접하게 될 수도 있어 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다룬 문화서는 더더욱 독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 단순히 정보를 다룬 책에서부터 현지 생활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성찰과 해석이 돋보이는 책 등 그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이 갖는 특별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일단 고민인 것이다. 이 책은 기존 이탈리아를 다루고 있는 문화서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라보다는 주(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단위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지역에 기반 하여 이탈리아의 문화 정체성을 다룬다. 문화 정체성이라는 용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 문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유럽문화의 기원과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이탈리아의 당면 문제를 정치사회적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문화서들이 대부분 문화유적과 관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책은 정치사회적인 성격을 띤다. 넷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남유럽 나라로서의 이탈리아 문화서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7년 동안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 온 저자의 경험과 학문적 과정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일견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이탈리아에 대해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게 다른 책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전달한다. 곧 아름답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아수라 백작의 이미지를 가진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듣고 보아온 내용들과는 너무나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다름’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인상을 중심으로 현대 이탈리아의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지역과 도시들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Part 2의 Ch01의 로마와 라찌오 주는 수도로서 한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문제 일반과 외국인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시각, 그리고 가톨릭의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원의 도시라고 불리는 로마이지만 폭발 직전의 숱한 사회문제는 용광로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심각한 일면이 있다. Ch02는 가장 논란이 많은 정치가이자 성공한 기업가 베를루스꼬니를 둘러싼 밀라노와 롬바르디아에 대한 것이다. 스캔들의 제왕 베를루스꼬니가 성장한 경제 수도 밀라노의 이면의 추악함과 이탈리아 제2공화국을 출범시켰던 마니뿔리떼를 통해 현대 이탈리아의 정치부패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Ch03은 문화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또스까나 주의 피렌체와, 또스까나의 이탈리아적 특징을 아그리뚜리즈모와 문화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Ch04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운하 구조의 수상도시 베네찌아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삶에 대한 태도, 사랑과 성 문제 등을 바라보는 이탈리아인들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이다. Ch05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전혀 이탈리아 같지 않은 뜨렌띠노 알또 아디제 주를 다루고 있다. 인종과 언어까지 이탈리아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이 지역을 통해, 이탈리아가 통일국가로서 얼마나 취약한가를 지적한다. Ch06은 이탈리아 통일 왕국의 수도이자 산업화의 상징인 또리노와 삐에몬떼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업도시라는 배경은 이탈리아 노동운동의 상황을 풀어가기에 적합한 예이며, 이탈리아 제조업의 대표기업인 피아트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서술한다. Ch07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제3의 이탈리아라는 현상을 불러일으킨 에밀리아로마냐 주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볼로냐에 대해 서술한다. 특히 이탈리아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교육과 복지제도에 대해, 그리고 중소기업이 성공하고 발달할 수 있는 지역의 산업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Ch08에서는 안정환 선수의 이탈리아 프로축구 활동의 근거지였던 뻬루지아를 통해 종교보다 강한 이탈리아의 축구 열기를 전한다. 09는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이지만, 지금은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나폴리와 뛰어난 해안 절경과 역사를 가진 깜빠냐 주를 다루고 있다. '안되는 게 없는 주'라는 이미지에 맞는 불투명한 사회구조 현실을 필자의 산 경험으로 드러내 보인다. Ch10에서는 마피아로 유명한 빨레르모, 역사에 따라 중첩된 문화의 보고 시칠리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피아를 통해 이탈리아 사회의 부정부패와 혈연, 지연에 얽매여 있는 사회현실,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족주의적 사회구조를 이야기한다. Ch11은 이탈리아의 휴양지로서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리구리아 주와 콜럼부스의 고향 제노바에 대한 이야기이다. Ch12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토속성을 고수하고 있는 사르데냐를 동시에 유럽의 부유한 이들의 별장이 많은 곳이라는 이중성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C
들어가는 말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에 흐르는 다양성의 기원과 흔적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일왕국을 이룩했던 예를 들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로마제국을 들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역사적으로 최초로 세 대륙을 아우르는 통일국가를 이룩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이룩한 동서양의 통일도 그에 못지않은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왕국의 지리적 확장과 역사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영속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영토의 연속성과 확장성, 그리고 이후 시대와의 연결성을 고려한다면 단연 로마제국이 이룩했던 통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는 현재의 유럽이라는 지역적 관점에서 서양문명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유럽에 가까운 지형적 확장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른 공통의 문화적 동기 부여를 했다는 점이다.
그와 같은 통일왕국을 건설했던 로마인들, 아니 이탈리아인들이 중세와 근세에서 가장 불행한 분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뒤 다시 서로마제국이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하면서 이탈리아 반도는 그야말로 분열의 시대를 맞이한다. 이를 두고 몇몇 역사가는 로마 멸망으로 중세가 문화적으로 암흑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문명의 단절이라고는 할 수는 있어도 문화의 퇴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탈리아 반도가 분열의 시기를 거치면서 이탈리아라는 국가와 민족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탈리아라는 지리적 공간 안에서 수많은 지방색과, 또 다른 각양각색의 이탈리아가 되는 계기는 바로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라는 정치적 배경의 처음은 이렇게 분열 상태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1천년이 넘는 분열의 끈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인 면 이외에도 종교적·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이후 이탈리아는 수많은 색깔을 가진 스펙트럼의 국가 띠를 형성한다.
로마제국 자체가 단일민족에 의한 단일국가가 아니었으므로 로마제국 역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탈리아가 갖는 다양함이 필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스 식민지로 출발한 남부와 시칠리아의 여러 도시들, 로마 문명 이전에 로마보다 훨씬 개화된 문명을 이루고 있었던 에트루리아 문화, 로마가 도시구조와 제도를 본떴다는 화산재로 덮힌 폼페이 등은 로마 문명이 독자적인 것이 아닌 여러 선진문명의 복합체였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짐작할 수가 있게 한다. 그러한 로마였기에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각 지방의 토착문화는 북방 ‘야만족’의 문명에 동화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밀어내거나 동화시킬 수 있었으며, 그 지방에 기반한 독자적 문화를 가꾸어 나가게 된다.
문화적 독자성장의 기반 위에 더욱 강력한 토대를 제공하였던 것은 종교였다. 흔히 가톨릭이라고 하는 로마제국 시대의 국교는 제국의 멸망과 함께 더욱 융성하게 되는 역사적 역설의 전형이 된다. 다시 말해 로마라는 국가의 힘이 가톨릭교로 그 축이 옮겨가게 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이겠지만, 이탈리아라는 지형적․국가적 차원에서는 불행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징조였다.
세속적 강력한 왕권을 대체하고 정복지의 주민마저 동화시킨 가톨릭이라는 신권은 각 지역의 봉건 영주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당이나 수도원들을 통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거의 독립적 지위에 가까운 지역 군주 지방정부의 전통이 성립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각기 다른 언어와 민족, 그리고 풍습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영주들이 지배하면서 이탈리아 반도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공동체 문화의 전통이 조성되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8천개가 넘는 도시가 있다. 그 많은 도시의 대부분은 중세 이후 꼬무네(Comune)라고 하는 자치 시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렇듯 이탈리아 도시들은 5천년이 넘는 역사 위에 시대와 문화로 층층이 굴절된 다양성을 기본적 특징으로 한다. 바로 이 점이 이탈리아를 각양각색의 문화와 풍습을 가진 국가로 있게 하는 주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도시들을 다시 한 번 크게 구별하는 단위가 바로 지역이라는 범주이며, 이탈리아는 이 범주를 주(洲), 곧 레지오네(regione)라고 부른다.
지방과 주를 동일 단위로 보는 게 맞는가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문화서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리학·지정학적 의미에서 주나 지방의 의미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지방이 되었든, 주가 되었든 이탈리아에 대한 문화적 기반을 어떻게 구분하고 나누느냐의 문제이다.
지역의 의미를 하나의 국가로 구분하는 기준은 오래 전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방식이었지만, 근래에는 지역=국가라는 등식보다는 고유의 토속성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에서 독특한 특징을 다양한 문화로 표현하고 있는, 보다 협소한 의미의 지방을 지역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는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개념으로 지방이나 지역이 세계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방이나 지역의 세계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이탈리아일 것이다. 지방색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다소 다르게 해석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 지역 출신들이 갖는 성격이나 특징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정의하기도 하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그 지방 고유의 향토성과 독특한 문화적 성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일 듯하다.
그렇더라도 이탈리아라는 공간을 지역 혹은 지방이라는 의미로 다시 한 번 해석하고 재구성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오랜 분열 속에서 독립을 유지하던 수많은 도시국가들과 공국 및 왕국들이 존재했으며, 문화적으로도 반도 안에 뿌리를 내린 주류문화가 적어도 10여개는 넘기 때문이다. 주류문화에서 갈라져 내려온 수많은 곁가지와 변방의 문화들까지 합한다면 대략 1백여 개의 서로 다른 문화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성과 향토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정형화하거나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문화, 혹은 이탈리아의 민속의상이나 무용을 딱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 것이다. 베네치아, 로마, 피렌체, 밀라노, 볼로냐, 시칠리아의 의상과 민속일 뿐이지 이탈리아의 민속 혹은 의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들은 언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주마다 존재하는 방언 말고도 이탈리아에는 인접 지역 간에도 존재하는 언어적 장벽을 통해 토속 언어라는 형태가 존재한다.
산하나 사이를 놓고 사는 사람들의 말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보내기 힘든 것도 그런 이유이다. 3면이 바다라는 반도적 지형뿐만 아니라, 반도를 남북 혹은 동서로 가로지르는 여러 산맥이 존재하는 지형적 조건은 오랜 역사 속에서 독자적인 생활과 풍습을 지켜오게 한 주요 요인이었다. 더구나 통일 왕국이 성립되지 못한 채의 오랜 분열과 분리의 역사적 배경은 주변 강대국으로 하여금 언제든지 이탈리아에 대한 영토적 야망과 세력 확장의 기회를 꿈꾸게 하였다. 고립과 자립이 용이한 지리적 요인과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항상 시달림으로써 외국의 영향과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역사적 배경은 이탈리아의 각 지방과 지역을 토착성과 종속성이라는 이율배반적 성격을 함께 갖게 하였다.
이탈리아의 지방색은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독자적이고 고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상당히 종속적이고 외부지향적인 이중적 특징으로 표현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이탈리아의 역사, 환경적인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느 지방에서는 독자적이고 향토적인 색깔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외부 종속적인 성격과 특징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20개 주를 기준으로 볼 때 독자성과 향토성이 좀 더 강한 곳은 사르데냐 와 시칠리아 등의 도서지역과 피렌체, 나폴리, 칼라브리아 등의 중남부 아래 거점도시 지역들, 동쪽 해안에 펼쳐져 있는 산악도시들이다. 이에 반해 주위 강대국들의 영향력이나 세력 하에서 발전되어 온 지역이나 도시들, 예를 들면 발레다오스타, 피에몬테,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주나 로마, 토리노, 밀라노, 트리에스테 등의 도시들은 향토성과 함께 당대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이 유입되어 그 문화와 문명의 색깔이 혼합 성장한 곳이다.
어떤 지역은 민족이 겹치면서 다양성과 토착성을 만들어왔고, 또 어떤 지역은 종교가 혹은 문화가 혼종 되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의 역사가 오랜 기간 외부의 영향 아래 노출되어 있었던 경험과 실례들이 축적되어 현재와 같은 다양성과 독특한 문화가 외형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형성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지방색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민족과 국가를 강조해 왔던 우리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 지방색의 부정적 의미에 좀 더 방점을 찍을 것이고, 다양성과 특이함을 객관화하는 시각에서 보자면 그것 나름대로 존중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이탈리아를 감상하고 즐기는 방법에는 좋고 나쁨의 시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나름대로의 문화적이고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최적이다. 이탈리아적이면서 그 지역 특유의 지방색을 통해 바라보고,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이탈리아를 알고 즐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좋은 방법이다.
이탈리아는 어떤 경로를 통해 그런 문화적 다양성과 정체성을 만들어 왔을까? 일반적으로 이탈리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유럽 문명의 기반을 제공한 나라라는 이미지다. 가톨릭의 본산이자 로마 문명과 르네상스라는 문화적 기반을 가진 나라로 유럽의 형성에 가장 큰 공헌을 하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이탈리아 반도에 유입되었던 수많은 인종과 문화가 산악지대라는 지형적 특성 등과 어울리면서 다문화사회를 아주 초기부터 구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종으로도 라틴족을 비롯하여 에트루리아 민족,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다양한 종족, 게르만족과 노르만, 슬로베니아와 알바니아 계의 발칸 민족들까지 합한다면 가히 다민족 국가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가톨릭 국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19세기 산업화 이후에는 북부를 중심으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전파되기도 했으며, 서양에서 기복신앙과 미신을 가장 열렬히 숭배하는 이탈리아 국민성은 이탈리아를 완벽한 가톨릭 국가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게다가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1861년 통일 이전까지 여러 강대국의 직·간접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정치적 현실은 이탈리아 문화의 코스모폴리탄적 성격을 강화했고, 이는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더더욱 어렵게 한다.
도시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주를 경계로 또 다시 분화되는 수많은 이탈리아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로마를 비롯한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등등의 도시들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시점에서 이탈리아의 그와 같은 역사성과 문화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탈리아 사회에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는지, 또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돌아보고자 한다. 곧 외형의 모습으로 나타난 이탈리아를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문화와 역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밖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기존 이탈리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그 지방색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오랫동안 고착된 지방색이 현대로 내려오면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업신여기는 기준과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시칠리아나 나폴리 등 남부 지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은 오늘날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그들의 지방색이 더 좋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남아 있다는 점이고, 우리가 이탈리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할지라도, 좋아하고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 것은 그들이 가진 오묘하고 독특한 지방색이라는 데에 있다는 것은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의 다양성과 토착성을 이야기해 보자.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를 구성하는 20개 주를 중심으로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과 이탈리아인들도 잘 모르는 그 내면의 모습을 다양한 소주제와 연결하여 풀어가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보다 더 깊고 오묘한 그들의 세계를 향해 살며시 첫발을 디뎌보자.
목차
책을 펴내기까지
Part I. 들어가는 말 -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에 흐르는 다양성의 기원과 흔적들
Part II.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
01. 영원의 도시 로마(Roma), 이탈리아 사회문제의 용광로 라찌오?(Lazio)
02. 베를루스꼬니 왕국 밀라노(Milano), 호수 천국 롬바르디아(Lombardia)
03.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Firenze), 중세와 현대의 경계에 선 또스까나(Toscana)
04. 물의 도시 베네찌아(Venezia), 베네또(Veneto) 지방의 이중성
05. 너무나 반이탈리아적인 뜨렌띠노 알또 아디제(Trentino Alto-Adige)
06. 산업과 노동의 도시 또리노(Torino), 통일의 주역 삐에몬떼(Piemonte)
07. 대학과 학문의 도시 볼로냐(Bologna), 적색지방 에밀리아로마냐(Emilia Romagna)
08. 에뜨루리아(Etruria)의 보고 움브리아(Umbria)
09. 중세의 멍에를 진 나폴리(Napoli), 아름다운 깜빠냐(Campania)
10. 대부의 도시 빨레르모(Palermo), 문화의 보고 시칠리아(Sicilia)
11. 해상왕국 제노바(Genova), 천혜의 휴양지 리구리아(Liguria)
12. 봉건과 근대가 만나는 곳 사르데냐(Sardegna)
13. 아름답고 독특한 미지의 주들
Part III. 맺는 말 - 이탈리아의 정체성과 이탈리아 문화의 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