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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민주주의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가

강준만 저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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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062089 / 32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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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20세기 세계를 이끌어온 USA.
USA의 지금을 이끌어온 것은 바로 자동차.

자동차는 미국과 미국인을 어떻게 움직여갈까

2008년에 지엠(GM)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앗겼고, 2009년엔 크라이슬러가 이탈리아 피아트에 넘어갔다. 이처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예전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자동차 회사가 어떻게 되건 간에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신앙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이면서 그 ‘드림’과는 달리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미국인의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유별나게 높고 강력한(high and mighty, 영어 숙어로는 ‘오만한’이란 뜻) SUV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SUV를 타고 높은 시야를 확보해 일반 승용차들을 내려다볼 때 생기는 ‘권력 의지’(258쪽)가 왜소해지는 자신을 감춰준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아마 흔들리는 세계 제국 미국이 다른 나라와 세계를 대하는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런 미국이 SUV에 숨어 오직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할 때 우리 세계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아니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걸까? 자동차를 종교로 삼은 미국인, 아니 한국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숙제다.(289쪽)

자동차는 한 국가의 유사 이데올로기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유사 이데올로기’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자동차는 한 국가의 중심적인 가치를 대변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의 역할을 살펴보면 ①근대화 상징, ②국가적 자부심 상징, ③국토 재발견 수단, ④공동체 의식 재편성 기제, ⑤지위 구별짓기 수단 등 다섯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땅덩어리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율’과 ‘이동성’만 추가하고, 세계 자본주의 후발 주자로서 한국인에게 중요했던 ‘근대화 상징’만 빼는 걸로 족하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발명되었지만, 자동차 문화가 만개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동서로 약 4300킬로미터, 남북으로 약 3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미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자유를 ‘자율’과 ‘이동성’의 개념으로 파악해왔던 것이다. 자유가 곧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미국인은 자유를 자율(Autonomy)과 이동성(Mobility)이란 개념으로 파악하니 이를 상징하는 게 곧 자동차(Auto+Mobile)다.”(8쪽)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자동차가 국토 재발견 수단, 공동체 의식 재편성 기제, 지위 구별짓기 수단으로 기능하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자동차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것도 앞서가느냐 쫓아가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2009년 2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의회 연설에서 “자동차를 발명한 나라인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나, 자동차를 발명한 당사자인 독일의 벤츠가 이 실언을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자동차가 오늘날까지도 국가적인 자부심의 상징임을 잘 말해준다. 이처럼 대통령조차 실수하고 의외로 많은 미국인들이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발명했다고 믿을 정도로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자부심의 상징이자 그들의 신앙이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이자 미국인의 신앙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자동차를 사기 위해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사야 한다”(7쪽)라고 선전했다. 이 선전 구호가 시사하듯, 미국에서 자동차는 ‘자유 이데올로기’와 ‘개인주의’뿐만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실체이기도 하다. 탄생 이후 오늘날까지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고급 브랜드(27쪽)인 캐딜락의 광고를 보자.

“31년 전 화창한 6월 어느 날이었지요. 한 소년이 분주한 거리에 있는 신문 판매대 옆에 서서 캐딜락의 친근한 경적 소리를 들었어요. ‘거스름돈은 그만둬라.’ 운전하는 남자는 신문을 받아들면서 미소를 짓고는 미끄러지듯 거리로 사라졌어요. 소년은 동전을 손에 꼭 움켜쥐고서 ‘저것이 바로 나를 위한 자동차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곳 미국은 소년이 가슴 속에 새긴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기에 그는 이제 실업가가 되었지요. 그는 가족에게 안겨주고 싶은 세계를 얻기 위해 부단히 싸운 거예요. 이 시대에 타협이란 결코 있을 수 없으니까요.”(139쪽)

아마 이 소년이 품은 소망을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똑같이 품고 있었나 보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 트럭 운전사로도 일했던 엘비스는 못 말리는 자동차광이었다. 아직 유명해지기 전 중고 캐딜락을 산 그는 그날 밤 호텔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자기 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차가 그게 곧 불에 타는 아픔을 겪은 엘비스는 다시 중고 캐딜락을 사서 자신의 무대복과 비슷하게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칠했다. 그는 점차 유명해지면서 새 캐딜락을 살 수 있게 되자 그 차를 온통 분홍색으로 칠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127쪽)

이와 같은 아메리칸 드림 정도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는 미국인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퍼드가 ‘자동차 종교’라는 말을 만들어 미국인들의 자동차 생활을 비판했을 정도로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일종의 세속적 신앙의 지위에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자동차 신앙은 미국 대중이 원해서 혹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자동차 회사들의 집요한 로비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미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자동차
1920년대 도로 건설비는 미국 정부의 공적 지출에서 두 번째로 큰 항목이었다. 지엠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정유·타이어 회사와 손잡고 대규모 로비 군단을 조직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도로를 건설하도록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없애려는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1922년 지엠 사장 앨프리드 슬론은 회사 내에 그 일을 전담할 특별 조직을 설치했다. 이렇듯 대장 노릇을 한 지엠의 지도하에 자동차 회사들은 전차 시스템(회사)을 사들여 전차를 폐기처분하고 선로와 전선을 제거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선 움직일 수 없게끔 만들고자 한 것이다.”(59쪽)

여기서 자본주의의 대표 상품 자동차가 어떻게 미국 대중을 움직여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자동차가 집의 구조를 바꾸고(67쪽), 도심에서 먼 교외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집의 위치까지 바꾸고(114쪽), 드라이브인 맥도날드, 외각에 있어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월마트, 심지어는 자동차 안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회(151쪽) 등. 자동차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국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미국인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자동차와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알지 못하곤 세계 제국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 MIT 명예교수 린우드 브라이언트는 1975년에 이런 말을 했다.

“자동차가 미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상응하는 연구가 학계에서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해서 나오는 책이 적어도 우리 도서관 장서의 40%는 차지할 것이다.”

1990년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1억 9000만 대의 자동차가 있었으며, 하루 평균 도로 유지 비용은 2억 달러였다. 미국인은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자동차 운행 거리의 50%, 휘발유 소비의 40%를 점하고 있으며, 1년에 850시간을 운전하는 데 사용한다. 그로 인해 미국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고, 교통비는 주택비와 비슷한 수준이다.(6쪽)
‘자동차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미국을 살펴보는 데 자동차만 한 키워드가 어디 있겠는가. 한마디로 미국 사회를 알고 싶으면 ‘자동차’를 통해 보는 것이 수월하다는 힌트인 것이다.

저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2015년에 ‘청년 정치론’, 2016년에 ‘정치를 종교로 만든 진보주의자’와 ‘권력 중독’, 2017년에 ‘손석희 저널리즘’와 ‘약탈 정치’, 2018년에 ‘평온의 기술’과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2019년에 ‘바벨탑 공화국’과 ‘강남 좌파’, 2020년에 ‘싸가지 없는 정치’와 ‘부동산 약탈 국가’ 등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한국 언론사』,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넛지 사용법』, 『약탈 정치』(공저),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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