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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개정판 정보
아이는 혼자 울러갔다 탁동철 저 | 양철북 | 2018년 01월
평점 - · 리뷰 0
ISBN : 9788963720562 / 450쪽 140 x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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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기관 추천도서 선정>
학교도서관 저널(2012년 2월) , 행복한 아침독서(2012년 2월)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가르침의 원형, 삶의 본질을 묻는다. 탁동철 선생. 그는 참으로 요즘 보기 드문 선생, 흔치 않은 사람이다. 얼핏 책 앞자락을 읽은 누군가는 그를 학생들에게 휘둘려 뭐하나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얼뜨?기 시골 선생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겉모습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선한 눈, 수줍은 모습, 조촐한 옷차림, 꾸미지 않은 매무새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선생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선생과 오랜 시간 함께한 동무들은 그를 “너무나 귀한 선생”이라 입을 모은다.《마당을 나온 암탉》을 그린 화가 김환영은 “그의 교실에 학생이고 싶다”고... 가르침의 원형, 삶의 본질을 묻는다. 탁동철 선생. 그는 참으로 요즘 보기 드문 선생, 흔치 않은 사람이다. 얼핏 책 앞자락을 읽은 누군가는 그를 학생들에게 휘둘려 뭐하나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얼뜨기 시골 선생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겉모습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선한 눈, 수줍은 모습, 조촐한 옷차림, 꾸미지 않은 매무새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선생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선생과 오랜 시간 함께한 동무들은 그를 “너무나 귀한 선생”이라 입을 모은다.《마당을 나온 암탉》을 그린 화가 김환영은 “그의 교실에 학생이고 싶다”고 하고,《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의 저자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이상석은 “참 희귀한,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이라 말한다. 그가 소중하고 귀한 까닭은 바로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것들의 힘을 알고 그것을 소중하게 키워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부딪쳐 경험하고,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기억을 이어갈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생은 운동장 귀퉁이 조그만 논을 만들어 모를 심어 가꾸고, 그 쌀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밥을 지어 먹는다. 아이들과 함께 닭장을 지어 닭과 토끼도 키우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긴다. 동물 발자국 관찰하러 산속으로 들어가고, 아이들과 마을 어른들 이야기를 들으러 나간다. 목청 돋궈 축척을 설명하다가 아이들이 못 알아듣자 버럭 화를 내다가도 금새 후회하며 “다음엔 사진 들고 와서 ‘봐라, 얼굴은 이만 한데 사진은 요만하다. 이렇게 줄여 놓은 게 축척이다’라고 끝내야지” 다짐 한다. ‘밑변과 높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가출한 성택이를 붙잡기 위해 뒤를 밟기도 한다. ‘온도에 따른 물고기의 호흡 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과 고기를 낚고, 실험하고는 “새롭게 안 것”으로 “물고기는 얼음물에서 기절하고 사람은 열심히 가르쳐 주면 기절한다”는 재밌는 글을 남긴다. 이 닦기 싫어하는 남자 아이들과 제발 좀 이 닦으라는 여자 아이들을 서로 논쟁 붙이면서 “나는 더 재미있는 쪽이 무조건 옳다고 본다”고 능청을 떤다. 벽에 자기에 대해 욕을 남긴 아이를 찾겠다며 여기 저기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들을 하고 다니는 모습에 이르면 누구나 웃음을 참기 힘들 것이다. 탁동철 선생은 끝없이 아이들과 옥신각신하고, 이야기하고, 반성하고 화해하며 성장한다. 그의 교실에는 선생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가 돋보인다. 배우기만 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은 가르치러 학교에 와야 한다. 자기 말을 하러 와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피어난다. - ‘새 학교’, 219쪽 이 모든 과정에서 눈여겨 볼 것은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이들을 설득하고, 아이들에게 설득당하며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다. 몸으로 부딪혀 겪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야 비로소 성장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실천한다. 타고난 이야기꾼 같은 그의 글에 빠져 신나게 읽다보면, 문득 우리가 놓치며 사는 진정한 삶의 본질과 교육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 만들어 가는 약속만 있을 뿐이다. 양말 벗고 한 발 올려놓고 공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 그 의견을 꺼내라. 그게 더 공부가 되고 우리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면 거기에 따르겠다. 하지만 결정 나기 전, 의논하는 자리에서는 나도 한 표를 가진 사람으로서 내 권리를 위해,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 그거 안 좋다고. 어쨌든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 이 교실은 너희들이 움직여라. - ‘입학식’, 172쪽 탁동철 선생은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세상”을 살 길 바란다. 어른이 쉽게 가르쳐준 이름을 외워 세상의 것들을 배우고, 어른이 강요하는 권위에 길들여 머리 숙이지 않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선생 또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까 송예은은 속상한 거 맞아. 울고 싶은 일이기도 했지. 하지만 더 당당하게 나와야 했어. 울며 엎드리지 말고 네 말을 해. 네 주장을 해. 그러면 내가 사과할게.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게. 하지만 울고 있으면 반성 안 할 거야. 그냥 얕잡아 볼 거야. 목을 길게 빼고 넙죽 엎드리는 건 밟으라는 뜻이야. 눈물만으로는, 남이 봐주길 바라는 것만으로는 안 돼. 네가 참을 수 없는 일을 만나면 따져. 주먹을 쥐어. 이 땅의 주인은 너, 이 교실의 주인은 너, 네 몸의 주인도 너. - ‘예은이’, 234쪽 탁 선생은 학급 운영을 할 때도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 아이들 의견이다. 학생도 많지 않은 작은 분교에서 급식 운영 여부를 결정할 때도 그는 급식을 반대하는 아이들과 찬성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의견을 전하고, 함께 모여 의논하고, 설득하면서 그들의 논쟁은 다시 급식을 하지 않았던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선생은 이런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낸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버렸네요. 아무것도 한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사람들이 아닌, 남들이 우리의 이런 회의를 알면 혀를 찰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시하다, 참 할 일 없다.” 시시해서 참 다행입니다. 자그마한 목소리에 다 귀 기울이며 우물쭈물 늦어지는 것이 옳습니다. 늦더라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리며 다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1학기에는 밥은 교실에서 하고 도시락 반찬은 집에서 싸 오는 걸로 하겠습니다. 도시락 반찬 담는 일은 아이들 손으로 하게 해 주세요. 빈 도시락 반찬 통은 스스로 씻게 하세요. 반찬은 한 가지만 싸는 게 좋겠습니다. 한 가지 반찬만 있어야 서로 나누어 먹게 됩니다. - ‘학부모님께’, 128-129쪽 고등학교 교사 구자행은 추천사에 이런 글을 남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말썽 피우는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이를 지도한다고 자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거나,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뒷전이고 교사 자신을 먼저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탁 선생은 아이들보다 더 낮은 곳에서 아이들을 올려다본다. 아이들이 하는 짤막한 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어주고, 거기 담긴 아이들의 진실을 읽어 준다. 아이들을 하늘같이 섬기는 마음이다. (중략)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 모델을 핀란드나 독일 같은 외국에서 찾고 있지만, 멀리 갈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 앞개울에 나가 버들강아지 보고, 물고기 잡고, 시 쓰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는 교실. 자기들 문제를 연극 놀이로 풀어가는 교실, 아이들도 가르치고 교사도 배우는 교실. - 구자행(교사) 추천사 기록의 힘은 강하다. 이것은 아이들과 탁 선생의 성장의 기록이다. 탁동철 선생은 교직을 지낸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이 책도 그렇게 쌓인 기록들을 추려 만들었다. 그의 기록은 그동안 〈창비어린이〉,〈개똥이네〉,〈고래가 그랬어〉등의 잡지와 〈글과그림〉,〈동시마중〉같은 동인지에 발표되어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었으나 그의 삶을 모두 톺아보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 책은 그 아쉬움을 해결하고 나아가 선생이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구성은 다섯 부로 나뉜다. 1~3부는 시간 흐름으로 분류한 교실 이야기, 4부는 글쓰기 수업, 5부는 생활글을 담았다. 기록의 힘은 강하다. 그는 혼자 쓰는 일기뿐만 아니
1) 아이가 울고 있을 때 달려가서 우는 까닭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이 버릇을 망치는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해두자. 아이가 울고 있을 때 모른 척 무시해야 여린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져서 험한 세상 적응할 수 있다고 치자. 울 때마다 사연을 들어주면 아이가 남한테 의지하는 버릇이 들어 결국 자기 혼자 살아갈 길을 못 찾고 헤매게 될 게 분명하다고 해 두자. 그렇더라도 나는 우는 아이 달랠 것이다. 우는 버릇 못 고쳐서 20년 뒤에도 여전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도 좋다. 눈물 닦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있겠지. 적어도 아프고 힘든 사람 더욱 쪼아대는 일은 안 하고 살겠지. (‘우는 아이’, 101-102쪽)
2) 맨 처음 했던 피켓 글씨를 정리해서 써 보는 걸로 토론을 정리했다. 이 안 닦는 사람한테 이 닦으라는 요구를 하는 여학생과, 이 안 닦을 자유를 밟지 말라는 남자들과 정택이의 주장. 나는 더 재미있는 쪽이 무조건 옳다고 본다.
남학생이 만든 피켓
- 충치 균은 나의 친구. 사람만 생물이 아니다. 여자들은 나의 친구를 사형시키고 있다.
- 이빨 하나 없어져도 내 이빨은 내가 책임진다.
- 여자들 치사하게 인권 침해하지 마라. 내 이빨 냄새보다 너네 얼굴이 더 드럽다.
여학생이 만든 피켓
- 이○택, 염○민, 홍○령!!! 니 이는 네 마음이지만 입은 열지 마라.
- 남자들이 이빨 안 닦으면 우리가 인권 침해받는다.
- 드러운 것을 보고 있는 나도 괴롭다.
- 썩은 너의 이빨, 너의 몸도 썩어 간다.
- 양치 안 하면 젊었을 땐 썩은 이빨이고 늙었을 땐 이빨 없다.
- 너희의 자유만 있냐. 우리의 자유도 있다. (‘이 닦기’, 299쪽)
할머니의 칭찬은 이것과 비슷하다. 만약 내가 곰을 잡기 위해서 박달나무 몽둥이를 낫으로 잘 다듬어 깎았고, 그 몽둥이를 들고 설악산에 들어가 곰을 만나 죽도록 곰과 치고받고 싸워서 결국 곰을 한 마리 잡아서 집에까지 끌고 왔다고 치자. 할머니는 문을 열고 뛰쳐나오며 이렇게 칭찬하실 거다.
“아이고, 얼매나 고생이 많았너. 이 단단한 박달나무를 이렇게 이쁘게 깎았네. 깎느라 힘들었제. 얼른 들어가 밥 먹자. 곰 절루 치우고.” (‘칭찬’, 412-413쪽)
3)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백암에 사는 아이, 약수터에 사는 아이, 관터에 사는 아이
입에 하나씩 아이스트림을 물고,
입에 한가득 과자를 우적이는데
안터 사는 연실이는 한 귀퉁이에 앉아서
버스 오는 쪽만 바라본다.
아이들은 쪽쪽 목구멍으로 잘도 넘긴다.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연실이는 버스는 언제 오나, 버스는 언제 오나
손에 든 차표만 만진다.
어느 아이 하나 연실이 먹어 보라고
과자며 아이스크림 주는 아이는 없다.
어제 반지를 두 개나 낀 수연이가 반지 하나를 잃어버렸다.
연실이가 가져갔다.
수연이네 집에서 놀던 연실이가
반지가 부러워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음 날 학교에 끼고 왔다.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우적이던 녀석들이
연실이를 빙 둘러싸고 한마디씩 내뱉는다.
연실이 도둑이라고, 저번에도, 그 저번에도 그랬다고.
반지를 두 개나 갖고 있고
공책마다 번쩍이는 스티커를 붙이고
울긋불긋 가수 사진을 갖고 와 자랑하는 수연이도
연실이가 훔쳐 갔다고, 도둑이라고 소리 지르고
지우개를 한 움큼이나 갖고 있는 유정이도
연실이가 남의 걸 훔쳐 갔다 하고
아침마다 군것질할 돈을 300원씩 받아 오는 장선이도,
물건이 넘쳐 나서 흘리고 다니는 광복이도
연실이 나쁘다고만 한다.
틈날 때마다 공주를 그리는 아름이도
연실이는 혼나야 된다고 한다.
어느 아이 하나 연실이 편드는 아이는 없다.
막대기를 들고 연실이 종아리를 때렸다.
연실이는 운다.
그러나 진짜 맞아야 할 사람은 연실이가 아니다.
진짜 아프게 맞을 사람은 따로 있다.
연실이를 때린 내가 맞아야 한다.
과자를, 아이스크림을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삼키던
아이들이 맞아야 한다.
반지를 두 개나 끼고 울긋불긋 가수 사진을 자랑하던
수연이가 맞아야 한다.
내가 연실이 때릴 때
어느 아이 하나 나서서 말렸으면,
몽둥이 갖고 오라고 소리쳤을 때
아주 작고 가늘어서
맞아도 안 아픈 걸 갖고 왔으면.(‘새 교실’, 53-54쪽)
3) 마을 아저씨한테 배운 대로 손가락으로 주둥이를 탁탁 튕겼다. “제발 얌전히 있어라. 너랑 싸우기 싫다.” 놓아주니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대든다. 아저씨 말과는 딴판이다. 다시 먼지를 피우며 싸웠다. 닭도 눈이 뒤집히고 나도 제정신이 아니다. 밖에서 누가 보았으면 이상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다시 닭목을 잡았다. 닭이 숨을 시익시익 몰아쉰다. 나도 숨이 찼다. 닭이 입을 벌리고 숨 쉬는 소리가 사람 숨 쉬는 소리와 꼭 같다. 내가 기운이 빠지니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아이고, 이거 뭐하는 짓이냐. 내가 닭을 길들여 내 눈치나 슬슬 보게 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그래 봤자 나보다 약한 짐승인데. 그래, 앞으로 내가 너 눈치를 보며 살겠다. 죽을 때까지 숨 마음대로 쉬며 살아라 하고는 잡았던 닭 목을 놓아주었다. 그 뒤로는 수탁을 피해 가며 모이를 주었다. (‘수탉과 싸우기’, 71-72쪽)
4) 가을비가 끝없이 온다. 유리창에 물방울이 또록또록 맺혔다. 산 아래 개울까지 내려온 단풍도 춥다. 내 마음도, 아이들 마음도 춥다.
공부 시간에 왜 이런 문제도 모르냐고 나는 딱딱한 얼굴로, 사랑 없이 말했고 아이는 한숨을 쉬었다.
책가방을 메며 내 곁에 와서 작은 소리로 “선생님, 이제 수학 잘할게요.” 겨우 그 말을 하고 꾸벅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는 여자아이. 아니야, 그게 아니야. 미안해.
나는 창가에 두 팔을 짚고 서서 추덕추덕 내리는 빗속을 걸아가는 아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경이’, 84쪽)
5) 풀꽃 들여다보며 “선생님, 이게 뭐예요?” 물을 때 다 알아서 “그거 이쁘지? 요기는 뾰족하고 조기는 옴폭하고. 야 이쁘지, 좋지” 하는 사람 지겹다. 몰라서 “히야, 이게 뭘까?” 오래오래 같이 보아주는 사람, 정말 몰라서 자꾸 묻는 사람은 한 아이를 얼마나 기쁘게 할까.
모르고, 모르는 사람끼리 같이 헤매며 알아내는 과정은 아름다울 수 있겠지. 찾아가면서 눈을 빛낼 수 있겠다. (‘동물 흔적 찾기’, 111쪽)
6) 도시락 싸는 수고는 어른이 하는데 아이가 무슨 요구를 할 수 있나, 염치없는 짓 아닌가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럼 밥은 누가 먹는데…….” 이렇게 대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밥은 아이들 입으로 들어갑니다. 먹기 싫은 것도 억지로 먹이면 먹겠지요. 억지로 먹었기 때문에 영영 그것을 싫어할 수도 있을 테고요.
여러 말이 오가다가 이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다니 금방 시작하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급식을 원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 상평학교에 몇 번 가서 급식을 먹어 보고 아이들이 좋아하면 2학기 때부터 시작하자.”
상평학교 영양사는 공수전분교 학생들이 상평학교에 가서 급식을 먹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아이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반이라도 급식을 찬성하게 되면, 그때 가서 급식을 하는 것ㄹ로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버렸네요. 아무것도 한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사람들이 아닌, 남들이 우리의 이런 회의를 알면 혀를 찰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시하다, 참 할 일 없다.” 시시해서 참 다행입니다. 자그마한 목소리에 다 귀 기울이며 우물쭈물 늦어지는 것이 옳습니다. 늦더라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리며 다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1학기에는 밥은 교실에서 하고 도시락 반찬은 집에서 싸 오는 걸로 하겠습니다.
도시락 반찬 담는 일은 아이들 손으로 하게 해 주세요. 빈 도시락 반찬 통은 스스로 씻게 하세요. 반찬은 한 가지만 싸는 게 좋겠습니다. 한 가지 반찬만 있어야 서로 나누어 먹게 됩니다. (‘학부모님께’, 128-129쪽)
7) 환할 때 같이 풀밭에 나가 이것들 털 사이로 비쳐 빠져나오는 햇살을 봐야겠다. 느낌이 먼저다. 느낌에서 생각이 나오고 이름이 나온다. 이름부터 아는 것은 그것의 속알맹이 참모습을 잡아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이름들을 알아 버리고 ‘시’를 잃게 된 어른처럼. (‘개학’, 137쪽)
8) 나도 애써 보겠다. 너도 보여 주어라. 서로 좋은 쪽으로 끌어 주기 바란다. 모든 약속은 지금부터다. 네가 약속을 만들어라. 네가 말하는 대로 이 교실은 움직이고 이 세계는 움직인다.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 만들어 가는 약속만 있을 뿐이다. 양말 벗고 한 발 올려놓고 공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 그 의견을 꺼내라. 그게 더 공부가 되고 우리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면 거기에 따르겠다. 하지만 결정 나기 전, 의논하는 자리에서는 나도 한 표를 가진 사람으로서 내 권리를 위해,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 그거 안 좋다고. 어쨌든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 이 교실은 너희들이 움직여라. (‘입학식’, 172쪽)
목차
책을 내며
1부 생라면 - 오색초등학교(1998년~2001년)
오색 아이들 / 핫도그 / 사회 시간 / 쓰레기통 / 반장 선거 / 삼팔선 / 상 받는 날 / 가정 방문 / 책상 나르기 / 개학 날 / 오소리 똥 / 얼음과자 / 새 교실 / 생라면 / 정현이 누명 / 아름이 발 / 별님이 / 쌀농사 흉내 내기 / 수탉과 싸우기 / 남자 / 아침 / 미경이 / 난로
2부 밑변과 높이 - 공수전분교(2003년~2007년)
비 오는 날 / 점심시간 / 출장 / 우는 아이 / 두더지 / 동물 흔적 찾기 / 모심기 / 술 / 학부모님께 / 집에 가는 길 / 개학 / 메뚜기 / 마을 조사 / 밑변과 높이 / 입학식 / 마른 콩 깨트렸다 / 차례 정하기 / 우리도 체육 해요 / 스승의 날 / 하루 / 야영 갔다 / 벽실 계곡에서 꺽지 낚았다 / 소 입 냄새 나는 그 곳 / 느릅지기
3부 조르르 씨부렁거리는 새 - 상평초등학교(2008년~2010년)
새 학교 / 홍일령에게 / 혜림이 / 예은이 / 아침밥 / 놀아도 돼요? / 학교 가는 길 / 몽실 언니 / 메뚜기 먹었다 / 실험 보고서 / 누가 했나, 그 낙서 / 전기 실험 / 각서 / 담쟁이 / 금붕어 / 시험 보는 날 / 이 닦기 / 조르르르 씨부렁거리는 검은 새 / 들리지 않는 말
4부 기름진 쌀, 밥 한 공기, 자유로운 물고기
나흘 동안의 시 쓰기 공부 / 세라 글을 읽고 / 글쓰기 하며 지내 온 이야기 / 본 대로 들은 대로 쓰기 / 아이들 말 잘 들어 주기 / 4, 5학년 시 쓰기 / 기름진 쌀, 밥 한 공기, 자유로운 물고기 / 새 눈
5부 가물터
풍선 / 가물터 / 돌다리 / 오이씨 / 칭찬 / 할머니가 사 주신 짜장면 먹었다 / 곰 사냥 / 얼음 위를 절룩거리며 걷는 발 / 내가 만난 선생님
곁에서 본 탁동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