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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408767 / 110쪽 127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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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푸른사상 시선 [101]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199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선형 시인의 제2시집 『나는 너를 닮고』(푸른사상)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시집은 푸른사상사에서 역량을 기울여 펴내고 있는 ‘푸른사상 시선’의 13번째 결실입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일상의 고즈넉함 속에 숨겨져 있는 존재들의 어울림을 ‘겹쳐 있는 존재’, ‘닮음의 시학’으로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세계 일상의 고즈넉함 속에 숨겨져 있는 존재들의 어울림을 섬세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이선형의 시 전면에 비애의 감정이 흐르고 있는 듯하지만 그 아래에 모든 존재... 199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선형 시인의 제2시집 『나는 너를 닮고』(푸른사상)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시집은 푸른사상사에서 역량을 기울여 펴내고 있는 ‘푸른사상 시선’의 13번째 결실입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일상의 고즈넉함 속에 숨겨져 있는 존재들의 어울림을 ‘겹쳐 있는 존재’, ‘닮음의 시학’으로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세계 일상의 고즈넉함 속에 숨겨져 있는 존재들의 어울림을 섬세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이선형의 시 전면에 비애의 감정이 흐르고 있는 듯하지만 그 아래에 모든 존재들의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이 감싸고 있다. 콩을 파는 아주머니가 비둘기를 ?기 위해 든 매는 비둘기를 내려치지 않고(「짐짓」), 가난한 산동네의 “발꿈치 창문”(「안창마을」)에는 하루 양식만큼의 빛이 들어와 살림살이를 데운다. 연약해서 함께 살아야만 하는 세상의 ‘업둥이’를 시인의 섬세한 언어가 기꺼이 업어 우리는 “세상 여윈 것들 살 오르는 소리”를, “비우면서 채워지는 소리”(「풀냄새 젖냄새」)를 듣게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은 누군가의 ‘등’이다. 누군가에 업혀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를 업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드러날 때는 ‘겹쳐 있는 몸’으로 ‘더운 화음’으로 존재할 때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다는 것이 닮음의 조건이 된다. 닮았다는 것은 무언가에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납작하게 눌려진 등을 가진 존재들의 삶이 서럽지 않은 것은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에 겨운 모래 짐을 포개 싣고 장미넝쿨 담 아래 타박타박 지나는 등이 젖은 당나귀야 편안하지 못한 것은 설움이 아닐 게야 너는 모래를 편안히 해주고 있는 게야 납작하게 눌려진 네 등은 젖은 모래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한참 밤인 게야 -「당나귀 울음」 전문 길은 온종일 걷느라 먼 산을 닮고 부은 발목은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닮고 찡그린 구멍 속으로 생쥐는 막 도착한 저녁 무렵을 닮고 버스 속 기우뚱 매달려 서 있는 남자는 머리를 찧으며 조는 여자를 닮고 산동네에 왕관을 씌우는 저녁 해는 분식집 모퉁이 핀 여뀌꽃 무더기를 닮고 버스 기다리느라 낡은 밤색 구두는 등에 닿는 온기로 사귄 은행나무 몸피를 닮고 흙 속에 박힌 돌멩이처럼 살아 있기에 서로 닮고 바다는 벽돌을 촘촘히 실은 손수레를 맨드라미 씨는 그치지 않는 싸움을 그치지 않는 깊은 밤을 닮고 -「나는 너를 닮고」 전문 이선형이 직조하는 시적 공간의 중요한 원리는 바로 존재와 존재의 ‘닮음’에서 찾을 수 있다. 무심하고 덤덤해 보이는 “흙 속에 박힌 돌멩이”라는 표현은 존재와 존재가 겹쳐 있는 장면이며 바로 그 겹침이야말로 각각의 존재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빛을 낼 수 있는 조건임을 가리킨다. 김대성 문학평론가는 “이선형의 ‘닮음의 시학’은 ‘존재의 미학’과 이어져 있다. 동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자아의 침잠으로는 존재의 미학에 가 닿을 수 없다. 사로잡힌다는 것이란, 구덩이에 빠지는 것이란, 닮았다는 것이란 바로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업는 것을 의미한다. 업는다는 것, 닮는다는 것의 불가피함. 존재의 미학은 바로 이 관계의 불가피함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기꺼이 업을 수 있을 때, 그렇게 닮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내 몸에 타인의 흔적이 남으며 직조된다. 그 흔적이 삶의 조건이자 동력인 것이다. 미안하다 나는 너와 같은 존재인 걸 자주 잊는다 가스 불 위에서 푸푸우 끓는 주전자야, 두말 않겠다고 벽에 기대어 있는 국자야 (생략) 다 늦어서야 설탕가루 먼지 속에 흩어지고 소용없는 뒤에야 미안하다 얼룩이 지고 때가 묻어가는 건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 하나밖에 없는 사람, 하나밖에 없는 냄비(「설탕 한 봉지」 부분) 산꼭대기까지 집들이/빽빽하게 밀고 올라간 비탈/(생략)/밭두둑에서 뽑히면 고랑에서 살고/고랑에서 던져지면 바위틈/살아 있던 날이 떠밀려 올라간 곳/밟힌 개비름풀은 내쫓긴 줄기에서 뿌리를 낸다/파릇파릇 집 앞에 내놓은 화분 같은 무덤이/파릇파릇 마중 나온 살아 있는 사람이(「산복도로 무덤」 부분) 집이 집을 업을 때 ‘길’이 나고 사람이 사람이 업을 때 ‘더운 숨’이 난다. 사람들의 어울림이 숲을 만드니 그 사이에서 “파릇파릇”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마중을 나온다. 그 존재의 그늘 아래에 우리는 서로에 기대고 어울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미 첫 번째 시집에서부터 시인은 ‘겹쳐 있는 존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 속에서 길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 소리는 “고양이와 물오리와 소의 검정 울음소리”였고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떨어지는 잎의 소리”(「봄밤의 기척」,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이기도 했다. 추천의 글 이선형 시인의 시편들에는 조급함이 없다. 섣부른 친절로 그럴 듯한 방어망이나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가지 끝에 한 송이씩만 꽃을 피우는 목련처럼 차근차근, 가만가만, 환한 속내를 내보이고, 젖은 등을 내보이고, 케케묵은 시간을 이기고, 그 아래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를 들려준다. 차마 하지 못한 덩어리진 말들은 손바닥에 쥐고 그 결함들이 고단한 마음을 열 때까지 그윽한 인내의 시선을 놓지 않고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고, 느끼고, 껴안는다. 한때 딱새였던 짱돌 같은 강바람이 “매미를 업고 미루나무를 업고 사람들을 업고/삼복염천에 살껍질 벗겨지는 제 몫의 자리를 업고” 세상의 귀를 한 바퀴 돌아와 부은 발목과 곱은 손가락을 내밀어도, “봄 흙을 퍼듯/이 뛰는 공중을 떠서” 그의 손바닥에 빙그레 놓아준다. 덕분에 우리는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물 저 너머” 그녀의 세계로 편안히 길을 떠날 수 있다. 아무리 캄캄한 한밤이어도 타박타박! - 김상미(시인)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공명(共鳴)
식구
짐짓
장거리 버스
구뎅이
펄럭이는 제사
그늘길 내다
말이라는 먹구름
산복도로 무덤
한때 딱새였다면
흘러내리는 물방울
물속 비친
중앙동
당나귀 울음
실을 푸는 바다
나는 너를 닮고
제2부
등
붉은 방
설탕 한 봉지
동백나무
저녁 거미
장날
탱자나무집
벌들의 진동
환한 잠
점심
풀냄새 젖냄새
닭똥 먹는 다알리아
어제와 다른 날
벚꽃 폈다, 잔 받아라
선인장 계단
기억은 날아가고, 가지는 영문 모르고 떨린다
제3부
날짜를 세어보다
말끔하게 치워진 남자
정오의 커피집
나중에 온 사람
굽은 소나무
안창마을
고왕암 깜상
삼대 다리
유리단추의 전생
외경(外經)
춤추는 아이
자갈치 제비
한참 보는 저곳
내가 놓친 것들의 벅찬 힘
알이 한 냄비
고드름뿔
제4부
인정 없는 하루
땅바닥별
기차와 연상
달구집
풍뎅이 날다
조롱 밖으로
나무 아래
다시 가보다
조응(照應)
까만 염소
이상한 일
기타 나무
납작한 집
돌멩이 사람
해설 공명(共鳴)-공동(共同)-공생(共生) -김대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