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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얀 네루다 외 저 | 김규진 외 역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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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9571735 / 44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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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국내 최초 번역, 출간되는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사랑을 테마로 한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을 시작으로 『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을 출간한 행복한책읽기에서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을 출간했다.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 카렐 차페크, 밀란 쿤데라 등 몇몇 유명 작가를 제외하면 한국에 거의 알려지진 않은 체코문학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단편소설 선집이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작가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발명한 카렐 차페크 정도일 것이다. 체코 문학에... 국내 최초 번역, 출간되는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사랑을 테마로 한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을 시작으로 『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을 출간한 행복한책읽기에서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을 출간했다.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 카렐 차페크, 밀란 쿤데라 등 몇몇 유명 작가를 제외하면 한국에 거의 알려지진 않은 체코문학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단편소설 선집이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작가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발명한 카렐 차페크 정도일 것이다. 체코 문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오래전 한국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용감한 병사 슈베이크』의 야로슬라프 하셰크, 그리고 파블로 네루다가 필명을 따라 쓴 『말라스트라나 이야기(소지구 이야기)』의 얀 네루다도 알 것이다. 이들을 비롯하여 19세기 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백 년 이상에 걸쳐 '유럽의 중심' 체코의 근현대문학사를 관통하는 열여섯 명의 핵심 작가들의 대표작 열아홉 편을 담았다. 주한 체코대사와 프라하 카렐대학교 교수가 기획, 작품 선정에 해설까지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배경으로 쓴 소설만 모아 화제가 됐던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의 출간에 큰 도움을 준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대사, 그리고 프라하 카렐대학교 및 한국외대 체코어과에서 강의하는 이바나 보즈데호바 교수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작가와 작품 선정, 해설을 맡았다. 번역과 검증 단계에서는 체코 출신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참여해 문장의 정확성과 서정성의 밀도를 높였다. 첫 기획 단계의 시작부터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만으로도 눈에 띄는 책이지만, 수록된 작가의 면면이나 작품의 수준을 살폈을 때 단연, 한국에 처음 출간되는 본격 체코문학 선집이라고 할 수 있다. 벨벳 혁명의 주인공, 체코인의 가슴 속에 흐르는 예술적 감성과 사상적 저력 오랜 공산체제 아래서 살아가던 체코인들이 1990년대, 무혈(無血) 혁명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벨벳 혁명'에 성공하고 새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문(文)의 힘'이다. 풍자와 해학, 유머와 아이러니, 조롱과 농담으로 어우러진 체코문학의 힘이 체코인들의 삶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에 수록된 작품을 읽다보면, 벨벳혁명과 함께 시인 바츨라프 하벨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체코인들의 예술적 감성과 사상적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삶의 굴곡을 따라 일희일비하는 민초들의 모습, 이들의 넘치는 풍자와 페이소스가 담긴 익살은 나날이 웃음을 잃어가는 우리의 고단한 삶에 예상치 못한 위로와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준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열아홉 편의 걸작 미국의 금주령을 흉내 내어 프라하에 건전한 금주 문화를 만들려던 시도를 체코인들이 얼마나 낯설고 새롭고 유쾌한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는지 타고난 재담꾼 야로슬라프 하셰크의 단편에 잘 나타나 있다. 10년이 넘도록 같은 테이블에 함께 앉으면서도 절대 서로 말을 섞지 않는 두 노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얀 네루다의 따뜻한 단편 「리샤네크 씨와 슐레글 씨」, 중국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율리우스 제이에르의 환상적인 소설 「복사꽃 정원의 행복」, 화폐의 가치를 반전시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르지 하우스만의 「마이너스 1」, 아버지를 잃고 도시로 이주하는 가족의 모습을 소년의 눈으로 애잔하게 그리는 마리에 푸이마노바의 「프라하 가는 길」, 헤롯의 의붓딸 살로메의 사랑과 죽음을 소름이 돋도록 탐미적으로 묘사하는 르보비츠의 「살로메의 죽음」 등, 이 책에 실린 열아홉 편의 작품은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는 체코문학의 걸작들이다. [이 책의 특징] * 체코 근현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는 작품들을 엄선했다. * 체코문학의 대표 작가들 중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을 주로 실었다. * 체코문학 전공자가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고, 번역에 참여하여 문장의 정확성과 서정성의 밀도를 높였다. * 문학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재미를 함께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여 편집하였다. [추천글] '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리듯이 체코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들이 만나는 교차로였습니다. 수백 년간 산업과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게르만어와 슬라브어의 경계에서 두 문화가 만나 어우러지는 나라였습니다. 이렇게 풍요롭고 비옥한 과거의 모습은 19세기와 20세기의 모든 체코문학과 체코 예술에 걸쳐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여러분들은 그것을 바로 이 책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야로슬라브 올샤, jr.(소설가, 주한 체코대사) 이 책은 읽고, 쓰고, 말하는 몇 백 년의 전통과 더불어 '글쓰기'에 존경심을 갖고 있는 나라, 체코로 안내하는 초대장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유럽의 중심으로 데려다 줄 뿐 아니라 독자 스스로의 마음속으로도 이끌어 줄 것이다. 자아를 찾고 이해하기 위해 먼 곳을 여행 하듯이 이 책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이바나 보즈데호바(체코 프라하 카렐대학교 및 한국외대 체코ㆍ슬로바키아어과 교수) 파블로 네루다가 필명을 가져온 얀 네루다를 비롯하여 체코문학의 대표작가 카렐 차페크에 이르기까지, 19세기와 20세기의 대표작을 모은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은 독자들에게 체코문학의 정수와 깊이를 생생하게 전해 준다. 또한, 해학과 유머,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소시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체코 단편들은 체코민족이 얼마나 민주주의적이고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 김규진(한국문학번역원 이사, 한국외대 체코ㆍ슬로바키아어과 교수) 정원과 집에는 비통한 기운이 스며 있었고 기이한 공포가 사람들을 엄습했다. 그렇다. 이 집은 저주받은 곳이었고, 살아생전에도 평온을 찾을 수 없었고 죽어서도 편하게 쉬지 못하는 파우스트 박사의 유령이 매일 밤마다 배회하는 곳이었다. 파우스트 박사는 아주 오래전에 이 집에 살았다. 이 집에서 그는 마법을 완성했고 여기서 마법서적을 연구했으며, 마법의 주문으로 악마를 불러냈고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겼다. 그 대신 악마는 박사의 종이 되었고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었으며, 모든 것이 허망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 다음 약속 시간이 다 지나갔을 때 악마는 “이제 그만. 자, 이리 오시지!”라고 말했다. - 알로이스 이라세크 「파우스트 박사의 집」 pp.152~153 리브카 씨의 시선은 선명하고 뚜렷한 발자국을 따라갔다. 다섯 개의 발자국이 있었고, 도로 한복판에서 날카로운 왼발 자국을 남기며 끝이 났다. 그 앞에는 티 없이 깨끗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눈밖에 없었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해, 리브카 씨는 혼잣말을 했다. 그 남자는 인도로 돌아간 게 틀림없어. 하지만 그가 볼 수 있는 한 인도에는 매끄럽고 보송보송한 눈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발자국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허참, 어떻게 된 일이람, 리브카 씨는 깜짝 놀랐다. 나머지 발자국들은 건너편 인도 위에 있겠지! 그래서 그는 중간에 끊긴 발자국을 크게 돌아 길을 건너가 보았지만 다른 쪽 인도에도 발자국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도로 전체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부드러운 눈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무 순수해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뒤로는 아무도 이 도로를 지나가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리브카 씨가 중얼거렸다. -

저자 소개

  • 저자 : 얀 네루다 외
저자 얀 네루다(Jan Neruda, 1834-1891)는 체코문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이다. 기자로서 체코신문에 '문예란(feuilleton)'을 최초로 만들었고, 스스로 그 문예란에 무려 약 2천 편의 글을 기고하였다. 주로 프라하에 관한 문학 작품을 남긴 그는 시집 6권을 발표한 위대한 시인이었으며, 동시에 문학평론가이기도 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얀 네루다를 매우 존경하였기 때문에, 얀 네루다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필명으로 사용했다. 그는 정치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여, 신체코당 내 민주주의파를 설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유럽과 비유럽을 막론하고 독일, 프랑스, 이태리, 헝가리,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 광범위한 지역을 여행한 그는 『작은 여행』, 『외국의 그림』 등 뛰어난 관찰력을 발휘해 매우 흥미로운 방법으로 여행담을 풀어냈다. 그의 섬세한 관찰자의 시선은 철도 건설 노동자들의 힘든 인생을 그로테스크한 유머로 비추어 낸 『가난한 이』라는 소설에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골이나 체호프의 소설처럼 이러한 유머 뒤에는 비극적인 장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를 포함하여 그의 작품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회의와 반어법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의 괴로움을 가리고자 하였다. 그의 시는 당시 사람들에게 쉽사리 이해받지 못하였고, 그가 사망한 후에야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의 네루다는 체코의 비판적 현실주의의 개척자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빈곤과 절망 등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드러냈다.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소지구 이야기』는 1848년 이전의 프라하 소지구(말라스트라나) 지역을 묘사한 단편소설집으로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목표에 치중하는 당시 일반 시민들의 생활방식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독특한 유머를 도입하여 그들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이 단편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소설적 방식으로 통일된 줄거리를 이끌어 내기도 하는 한편, 여러 일상생활의 장면을 엮은 모자이크를 만들기도 하였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규진 외
김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수, 한국문학번역원 이사,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용인캠퍼스). 미국 시카고대학교 슬라브어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프라하, 매혹적인 유럽의 박물관』, 『러시아, 동유럽 문학예술 기행』, 『체코현대문학론』 외 다수가 있으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시인이 된다는 것』, 『독백』 외에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김동기
독일 뷔르츠부르크(Wurzburg) 대학에서 독어독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부전공했으며, 불어 고급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주로 한국과 독일 기업에서 독일어, 영어 통역과 번역 업무를 담당했으며, 을 영역했다. 지금까지 기술, 심리, 교육, 인권에 관련된 다수의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영역하였으며, 현재도 통역과 번역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정인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순문학을 비롯해 역사물, 추리물, 과학소설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옮긴 책으로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바다의 별』,『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 『숲을 지나가는 길』, 『제리코의 죽음』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알코올과 같이하는 즐거움, 혹은 알코올 없는 즐거움, 둘 중 무엇이 더 나은지 확인하세요!
포스터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은퇴한 고령의 산림관 폴리브카의 다음과 같은 신랄한 설명이 더해지자 도시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동, 그 자체였다. “이따위 식의 즐거움은 주점에 어울리지 않아. 찻잔 들고 잔디밭에 가서 하라고 그래.”
교회 성가대 지휘자 보래치는 한술 더 떠서 역에 있는 주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기 가서 한번 떡이 되도록 머리 꼭대기까지 끝장나게 마셔 봐야지.”
많은 시민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금주인의 밤 행사에는 벌써부터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 야로슬라프 하셰크 「금주인의 밤, 또는 미국식 즐거움」 p.12

물론이죠! 개 사업을 해 본 적도 있고, 그것 때문에 법적 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어요. 언젠가 한번은 복서를 집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길에서 나를 세우더니 자기 개라고 말하면서 두 시간 전에 오보츠나 거리에서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내가 물었죠. ‘당신 개인지 어떻게 알죠?’ ‘그 개 이름이 무포요. 이리 와, 무포!’ 그러자 내 개가 얼마나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보스코!’ 내가 소리 질렀죠. ‘보스코!’ 그러자 이번에는 온통 길길이 날뛰며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어요. 아주 멍청한 개였죠. 더욱 가관이었던 건 판사가 개의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내가 이름을 깜빡 까먹고 잊어버려서 그냥 버블리라고 불렀더니 바로 대답을 하면서 아주 기쁜 반응을 보이더라니까요.
― 야로슬라프 하셰크 「나의 애견가게」 pp.25~26

엄마와 루자는 짐을 쌌고, 온드레이 역시 자기 재산을 가져와 트렁크에 넣었다. 버드나무 활과 화살. 블랙 힐에서 따온 갈라진 너도밤나무 잔가지로 만든 새총이었다. 소년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엄마는 그 쓰레기들을 쓰레기 더미에 던져 버렸다. 쉽게 말해 그녀에게는 그것들을 넣을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배웅하러 온 몇몇 소년, 두 여성, 엄마와 누나와 함께 역에 도착했을 때, 다행스럽게도 그 잭나이프, 한 번도 온드레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그 멋있는 자석 칼날 잭나이프는 그의 주머니 안에, 꽉 쥔 주먹 속에 있었다. 그들은 기르던 강아지 하릭을 집에 가둬 두고 와야 했다. 소년은 잘 참아 내고 있었다.
― 마리에 푸이마노바 「프라하 가는 길」 p.61

매일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에는 만인의 존경을 받는 리샤네크 씨와 슐레글 씨가 입구 오른쪽 세 번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두 사람이 앉는 테이블에는 다른 사람이 앉지 않았다. 감히 다른 사람이 늘 앉는 자리를 차지해 앉는다는 것은 말라스트라나 주민들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그렇다, 그냥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슐레글 씨는 테이블에서 문에 가까운 쪽에 앉았고, 리샤네크 씨는 그 맞은편에 앉고는 했다. 두 사람 다 창문을 등지고 당구 게임을 구경하면서 테이블과 상대방을 어느 정도 외면하고 있었다. 그들이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거나 파이프에 담배를 채울 때뿐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11년 동안 앉아 있었다. 그 11년 동안 그들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 얀 네루다 「리샤네크 씨와 슐레글 씨」 p.81

“나는 로제나우의 말에 동의합니다! 로제나우는 ‘자유는 독한 와인과 풍성한 음식과 같다. 그것은 그것에 익숙한 강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을 강하게 키우는 반면 약한 자들은 질식시키고 중독시키고 파괴한다’라고 말했지요.” 리바르시 씨는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인사를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
두 성직자 중 키가 크고 뚱뚱한 사람이 말했다. “저 양반은 왜 만날 로제나우라는 사람의 얘기를 계속하는 걸까요?”
“틀림없이 작가 나부랭이겠죠.” 역시 뚱뚱한, 키가 작은 쪽 성직자가 말했다.
하지만 난 그 문장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 그 말은 내게 높은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나는 로제나우와 리바르시 씨 두 사람을 모두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숭상했다. 조금 지나 소년이 되었을 때 나는 온갖 종류의 책들을 섭렵하곤 했는데, 그러다 리바르시 씨가 원래의 문장을 굉장히 정확하게 인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틀린 것은 그 말을 한 사람이 로제나우(Rosenau)가 아니라 루소(Rousseau)였다는 점뿐이었다. 불행히도 식자공의 실수 때문에 잘못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 얀 네루다 「물의 정령」 p.97

정원과 집에는 비통한 기운이 스며 있었고 기이한 공포가 사람들을 엄습했다. 그렇다. 이 집은 저주받은 곳이었고, 살아생전에도 평온을 찾을 수 없었고 죽어서도 편하게 쉬지 못하는 파우스트 박사의 유령이 매일 밤마다 배회하는 곳이었다. 파우스트 박사는 아주 오래전에 이 집에 살았다. 이 집에서 그는 마법을 완성했고 여기서 마법서적을 연구했으며, 마법의 주문으로 악마를 불러냈고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겼다. 그 대신 악마는 박사의 종이 되었고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었으며, 모든 것이 허망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 다음 약속 시간이 다 지나갔을 때 악마는 “이제 그만. 자, 이리 오시지!”라고 말했다.
― 알로이스 이라세크 「파우스트 박사의 집」 pp.152~153

리브카 씨의 시선은 선명하고 뚜렷한 발자국을 따라갔다. 다섯 개의 발자국이 있었고, 도로 한복판에서 날카로운 왼발 자국을 남기며 끝이 났다. 그 앞에는 티 없이 깨끗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눈밖에 없었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해, 리브카 씨는 혼잣말을 했다. 그 남자는 인도로 돌아간 게 틀림없어. 하지만 그가 볼 수 있는 한 인도에는 매끄럽고 보송보송한 눈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발자국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허참, 어떻게 된 일이람, 리브카 씨는 깜짝 놀랐다. 나머지 발자국들은 건너편 인도 위에 있겠지! 그래서 그는 중간에 끊긴 발자국을 크게 돌아 길을 건너가 보았지만 다른 쪽 인도에도 발자국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도로 전체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부드러운 눈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무 순수해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뒤로는 아무도 이 도로를 지나가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리브카 씨가 중얼거렸다.
― 카렐 차페크 「발자국들」 pp.252~253

9월 2일, 배우 벤다가 실종됐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배우로서 정상의 명예를 얻었다고 알려진 명배우 얀 벤다가 실종된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 9월 2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9시에 벤다의 아파트를 살피러 온 파출부는 침대가 흐트러져 있고 모든 게 엉망진창인 것을 발견했다. 그건 벤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다만 벤다 씨가 집에 없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또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어서 그녀는 기계적으로 아파트를 정돈하고서는 다시 자기 볼일을 보러 돌아갔다. 모든 것이 괜찮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배우 벤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레쇼바 아줌마(바로 그 파출부)는 그것조차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배우들이란 집시와 같아서 다음번에는 어디에서 연기를 할지, 혹은 어딘가에서 실컷 마셔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9월 10일, 벤다를 찾는 소동이 일어났다.
― 카렐 차페크 「배우 벤다의 실종」 pp.267~268

어느 가을날, 한 남자가 포로수용소에 나타났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수용소 막사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문지방에 올라서거나 갑자기 화를 내며 벽을 두드렸다. 창문으로 막사 안을 들여다보다가는 안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람들은 그가 가까이 오기 전에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수용소 한가운데 서서 포로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포로들에게 지팡이를 흔들어 대며 돌이 가득 든 깡통을 달그락거렸다. …… 남자를 처음 본 사람들은 동정심보다 혐오감을 먼저 느꼈다. 그들은 어쨌든 그 남자만큼 이가 들끓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모두들 조용해지며 경이와 두려움에 젖어 입을 벌렸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말 속에는 힘과 진실이, 그리고 더 깊은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아도 매순간 그들에게 쉼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 얀 와이스 「사도」 pp.287~288

“이제 네 엄마에 대해 말해야겠다.” ……
아버지는 나를 가게의 어두운 뒤쪽 벽에 걸려 있는 융단 앞으로 데려갔다.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 왔던 융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융단을 팔라고 했으나 아버지는 단호하고 고집스럽게 거부했다. 융단은 아주 정교하게 만든 것이었다. 융단의 그림은 자그마한 호수를 끼고 있는 정원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정원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형형색색의 빛깔을 자랑하며 피어 있었다. 작약나무 아래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공작과 놀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소녀를 가리키며 짧게 말했다. “이 사람이 네 엄마다.”
“뭐라고요?” 내가 외쳤다. “이렇게 예뻤어요? 엄마는 일찍 죽었나요? 그리고 아버지가 이 융단 위에 엄마의 초상화를 그린 거예요?”
“내가 그린 게 아니란다. 어느 외딴집에서 노인 한 분이 죽었는데, 그 노인은 내게 돈을 빚졌고 상속인이 없었단다. 그래서 그곳에서 가지고 온 거란다. 관청의 승인을 받고 빚 대신 융단을 가지고 온 거지. 그리고 나는 네 엄마가 죽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면 어디 있지요?” 나는 놀라움과 기쁨에 넘쳐 외쳤다.
“여기.” 아버지가 그림을 가리켰다.
“이건 초상화잖아요. 진짜 엄마는 도대체 어디 있어요?”
“왜 계속 초상화라고 하면서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이 진짜 네 엄마지 초상화가 아니라니까.”
― 율리우스 제이에르 「복사꽃 정원의 행복」 pp.331~332

어느 날인가 나는 주소와 함께 ‘친애하는 스보보다 내외에게’라고 쓴 편지 한 통을 갖다 주러 갔다. 스보보다 씨가 봉투를 보자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외쳤다. “네 아버지에게 가서 내 이름은 과자가게 주인 야로미르 스보보다이지 친애하는 스보보다 씨가 아니라고 얘기해라.”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스보보다 씨는 과자가게 주인 스보보다이지 친애하는 스보보다 씨가 아니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가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좋건 싫건 간에 친애하는 스보보다 씨가 맞는다고 하고, 그 정도쯤은 나도 알고 있다고 그래라.”
그래서 나는 스보보다 씨에게 다시 가서 아빠가 알기로는 좋건 싫건 간에 그는 틀림없이 친애하는 스보보다 씨가 맞는다고 전했다.
스보보다 씨의 얼굴이 전번보다 더욱 시뻘겋게 변했다. 이마 위에는 우리가 참새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새총 같은 모양의 핏줄이 섰다.
― 카렐 폴라체크 「우리는 다섯 명이었어」 pp.407~408

목차

목차
금주인의 밤, 또는 미국식 즐거움_ 야로슬라프 하셰크
나의 애견가게_ 야로슬라프 하셰크
마이너스1 이르지 하우스만
프라하 가는 길_ 마리에 푸이마노바
살로메의 죽음 _ 이르지 카라세크 제 르보비츠
리?샤네크 씨와 귤레글 씨_ 얀 네루다
물의 정령_ 얀 네루다
산속의 기적_ 이반 올브라흐트
파우스트 박사의 집_ 알로이스 이라세크
붉은 용_ 요세프 이르지 콜라르
악령_ 지크문드 윈테르
외투 논쟁_ 스바토플루크 체흐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_ 블라디슬라프 반추라
발자국들_ 카렐 차페크
배우 벤다의 실종_ 카렐 차페크
사도_ 얀 와이스
복사꽃 정원의 행복_ 율리우스 제이에르
꿈을 이룬 정원_ 얀 하블라사
우리는 다섯 명이었어_ 카렐 폴라체크
해설 천년 독서의 이야기_ 이바나 보즈데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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