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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7888 / 124쪽 210 x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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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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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민음의 시 [168]
출판사 리뷰
등단 41년을 맞은 한국 현대시의 거장 조정권우리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말 한 송이”를 들고 최후의 시 언어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고결한 성품의 시, 깊이 있는 사유의 시를 전개해 온 조정권이 여덟 번째 시집 『고요로의 초대』를 출간했다. 『떠도는 몸들』 이후 6년 만의 시집이다. 1977년 출간한 첫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이래 조정권은 얼음처럼 차갑고 맑은 정신의 높이를 추구해 왔다. 그의 시집은 시대의 비속성에 물들지 않는 기품과 위엄을 보여 주며, “내 마음은/ 다시 태어나도 추운 김으로 올 것”이라는 시구처럼 칼날 같은 감각, 고도의 집중력, 나태의 조그만 틈입도 허용치 않는 철저한 고집이 절면마다 배어 있다. 『고요로의 초대』에서 조정권은 ‘고요’와 ‘불면’을 관통해 최후의 시 언어에 다가간다. 해석할 수도, 번역할 수도 없는 말 한 송이에는 정신의 새로운 윤리를 창조하기 위해 끝없이 혁신을 반복하는 시인의 치열한 각성이 담겨 있다. 어떤 유파로부터도 자유로운 1인의 종교를 추구하는 독생(獨生)의 시. 그렇게 우리는 한국 현대시가 결여한 지점을 개척해 나가는 그의 시를 다시 한 번 목격할 것이다. ■ 『산정묘지』 이후 20년…… 다시, 새로운 ‘높이’의 시인이 탄생하다 조정권은 스스로를 벼랑 끝에 내모는 이의 목소리처럼 차갑고 매서우면서도 그만큼이나 곧고 맑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높고 차고 청정한 것에 대한 견인주의적 동경”(유종호), “강철의 정신”(최동호), “어둠의 중심”(황현산), “결빙의 시학”(남진우)으로 호명되는 그의 시학은 이번 시집 『고요로의 초대』에서 ‘시은’과 ‘독생’의 키워드를 발판 삼아 자기 성찰을 지속한다. 외로움은 시인들의 은둔지.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중략) 시인은 1인 교주이자 그 자신이 1인 신도. 시는 신이 없는 종교. 그 속에서 독생(獨生)하는 언어. 시은(市隱)하는 언어. ―「은둔지」에서 1인 교주이자 1인 신도임을 천명한 시인의 은둔은 도피로서의 은둔이 아니라 세속 속에서의 투철한 은둔, 즉 ‘시은(市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정권의 시는 일찌감치 관념론의 함정을 비껴간다. 그의 치열한 정신적 투쟁은 현실과 언어의 긴장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동물의 털모자를 쓸 자격은 동물들 그들”이라며 “교황님이 착용하시는 담비 털모자 좀 벗으시라” 하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방석을 깔고 어떤 어머니가 생수병을 든 채” 부르는 노래를 “밟고 지나갈 순 없다”는 시를 두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 할 수 있을까? 그의 시는 자본주의적 일상을 인지하되 인정하기는 거부하는 방식으로 현실과의 긴장 관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정권의 시가 고전적인 견인주의를 넘어 독창적인 ‘현대성’의 성취로 도약하는 지점을 발견한다. ■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런 뜻도 없는 말 한 송이로 수렴하는 구도의 여정 새로운 높이로 나아가는 『고요로의 초대』의 시편들은 어떤 가치나 관념을 목표하지 않는다. 어디를 향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님을 추구하며 끝없는 자기 분화와 분열을 감내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수신지 없는 편지처럼 떠돌”고 “나를 쓰러뜨리며 일으킨” 끝에 마침내 도달하는 것은 아무 뜻도 없는 텅 빈 언어이다. 그 언어는 “인간의 말이 아니라 새의 말”이어서 “어디다 발표할 게 아니”지만 각성을 일으키듯 “내 머리통을 패는” 그 무엇이다. 문자화할 수 없는 관념의 문제는 가히 낯설지 않은 시제(詩題)이다. 그러나 조정권은 이 비인칭의 언어를 옹호하며 나아가 그것의 ‘아무것도 아님’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말 한 송이 들고 찾아간다. 아무런 뜻도 없는 말 한 송이 들고 아무도 아니고 아무도 아닌 그분을 뵈러 (중략) 아무 뜻도 없는 말 한 송이는 1만 년 동안 햇빛이 돋보기로 들여다본 씨앗 같고 무성하게 자란 관목의 먼 조상 같다. ―「문안」에서 적막한 은둔 속에서 시편이 추구하는 미학적, 정신적 차원은 “無의 꽃을 피워” 내는 경지에 이른다. 이것은 비어 있음으로 해서 어떤 의미에도 기생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언어, 곧 ‘독생(獨生)’하는 언어이다. ‘독생’은 아무것도 아닌 말 한 마디의 ‘있음’을 드러내며 시인의 정신적 탐험을 구도의 여정으로 전환한다. 어떤 관념도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풍경은 그래서 견고하고 또 선명하다. 이제 “무거운 머리”도, “헐벗은 두 손”도 내려놓자. 모든 해석이 무화된, 허기진 시간과 침묵하는 공간으로 들어가자. 『고요로의 초대』는 ‘아무것도 아님’으로 오히려 풍요롭게 채워진 고요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이끄는 청아한 초대장이다.
自序를 대신하여
1부
은둔지 13
신성스러운 불면 14
살얼음에 대하여 16
고요로의 초대 17
문안 18
아비의 팔짱 20
기억해 내기 22
새에게 준 시 1 23
새에게 준 시 2 24
개 짖는 소리 26
겨울 브레히트 동상에서 30
장벽 31
우표에 대한 상처 32
나는 나를 잠재우려 애쓴다 34
모래의 귀 36
아침?시간에 항거하는 기억의 형식으로 38
악몽?자정 너머 주검 노래 40
동물에게 진 죄 44
빗자루 50
가난함 51
단 두 줄 52
보르도의 산문 54
2부
가정입문서 59
하늘 벤치에서 60
꽃을 전해 주는 스무 가지 방법 중에서 하나 62
가래침 63
밑 생각 2 64
누님같이 잠깐 다녀간 저녁 비의 이미지 65
휠체어 66
1인 시위 67
뭉게구름 68
늦여름의 환경 미화 70
노점상 72
헐벗음 73
화집점 74
삽자루 76
두미도에서 77
산 채로 캔 칼 78
벚꽃 하품 80
지게 82
살청 84
장미의 주먹 86
임시 막사 88
간이 변소 89
불가원 불가근 90
소걸음 91
눈매 92
길 위의 행복 94
만개한 흰밥 95
무향리 96
‘아무것도 아니니 괜찮다’라는 말 97
TV부처 98
작품 해설 / 이광호
고요와 불면의 독생(獨生)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