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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6537106 / 32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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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소설 무소유》《암자로 가는 길》의 작가 정찬주의 시정詩情이 넘치는 여행
구도적 문체와 시적 감수성이 빛나는 명상의 절 순례기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깊은 역사와 신비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곳, 세속의 잡념을 털어내고 고요한 명상에 잠길 수 있으며 차 한 잔을 건네는 푸근한 마음이 있는 곳. 작은 절을 찾아가는 길은 우리 내면에 자리한 ‘참된 나’를 만나는 구도의 여정이다.
세속의 잡사는 잊어버리고 고요함과 하나 되라
이 책은 30여 년 동안 특유의 구도적 문체로 불교적 사유가 담긴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작가 정찬주가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도의 작은 절들과 인연 따라 조우한 순례의 기행문이다.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남도 산중에 이불재耳佛齋라는 집을 지어 들어앉은 그는, 그동안 이 땅의 암자와 선방을 순례하며 삶의 지혜를 깨닫는 글로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깊고 고요한 곳에 자리한 작은 절을 찾아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범종각 앞에서 한동안 명상에 잠긴다. 짧은 순간이지만 범종소리에 온갖 잡념이 사라진다. 나와 범종소리가 하나 되니 한 생각조차 스며들 틈이 없다. 마치 범종소리에 나라고 고집하는 내가 사금파리처럼 산산이 깨져버린 듯하다. 내 육신과 의식은 비로소 청정한 시공時空에 머문다. 무아의 상태다. 찰나의 법열이지만 충만이 목에까지 차오른다. 범종소리는 계속해서 허공으로 울려 퍼진다. -본문 중에서
선방산 지보사 배롱나무 꽃무더기 속에 자리한 석탑을 보며 무위無爲란 꽃피듯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란 것을 알게 되고, 고승들의 절창이 남아 있는 비슬산 유가사에서는 풍류란 바람으로 마음을 읽는 것임을 배운다. 모후산 유마사에서는 살아 있는 부처를 무서워하라는 단순한 깨달음을 얻게 되며,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종찰 조계산 송광사와 같은 이름의 절, 종남산 송광사에서는 절의 위의나 품격은 도량의 크기가 아니라 주름살이 진 건물에서 찾아야 함을 알게 된다. 또한 호랑이 앞발 자리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월출산 도갑사에서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나무와 풀, 새와 짐승, 바람과 물 등 자연의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는 부처님을 느낀다. 천년고찰 작은 절들과의 오랜 인연 앞에 작가는 숙연해진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긴다.
수많은 절 가운데 지금 이 순간 왜 이곳에 서 있는지 새삼 묻는다. 내가 오려고 결심했던 것이 인因이라면 나를 오게 한 그 무엇은 연緣이 아니겠는가. 인연을 생각하면 한 발짝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천년고찰에 들러 귀 속의 귀가 열리고, 눈 속의 눈을 뜬 느낌이다. -본문 중에서
작가에게 작은 절을 찾아가는 길은 내면에 자리한 미소 짓는 부처, 즉 ‘참된 나’를 만나는 구도의 여정이기도 했다. 청량산 문수사에서는 마치 극락으로 가는 배를 탄 듯, 녹음의 바다에서 무심과 적멸의 경계를 넘나들고, 천등산 봉정사에서는 행복과 무상함이 본래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알게 된다. 묵은 절의 주름진 기둥, 칠이 벗겨진 단청, 고승의 절창이 남아 있는 산 속 작은 절에서 그는 홀연히 깨닫는다. 불상이란 우상이 아니라 순간적이나마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씻고 홀연히 만나 미소 짓는 우리 내면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라는 교만을 버리게 하고, 절하게 하는 곳이 바로 작은 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고백한다. 저잣거리나 산속의 깊은 암자, 작은 절이 다 무슨 소용이랴, 부처님은 바로 내 안에 있는데!
자신이 탑이고 부처인 줄 모르고 천불과 천탑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운주사雲住寺의 이름대로 절에서 구름 한 조각을 찾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의 인생이 바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조각의 구름이 아닌가. 운주사를 찾는 사람 모두가 운주사인 것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 내면의 깊은 나, 참된 나와 만나는 행복 여정
작은 절들을 순례하면서 자신을 맑히고 돌아보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 작가는, 살아 있는 나를 위해 예수재豫修齋를 지내자는 생각으로 절 순례를 했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법당에 들어 절하는 것이 더욱 절절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고 했지만, 이 글을 읽는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세속의 잡사는 잊어버리고 고요함과 하나 되는 순간, 사랑도 미움도 다 버린 무욕無慾)의 얼굴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선사가 말한 바 있지 않던가. ‘도를 모르고서 발을 옮긴들 어찌 길을 알겠는가.’ 잡념의 먼지를 털어내고, 참된 나와 만나는 행복의 여정이 가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