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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푸른사상 시선 04

시리즈 : 푸른사상 시선 [101]

이봉형 저 | 푸른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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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407791 /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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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제14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봉형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표제가 시사하듯 그의 시들은 현실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그의 시 세계는 비관만이 아닙니다.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새순처럼 여리지만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 가능한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시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세계가 거대한 시장, 거대한 공장, 거대한 전쟁터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시장과 공장, 그리고 병영화된 사회 질서가 다중의 벽을 형성하며 끝내 세계를 추상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동체가 붕괴되고 가치의 원천인 노동이 부정되며 ‘돈’ 때문에 생명들이 수없이 비명횡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부속품처럼 예속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시인은 이 상황에 맞서 “질문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나 “나는 어떤 물을 마시는가?”처럼 갖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일종의 풍자적 기법으로서 자본주의 사회를 공격하는 것인데, 이 공격은 간접적이지만 매우 사납고 신랄하고 또 철저하다. 결국 노동자들의 이상 세계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 중 한 편을 소개한다.


빠른 살해

(티베트의 수도승들은 비질을 하며 마당을 지난다. 산 것을 밟을까 조심하는 것이다.)

비둘기는 고꾸라진 연 같았다. 퍼드덕 날아올랐다가 이내 내려앉고 몇 걸음 총총거리다가 다시 날아오르고 다시 떨어졌다. 가까이 가 보니 두 다리에 철사가 감겨 있었다. 철사는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 빨리 돕지 않으면 비둘기는 죽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죽는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고상한 그 무엇이어야 한다. 나는 비둘기를 도우러 몇 번이나 다가갔다. 바쁘다. 그럼에도 다가간 것이다. 헌데 비둘기는 몇 번이나 나를 피했고 매번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빨리 돕지 않으면 비둘기는 죽을 것이다. 빨리 도착하지 않으면 점장에게 야단을 맞을 것이다. 빨리 비둘기를 잡아야 하고 빨리 족쇄를 풀어줘야 하고 빨리 비둘기를 날려주고 더 빨리 출근을 마쳐야 한다.
나는 그냥 출근했다.

저자 소개

  • 저자 : 이봉형
지은이 : 이봉형
1997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하였다. 2005년 제14회 전태일문학상을 ‘이맹물’이란 필명으로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신작 발표를 철저히 외면해왔지만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동과 시 쓰기를 병행해왔다. 시집으로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가 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대학 생활
흉터
(주)한눈팔지마시오
빠른 살해
많은 집
얼룩
벽
이사
고향
폭염
고백
광대
통화
남편에게 설거지시키기
간호
달

제2부

고래
출근 시간
조용한 일터
다정
아버지는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새 기계
빨래
실수
나는 아내보다 힘이 세다
음
종이 장미
멍해지다
성공
자부
벌어지고 있는 일
목소리들
휴일

제3부

평일
관람
외식
매자씨
생수
지하 데이트
지갑
뿔을 달아다오
약손
뿌리
서리
망설이다
어려운 취업
가위와 바리깡
동행
나에겐 좋은 책이 많다

제4부

티백
퇴근길
어금니
늑대
안면
204호
영문
주인공
우리
노래를 찾다
기쁜 날
보석
쓰다듬다
길가에서 어른들은
젖꼭지
이불

■ 시인의 시론-목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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