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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636702 / 328쪽 162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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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암자로 가는 길 [3]
출판사 리뷰
정찬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암자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주 혹은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암자를 찾아다녔다. 오히려 스님보다도 암자를 더 많이 다닌 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별로 일반 독자가 찾기 좋은 암자 서른두 곳을 소개한다. 10여 년 동안의 암자순례를 통해 네 권의 암자 관련 책을 낸 바 있는 저자에게 이 책은 암자순례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암자’, ‘무소유를 화두로 주는 암자’, ‘만개의 햇살이 따사로운 암자’ 등 곳곳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소개하고, 저자와 사진작가가 함께 찍은 풍부한 화보로 각 암자의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암자를 물리적 속성을 지닌 특정한 공간으로만 파악하지 않는다. 암자의 내력과 그 암자를 거쳐간 수많은 수행자들의 숨결을 보듬는데, 그 안에 역사가 있고 삶이 있고 사람이 있다.
스스로 ‘나그네’라고 부르길 즐기는 작가 정찬주는 “왜 산속에 집을 짓고 사느냐?”고 물으면 이처럼 답한다(작가는 현재 남도 산중에 ‘이불재’라는 산방을 짓고 산다). 인도의 바라문들은 자식을 다 키우고 난 후 숲 속으로 들어가 사는 임간기(林間期)라는 전통을 지키고 살았는데, 작가 자신도 그런 셈이라고. “그런 생을 식영(息影)의 삶이라는 말로 좀 더 은유적으로 표현한 철학자도 있다. 식영을 직역하면 ‘그림자가 쉰다’라는 정도이겠으나 숲 속에서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니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의미와 통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 말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이다.” 작가는 그런 믿음으로 솔바람 잦은 산골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앞서 출간된 『암자로 가는 길』의 두 번째 이야기로서 『암자로 가는 길』 역시 1997년에 출간된 이래 수행자들과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수행자들의 거처를 기행 취재하여 그곳의 정보와 사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구도(求道)의 길을 천착하는 기행 산문집의 초석을 닦았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산문집이다. 이 땅의 수행처들을 찾아다니며 깊이 있는 명상적 산문을 집필해 온 정찬주의 이후 작품 세계 또한 이 책들로부터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찬주가 일련의 암자 탐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암자 경험이 단순히 일상적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충동적 기행에 머무르지 않고 쾌락과 유희에서 삶의 위안을 찾는 세속의 관행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고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의도는 이 책의 체계를 나를 설계하는 암자, 나를 성장시키는 암자, 나를 사색하는 암자, 나를 성숙시키는 암자로 구분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설계와 성장과 사색과 성숙을 도모하는 참살이의 길이 바로 암자로 가는 길인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는 암자를 찾는 것이 바로 나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의 여행에서는 딱히 정해놓은 목적지가 없었다. 지리산 길을 가다보면 산자락 어디쯤 암자 하나 있겠거니 하고 떠나온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 발걸음은 때에 따라서 마음을 가볍게 한다. 돌이켜 보면 나그네도 무슨무슨 목적에 가위눌려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즐기고 아껴야 할 삶의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자신도 모르게 목적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과연 암자에 다다르자, 거대한 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가 어딘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행정구역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한눈에 드는 것이다. 수행자가 수행하는 것은 중도를 이루기 위한 것. 중도란 양극을 여의 무변의 경지가 아닐 것인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바로 모든 그것인 것이다. 이런 영월암 같은 자리가 바로 수행자에게는 명당이라고 한다.”
“다시 30여 분 산길을 더 오르니 스님이 자랑하던 천지가 나온다. 산 정상에 못이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물론 백두산의 천지처럼 커다란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골 마을의 저수지만 한 크기의 못으로 산행의 가쁜 숨을 고르기에는 그만이다. 못가에서 물 위에 어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냉수를 한 모금 마시는 일도 작지만 상큼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저 물에 비친 그림자도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