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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120464 / 45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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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젊음, 그 아름다운 낭만 속에 깃든 깊은 상처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공평하고 매정합니다. 그러니까 그 흐름을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그 흐름 속에 나는 얼마를 차지했는지. 그 흐름과 함께 나는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하는 것은 모두 남의 탓이 아니라 다 내 몫입니다.”- 머리말’ 일부
김용성 명지대 전 교수가 1964년부터 2009년까지 45년 동안 쓴 글과 받은 편지를 모아 날짜별로 꼼꼼하게 정리한 회고록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를 펴냈다. 마치 도서관에 차곡차곡 잘 진열된 책과 여러 정보를 마주하는 것만 같은 이 책은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오래 일했던 김용성 교수가 아니면 쉬이 손대기 어려운 자료모음집이자 회고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리운 사람이 있어야 하며, 마땅히 그를 그리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일까. 책 표지에도 김 교수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가르쳤던 학과 졸업생들 이름을 자모순으로 모아 만들었다.
김용성 교수는“졸업기념 앨범에서 그 명단을 확인하면 완벽하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난과 섭섭함의 목소리를 귀담아보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라며 “간수를 잘못하여 여기에 수록하지 못한 글이 있는 점을 미안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허나 한 움큼밖에 안 되는 이 글에서 우리는 젊음의 낭만과 아픔, 패기와 좌절, 아름다움과 생사고락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스승과 제자란 이름으로 만나 그동안 주고받았던 마음이 담겨 있는, 김용성 교수 지신의 비망록이자 제자들이 겪은 청춘의 비망록이다. 이 책 이름을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고 이름 지은 것도 그 만남이 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 삶과 숨결을 거짓 없이 간직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지하에서 자더라도 엄마를 미워하지 마라
“잠이 안 온다. 그 산 속 벽제에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그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울까! 나쁜 년, 제가 먼저 가다니! 윤희가 수술 결과가 안 좋아도 평생을 헌신할 각오가 되어있었는데 그 년이 나를 두고 갔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눈만 뜨면 종일 눈에 아른거린다. 정말 윤희가 살아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희야, 엄마가 너에게 잘못한 것 투성이구나. 네가 아우를 일찍 봐서 너하고 같이 잠도 못 자고, 너 마지막 가는 것도 못 보고, 지하에서 자더라도 엄마를 미워하지 마라.”- 못난 부모를 위한 단명’일부
김용성 교수는 아내가 갓 태어난 딸 윤희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을 적은 일기장을 펼쳐든다. 물론 아내에게 허락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내용을 읽고 있으면 절로 눈물에 젖는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란 얼마나 깊고 넓은 것인가를 이 글 몇 줄만 읽어도 잘 알 수 있다는 그 말이다.
윤희는 1971년 7월 17일에 태어나 1973년 5월 23일 세상을 떠난 김용성 교수 딸이다. 김 교수는 “윤희가 태어나던 제헌절 새벽에 천둥 번개가 치고, 세차게 비가 내렸다”며 “엉뚱하게도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장면, 비가 뿌리는 가운데 여자 주인공이 숨을 거두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그는 “윤희는 부실한 몸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분하고 원통했던지, 천둥 번개를 타고 세상에 왔다가, 아비를 위하여 천둥 번개처럼 짧게 삶을 마감했다”며 “태어난 초기에 숨쉬기도 힘들어했고, 척추 끝이 부실하여 한 번도 똑바로 누워 자질 못했다. 척추 끝이 부실하니까 발육도 늦어서, 마지막까지 걸음마를 하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적신다.
김 교수에 말에 따르면 윤희는 태어날 때 무엇인가를 붙잡고 겨우 일어설 정도였다. 윤희는 부실하게 태어났음에도 자신의 치료비로 단돈 백만 원도 쓰질 못하고 먼저 갔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윤희는 아무 곳에도 생몰(生沒)의 흔적이 없다. 그래서 김 교수는 윤희가 떠난 5월이 오면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제자가 스승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올 여름은 그다지 덥진 않아서 지내기는 수월했는데 교수님은 어떠셨어요? 방학 때 어디 다녀오셨어요? 건강은 여전하시죠? 제 기억 속엔 항상 학우들과 같이 뛰시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요. 제 나이가 벌써 서른인 거 있죠? 너무 웃기죠? 스무 살에 학교 들어가서 교수님 처음 뵐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마음만은 그때 같아요. 아직 철이 안든 건지.
- 제자들이 보낸 짧은 편지’일부
김용성 전 명지대 교수가 펴낸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는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걸어온 삶의 흔적이자 가족사 혹은 자화상이다. 이 책 한 권에는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벗과 스승의 스승, 제자와 주고받은 연하장과 편지, 아내와 자식들이 걸어온 삶의 자잘한 편린들, 여기저기 발표한 논문, 주례사, 여행기, 자잘한 엽서 등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이 세상과 소통하는 모든 것이 사료로 묶여 있다.
그 가운데 김용성 교수가 2006년 8월 28일에 쓴 ‘만남의 단상’이란 글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일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물론이오, 사람과 어떤 상대와의 만남은 실로 다양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외국인과 문학을 말하면 골프 치고 사우나 하는 것과는 다른 교감이 생긴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접촉이며, 이 때 문학은 묘한 접촉수단이 된다. 문화적인 대화를 나눌 때 커피 한 잔이면 되지만 거기서 얻어지는 동류의식은 수준이 높다.”
김용성 교수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움직이게 한다면 그 만남은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교양과 식견이 따라야 한다”며 “그것은 책을 벗 삼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터득되지 않을까!”라고 못 박았다. 그래. 어쩌면 김 교수 자신이 이 책을 엮은 것도 책을 벗 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