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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의자

양문규 저 | 시와에세이 | 201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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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470513 / 128쪽 124 x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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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어제의 나이를 살고 있는 오늘의 아버지들에게 주는 특별한 공감과 울림의 시편들! 전 민예총 총무국장, (주)『실천문학』기획실장을 역임한 양문규(51) 시인은 1999년 서울생활을 접고 낙향하였다. 이후 양문규 시인은 천태산 영국사를 걸쳐 현재 영국동 여여산방(如如山房)에 거처를 두고 있다. 이번 시집 『식량주의자』는 그의 네 번째 시집으로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양문규 신작 시집 <식량주의자>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오랜 경험적 세목들을 실물 감각으로 복원해주고 있는데, 이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한 세대의 삶과 시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자신의 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가난한 생을 이어온 이들에게 차분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면서 천천히 사라져가는 존재자들에 대한 애잔한 기억들을 충일하게 채워간다. 두 번째는 말놀이의 감각을 맘껏 드러내주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말놀이의 감각을 탄력 있게 살려내서, 모든 살아 있는 존재자들이 유기적으로 서로 결속해 있음을 증거하면서 천진하고 음악적인 언어가 시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셋째는 묘사와 어조의 활달함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일상에 편재해 있는 불모성과 소통 단절을 치유하고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꿈꾸는데 작용한다. 결국 이번 시집은, 시인 자신과 함께 늙어온 그리고 늙어가는 시간에 대한 절절한 헌사이자, 그 속에 반짝이는 선명하고도 아릿한 기억을 기록한 섬세한 화폭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양문규의 이번 시집은 읽는 묘미를 한껏 선사한다. 식량주의자였던 아버지 평생 농사꾼으로 산다 논과 밭과 한 몸으로 연민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아버지의 연대 쌀 보리 밀 콩 감자 고구마를 위하여 일흔, 하고도 네 해 동안 보급 길 걸어왔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땅속에 낙원이 들어앉길 바라진 않았지만 똥막대기보다 못한 농사가 뭐 그리 대단해 폐농의 논과 밭 밟지 않고 사월과 오월 사이 거침없이 자운영꽃 자청한 검붉은 울음 아직도 토해내는 것인가 새파랗게 빛나는 농사는 어디에도 없는데, ― '식량주의자' 전문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시편에서, 화자는 평생 농사꾼으로 그리고 ‘식량주의자’로 살아오신 아버지를 회억(回憶)하고 있다. 한평생 아버지는 ‘논과 밭’ 그리고 ‘쌀 보리 밀 콩 감자 고구마’를 향한 연민과 연대와 사랑을 일관되게 실천하신 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세월 뜨거운 숨 내뱉으며 걸어온 농사꾼의 길은, 이제 “똥막대기보다 못한 농사”라든지 “폐농의 논과 밭” 같은 표현에서 퇴락의 징후를 현저하게 내보인다. 이때 봄이 되어 거침없이 피어나는 ‘자운영꽃’과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파랗게 빛나는 농사’의 대조는 한평생 식량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락(零落)한 현실을 잘 암시해준다. 봄 풍경에 편재(遍在)하는 꽃의 붉은 빛깔과 부재(不在)하는 농사일의 푸른 빛깔의 암시적 대조가, “낡은 집에 홀로 사는/등 굽은 아버지”('예쁜 벌레들')를 다시 한번 은유하고 있다. 이처럼 양문규 시편들은, 혹독한 가난과 가파른 노동을 통과해온 아버지의 젊은 날과 함께, 이제는 소멸해가는 폐농의 시간을 쓸쓸하게 담아낸다. 한때는 거친 숨 토하며 달려왔던,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늙어가는 시간들에 대해, 애틋하고도 진한 정서적 연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양문규는, 늙어가는 시간에 대한 짙은 연민을 집중적으로 발화함으로써, 근대의 속도전과 폭력성이 하나하나 지워간 시간들에 대한 심미적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양문규
양문규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이 있다. 2017년 현재 계간 『시에』, 반년간지 『시에티카』 발행인,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홍시/곡우/시래깃국/아버지의 감나무/미루나무 연립주택/늙은 식사/나무는 안다/아버지의 연장/겨울이었다/겨울나무에 기대어/식량주의자/그늘 속에는/콩꽃 피었다/아버지의 아침/밥주머니

제2부
꿩이 날아간 자리/새벽녘/감/길/오래된 밥상/개망초/미루나무 하늘에 있다/풀들의 성찬/겨울과 봄 사이/도둑고양이/들길/구수골/예쁜 벌레들/쥐 박(鼠?)이 놀이/능소화 시절

제3부
매화나무 곁을 지나다/애기 단풍/직지(直指)/무극(無極)/천태산에는 영국사가 없다/나무/산괴불주머니라더니/궁의 남쪽/입춘(立春)/산수유의 꿈/늙은 탱자나무/저 느릅나무/거기, 봄 있다/시/나무의 수액/어정칠월

제4부
망초꽃/봄이 왔다고/백중날/시간강사/오래된 집/화골 사람들/쥐똥나무/죽었다/내 곁에 없다/핫, 수상한 시절/감자꽃 핀다/애호박/바퀴벌레는 바퀴를 먹는다

해설/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시인의 말·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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