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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제국

황교익 저 | 따비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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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6417507 / 228쪽 14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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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음식 사진 없는 음식 책

한국 사람들은 고춧가루를 무척 좋아한다. 고춧가루 안 들어간 김치는 몇 종류 안 되고, 어지간한 찌개에도 다 넣는다. 심지어 자장면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잘 말린 태양초는 단지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달콤하고 시큼한 발효 향까지 난다는 것을 아는 이가 있을까? 미네랄 함량이 높은 소금이 좋은 소금이라고 알고 국산 천일염에 대해 예찬하지만, 국산 천일염에 많이 함유된 염화마그네슘이 쓴맛을 내 오히려 음식 맛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메일로 만든 평양냉면은 막국수나 진주냉면과 같은 종류이며, 감자 전분으로 만든 함흥냉면과는 다른 성격의 음식이라는 것은? 동남아 음식에 많이 쓰이며 대표적인 동남아 채소로 오해받는 고수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며,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음식에 쓰인 우리 채소라는 사실은?

요즘 인터넷을 보면 구석구석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 사진을 올리고, 음식 맛을 평하는 블로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단지 어디의 식당에 어떤 음식이 있다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이 식당과 저 식당의 음식 맛과 서비스를 비교하고, 평점도 매긴다. 오죽하면 한국에 가장 많은 전문가가 셋째는 여행 전문가요, 둘째는 사진 전문가요, 첫째가 맛집 전문가라고 할까. 이러한 현상은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가 단지 굶주림을 면하는 수준을 한참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맛집 블로거의 글을 읽고 식당을 찾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물론,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조차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마치 여행에 처음 눈을 뜬 사람은 가이드북을 읽지만,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는 여행 에세이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의 소개가 아니라, 그 음식 맛의 중심이 무엇인지 기준을 세우고, 왜 맛이 있는지 밝힐 지식과 분별이 요구되는 때인 것이다.

이런 이들을 위한 책이 바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신간 《미각의 제국》이다. 음식과 맛을 다루는 책이지만, 맛집 소개도 아니고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음식 사진조차 없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 안에는 그 어떤 책보다 많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소금, 설탕 같은 조미료와 아귀, 두부, 대게 같은 식재료를 망라하고, 김치찌개, 청국장, 인스턴트 라면 같은 일상 음식에서 자장면, 스시, 돈가스처럼 외국에서 들어왔으나 한국 음식이 된 별식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과하지 않은 양념이 배추김치의 개운한 산미를 내는 비법임을 밝히고(127쪽), 삼계탕이 아니라 계삼탕이 바른 이름인 까닭을 설득한다(87쪽). 또한 고기구이 맛에서 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81쪽), 같은 재료를 쓴 어리굴젓과 진석화젓이 어떻게 다른 음식인지를 밝힌다(196쪽). 모두 맛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미각의 제국》은 단순히 음식의 맛만 논하는 책이 아니다. 화학조미료를 통해서 질 낮은 식재료를 숨기는 세태를 비판하고(38쪽), 불결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외국 식재료를 쓰라며 일갈하고(40쪽), 맛이 모두 달아난 식은 잡채를 구색 맞추기로 상에 올리는 식당 주인들의 무신경함을 질타한다(120쪽).

억압과 착취 아닌 정성과 감사의 제국
저자는 《미각의 제국》에서 시종일관 식재료의 생산 과정을 추적하고, 음식의 유래를 되짚어보고, 정확한 기준으로 맛을 분별하고 있지만, 날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음식에 대한 지식과 감미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를 비쳐지는 인간의 본성까지 고찰하고 있다. 걸식을 “인간이 먹는 음식 중 가장 동물적이며, 처연하다”(53쪽)라고 표현한 것이나 아내를 “내 미각 세계의 조정자”(93쪽)라고, 젖을 “사랑”(222쪽)이라고 정의한 것에서 미각이 곧 철학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바람과 햇살, 냄새와 사람으로 사계절의 미각을 풀어내는 글에서는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울림까지 맛볼 수 있다.
문학과 영화에서 작품과 독자를 평론이 이어 주듯이, 황교익의 책은 낱낱의 음식을 먹는 이와 이어 주고 또한 만드는 이와 이어 주는 미각 입문서이자 평론서이다.

사람들은 늘상 음식을 먹으며, 혀 있고 코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취향으로 음식 맛을 평한다. 그러니 굳이 미각에 입문이고 평론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황교익은 그들에게 “그렇게 즐기는 것과 음식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말한다.
황교익은 《미각의 제국》에서 미각을 새로 정의한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시를 읽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예술의 한 감각인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감각은 모두가 평등하다. 미각은 단지 세 치의 혀로 느끼는 쾌락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감미안을 지니기 위해 특별한 요리를 먹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각을 쾌락으로 치부하면, 최고급 요리와 술에서만 미각의 경지를 맛볼 수 있다고 착각해 음식 값과 고급 인테리어에 현혹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음식은 다채롭고 풍성하다. 온갖 음식이 제각각의 맛을 뽐낸다. 그래서 음식의 세계는 ‘미각의 제국’이다. 그러나 역사 속의 제국주의와 달리 미각의 제국에는 억압과 착취가 없다. 대신 음식을 하는 사람의 정성과 음식을 먹는 사람의 감사가 바탕이 되는 제국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그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자기만의 제국을 건설하는 데 이 책으로 조그만 영감이라도 얻”기를 저자가 소망하는 것이리라.
황교익의 책은, 박찬일의 추천사대로 “우리 음식의 숨겨진 맛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본격 열전”이자 “최초의 음식박물지”이다.

저자 소개

1962년 경남 마산에서 났다. 중학생일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 탑골공원 뒷골목 여관에서 묵었다. 처음 먹은 서울음식이 여관 음식이었는데, 먹다가 토할 뻔하였다. 서울 유학 중인 큰형이 빵을 한 아름 사 들고 여관으로 왔다. 태극당이나 무과수제과 빵이었을 것이다. 달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왔다. 서울 인구 1,000만 시대를 열 때였다. 서울 살면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오해였음을 이내 깨달았다.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 서울이었다. 음식도 거칠었다. 강남 개발로 졸부가 된 서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별다르게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도 달았다.
사대문 안에서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였다. 직업 덕에 서울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을 두루 돌았는데, 다들 서울음식이 아니라 개성음식, 평양음식, 남도음식이라며 팔았다. 서울은 서울 사람들 모두의 타향이었다. 내 나이 쉰을 넘겼다. 마산에서보다 서울과 그 주변 도시에서 산 기간이 10여 년 길다. 이제 서울 사람이라 하여도 될 것이나, 여느 서울 사람들처럼 이게 우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울과 그 주변 도시에서 여전히 먹고살 것이다.
저서로 《맛따라 갈까 보다》, 《소문난 옛날 맛집》, 《미각의 제국》, 《한국음식문화박물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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